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예비신부와 함께 TV를 사려던 미디어다움의 이성규 씨(31)는 매장 직원의 말을 듣고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 어떤 매장에선“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표시장치)가 더 낫다”, 또 다른 매장에선“PDP(Plasma Display Panel, 플라스마표시장치)가 더 낫다”고 추천하는 바람에 판단이 서질 않았다.
LCD가 좋을까? PDP가 좋을까?
KAIST 전자전산학부 최경철 교수는“매장 직원의 말을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편광필름으로 덮인 LCD는 외부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밝은 곳에선 화질이 선명하지만 어두운 곳에선 화면 뒤쪽에서 나오는 빛이 새어나와 화질이 흐릿하다. 반면 PDP는 화면을 구성하는 격자마다 빛을 내보내기 때문에 어두운 곳은 더 어둡고 밝은 곳은 더 밝은 영상을 만들어낸다. LCD는 밝은 곳에서 PDP는 어두운 곳에서 화질이 더 선명하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매장이 밝거나 어두운 것은 LCD와 PDP를 많이 팔려는 전략”이라며“매장에서 화면이 선명하다고 집에서도 똑같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TV를 시청하는 공간은 대부분 실내여서 상대적으로 어둡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 교수는“어떤 목적으로 TV를 쓸 것인가를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극장 같은 분위기로 영화를 보려면 PDP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그런데 PDP는 LCD에 비해 전력소모가 많다는 단점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PDP는 1시간 당 소비전력이 270W(와트)지만 LCD는 200W 수준이다.그만큼 PDP는 전기요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최 교수팀은 PDP의 전력소모를 줄이는 연구로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한다.
PDP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닥 상태의 에너지를 갖는 기체를 수만℃로 높이면 원자나 분자는 전자를 잃거나 얻으면서 이온이 된다. 이처럼 양이온과 음이온, 전자가 많이 모인 집합체가 플라스마다. PDP에 전기가 흐르면 플라스마뿐 아니라 들뜬상태의 원자나 분자들도 만들어진다.
이처럼 들뜬상태의 원자나 분자들은 에너지가 낮은 바닥상태로 떨어지면서 자외선이나 적외선, 가시광선을 방출한다. PDP는 이때 방출되는 자외선이 형광체에 부딪혀 가시광선으로 바뀌는 원리를 이용한다.
PDP 발광효율 세계 최고
들뜬상태에서 바닥상태로 떨어지면서 자외선이 잘 나오는 기체를 찾거나 낮은 전기장에서도 PDP에 채워진 기체를 더 많이 들뜬 태로 만들어 자외선을 방출하면 PDP의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다. 최 교수는 전기장을 낮추기 위해 두전극 사이의 거리를 넓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전기장은 두 전극 사이에 걸린 전압에는 비례하고 거리에 반비례한다. 전극 사이가 넓을수록 전기장이 약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전기장을 낮추기 위해 전극 사이의 거리를 무작정 넓힐 수는 없는 일이다.
최 교수팀은 두 전극 사이에 새로운 전극을 삽입해 PDP에 들어있는 기체를 들뜬상태로 많이 만드는 기술을 찾아냈다. 이 기술로 1W당 1.5~2lm(루멘)✽에 불과하던 빛의 밝기를 12lm까지 향상시켰다. PDP에 관한 실험으로는 세계 최고기록이다. 덕분에 최 교수는 지난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IMID)에 초청논문을 발표했으며, 오는 5월에도 미국에서 열리는 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 초대받았다.
최 교수는“뒤늦게 PDP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며“‘플라스마’같은 고온의 열정으로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 기록을 경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lm(루멘)
PDP와 LCD처럼 일정한 크기의 화면에서 방출돼 눈에 도달하는 빛의 양을 속도로 환산한 단위다. 직진하는 빛의 속도인 광속과 달리 단위시간 당 단위면적을 통과하는 빛의 양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