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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바닷물로 한반도 가뭄 해결!

광주과학기술원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단



1990년 UN국제행동연구소는 대한민국을 물 부족 국가로 지정했다. 하지만 당시 국민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월별 강수량의 차이가 커서 생긴 결과일 뿐, 댐이나 저수지에 물을 모아두고 사용하면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한반도는 점점 가물었다. 봄 가뭄, 겨울 가뭄이란 말이 매년 등장하고, 저수지의 물이 2~3년 새 4분의 1로 줄어 농사를 망치는 일도 빈번해졌다. 지난겨울에는 지금껏 단 한 차례도 마르지 않았다는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가 바닥을 드러냈고, 올봄 강원도 태백시는 수돗물 공급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제한해야 했다.

국토해양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닷물’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광주과학기술원이 총괄하는 해수담수화플랜트사업단(이하 사업단)에 5년 8개월 동안 예산 1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업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과 김인수 교수를 만나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새로운 기술 흐름에 대해 들었다.

역삼투로 바닷물서 염분 걸러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중에서 97%는 바닷물입니다. 빙하, 지하수, 강, 그리고 대기에 존재하는 수분까지 다 합쳐도 3%에 불과하죠. 그러니 바닷물만 잘 이용할 수 있다면 물 부족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노력은 예전부터 있었다. 특히 해수를 끓이면 나오는 수증기를 모아 담수를 얻는 ‘증발’ 방식은 이미 한국이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가 제안하는 방식은 이와 다르다. 해수를 얇은 막에 통과시켜 염분을 걸러내는 ‘역삼투’ 방식이다.

“해수담수화 기술 트렌드는 역삼투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120℃의 고온에서 해수를 끓여야 하는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가 4~5배 절약될 뿐 아니라, 해수 속 소금 성분
과 미생물을 말끔히 걸러내기 때문입니다.” 한국건설교통 기술평가원의 지원으로 수행된 사업단의 상세기획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까지는 전 세계 해수담수화 시설 중 증발 방식의 비중이 컸으나, 2005년엔 증발 방식이 32%, 역삼투 방식이 45%를 각각 차지해 전세가 역전됐다.



역삼투 방식은 용질(이온이나 미네랄)의 농도가 옅은 용액과 짙은 용액이 만났을 때, 옅은 쪽에서 짙은 쪽으로 용매(물)가 이동하면서 짙은 용액을 희석하는 삼투압의 원리를 역으로 이용했다. 두 용액 가운데에 지름이 수nm(나노미터, 1nm=10-9m)인 구멍이 숭숭 뚫린 얇은 막을 두고 농도가 짙은 용액에 고압펌프로 압력을 가하면, 짙은 쪽에서 옅은 쪽으로 용매가 이동한다. 크기가 큰 용질 대부분은 막의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걸러진다. 필터 역할을 하는 얇은 막은 폴리아미드 계열의 고분자 물질로 만든다.

하루 4만 5000t 담수 생산 시설 2011년 완공

“우리나라도 2011년엔 하루 4만 5000t의 담수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설을 갖게 될 겁니다.”

김 교수는 오는 2011년 부산에 완공되는 해수담수화 시설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4만 5000t의 물은 10만 명 이상이 하루 동안 먹고 씻을 수 있는 양인데, 현재 국내 68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생산되는 양을 모두 합쳐도 하루 평균 5000t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는 엄청난 규모다.

새롭게 개발되는 이 시설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국산부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고압펌프나 역삼투막 같은 핵심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했지만 이 시설은 국내 기업들이 사업단을 꾸리고 한 분야씩 맡았다. 즉 설계와 건설은 두산중공업이 진행하고, 역삼투막은 웅진케미칼, 고압펌프는 효성이 각각 제작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은 여기에 사용되는 모든 기술을 총괄하며 기업들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역삼투막을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린 형태로 만들어서 한 층엔 담수, 한 층엔 해수를 번갈아 넣은 뒤 해수 쪽에 60~80기압의 높은 압력을 가합니다. 역삼투 원리로 걸러진 담수는 두루마리 가운데로 모여 저장고로 흘러들어 가죠.”

김 교수가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시설을 실제로 보여주겠다며 데려간 곳에는 지름이 10cm,길이는 2m 정도 되는 단단한 원통형 파이프가 가로로 놓여 있었다. 해수담수화 설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베셀’이라고 한다. 한 베셀에는 둥글게 말아 놓은 원통형 역삼투막 모듈 4~8개가 직렬로 연결된다. 이런 베셀 수십 개에서 수백 개 이상을 하나의 고압펌프와 연결해 유닛을 만들고, 실제 대용량 해수담수화 시설은 이런 대형 유닛을 병렬로 나열해 완성한다.

김 교수는 역삼투막을 원통형으로 제작한 이유를 “부피를 줄이고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한 “역삼투에 필요한 고압을 견디기 위해 베셀은 강도가 높으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신소재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사업단은 적은 수의 베셀로도 대용량의 바닷물을 거를 수 있도록 베셀과 막의 지름을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해수의 이온과 미생물이 막에 들러붙어 막을 오염시키기 전에, 해수의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해 오염을 방지하는 ‘모니터링 센서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일은 미생물학, 화학 같은 순수과학을 거대한 기계에 접목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바다에서 석유보다 더 귀한 물을 뽑아내는 일에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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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광주=이영혜 기자 ·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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