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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재학생 인터뷰] ‘최고의 학과’ 만드는 ‘최고의 학생’

“최고의 학교, 최고의 학과에 온 걸 환영한다고 교수님들이 늘 말씀하세요. 훌륭한 교수님들과 똑똑한 학생들이 모인 곳이라는 점이 우리 학과의 자랑거리죠.”

 

단풍이 아름답게 들었지만 미세먼지가 뿌옇게 하늘을 덮은 11월 7일,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재학생 6명을 만났다. 그들에게서 ‘최고 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던 합격 비결을 들어봤다.

 

 

 

내신 관리로 정시 합격 17학번 김윤진

 

김윤진 씨는 서울 창덕여고를 졸업하고 정시로 화학생물공학부에 합격했다. 그는 정시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로 내신 관리를 꼽았다. 보통은 정시로 합격한 학생은 내신보다 수능에 더 집중한 경우가 많다.

 

김 씨는 “다들 ‘내신을 버리고 정시에 올인한다’고 하는데, 1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총 10번의 내신 시험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처럼 시험을 봤다”며 “그렇게 내신 공부를 한 덕분에 수능을 볼 때도 수월했고,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수능 두 달 전부터 문제 풀이를 위해 잠시 사교육을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사교육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는 “집 앞에 대형 서점이 있어서 그 날 배운 것 중에 흥미로운 과학 개념이 있으면 서점에 가서 관련된 책을 모두 찾아봤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생물에서 세포 내 공생설을 배웠을 때 너무 신기해서 그 이론의 탄생 배경과 이론을 제안한 린 마굴리스라는 과학자에 대해 찾아본 뒤 그가 쓴 책까지 다 읽었다. 이런 방식으로 공부한 덕분에 기억에 더 잘 남고, 더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화학생물공학부의 장점으로 “넓은 분야를 배우는 만큼 연구실이 다양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학부 이름에 ‘생물’이 들어가 있지만, 생각보다 생물을 많이 배우지는 않는다”며 “기초 학문에 관심이 있는지, 응용 학문에 관심이 있는지 잘 생각한 뒤 지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독보적으로 잘하는 과목 만들어라 17학번 윤형로

 

윤형로 씨는 대전동신과학고를 졸업한 뒤 수시 일반전형으로 화학생물공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뇌공학을 전공하고 싶어 이 학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뇌공학은 화학, 생물학, 공학 등 여러 분야가 접목된 학문인 만큼, 다양한 과목을 배우며 기초를 다지는 데는 화학생물공학부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학고에서 조기졸업을 한 윤 씨는 2학년 때 3학년 과정까지 모두 공부했다. 그는 “시간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공부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학 3시간, 물리 2시간, 화학 1시간씩 과목별로, 단원별로 철저히 시간을 나눠 공부했다.

 

특히 화학 성적이 좋았다. 화학 과목에서는 모두 1등급을 받았고, 학교에서 ‘화학 잘하는 친구’로 모두가 윤 씨를 꼽을 정도였다. 그는 “자신 있는 과학 과목을 하나 선택해서 독보적으로 잘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수학 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지만, 내신에서 한 차례 시험을 망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다. 윤 씨는 “성적이 잘 안나왔더라도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씨는 자기소개서에 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지원 학과 홈페이지는 무조건 읽어보고, 학과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씨는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으로 돌아가신 점, 뇌공학에 대한 자신의 관심, 서울대에서 개최하는 뇌과학 캠프 참가 경험 등을 엮어 자기소개서를 썼다.

 

수시 일반전형에서는 면접도 중요하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고 수학 문제를 풀어 면접관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 윤 씨는 “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지 못하더라도 아이디어를 잘 설명하면 면접관이 힌트를 주기도 한다”며 “너무 기죽지 말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면접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내 대회 전부 참여 18학번 유원준

 

서울 청량고를 졸업하고 수시 지역균형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유원준 씨는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아서 화학생물공학부를 지원했다. 그는 “처음에는 화학생물공학부라는 이름 때문에 화학만 공부할 줄 알았다”며 “그래서 에너지자원공학과를 지원할 뻔 했다”고 말했다. 

