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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유전공학의 메카 생명공학연구소

일류 호텔방에서 누드마우스 키운다

 

동식물세포 공학부 정혁박사팀이 개발한 인공씨감자.큰 감자 아래있는 콩알만한 것이 인공씨감자다.
 

유성에서 택시를 타고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연구소로 가자고 하면 우리 연구소에 데려다 줄것입니다”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생명공학연구소의 유익동 박사(바이오신소재 연구부장)가 소개하는 생명공학연구소다.

생명공학연구소는 1985년 KAIST 부설 유전공학센터로 출발해 현재는 KIST 부설 생명공학연구소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유전공학연구소에서 생명공학연구소로 명칭을 바꾼 이유도 유전공학기술의 활용에 국한하지 않고, 생명현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응용에 관한 폭 넓은 연구를 한다는 취지하에 조직을 개편한 것.

한톨로 한끼 식사가 해결될 수 있다는 슈퍼쌀, 뿌리에는 감자가 열리면서 동시에 토마토가 줄기에 달리는 포마토, 보통보다 몸집이 큰 슈퍼쥐, 슈퍼닭, 나와 똑같은 내가 태어나게 한다는 클론기술 등, 유전공학기술은 한때 마술의 한 장면처럼 소개됐다.

그러나 생명공학 연구는 도깨비 방망이 처럼 하루아침에 ‘뚝딱’해 눈에 띌만한 연구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지원이 밑받침될 때만 그 위력을 발휘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하고 유전공학 거품은 사그러들었다.

간판스타 씨감자와 에이즈 진단시약

국내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생명공학연구는 대부분 학생들의 교육과 기초학문에 국한돼 있는 실정이며, 몇개 안되는 기업체 연구소에서는 상품화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과학연구소는 국내 생명공학 관련 연구업적과 제품개발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노릇을 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생명공학 기술 연구를 한곳에 모으는 일부터 시작하고있다.

30여명의 연구인원으로 출발해 현재는 박사급 1백80여명을 포함한 총 5백여명의 대식구로 불어난 생명공학연구소는 크게 3개의 기초과학 분야(분자·세포미생물학, 단백질공학, 동·식물세포공학 연구부)와 3개의 응용과학 분야(바이오신소재, 응용미생물, 생물공정 연구부)로 나눠져 있다.

콩알만한 씨감자 개발, 초고속 초정밀 에이즈 진단시약, 무공해 생물농약, 주목에서 추출한 항암제 성분 택솔의 대량생산법 등은 생명공학연구소의 ‘간판 스타’들이다. 감자는 지난해에 수확한 것 중에 씨감자를 골라 저장해 뒀다가 잘게 잘라 심는다. 대량 감자농사를 짓는 경우 씨감자를 저장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씨눈이 있는 조각을 내기도 힘들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바로 유전공학을 이용한 콩알만한 씨감자. 종래의 천연씨감자보다 병에 강하고 우량품종이 생산된다. 이미 31개국에 특허를 획득했다.

효소측정법을 이용한 에이즈진단 시약은 2만배 희석한 혈액에서도 에이즈항체를 검출할 수 있어 에이즈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무공해 생물농약인 바이오 캡슐화 생물농약은 온도와 습도가 적당할 경우 서서히 약효성분을 내게하는 환경공해가 없는 생물농약이다. ‘지능형’ 농약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주목잎에는 택솔이라는 항암물질이 있다. 그 주목에 들어있는 택솔을 모조리 뽑아내는 것이 바로 관건.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발한 택솔 추출기술의 세계시장은 5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화 벌이는 물론이고 수입의약품의 대체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도 노인성 치매 치료제, 차세대 항암제 개발, 유전자 치료, 뇌기능 구조 기초연구 등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유전자 조작을 하면 크기가 다른 계란,오리알을 낳게 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유전자 은행

생명공학 연구소에는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유전자은행이 있다. 유전자은행에서는 생명공학연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표준 미생물들을 유지, 관리 보관하고, 국내의 산·학·연 연구자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특허를 얻기위해 기다리는 국내외 미생물을 기탁받기도 한다.

유익동 박사는 “생물산업의 기반은 미생물산업이기 때문에 미생물 균주 보존 센터의 역할을 담당하는 유전자 은행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전자 은행에서는 누구나 미생물 분양을 신청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소에는 또 국제적으로 공인된 실험동물 계통보존실이 있어서 국제적으로 인증된 ‘족보있는 쥐‘를 유지관리하면서 분양도 하고 있다.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 사람에게 실험하기 전에 먼저 공인된 실험쥐를 사용하게 돼있다. 이 족보있는 쥐들의 사육장은 일류 호텔보다도 더 깨끗하다. 여기에서는 항암제 약효 평가에 꼭 필요한 누드마우스(털이 없는 쥐)도 만나볼 수 있다.

