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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이저빔 발사해 안개를 거둔다

증발시키거나 혹은 땅에 떨어뜨리거나

안개는 태풍이나 가뭄과는 달리 무서운 자연재해는 아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안개는 경제생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상현상이다.

2001년 3월 개항한 이래 인천공항에서 안개로 인해 결항한 비행기는 2001년 96대, 2002년 94대였다. 보잉 747 점보 여객기가 날씨 때문에 착륙을 못하고 부산 김해공항에 내렸다 다시 인천으로 되돌아오는데 약 2천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민간 항공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다수의 공군 비행장이 있다. 이들 비행장에서는 안보 등의 이유로 언제든지 비행기가 이착륙해야 한다. 작전상 안개로 인해 비행을 못할 경우엔 군사적, 전략적으로 많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안개는 항공뿐 아니라 지상과 해상의 각종 운송수단의 운행에 지장을 주고 인명피해를 높인다. 예를 들어 안개 낀 날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맑은 날의 3배에 이른다. 또한 대도시에서는 안개가 자동차 배기가스나 매연과 같은 오염물질과 결합해 스모그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안개로 인한 피해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안개제거 기술이 날씨제어 분야에서 중요한 한분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로드맵에 선정된 99가지 과제 중 하나가 날씨제어인데, 이것의 세부 과제에는 태풍제어, 인공강우와 함께 안개소산이 있다. 안개소산은 0.0001-0.1mm 크기의 작은 물방울로 된 안개를 인위적으로 소멸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옷장의 습기제거제 이용

문헌에 따르면 안개소산의 역사는 인공강우보다 앞선다. 1930년 네덜란드 왕립 연구소의 물리학자 버랫이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안개를 흩어지게 한 것이 최초의 안개소산 실험이다.

이후 스웨덴의 베르저론과 독일의 핀다리센은 1933년과 1935년에 각각 드라이아이스를 공기 중에 뿌려주면 안개 속 입자들이 빙정이 돼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한편 1938년 미국 MIT의 휴그톤은 옷장 속에 넣어두는 습기제거제의 성분인 염화칼슘을 이용해 안개를 제거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이처럼 초기 안개소산 기술은 인공강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까닭은 구름과 안개가 다른 기상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지표면 근처에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따라서 구름이나 안개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면 비가 돼 사라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구름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기술이 안개를 제거하는데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모든 안개를 제거하지 못한다. 국소적인 지역에서만 효과적이며 따뜻한 안개를 제거하는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또한 구름과 달리 안개는 넓은 지역에 걸쳐서 발생하므로 한번에 전부 소산시키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안개소산과 인공강우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갔다.

안개는 기온에 따라 찬 안개와 따뜻한 안개, 발생 원인에 따라 복사 안개, 이류 안개, 증발 안개 등으로 구분한다. 오늘날 안개를 제거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개발됐는데, 이들의 적용은 안개의 발생 원인이 아니라 그 기온에 따라 결정된다. 즉 안개가 찬지 따뜻한지에 따라서 말이다
찬 안개는 대개 기온이 0℃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인공강우의 구름씨뿌리기 방법이 적용된다.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함으로써 안개를 제거한다. 실제로 이 기술은 이탈리아 북부지역의 공항이나 고속도로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다. 이 방법은 안개로 인한 피해에 비해 1/10 이하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정전기로 따뜻한 안개 제거


제트비행기 엔진에서 내뿜는 강력 한 열을 이용해 안개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경제적이 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봄, 가을철에 안개가 많이 끼는데, 이때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따뜻한 안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기술은 따뜻한 안개 제거법이다.

그렇다면 0℃ 이상의 따뜻한 안개는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상반되는 두 원리가 적용된다. 찬 안개처럼 안개입자를 비가 될 정도로 키우거나 반대로 보이지 않게 증발시켜 버리는 것이다.

안개입자를 키우는 방법은 인공강우에서 흡습성 물질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인공강우와는 달리 짧은 시간 내에 안개를 제거하기 위해서 이온화된 흡습성 구름씨를 사용하는 차이점이 있다. 이온화된 흡습성 물질은 일반적인 흡습성 물질보다 안개나 구름입자가 빗방울로 생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다소 단축시킨다고 한다.

