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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새로운 유형의 영웅들을 낳았다. 이들은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초능력을 지녔으며, 복잡한 갈등과 혼란에 휘말려들어 괴로워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20세기를 특정짓는 과학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악당들과 맞서는 '슈퍼영웅'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미국 만화계에서는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 두 출판사가 양대 산맥을 이루면서 숱한 슈퍼영웅들을 배출해 왔다. ‘DC’는 초창기 주요 시리즈 중 하나였던 ‘탐정만화’(Detective Comics)의 머리글자가 상표이름으로 굳어진 것으로, 193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만화책을 발행했다. DC 코믹스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3대 영웅은 ‘슈퍼맨’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 이다. 한편 1939년 설립된 마블 코믹스는 ‘스파이더맨’과 ‘헐크’를 탄생시켰다. ‘마블’(marvel)은 ‘놀라움, 경이’라는 뜻이다.

원래 영웅담이란 어느 시대에나 신화처럼 존재하기 마련이며 독자들에겐 대리만족의 경험을 선사한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새롭게 슈퍼영웅들이 등장한 것은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바 크다.

과학으로 무장

여러 과학 분야에서 놀라운 지식의 축적이 일어나고, 이것은 교육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인에게 광범위하게 보급됐다. 따라서 만화계로서는 더이상 신비한 마법이나 불가사의한 환상만으로 일반 대중을 설득할 수 없게 됐다. 슈퍼맨과 스파이더맨, 그리고 헐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슈퍼맨은 지구보다 정신적·육체적 능력이 훨씬 뛰어난 행성에서 태어난 외계인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은 방사능을 띤 거미에게 물려 거미의 능력을 지니게 됐으며, 헐크는 감마선을 심하게 쬔 바람에 화가 나면 돌연변이체(괴물)로 변한다.

슈퍼맨은 슈퍼영웅 중에서 가장 먼저 탄생했다. 1930년대 초 만화가 조 셔스터와 작가 제롬 시겔이 창조해 신문 연재 만화로 선을 보였으나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1938년 ‘액션 코믹스’ 1호에 독자적인 스토리가 처음 실려 커다란 성공을 거두면서 오늘날 슈퍼영웅담의 전형을 만들어냈다.

주인공은 멸망해가는 행성 크립톤에서 태어난 칼-엘이라는 외계인이다. 그러나 그는 부모에 의해 지구로 보내진 뒤 사람좋은 켄트 부부에게 입양돼 클라크라는 이름을 얻는다. 그는 성장하면서 자신이 지구인보다 월등한 신체적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친부모의 유언에 따라 정체를 숨기고 자신의 능력을 인류를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성인이 돼 ‘데일리 플래닛’지의 기자로 일하는 그는 자신이 나서야 할 상황이면 특유의 슈퍼맨 복장으로 홀연히 나타나 활약한다.

그런데 그의 능력이 너무나 강력해서 이야기의 전개가 뻔하게 되자, 그를 괴롭힐 수 있는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난다. 1941년도부터 시작된 ‘슈퍼맨’ 라디오 연속극에서 처음 등장한 이 장애물은 바로 고향별 크립톤의 돌인 녹색빛의 크립토나이트다. 슈퍼맨은 이 광석 가까이에서는 초능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영상매체에서는 1941년부터 만화영화로 선보이기 시작했고, 40년대 말과 50년대 초에 각각 15편의 흑백 극영화 시리즈로 나왔다. 그 이후 지금까지 숱하게 극장이나 TV용 영화로 만들어졌고, 청소년 시절을 다룬 ‘슈퍼보이’ ‘루이스와 클라크’, 그리고 슈퍼맨의 사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슈퍼걸’ 같은 영화도 나왔다.
 

배트맨이 총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스파이더맨의 본명은 피터 파커. 고교생 시절 방사능에 오염된 거미한테 물리는 바람에 거미의 능력을 지니게 됐다. 1962년 8월 마블 코믹스의 ‘어매이징 환타지 15호’에서 처음 등장했다. 영상매체에 등장한 것은 1977년 TV용 영화가 처음이며, 그 후 시리즈로 이어져 1978년부터 2년간 TV연속극으로 방영됐다.

TV에서는 처음에 엠파이어 주립대학의 대학원생으로 나왔다가, 나중에 ‘데일리 버글’지의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범죄자들과 맞닥뜨릴 때 특수한 능력을 발휘한다. 거미 특유의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초감각과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완력, 그리고 벽에 달라붙거나 거미줄을 타고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헐크는 1962년 5월 마블 코믹스의 시리즈물로 처음 탄생했고, 1977년부터 5년간 TV 연속극으로 선보였다. 본명은 데이비드 배너 박사. 감마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한 뒤 2m 15cm의 신장에 녹색의 근육질 거인인 헐크로 변신하게 됐는데, 그 뒤로 분노와 같은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수시로 헐크로 변하는 운명이 됐다. 데이비드 박사는 자신이 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위장한 뒤 방랑의 길을 떠나지만,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맥기 기자에게 늘 쫓긴다.