생명공학연구소는 인터넷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게놈연구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GINet(genome information network of korea)은 국내 게놈프로젝트 연구자 전용 전산망으로 생명공학관련 데이터베이스와 분석프로그램을 웹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국내외 게놈프로젝트 관련 문서와 정보 등도 이곳에서 얻을 수 있다.
다가오는 21세기, 생명공학연구소는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그 탁월성을 인정받는 생명공학 전문 연구기관이 되고자 오늘도 불을 끄지 않고 있다.

클론(clone)
 

개구리는 이미 유전공학기술로 복제가 가능하다
 

무성생식에 의해 한 개체에서 만들어진 유전적으로 동일한 생물체의 집단을 클론이라고 한다. 옛날부터 원예에서 많이 이용돼 왔다.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동일한 동물들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고 실제로 개구리복제가 성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응용에는 철학적인 문제가 따라다닌다. 최근 동아일보사에서 출판된 '클론 프로젝트'는 복제인간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담고 있다. 복제인간과 유전자를 제공한 사람의 능력을 비교하기 위한 비인간적인 가상전쟁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서로 얼굴을 맞딱드린 클론과 인간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당황하게 되면서 혼란에 빠진다. 클론을 사랑한 여인이 원조 인간에게 한 마지막 말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에 화두를 던지며 소설은 끝이 난다. "당신보다 클론이 더 인간적이었어요"

"첫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고등과학원 부원장 명효철박사
 

외국 유명 연구기관과 협조해 토대를 다지겠다는 것이 명박사의 고등과학원 육성 전략이다.
 

지난 10월 28일 고등과학원이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개원했다. 그동안 노벨상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볼모로 삼았다느니, 대통령의 지시로 아무런 준비없이 세웠다느니 말이 많았다. 꾸려나갈 예산도 없고 당초 유치하려고 했던 세계 석학들이 오지 않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고등과학원을 살펴보면 원장이 없다. 장래가 불확실해서 맡고자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보조금 외에 기업찬조금으로 운영하려고 했던 계획도 틀어졌다. 96년부터 몰아닥친 경제불황이 마파람이 된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세운 것, 잘 꾸려나가려면 고등과학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명효철박사(원장직무대리)의 생각이다.

"고등과학원은 먼 미래를 보고 기초과학을 육성하는 곳이다. 한국이 과거처럼 당장 응용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하거나 모방하던 시대는 지났다." 명박사는 기초과학이 육성되지 않고서는 한국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초과학은 집을 짓듯이 생각하면 안된다. 설계해서 거푸집을 만들고 그곳에 시멘트를 부으면 집이 된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설계도 힘들고 거푸집을 만들기도 어렵다. 그만큼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고등과학원은 올해 수학분야에서 김인강(버클리대), 곽시종(콜롬비아대), 엠마누일로프(모스크바대) 등 3명의 연구원을 뽑았다. 아직 교수진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말이 많지만 시작부터 배부를 수 있겠는가. 고등과학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프린스턴고등과학원이 5명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이 귀감이 됐으면 한다"

명박사는 고등과학원이 화려한 팡파레를 울리지 못한 이유가 예산 때문이라는 꼬집음에 대해서 '과학계를 잘 모르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돈이 있고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준다고 해서 세계적인 석학이 오지는 않는다. 미국 내에서도 그런 사람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다만 적만 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고등과학원을 만들어선 안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한국 과학발전에 중요한 디딤돌이 필요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비록 당초 목표했던 세계적인 석학을 모시지 못했지만 고등과학원은 내년에 물리, 내후년에 화학과 생물분야의 연구원들을 채용해 착실히 기초를 다져나갈 것이라는 명박사의 말은 겉멋보다 내실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고등과학원은 국민의 세그믕로 운영하는 것, 적은 예산을 탓할 수 없다. 앞으로 외국의 훌륭한 연구기관과 협조하면서 토대를 다지겠다." 초대부원장으로서 명박사의 전략이자 소신이다.

명박사는 25년간 미국 아이오아대학에서 수학을 연구했던 세계적인 학자로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앨버트 문제를 푼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부원장직을 맡게 된 것은 국제학술회의 개최 등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정작 명박사는 "고등과학원 교수로서 연구와 지도를 하는 것이 꿈이다"고 말한다.
 

199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곽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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