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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우리학교 과학시간엔요! 과학중점학교

5월 24일 전주기전여고 화학실. 17명의 학생들이 화학II 시간에 ‘밀도 차를 이용한 다니엘 전지’를 만들고 있었다. 금속판과 전선을 연결하는 학생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실험 과정을 서로 비교하거나 교사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실험에 참여했다. 잠시 뒤, 하나둘 LED 전구의 불이 들어오고 색이 바뀌기 시작했다.

 

경험의 다양성    ★★★★☆

대학 진학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
수학 교과와 교과 외 활동을 진행

필요한 적극성    ★★★☆☆

여러 과학 과목에 관심이 있고,

다른 학생들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면 안성맞춤

실험의 난이도    ★★★★☆

대학 수준의 과정에 바탕을 둔,
보다 심화된 실험 수업들

 

Q. 안녕하세요, 선생님. 뵙게 돼 반갑습니다. 인터뷰 전에 다니엘 전지 실험 수업을 봤는데요. 오늘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몇 학년인가요?

A. 고3 이과반 학생들 중 선택과목으로 화학II를 고른 17명입니다. 저희 학교엔 화학II 선택 반이 총 두 반이 있습니다.

 

Q. 고3이면 수능이나 입시 준비도 중요해서 실험 수업을 몇 번이나 할지 고민도 있으실 것 같아요. 한 학기에 몇 번 정도 실험을 진행하시나요? 오늘 실험의 주제인 ‘밀도 차를 이용한 다니엘 전지’에 대해서도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먼저 고3의 경우엔 1학기에 3번 정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에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기재하는 데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작년까진 고3은 교과서, 이론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수능을 밀도 있게 대비하는 장점이 있었지만, 수업에서 화학II의 개념들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이 부족해져서 학생들이 대입 면접에서 표현할 요소들이 약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고3 수업에서도 중요한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실험들을 하고 있어요. ‘밀도 차를 이용한 다니엘 전지’도 그중 하나죠. 금속을 용액에 넣고 LED를 연결해 불이 들어오는 걸 확인하며 학생들은 에너지가 발생, 변환된다는 개념은 물론, 분극 현상과 염다리, 염다리를 대신하는 물질의 밀도 차까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실험 수업이 잘 진행되려면 준비할 사항들이 일반적인 이론 수업보다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선 이런 실험이 과학 수업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실험 수업에서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A.실험은 학생들이 과학을 즐기고 호기심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오늘 다니엘 전지 실험처럼 용액에 금속을 넣어서 불을 밝히는 작은 실험만으로도 화학 이론에 흥미를 갖게 되죠. 학생들이 종종 본인들이 실험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하는데, 그 또한 실험이 일단 재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실험을 해보고, 이어서 이론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의 이해도도 훨씬 높습니다.

 

실험 수업에서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험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학생들에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준비하는 편입니다. 제 시범을 보고 학생들이 직접 실험을 한 다음, 보고서까지 작성하는 것이 전체 실험 과정입니다. 따라서 직접 실험하는 단계가 너무 어려우면 보고서 작성까지 도달하기도 어려워지죠. 자신의 실험을 점검, 정리하지 못하면 실험 수업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어렵지 않은 실험을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Q. 전주기전여고는 2017~2022년에 과학중점학교로 운영됐으며, 선생님께선 그 책임 운영 등의 공헌을 인정받아 2022년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이공계 진학에 뜻을 둔 학생들은 과학중점학교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요. 일반고와 다른 과학중점학교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과학중점학교는 과학과 수학 교과에 역점을 두고 이 교과들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다른 일반고보다 과학과 수학 과목을 많이 배우는데, 특히 과학 교과의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I, II 과목 전부, 총 8과목을 모두 이수해야합니다. 그래서 세특을 비롯해 대입, 면접에서 학생의 역량을 표현하는 데 유리한 점이 있죠. 과학중점학교 출신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면서 대학에서 과학중점학교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금은 공동교육과정이나 고교학점제로 교육과정이 다양화됐지만, 과학중점학교 도입 당시엔 화학실험, 과학융합 같은 과목들도 그 차별점이었습니다. 대학 강의처럼 2시간 연강도 가능해서 실험과 이론 수업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교과 과목 외 과학 관련 활동을 지원하므로 동아리 등이 활발해지고, 그 성과도 높아진다는 점 역시 중요합니다.

