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안드로메다은하, 마젤란은하.
은하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다. 특히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은하와 매우 비슷한 천체로 알려져 있어 그 모습이 은하의 ‘전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우주에는 우리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 왜소은하가 숫자로는 훨씬 많이 존재한다.
왜소은하는 크기만 작은 게 아니라 별의 밀도도 낮다. 별이 1000억 개쯤 되는 안드로메다은하는 중심이 너무 밝아 별을 구분할 수 없지만 왜소은하 대부분은 별을 하나하나 볼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우리은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왜소은하는 너무 어두워 웬만한 망원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사실 왜소은하의 존재가 처음 밝혀진 시대는 1930년대였지만 크기도 작고 별도 많지 않은 왜소은하는 천문학자들이 외면해온 ‘별 볼일 없는’천체였다. 그런데 10여 년 전부터 왜소은하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암흑물질의 비밀 간직해
사자자리에 있는 전형적인 구형왜소은하인 레오(Leo) Ⅱ는 지구에서 69만 광년 떨어져 있는, 우리은하의 위성은하로 지름이 4120광년이고 질량은 태양의 2700만 배로 추정된다. 2007년 하와이에 있는 구경 8.2m 수바루 망원경을 이용해 밝기 26등급까지 별들을 찾았는데, 전부 8만 2252개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은하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고 2000억~4000억 개의 별들로 이뤄져 있다.
왜소은하는 우리은하 같은 은하와 비교해 보면 정말 왜소하지만 대신 숫자로는 우주에 있는 은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왜소은하는 우리은하처럼 큰 은하를 이루는 구성단위로 추정되고 있다. 즉 왜소은하가 합쳐져 큰 은하가 만들어진다는 시나리오다. 지구에서 3억 21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코마(Coma)은하단에는 여전히 왜소은하 수천 개가 분포해 있다. 우리은하만 보더라도 주변에 있다고 알려진 왜소은하만 24개나 된다. 우리은하가 속한 국부은하군에는 60여 개의 왜소은하가 있다.
“작년에도 국부은하군에서 왜소은하 2개가 새로 발견됐습니다. 국부은하군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왜소은하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소은하를 연구하는 서울대 천문학과 이명균 교수는 왜소은하가 관심을 끄는 건 단지 숫자가 많아서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망원경으로 관찰한 별빛을 토대로 추정한 왜소은하의 질량과, 다른 천체와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계산한 질량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난다. 즉 별을 토대로 한 왜소은하의 질량은 실제 질량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어떤 왜소은하는 빛을 내는 물질이 전체 질량의 1%가 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우리은하 같은 보통 은하는 30% 수준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나머지 질량이 바로 암흑물질입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왜소은하는 암흑물질의 비율이 높아요.”
이 교수는 왜소은하를 이루는 별의 밝기와 색을 분석해 별의 크기와 나이 분포를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 별의 밀도가 낮은 왜소은하에서 가끔씩 별이 탄생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교수는 이런 현상도 암흑물질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성언창 박사는 청색왜소은하를 연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왜소은하를 이루는 별은 나이가 많아 식은 탓에 붉은색을 띠는 반면, 청색왜소은하는 파란빛을 내는 막 태어난 뜨거운 별이 많다. 성 박사는 “청색왜소은하의 중심에서는 가히 폭발적으로 별이 탄생한다”며 “이는 왜소은하 주변의 천체가 조석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우주 초기에 수소 가스가 모여 별이 만들어진 뒤 수십억 년 동안 소강기를 거치다가 주변에 큰 은하가 지나가거나 다른 은하와 합쳐지는 ‘사건’을 겪을 경우 중력의 영향을 받아 왜소은하 중심에 수소 가스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수많은 별이 탄생한다는 뜻이다.
“청색왜소은하는 우리은하 같은 천체에 비해 무거운 원소의 비율이 수십 분의 1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초기 우주의 환경과 비슷하지요.”
우리은하 같은 천체는 수많은 별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무거운 원소의 비율이 높아진 상태다. 작은 은하일수록 우주 초기 물질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이명균 교수는 “지금까지 우주를 이해하는 데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의문만 남아 있지 답을 모르는 현상이 많다”며 “왜소은하는 작고 어두운 천체이지만 우주 신비를 푸는 단서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왜소은하는 작아도 별 볼일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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