이들에 비해 배트맨이나 원더우먼이 탄생한 배경은 과학적 논리성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하지만 이들도 미지의 신소재라거나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 지역과 같이 옛날의 ‘마법’에 비해 보다 과학적인 옷을 입고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다.

배트맨은 본모습을 숨긴 ‘마스크 영웅’이다. 본명은 브루스 웨인. 뉴욕시를 은유하는 고담시에 사는 백만장자다.

그는 1939년 5월 ‘DC 코믹스’ 27호에서 만화가 밥 캐인과 작가 빌 핑거에 의해 처음 탄생했다. 등장 이후 계속 인기를 얻어 1940년 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딴 ‘배트맨’이란 만화책이 나왔다.

1940년에 나온 만화책에서 브루스 웨인은, 자신이 12살때 부모가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을 목격한 뒤 자신의 인생을 범죄자들과 싸우는 데 바침으로써 부모님의 죽음에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또 자신과 마찬가지로 악당들에게 양친을 잃은 서커스 집안의 아들 딕 그레이슨을 거두어 자신의 파트너 로빈으로 만든다.

한편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1941년, 배트맨의 출판사인 DC 코믹스사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에 충격을 받았다. 그 결과 “배트맨은 절대 총을 쓰지 않는다”라고 선언하도록 한다.

배트맨이 영상매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43년의 극영화이며, 그 뒤 60년대에도 영화와 TV연속극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1989년에 팀 버튼 감독에 의해 새롭게 시작된 ‘배트맨’ 영화 시리즈로 화려하게 예전의 명성을 되살렸다.
 

고뇌하는 영웅

원더우먼의 본명은 다이아나 프린스. 버뮤다 삼각지 부근에 위치한 영생불사의 여인왕국인 신비의 섬 파라다이스 출신이다. 세계대전이 발발해 파라다이스의 미래도 위협을 받게 되자, 현명하고 용감한 힙폴라이트 여왕은 미군 장교인 스티브 트레버가 그 섬에 불시착하도록 유도한다. 여왕은 그의 파트너를 한명 정해서 함께 바깥세상으로 다시 내보낼 의도였는데, 여왕의 딸인 다이아나가 트레버와 사랑에 빠지자 두사람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다이아나는 투명한 로봇 비행기와 황금색의 만능 올가미 등으로 무장하고 바깥 세상에서 증오와 압제의 무리들에 맞서 싸우게 된다.

원더우먼은 1941년 겨울에 발행된 DC 코믹스사의 ‘올스타 코믹스’ 8호에서 찰스 모울튼에 의해 처음으로 탄생했다. 찰스 모울튼은 본명이 윌리엄 M. 마스튼이라는 심리학자로서, 거짓말탐지기를 개발한 사람이다.

영화 ‘원더우먼’은 1974년과 1975년에 두차례 제작됐는데,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도 낯익은 배우 린다 카터는 1975년판에서 처음 원더우먼 역을 맡았고, 그 뒤 1976년부터 3년간 이어진 TV연속극 시리즈에도 주연으로 나왔다.

20세기에 등장한 슈퍼영웅담에는 한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슈퍼영웅들과 대적하는 악당들 또한 발달된 과학기술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악당들 중에 세계 정복을 꿈꾸는 광기에 찬 과학자들이 많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이들이야말로 고전에 나오는 사악한 마법사나 초능력을 지닌 요괴들의 현대판인 것이다.

한편 이들 영웅은 모두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금세기 들어 미국은 ‘자유진영’의 수호자로 자처해온 만큼, 미국인들 스스로 그런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 이런 슈퍼영웅들을 만들어 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슈퍼영웅들이 항상 정의롭고 강하며 확신에 찬 모습을 띤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고뇌하고 때로는 악당처럼 변신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들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만화책은 달리 보면 하나의 상품이다. 즉 꾸준히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늘 강하고 흔들림없는 영웅이라면 언제나 이야기의 결말은 뻔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내 식상하기 마련이다.

또한가지 이유는 50년대 이후 벌어진 다양한 ‘정신적인 충격’ 현상이다. 맹목적인 반공 이데올로기가 퇴조하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화해하는 데탕트 시대가 닥쳤다. 미국의 월남전 개입, 개인주의나 환경오염와 같은 현대 산업사회의 각종 폐해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대량소비와 정보과잉으로 상징되는 현대인의 정체성 상실 같은 어둡고 혼란스런 문제들이 줄곧 이어졌다.

이와 같은 현대 문명사회의 오점들은 슈퍼영웅들의 이야기에 반영되기에 이르렀다. 슈퍼영웅담의 구성은 복잡해지고 영웅들의 성격은 다양한 변화를 맞는다. 보다 인간적으로 변한 것이다.
 

영화는 단편적 모습만 그려

1960년대부터 슈퍼영웅들은 보다 인간적인 감정을 지니고, 나이를 먹기도 하고, 인간 못지 않게 자제력을 잃고 분노와 공포를 느끼며, 심지어 신경성 노이로제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스스로 못된 짓을 저지를 때도 있다. 악당과 싸우다 무참하게 당하기도 하고, 개중에는 악당으로 변신하는 영웅까지 있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는 일종의 금기였던 에로틱한 로맨스를 펼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접하노라면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는 것은 물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무척 ‘재미’있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성격 변화는 TV나 영화에는 거의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영화에서 일부 접할 수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만화책이 영웅들의 모든 면모-지성, 고뇌, 연민, 악당과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 철학-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매체로 남아 있다.

