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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혀가 사라진다면? 게다가 내 혀를 모두 갉아 먹은 동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혀 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지만 실제로 남의 혀를 갉아 먹고 혀 흉내를 내면서 살아가는 동물이 있다. 바로 시모토아 엑시구아(Cymothoa exigua)다.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가재나 게처럼 탄산칼슘이 들어 있어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인 갑각류다. 이 동물은 절대 혼자서 살지 못하며 붉은 도미의 입 안에서 기생한다. 붉은 도미의 혀 흉내를 내면서 말이다.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유충 시기에 숙주로 삼을 붉은 도미를 선택한 뒤 입 안에 들러붙어 혀를 모두 먹어치운다.

그 다음 혀 위치에 자리를 잡고 혀처럼 붉은 도미가 먹는 먹이를 식도로 넘기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기생하면서 붉은 도미 입 안에서 떨어져 나오는 점액과 조직을 뜯어 먹는다. 놀랍게도 도미는 죽을 때까지 자기의 혀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다른 동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한다.

대부분의 생물은 다른 생물과 서로 생존에 영향을 주면서 ‘공생’ 또는 ‘기생’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개미와 진딧물처럼 서로 이익을 주며 살아가는 관계를 공생, 사람과 회충처럼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살아가는 관계를 기생이라 부른다.

도미의 몸 일부를 먹고 입 안에 평생 들러붙어 살지만 도미가 생존하는 데 지장이 없게 식사를 돕는 시모토아 엑시구아. 공생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기생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동물들, 세상에서 가장 엽기적인 동물들을 만나보자.

동물계 '얼꽝' 모여라

평소 큰 눈을 가진 사람이 부러웠던 독자라면 이 동물에 주목하라. 몸 한가운데 박혀 번쩍번쩍 빛나는 저것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큰 눈이다. 대왕오징어(Mesonychoteuthis hamiltoni)는 지름 60cm의 큰 눈 덕분에 빛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서도 사냥을 할 수 있다. 대왕오징어는 눈만 큰 게 아니라 몸도 크다. 몸 길이는 최대 15m까지 자랄 수 있으며 몸을 덮고 있는 외투막은 두께 4m까지 자란다.

물론 더 괴상한 외모를 가진 동물도 많다. 마치 사람이 만든 물건처럼 생긴 모습도 있다. 커다란 나무를 베어내는 톱을 닮은 톱가오리(Pristiophorus japonicus). 기다란 주둥이 양끝에 여러 개의 이가 바깥을 향해 톱날처럼 돋아 있다. 톱가오리는 톱날로 숭어나 청어를 잡거나 진흙을 파헤쳐 작은 갑각류를 잡아먹는다. 잔인한 외모와 달리 톱가오리는 성질이 순한 편이라고 한다.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 있는 안데스 산맥 티티카카 호수에서 살고 있는 티티카카 자이언트개구리(Telmatobius culeus)는 피부가 엄청 크게 불었다가 터져 버린 풍선처럼 너덜너덜 거린다. 티티카카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해발 3810m)로 산소가 부족해 여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적은 산소량으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티티카카 자이언트개구리도 물속에서 산소를 얻는 쪽으로 진화했다. 결국 허파는 흔적으로만 남았으며 주름이 잔뜩 진 헐렁거리는 피부로 숨을 쉬면서 몸을 2배가량 빵빵하게 부풀린다. 세상에서 가장 큰 눈을 번뜩이는 대왕오징어, 톱을 닮은 톱가오리, 터진 풍선을 닮은 티티카카 자이언트 개구리 중 누가 가장 괴상하게 생겼을까.

100℃온천에 사는 벌레, 평생 거꾸로 사는 달팽이

깊은 바다 밑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있고 검은 연기와 함께 300~400℃ 정도의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온다. 이 부근에서 살고 있는 ‘온천 마니아’가 있다. 폼페이벌레(Alvinella pompejana)는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움을 잘 견디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물은 보통 100℃에서 끓어 수증기가 되지만 심해저는 압력이 높아 끓는점도 훨씬 높기 때문에 그 이상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폼페이벌레는 뜨거운 물이 차가운 바닷물과 섞여 80~120℃ 정도 되는 곳에서 산다.

1973년에 호주에서 처음 발견된 위주머니보란개구리(Rheobatrachus vitellinus)는 입으로 새끼를 낳는다. 이 개구리는 위 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올챙이를 키운 뒤 어린 개구리가 되면 입으로 토해낸다. 어미 개구리는 대개 20마리 이상의 새끼 개구리를 10일 정도에 걸쳐 뱉는다.

위 속에 있던 알이 먹이와 함께 소화되지는 않을까. 전문가들은 위주머니보란개구리의 알은 ‘프로스타글라딘E2’라는 화학물질이 든 젤리로 싸여 있어 강한 산성인 염산에도 부식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파랑갯민달팽이(Glaucus atlanticus)는 거꾸로 뒤집어진 상태로 평생을 수면에 떠다닌다. 바닷물과 비슷한 파란 빛깔인 배는 위로 향하고 있어 바다 위를 나는 새들의 눈에 띄지 않으며, 은백색인 등은 아래를 향하고 있어 물고기들 눈에도 잘 띄지 않는다.

뒤집혀진 자세를 고수하다가 짝을 만나 사랑을 나눌 때는 서로 껴안고 데굴데굴 구른다. 파랑갯민달팽이는 다른 달팽이와 마찬가지로 정자와 난자를 동시에 만들 수 있어(암수한몸) 짝짓기를 하면서 서로 정자를 주고받는다.

상대를 잡아먹는 치명적인 짝짓기

세상에서 가장 엽기적인 짝짓기를 하는 동물들도 있다. 미국호랑거미(Argiope aurantia)는 수컷이 짝짓기를 하다가 죽으면 암컷이 자기 몸에 매달린 수컷의 시체를 먹어치운다. 사마귀도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 가끔은 암컷이 짝짓기 도중에 수컷을 물어뜯는 경우도 있다. 수컷 머리가 뜯겨진 상황에서도 짝짓기는 계속된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행위를 ‘카니발리즘’이라 부른다. 암컷이 수컷을 잡아 먹는 이유는 알을 만들 때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을 때가 잡아먹지 않을 때보다 수정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치명적인 짝짓기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주머니쥐 일종인 안테키누스(Antechinus agilis) 수컷은 7~8월이 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과다하게 분비돼 짝짓기에 광분한다. 짝을 바꿔가면서 여러 번 짝짓기를 하는데, 적어도 3시간이 걸린다.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호르몬 과다로 몸속 면역체계가 교란되고 스트레스로 인한 위궤양, 신경쇠약 등으로 결국 죽음을 맞는다.

개체 수를 조절하거나 수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상대방을 괴롭히는 짝짓기도 있다. 노란 바나나를 닮은 바나나슬러그(Ariolimax dolichophallus)가 짝짓기 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바나나 2개가 붙어 있는 것처럼 탐스럽지만 사실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암수한몸으로 서로 정자를 주고받는데, 너무 많은 개체가 태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 암컷 역할을 했던 개체가 상대방의 생식기를 갉아 먹는다. 반면 빈대(Cimex lectularius)는 수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암컷의 몸을 뚫고 핏속에 직접 정자를 넣는다.

빈대 수컷에게는 사람 피를 빨아먹는 입도 있지만 암컷을 찔러 정자를 주입하는 바늘도 있다. 가끔은 다른 수컷의 몸에 정자를 넣기도 하는데, 그 수컷이 암컷에게 정자를 넣을 때 자기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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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사진 궁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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