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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누나 드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

114년 전, 라이트형제가 만든 인류 최초의 비행기는 1인승이었다. 그동안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지금은 수백 명이 탑승하는 2층 항공기까지 개발됐다. 하지만 항공공학자들은 다시 작은 비행기를 꿈꾸고 있다. 물론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자동차처럼 누구나 하나쯤 가질 수 있는, 나는 자동차(Flying Car, 이하 플라잉카)를 만들려는 것이다.


“내 말을 명심하십시오. 앞으로는 비행기와 자동차를 융합하게 될 겁니다. 웃긴 소리로 들리겠지만, 분명히 그 날이 올 겁니다.”

자동차회사 포드의 설립자이자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는 1940년 이런 말을 남겼다. 그는 비행기가 발명된 뒤부터 줄곧 자동차와 비행기의 융합을 꿈꿨다. 실제 포드자동차의 기술진을 동원해 시제품을 만들기도 했다(물론 자동차라기보다는 소형 비행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험비행 도중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연구를 중단했다.

포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처럼 개인이 비교적 쉽게 사서 운전할 수 있는 개인용비행기(PAV, Personal Air Vehicle)를 개발하려 했다. 대표적인 형태가 자동차와 비행기를 융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PAV를 나는 자동차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나는 자동차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동안 모두 실패했다.

잇따른 실패로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는 인식이 생겨서인지, 플라잉카는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스타워즈’와 ‘블레이드 러너’, ‘백투더 퓨처’, ‘제5원소’ 등 다양한 영화에서 미래 인류의 생활을 묘사하는 상징적인 장면에는 어김없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왔다. 그 사이 많은 영화 속 사물을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플라잉카만큼은 아직까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유가 뭘까. 이관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자동차만큼 운전하기 쉽고 안전하게 만들기 어려운데다 연비(연료 효율)가 나쁘고 소음도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쉽게 운전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해야 하는데, 도로를 달리는 것과 달리 하늘은 위험요소가 더 많고 문제가 생기면 추락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인명과 재산피해가 크다. 게다가 자동차로 쓸 때는 날개 같은 비행용 부품이 필요 없기 때문에 무게가 늘어나 쓸데없이 많은 연료가 소모된다. 일반 항공기나 헬리콥터에서 쓰는 엔진을 달면 소음이 커서 주거지역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에어로모빌 플라잉카의 모습. 날개를 접으면 좌우·앞뒤 길이가 각각 2.25m, 6m이며, 날개를 펼치면 좌우 길이가 8.8m에 달한다.


 Flying Car 무한도전 1 

드론에 사람을 태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그 중 한 명이다. 래리 페이지는 스타트업 ‘키티호크’에 1억 달러(약 1125억 원)를 투자했고,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개인용비행기(아래 사진)를 4월 24일에 선보였다.

키티호크가 공개한 영상에는 자동차나 비행기라기보다는 드론에 가까운 물체가 등장한다. 아랫방향으로 프로펠러 여덟 개가 달린 드론 위에 사람이 올라타서 호수 위 약 4.5m 상공을 날고 있는 모습이다. 키티호크 플라이어라는 이름의 이 개인용비행기는 배터리로 작동하며, 무게는 100kg 정도다. 시속 4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시험비행에서는 5분 동안 작동했다. 래리 페이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비행하게 되기를 바라 왔다”며 “조만간 키티호크 플라이어에 올라타고 빠르고 간편하게 비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키티호크의 최고경영자(CEO) 서배스천 스런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 교통수단의 미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드론이 발전하면서 드론을 토대로 플라잉카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키티호크뿐만 아니라 중국의 드론 제작사 이항도 작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사람이 타는 드론을 공개했다. 무게 200kg, 최고 속도 시속 100km인 이항 184는 118kg을 실을 수 있지만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비행시간이 최대 23분에 불과하다. 아직 사람이 탑승한 상태에서 비행하는 모습을 공개한 적은 없다.

드론형 개인용비행기 키티호크 플라이어
 
이 교수는 “헬리콥터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고 조종하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드론을 이용해 플라잉카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은 전기로 구동하는 모터를 써서 소음이 적고, 프로펠러의 크기가 작아서 헬리콥터처럼 아래로 부는 바람이 강하지도 않다. 아래로 부는 바람이 강하면 바람에 날린 돌에 사람이 다치거나 집, 자동차가 파손될 수도 있다. 보통 헬리콥터는 1분당 회전 수(rpm)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펠러의 각도를 조절해서 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드론은 각각의 프로펠러 회전 수를 조절할 수 있어서 회전 속도에 변화를 주면 손쉽게 이동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 이항184가 비행하는 모습이다(사람이 타지 않았다).