 

에너지자원공학과는 석유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실제로 신재생에너지를 다루는 곳은 화학생물공학부다. 그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찾아보니 화학생물공학부는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등 연구 분야가 매우 다양했다”며 “진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에 끌려 화학생물공학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1학년 때부터 무조건 지역균형 선발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꾸준히 내신 성적을 관리했다. 그는 “매 학기 전교 1등을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성적뿐만 아니라 교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모두 열심히 참가했다. 물리 실험 동아리를 비롯해 각종 교내 대회에 전부 참여해 일반고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활동을 했음을 보여줬다.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유 씨는 공부와 자기소개서, 면접 준비도 모두 혼자서 했다. 그는 “학과 홈페이지에 나온 연구실 설명 등을 꼼꼼히 읽은 것이 가장 도움이 됐다”며 “면접을 볼 때 사교육을 받지 않은 만큼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스스로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 점이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균형 선발전형의 면접은 일반전형과는 달리 인성 면접이다. 유 씨는 면접 일주일 전부터 자기소개서와 참고 자료 등을 꼼꼼히 보면서 외웠다. 그는 “예상 질문을 뽑아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연습을 많이 했다”며 “문을 열고 면접관에게 인사한 뒤 면접을 끝내고 문을 닫고 나가는 과정을 여러 번 연습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적, 연구, 리더십 삼박자 갖춰 18학번 이기범

 

이기범 씨는 영재고인 대구과학고를 졸업하고 수시 일반전형으로 화학생물공학부에 합격했다. 그는 “공학 계열의 회사를 차려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화학생물공학부가 공대 중에서 가장 활용 범위가 넓은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학교 때는 문과 지망생이었는데, 진로를 급하게 바꿔 영재고로 진학했다. 그래서 1학년 때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는 “개념과 문제 풀이를 병행해 공부했다”며 “대학교 교재, 심지어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인 미트(MEET)나 디트(DEET) 문제까지 풀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학년 때 중위권이었던 성적이 마지막에는 상위권으로 올랐다. 

 

하지만 화학생물공학부에 입학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래서 이 씨는 대외 활동에도 많은 열정을 쏟았다. 먼저 과학에 대한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연구 활동을 많이 했다. 대구과학고는 재학 기간동안 5개의 연구 수업을 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과학창의재단에서 지원하는 ‘융합인재교육(STEAM) R&E’였다. 1년 동안 하고 싶은 주제를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데, 이 씨는 유기 용매를 친환경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이제까지 논문에 나오지 않았던 걸 찾아내는 방법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2학년 때는 학교 학생회 활동을 하고, 3학년 때 전교 회장에 당선되면서 리더십도 길렀다. 이 씨는 “리더십이라는 스토리 아래 학생회를 이끌면서 학교 측이나 학생회 구성원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있었던 일, 이를 통해 느낀 점 등을 자기소개서에 정리했다”며 “성적과 연구, 리더십이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점이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과서 달달 외워 내신 관리 18학번 정세윤

 

정세윤 씨는 구미여고를 졸업하고 수시 지역균형 선발전형으로 화학생물공학부에 입학했다. 정 씨는 수시와 정시를 함께 준비하며 성적 관리에 힘썼다. 그는 “일반고에서 지역균형 선발전형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 씨는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외웠다. 고3 때는 EBS 교재를 교과서로 많이 쓰는데, 같은 문제를 열 번씩 풀었다. 정 씨는 “문제를 여러 번 풀면 개념이 계속 머리에 박히고 응용력도 좋아져서 새롭게 푸는 방법도 발견하게 된다”며 “이 방식은 정시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과 각종 대회도 열심히 참가했다. 시간을 쪼개 토론, 실험, 해부, 생명, 화학 등 다섯 개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정 씨는 “이과생이었지만 문과 학생들을 위한 대회에도 참가해 수상할 만큼 열심히 했다”며 “그만큼 관심 분야가 넓고 학교 활동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화학생물공학부의 자랑거리를 묻자 정 씨는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이 교수진으로 포진해 있고, 그만큼 학생들의 수준도 높다”고 말했다. ‘취업은 잘 되는데 졸업장을 받기가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공부할 양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그만큼 배울 게 많은 학과라고.

 

 

 

면접의 기본은 예의 18학번 표영욱

 

한성과학고를 졸업하고 수시 일반전형으로 화학생물공학부에 합격한 표영욱 씨는 어렸을 때부터 화학을 좋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과학고에 진학했고, 공부를 하면서 순수과학보다는 응용과학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 화학생물공학부에 지원했다.

 

표 씨는 과학고 출신이라도 내신 성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고에서는 조기졸업도 내신 성적으로 커트라인을 정하기 때문에 내신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신이 기본이고 이에 더해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해서 해당 학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표 씨도 내신과 연구 활동을 병행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1학년 1학기에 전교 1등을 했던 성적이 2학기가 되면서 50등까지 떨어졌다. 연구 활동을 같이 하려다 보니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조기졸업을 포기하고 3학년까지 다닐까도 생각했지만, 조기졸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해 2학년 때 다시 전교 2등을 할 수 있었다. 표 씨는 “성적이 떨어져도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표 씨는 면접에 관한 팁도 소개했다. 그는 “면접에서 기본은 면접관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며 “예의 하나하나가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면접관이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원하는 질문을 면접관이 물어보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며 “준비한 것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도록 말하는 기술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1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오혜진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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