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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강원도가 가까워졌다.”

서울시 강동구에서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까지 총 길이 61.4km에 이르는 경춘고속도로가 지난 7월 15일 개통됐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래프팅을 즐기기 위해 강원도 영월의 동강을 찾는다. 겨울에는 강원도 홍천 인근의 스키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시까지는 길이 막힐 때면 2~3시간씩 걸리는 경우가 흔했고 차량 흐름이 원활해도 1시간 10분 이상 걸렸다. 경춘고속도로가 완공되며 이제는 서울에서 춘천까지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경춘고속도로는 국내 최초로 건설된 친환경 고속도로이기도 하다. 산악지형과 상수원 보호지역을 지나는 만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이 집약됐다.

소용돌이 빗물처리시설로 상수원 오염 막아 주식회사 경춘고속도로의 박철균 과장은 “경춘고속도로에는 다양한 친환경 설계법과 공법이 쓰였다”며“오염물질이 상수원으로 흘러드는 일을 막는 처리시설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도로는 물론 논밭 같은 토양경작지, 주택 주변에 축적된 오염물질은 비가 올 때 유출된 뒤 지표면을 흐르는 빗물과 섞여 배출되는 일이 많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차량에서 도로로 떨어진 휘발유 같은 기름성분이나 흙, 각종 쓰레기, 심지어 대기오염물질이 빗물에 섞인다. 기존의 교량은 이런 빗물을 모아 그대로 흘려보냈기 때문에 강을 오염시키기 일쑤였다.

경춘고속도로 구간 가운데 한강 하류를 가로지르는 미사대교와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서종대교에는 빗물을 모은 뒤 강으로 흘려보내기 전에 빗물을 정화하는 시설을 거치도록 설계했다. 초기 빗물처리시설에는 (주)한국종합환경이 특허를 갖고 있는 그물망(CDS 스크린) 방식의 빗물 여과장치가 쓰였다. 이 장치는 빗물이 유입될 때 생기는 소용돌이(와류)와 원심력, 중력을 이용해 오염물을 거른다.

기존의 빗물처리시설은 빗물이 유입되는 방향이 오염물이 여과되는 방향과 같아 여과 필터가 쉽게 막힐 뿐 아니라 물이 역류하는 경우가 많아 효율이 떨어졌다. 그러나 새로운 장치는 유입된 빗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도록 설계됐다. 이때 생기는 원심력으로 비교적 무거운 오염물은 빗물과 분리된다.

물이 투과하는 방향과 오염물이 여과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물이 역류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또 이 빗물처리시설을 이용하면 크기가 200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에서 1mm까지인 오염물을 95% 이상 제거해 상수원 오염을 막을 수 있다.




치약 짜내듯 다리 건설

경춘고속도로는 한강 하류와 북한강을 지난다. 시원하게 뚫린 다리 위를 달리며 운전자들은 산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곧 수많은 교량을 지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춘고속도로 전체 구간에서 교량 수가 53개나 되기 때문이다.

북한강을 횡단하는 서종대교를 비롯한 교량에는 투명 방음벽을 설치해 발생하는 소음을 줄였을 뿐 아니라 운전자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노문1교를 비롯한 경춘고속도로 교량 대부분에는 건설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연속압출공법(ILM)을 동원했다.

이 공법은 육지에 설치한 제작장에서 교량 상판을 제작한 뒤 순차적으로 밀어내 전체 다리를 완공하는 방식이다. 다리 상판의 제일 앞부분에는 제작한 상판을 줄줄이 끌고 나가는 장치인 추진코가 있고 뒤에서도 압출기가 제작한 상판을 밀어낸다. 마치 튜브에 든 치약을 손으로 누르면 치약이 끊이지 않고 길게 밀려 나오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 공법은 강 위에서 교량 상판을 제작하지 않아 만드는 과정에서 강이 오염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강 위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적어 안전할 뿐 아니라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강 하류를 가로지르는 미사대교에는 외팔보공법(FCM)이 쓰였다. 이 공법은 교량의 상판을 만들 때 이동식 작업장비를 이용해 3∼5m 길이로 교각 상판을 나눈 뒤 좌우 방향으로 늘리며 전체 상판을 완공하는 방식이다. 여러 곳의 교각에서 동시에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완공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생태통로와 유도 펜스로 로드킬 줄인다

경춘고속도로는 전체구간에서 산을 관통하는 터널 구간이 무려 21곳이나 되는 만큼 착공 초기부터 환경파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터널을 만들 때 굴착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일 네일링(soil-nailing)’ 공법을 썼다.

일반적으로 터널의 안전성을 높이려면 반원형 터널의 폭을 넓혀 옆으로 길쭉한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굴착해서 생긴 경사면의 각도를 낮춰 지반이 무너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그만큼 굴착하는 범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일 네일링 공법을 이용하면 터널의 폭을 좁혀 굴착 범위를 줄이면서도 지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 공법은 굴착할 때 생긴 경사면에 철로 만든 봉 형태의 보강재를 집어넣고 콘크리트를 주입해 굳히는 방식이다. 보강재를 넣은 모습이 마치 바느질한 실처럼 보인다고 해서 ‘흙을 바늘(nail)로 꿰매기’란 뜻의 이름이 붙었다.

이렇게 할 경우 철근과 콘크리트와 지반 사이의 마찰력, 지반이 보강재를 잡아당길 때 변형을 견디는 힘(인장응력), 지반이 보강재를 휘려고 할 때 견디는 힘(전단응력) 같은 저항력이 생겨 지반이 무너져 내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경춘고속도로는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각종 친환경 시설도 도입했다.

너구리 같은 포유류, 개구리 같은 양서류, 뱀 같은 파충류처럼 작은 동물이 배수관에 빠질 경우 빠져나가지 못해 굶어 죽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배수관 옆으로 경사도 30°에 폭 20cm의 탈출로를 설치했으며, 바닥은 작은 동물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요철 처리를 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지나는 만큼 로드킬(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차에 치여 죽는 사고을 미리 막기 위한 시설도 눈에 띈다. 생태통로와 유도 펜스가 바로 그것. 도로와 별도로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는 로드킬을 방지할 뿐 아니라 동물들의 서식지가 단절되는 일을 막는다. 유도 펜스는 야생동물의 이동로와 인접한 고속도로 주변에 동물이 접근할 수 없도록 설치했다.

산을 깎아 생긴 절단면과 비탈면의 대부분에는 자연을 원래 그대로 복원하기 위한 ‘생태 복원형 녹화공법’을 적용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이동훈 대리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민들레, 질경이, 강아지풀 같은 자생초본식물과 향나무, 소나무 등 목본식물을 절단면과 비탈면에 심었다”며 “녹화공법으로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 때 절단면의 토양이 침식되거나 유실되는 일을 막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이용돼 종 다양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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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준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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