 Flying Car 무한도전 2 

자동차를 비행기로 변신!​
키티호크와 이항의 개인용비행기는 땅에서 자동차처럼 운행할 수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포드가 꿈꿨던 플라잉카에 가까운 차량은 슬로바키아의 스타트업인 에어로모빌에서 만든 에어로모빌 플라잉카다. 모나코에서 열린 슈퍼카 전시회 ‘2017 톱 마르케스 모나코’에서 4월 20일 공개된 에어로모빌 플라잉카는 겉모습만 보면 화려한 슈퍼카와 유사하다. 하지만 영화 속 변신로봇처럼 3분 만에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다.

에어로모빌 플라잉카는 20년 이상의 연구개발을 거쳐 탄생했다. 1990년부터 콘셉트 디자인을 시작했고, 2014년에는 실제 사람을 태우고 비행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불필요한 부품을 달고 있어서 비효율적이라는 기존의 인식과 달리 연비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1L의 휘발유로 약 12.5km를 달릴 수 있어 웬만한 중형 승용차에 뒤지지 않는다. 땅에서는 최고 시속 16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하늘에서는 프로펠러의 도움을 받아서 평균 시속 200km로 날 수 있다. 도로를 달릴 때는 한 번 주유해서 875km를 달릴 수 있고 비행 모드에서는 최대 700km까지 날 수 있다.
 

기존 플라잉카의 단점을 보완하고 도로 주행과 비행을 모두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활주로 역할을 할 공간이 필요하다. 에어로모빌 플라잉카는 600m의 직선도로 혹은 풀밭이 있어야 이륙할 수 있다. 또 유럽에서는 항공기 면허가 있어야 운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조건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대 가격이 무려 15억~18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대중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결정적으로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시험비행 도중 추락해서 조종사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플라잉카는 항공기와 달리 운용고도가 낮아서 바람과 구름 등기상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기체가 작을수록 외부요소에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탑승자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불편을 느낄 수 있고 심하면 패닉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Flying Car 무한도전 2 
 

항공택시로 쓰자
여러 회사들이 앞다퉈 플라잉카를 개발하면서 플라잉카로 사업을 하겠다는 회사도 생겼다. 차량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우버와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 등은 플라잉카를 개발해 항공택시 사업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에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플라잉카가 날아와 목적지로 데려다 준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각자 플라잉카를 개발하고 있는데, 릴리움이라는 독일 스타트업은 4월 20일 플라잉카의 시제품 릴리움 제트가 비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릴리움 제트는 경비행기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땅과 수직, 수평한 방향으로 추진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전기 제트엔진(항공기의 제트엔진과 구조는 같지만 전기모터를 쓴다)’ 36개를 날개에 달았다. 덕분에 수직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가 필요없다. 날아오른 뒤에는 엔진의 방향을 수평하게 바꿔 비행할 수 있어 같은 배터리를 썼을 때 드론형 플라잉카 보다 10배 멀리 날 수 있다. 또 날개가 크기 때문에 공기의 점성력을 적게 받아서 드론 형태보다 3배나 빠르게 날 수 있다. 게다가 소음과 진동이 적다. 엔진을 36개나 쓰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로 몇 개가 고장 나도 안전하게 수직이착륙을 할 수 있다. 릴리움 제트 시제품은 2인승으로, 무게 600kg 안팎에 6개의 배터리를 써서 최고 시속 300km의 속도로 300km 이상 날아갈 수 있다. 릴리움은 현재 항공택시에 이용할 5인승 플라잉 카를 개발 중이다. 항공택시가 상용화되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55분 걸리는 존에프케네디국제공항까지 5분이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도 택시요금보다 싸게 책정할 계획이다.

우버와 에어버스가 개발 중인 플라잉카도 릴리움 제트처럼 수직이착륙하는 방식이다. 우버의 최고제품책임자(CPO) 제프 홀덴은 4월 25일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우버 엘리베이트 서밋’ 콘퍼런스에서 “2020년 두바이 국제박람회에서 우버의 첫 비행 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1900년대 초, 항공공학자들의 꿈은 하늘을 나는 개인용비행기를 만들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후 100년 동안 개인용비행기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여러 차례 유행처럼 번졌다가 기술적인 장벽에 부딪혀 사그라졌다. 과연 이번 물결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멋지게 이륙해 SF 영화에서 꿈꾸던 새로운 시대를 열까, 아니면 또 한 번의 도약을 기약하며 잠시 날개를 접어야 할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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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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