TV나 영화들은 이러한 영웅들의 모습을 상대적으로 가볍고 단순화된, 무엇보다도 선과 악의 이분법적 도식으로만 주로 묘사해 왔다. 따라서 원작 만화책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는 우리로서는 슈퍼영웅담의 단편적인 면모만을 엿본 셈이다.

20세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기존의 슈퍼영웅들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궁금하지만, 그보다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운 슈퍼영웅의 출현이 기대된다. 특히 '우리의 21세기형 토종 영웅'이.

슈퍼맨 X선 투시 능력

■성격: 선과 정의의 상징. 스스로를 영웅이라기보다 옳은 일을 행하는데 노력하는 남자라고 생각
■능력: -투시력(X선, 적외선, 열)
-초인적 감각, 속도, 괴력
-비행
■배경: 지구보다 신체적이나 과학기술 면에서 훨씬 뛰어난 행성 크립톤에서 탄생
■무기: 거의 무기를 쓰지 않음
■약점: 고향 행성에 있는 방사성 물질 크립토나이트(kryptonite)가 기력을 잃게 함

스파이더맨 거미의 초감각

■성격: 범죄자를 물리치는 정의의 사자
■능력: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초감각
-괴력
-벽에 달라붙거나 거미줄을 타고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능력
■배경: 고교 시절 방사능에 오염된 거미에게 물림
■무기: 손에서 발사하는 거미줄로 적을 사로잡음
■약점: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복사체(클로)와의 싸움에서 고전

헐크 화날 때 얻는 괴력

■성격: 인간에게 잠재된 투쟁의식 상징. 자신을 해칠 의사가 없는 새물에게 덤비지 않음
■능력: 괴력
■배경: 한 과학자가 모든 인간이 가지는 숨겨진 힘(싸움)의 열쇠를 찾던 중 감마선이 남 성 호르몬 아드레날린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핵심인 점을 발견. 직접 실험에 임하 던 중 감마선을 너무 많이 쪼여 갑자기 괴력을 얻음. 화가 날 때마다 거대한 힘 을 지닌 거대한 녹색 거인으로 변신
■무기: 없음
■약점: 변신했을 때 지능 수준이 떨어지고 말을 하지 못해 다른 사람이 성질을 가라앉히 기 어려움. 분노에 의해서만 움직임

배트맨 범죄심리의 달인

■일명: 어둠의 기사
■성격: 밤에만 활동. 선을 보호하고 악을 물리치는 일에 강하게 집착하고 우울증 증세를 보임
■능력: -범죄심리학의 달인.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탐정
-최고의 스포츠맨
-모든 형태의 육체적 전투 기술을 갖춘 최고의 전투기술자
-뛰어난 탈출 기술자, 위장과 속임수의 명수
■배경: 어린시절 부모가 살해되는 장면을 보고 충격받아 일생을 범죄와 싸울 것을 맹세. 어린시절 자신을 겁먹게 했던 박쥐에서 염감을 얻어. 범죄자들과 싸울 때 박쥐의 어두운 심성을 자신에게 이입시킴.
■무기: -가스 탄알, 갈고리 달린 케이블총, 부메랑(배트랑), 전기울가미 등이 장착된 다 용도 벨트
-산뜻하고 소리없는 운송수단: 자동차(배트카), 날개(배트윙)
-고담시(뉴욕이 모델)의 아지트(배트케이브). 주인공 집 지하에 있으며, 최첨단 컴퓨터, 무기, 운송수단 등을 숨긴 비밀 동굴임
■약점: 인간이기 때문에 전투에서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음. 또 특유의 강박관념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도움받는 것을 때때로 거부

원더우먼 신에게 부여받은 재능

■성격: 세계 평화의 메신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우선적으로 찾지 만, 불가피한 경우 전투에 뛰어드는 일에 주저치 않음
■능력: -초인적인 괴력
-비행
-고대 그리스의 일대일 전투법을 훈련받은 숙련된 전사
-자신을 지켜보는 고대 그리스 신들과 커뮤니케이션
■배경: 기원전 1천2백년.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인간에게 신의 지혜를 전해주고 전쟁의 신 아레스로부터 지키기 위해. 그리스 여전사족 아마존을 창조했음(아레스는 아마존족의 고향 섬 아래에 갇혀 있음). 원더우먼은 신들로부터 뛰어난 재능과 힘을 부여받은 아마존 여왕 힙폴라이트의 딸로서, 타고난 전사로서의 기량 때문에 아마존족에서 인간세계로 보내지는 특사로 선발.
■무기: -총알이 튕겨나가는 은색 팔찌
-포로가 절대적으로 진실만을 말하도록 유도하는 황금 올가미
■약점: 평화적인 해결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이 점을 이용하는 잔혹한 악당 앞에서 곤란을 겪기 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