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 뾰루지 대마왕 | 제주도
마그마가 분출되면서 생성된 제주도를
위에서 본 사진. 가운데에 솟아 있는
지형이 한라산이고 그 주변에 370여 개의
기생화산이 널려 있다.
옛날 옛적~ 한라산을 베고 누우면 제주도 앞바다에 발이 닿을 정도로 키가 큰 설문대할망이 살았다. 그는 붙어 있던 하늘과 땅을 쪼개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흙무더기를 쌓아 편평한 제주도를 만들고 그 한가운데에 한라산을 세웠다. 그 뒤 한라산 꼭대기는 할망이 잘못 휘두른 빨래방망이에 맞아 저편으로 날아가 산방산이 됐다. 설문대할망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제주도는 한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약 120만 년 전 바닷속에서 마그마가 분출되면서 생성됐다.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급격히 솟아 있는데, 해안가로 갈수록 능선이 완만해진다. 전문가들은 처음에 제주도가 생길 때 점성(차지고 끈끈한 성질)이 낮은 용암(지표로 나온 마그마)이 분출되다가 나중에는 백록담에서 점성이 높은 용암이 분출됐다고 추측한다. 제주도에는 한라산 같이 큰 화산 외에도 수많은 기생화산(오름)이 있으며 구멍이 많고 검은 현무암이 전 면적의 90% 이상을 덮고 있다.
최근 제주도는 스위스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 재단이 주관하는 ‘신 세계 7대 자연경관(New 7 Wonders of Nature)’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종 후보는 모두 28곳이며 지난해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네티즌 투표와 전문가 회의를 거쳐 선정됐다. 후보에는 제주도 외에도 브라질 아마존 산림, 미국 그랜드캐니언,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섬,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걸쳐 있는 사해 등이 올랐다. 뉴세븐원더스는 2011년 하반기까지 인터넷 홈페이지(www.new7wonders.com)에서 전 세계 네티즌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신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용암 대신 진흙 뿜는 화산
제주도는 다양한 화산 지형으로 유명하다. 그중 하나가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해안에 까만 현무암 기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지형, 바로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땅 위로 분출된 용암이 공기나 바닷물에 노출돼 빠르게 식으면서 육각기둥 모양으로 쪼개져 만들어진다.
‘신 세계 7대 자연경관’ 최종 후보에는 화산 지형이 많다. 베수비오 화산은 79년 8월 용암을 분출해 이탈리아 폼페이를 뒤덮었는데, 1748년부터 화산재와 용암 속에 묻혀 있던 유적과 시신이 발굴되면서 유명해졌다. 거대한 칼데라(분화구가 무너져 생긴 화구)가 만년설로 덮여 있어 스와힐리어로 ‘하얗게 빛나는 산’이라는 뜻의 킬리만자로도 최종 후보다.
이들 가운데 가장 특이한 후보는 바로‘아제르바이잔의 진흙화산’이다. 커다란 화염을 뿜으며 검은 연기에 휩싸여 분출물을 강렬하게 뿜어대는 모습은 영락없는 화산이지만 사실 진흙화산은 용암을 분출하지 않는다. 분출물의 86%는 메탄가스이고 수t 가량 뿜어져 나오는 진흙은 대부분 이산화규소(55.7%)와 탄산나트륨, 탄산칼슘, 탄산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다. 용암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지역과 온도가 비슷할 만큼 미지근하다.
전 세계에는 700여 개의 진흙화산이 있으며 그중 400여 개가 아제르바이잔 카스피 해 주변에 있다. 아제르바이잔 과학대 지질학과 연구팀은 “역사시대가 시작한 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만 최소 20번의 진흙화산 분출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2001년 봄 아제리 해안에서 진흙화산이 분출해 새로운 섬이 탄생했고, 그해 10월에는 바쿠의 로바탄 지역에서 분출된 진흙이 바쿠 바깥쪽 15km까지 흘렀다.