제트비행기 엔진 열로 안개 증발

이온화된 흡습성 물질을 뿌려주면 안개를 이루는 작은 물방울들이 이온화된 흡습성 물질의 음이온에 의해 반대전하를 띠게 된다. 따라서 흡습성 물질과 물방울 간 정전기가 발생해 서로 끌어당기게 된다. 그 결과 수증기가 이 물방울에 증착돼 결국 빗방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온화된 흡습성 물질과 수증기 사이의 화학반응으로 많은 열이 방출돼 상승기류가 생성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지표부근에 발생한 안개에 화학물질을 살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인체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재 기피되고 있다.

최근에는 안개가 비로 내리게 하는데 전자기장을 활용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전자기장을 만들어주는 장치로는 이온발생기가 쓰인다. 안개가 자욱한 지역에서 이온발생기를 작동시키면 고전압의 전기가 발생해 주위의 대기 속 분자는 이온화된다. 이 이온은 응결핵으로 작용하면서 물방울을 끌어당겨 응집시켜 빗방울로 떨어지게 한다.

이때 물방울들은 응결하면서 많은 잠열을 방출하고 이 잠열로 인해 안개가 데워져 상승기류가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대류현상이 발생해 안정한 안개층이 파괴된다. 또한 이 증기 형태의 안개입자는 상승하면서 부피가 팽창하고 온도가 떨어지면서(단열팽창) 응결해 빗방울로 떨어진다.

이탈리아 베르나 공항에서는 러시아의 안개소산 전문가에 의해 이온발생기를 이용한 안개소산 실험이 실시된 바 있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가로 5m 세로 4.4m의 장비를 가동했을 때 가시거리가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온발생기 방법은 새로운 대안이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이론적 배경에 대한 학술적 연구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객관적 검증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구체적이고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는 반대로 안개입자를 증발시켜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액체상태의 물을 기체상태로 바꾸려면 가열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증발을 통한 안개 제거에는 많은 양의 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상당한 양의 연료를 소모해 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장치가 이용되며 보통 공항에서는 초고속 비행기의 엔진을 사용한다. 안개가 자욱한 활주로에 제트 비행기를 가동시켜 엔진이 빨갛게 달아올라 열을 방출하면 안개방울이 수증기로 증발하거나 대류 현상이 발생해 안개가 소산된다.

이 방법은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공군 비행장에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현재 일본의 경우 공항활주로에 30m 간격으로 열 발생기를 장치해 안개 발생시 자동으로 대기의 온도를 상승시켜 안개를 소산시키는 방법이 쓰이고 있다.

레이저로 안개입자 분해


안개 발생 시 교통사고 사망자 가 맑은 날의 3배에 이른다.


열 방식은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안개의 여러 유형에 가장 효과적인 제거 방법이다. 하지만 자욱한 안개를 모두 없애기에는 연료 소모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비경제적이다. 그리고 원하는 장소에서만 가열하기가 어렵고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한 탄소화합물 연료를 태우면 부산물로 물이 생성돼 대기 중에 수분이 공급된다. 때문에 추가적인 가열이 필요하다.

이런 까닭에 최근에는 마이크로파나 레이저를 이용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파와 레이저빔을 안개에 쏘아 수증기입자에 부딪치게 해 입자를 분해하고 파괴하는 방법이다. 또 이때 열이 발생해 안개입자를 가열시켜 증발되도록 한다. 학술보고에 따르면 마이크로파가 안개소산에 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 또한 레이저를 이용한 야외 실험은 따뜻한 안개를 완전히 소멸시켰다는 보고도 있다. 장비가 매우 고가이고 연구개발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방법에 대해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는 안개소산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그 필요성은 크게 인식하고 있으나 실험에 성공한 사례가 인공강우 기술에 비해 많지 않다. 특히 전자기장과 열 기술의 경우 안개소산의 효과가 시스템을 작동시킬 때만 나타나고 시스템을 정지시키면 다시 주변의 안개가 몰려드는 현상을 보인다. 완벽하게 안개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좀더 큰 전자기적 영향력이나 강한 열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안개소산 기술은 공항과 고속도로 등에서 활용하면 사고의 위험성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회항 또는 감속에 따른 연료와 시간 감축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미래에 보다 큰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 개발돼 좀더 싼값에 공급될 수 있다면 지속적인 안개소산이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이 근 미래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므로 그 후에는 매우 경제성 있는 안개소산 기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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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윤 인공강우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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