 

Q. 오늘 진행한 것과 같은 실험 수업도 과학중점학교와 일반고 차이가 있나요?

 

A. 과학중점학교는 과학, 수학 교과의 수업을 전체적으로 심화시키는 구조여서 화학실험 과목을 따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전주기전여고가 과학중점학교가 아닙니다만, 과학중점학교 시기엔 화학실험 과목을 진행해서 실험의 수준을 높였습니다. 화학실험에서의 실험은 화학II와 차이가 있어서,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장비들까지 이용해 보다 심화된 수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보고서를 스스로 구성하며 그 작성법을 더 깊이 있게 익히는 기회도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과학중점학교는 일반고와 별개가 아니라, 일반고에서 과학중점과정을 운영하는 개념입니다. 일반고에 진학한 과학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실험을 보다 밀도 있게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등학생들이 대학의 고급 화학, 일반 화학 과정에 바탕을 둔 실험을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더라도 학생들이 해당 실험에 대한 관심이나 준비가 부족하면 어려움이 컸습니다.

 

Q. 과학중점학교에 특히 더 잘맞는 학생이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어떤 학생들이 만족도가 높고, 반대로 어떤 학생들이 만족도가 떨어지나요?

 

지난 5년 동안 과학중점학교를 운영하면서 본 대학 진학의 결과가 좋았던 학생들은 과학중점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과학 과목 및 관련 지식에 스스로 관심이 있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하는 여러 교과 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이었어요. 반면 교과 공부나 수능 대비에 혼자 집중하는 것이 더 맞는 학생들은 과학중점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습니다. 과학중점학교는 들어야 하는 과목 수가 많고, 과제연구 등 교과 외 활동도 많아서 과학에 대한 흥미가 크지 않은 학생은 이런 활동을 수행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자신의 성향, 적성을 고려해 과학중점학교 선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과학중점학교에서 자신이 쌓은 성과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학생부종합(학종) 전형에 지원하는 전략도 중요합니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어요. 내신이 4점대였는데 발명 동아리에 적극 참여해 전북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금상, 전국대회 상위권에 입상하고 이화여대에 진학했습니다. 학종에서 경험과 강점을 잘 표현한 점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Q. 선생님께선 20년 정도의 경력을 갖고 계신데,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을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23년 새로 부임하는 초임 교사가 되신다면 어떤 수업을 하고 싶으신지도 궁금해요.

 

학생들이 ‘메이키 메이키’라는 기구로 컴퓨터의 입력장치를 직접 만든 수업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기구에 바나나처럼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물체를 연결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피아노처럼 소리를 내는 입력장치를 만들었죠. 학생들 스스로 만든 이 장치들은 다양한 멜로디를 훌륭하게 구현했습니다. 제 기대 이상이었죠. 학생들에 잠재된 창의력을 끌어내는 교사의 역할을 생각하게 된 수업이었습니다.

 

과학중점학교를 운영하며 전주시와의 MOU를 통해 전주시의 정책 결정에 학생들의 자율 연구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특히 전주시의 버스 노선을 조사해서 불편한 노선의 변경을 제안하고 실제 개편에 반영된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와 학생들의 연구가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며 학생들이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보다 심화된 프로젝트 수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코딩이나 메타버스 같은 공학적 요소를 결합시킨 수업들이 등장했어요. 메타버스 세계에서 학생의 아바타가 문제를 풀거나,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적용한 방탈출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는 등 국내 학교에서도 새로운 방식의 수업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제가 2023년 부임한 초임 교사라면 이런 공학적 요소들을 반영해서 프로젝트 수업의 밀도를 더 높일 수 있을 듯합니다.

Q. 마지막으로 화학에서도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워하는 단원이나 개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고등학교 화학은 수능과 연동되므로, 개념의 적용과 유추를 중요하게 다룹니다. 따라서 서로 이어진 개념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학생들에게 상당히 부담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학습지 등의 도구를 이용해 학생들이 주요 개념들을 스스로 파악하도록 돕고 있어요.

 

또한 과학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역시 예습보단 복습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배운 건 오늘 다시 공부하고 바로 풀어보면 이해가 잘 되고 기억에 더 오래 남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한꺼번에 급하게 보면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실제로 이해하는 양은 너무 적습니다. 매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그날 배운 내용을 확인하면 적은 시간으로 이해의 양을 늘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2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경희 전주기전여고 교사
  • 에디터

    라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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