어떻게 진흙이 화산처럼 분출할까. 전문가들은 “지하에 있던 가스가 압력을 받아 폭발을 일으키면서 진흙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진흙화산 지대가 생성된 지 얼마 안 된 퇴적층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퇴적층 표면에는 균열이 생기기 쉬워 가스가 조금만 압력을 받아도 쉽게 분출될 수 있다. 실제로 아제르바이잔 진흙화산지대에서는 해마다 2000만L의 가스가 분출된다.
그랜드캐니언과 이구아수 폭포의 공통점
물이 만든 장엄한 조각품으로 유명한 그랜드캐니언은 미국 애리조나 주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이 콜로라도 고원을 가로지르면서 형성됐다. 그랜드캐니언은 길이 447km, 너비 6~30km, 깊이 1500m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깊은 협곡이다. 거대한 절벽을 이루는 각양각색의 암석층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20억 년 동안의 사연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어 학술적인 가치도 높다.
신 세계 자연경관 최종 후보에 오른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이나 캐나다의 펀디 만(호프웰록스)처럼 물이 깎아 놓은 조각품을 보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두려움마저 든다.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면 앙헬 폭포와 이구아수 폭포를 보라.
베네수엘라 남동부 볼리바르 주 동쪽에 있는 앙헬 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로 전체 높이가 1600m에 이른다. 주요 물줄기가 떨어지는 거리가 979m나 돼 물은 땅에 닿기도 전에 하얀 안개가 돼 공중으로 흩날린다. 폭포 바로 아래에는 세차게 떨어진 물이 깎아 놓은 ‘악마의 계곡’이 있다.
또 브라질에 있는 이구아수 폭포는 세계에서 물줄기가 가장 많은 폭포다. 너비는 4.5km, 물줄기가 떨어지는 평균거리는 70m나 된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무려 20km 밖에서도 들릴 정도 라고 한다. 이 두 폭포 모두 최종 후보에 당당히 올랐다.
산호가 모여 있는 바다는 무슨 색?
필리핀 세부, 태국 푸켓 남동쪽에 있는 피피 섬, 남태평양 보라보라 섬, 인도양에 있는 몰디브,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이곳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기 있는 관광지이자 모두 산호초로 이뤄진 섬이다. 이 가운데 몰디브와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신 세계 7대 자연경관의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산호초 섬 주변의 바다 색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바다와 많이 다르다.
한국의 바다는 파랑이나 군청 같이 짙은 색으로 보이지만 산호초 섬을 둘러싼 바다는 옅은 파랑부터 하늘색, 옥색, 심지어 초록색으로 보이는 곳도 있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바다가 파란 이유는 햇빛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깊이에 따라 흡수되고 파란색만 남아 물에 산란되기 때문이다. 수심 5m까지는 빨간색이, 수심 10m까지는 주황색이, 수심 20m까지는 노란색이, 수심 30m에서는 초록색이 흡수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심 30m 이상이 되는 바다에서는 물이 파랗게 보인다.
산호초가 많은 해역은 수심이 20~30m로 비교적 얕아 햇빛이 그대로 투과한다. 대부분의 초록빛과 노란빛이 흡수되지 않고 물속에 산란돼 바닷물이 대개 옥색을 띤다. 산호가 얕은 곳에서 사는 이유는 공생하는 해조류가 햇빛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떼를 지어 사는 산호는 그 안에 살며 광합성을 하는 수백만의 단세포 해조류로부터 먹이를 얻고 해조류들을 보호한다.
또 산호초는 열대어를 비롯한 해양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 그래서 산호초가 숲처럼 우거진 곳은 물고기들이 숨어서 살 수 있는 공간이며, 동시에 먹잇감을 구하는 사냥터다. 결국 산호초 섬은 마치 천국의 일부가 바다 위로 떨어진 듯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여 ‘가고 싶은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높지만 사실 해양 생태계의 ‘전쟁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