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의 빨간빛과 초록빛, LCD 평면 TV의 광원, 오징어잡이 배에 다는 전등, 한강 다리를 멋지게 장식하는 조명…. 이처럼 빛은 어둠을 밝히는 본래 목적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예부터 ‘빛과 소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빛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였는데, 오늘날엔 산업 전반에 활용되며 그 가치가 더 높아졌다.
빛에너지는 대부분 전기에너지를 통해 얻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산하는 전기의 5분의 1을 빛을 밝히는 데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전기 사용량은 늘고 광주과학기술원 LED연구센터LED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성주 교수(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와 학생들. 생산량엔 한계가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LED연구센터를 이끄는 박성주 교수는 LED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플라즈몬과 엑시톤이 만날 때
LED는 형광등이나 백열등보다 빛을 내는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이다. 그 예로 전국의 교통 신호등에 쓰이는 조명을 모두 LED로 교체하면 화력발전소 1기가 1년 동안 생산하는 전기를 절약할 수 있고 온실 효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17만t이나 줄일 수 있다. 이는 나무를 836억 원어치 심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LED는 실제로 조명으로 많이 쓰이지 않고 있다. 전기비는 적게 들지만 LED 조명 자체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가 LED 설치비용을 일부 지원하고는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박성주 교수팀은 LED의 단가를 낮추고 효율을 향상시켜 LED의 효율 대비 가격을 낮추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ED는 전류를 흘려보내면 빛을 발생시키는 반도체 소자다. 반도체는 내부에 (-)를 띠는 전자와 (+)를 띠는 정공이 있는데, 전류를 흘려주면 전자와 정공이 만나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등의 빛을 낸다. 이때 빛을 발생하기 직전에 전자와 정공이 만난 입자를 ‘엑시톤’이라 한다. 박 교수팀은 금속의 표면에 있는 자유전자 덩어리인 ‘플라즈몬’을 LED의 엑시톤에 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해왔다.
특히 은(Ag)의 플라즈몬을 LED의 엑시톤에 더하면 두 물질이 상호작용하며 LED가 더 밝은 빛을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박 교수는 “은 나노입자를 사용해 LED 내부에 플라즈몬을 삽입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플라즈몬과 엑시톤이 만나면 LED의 광 효율이 30% 이상 높아진다”고 밝혔다. 박교수팀은 연구결과를 재료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지난해 4월호에 발표했고,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포토닉스’는 같은 해 5월호에 이 논문을 소개했다.
광결정 이용해 빛 추출 업!
“LED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플라즈몬을 이용해 LED를 밝게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발생한 빛을 LED 밖으로 최대한 많이 내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박 교수는 LED가 전기를 빛으로 변환하는 효율을 빛의 발생효율과 빛 추출효율의 곱으로 설명했는데, 특히 빛 추출효율을 강조했다.
실제로 아무런 처리도 하지 않은 LED는 발생한 빛의 10%밖에 내보내지 못한다. LED 내부 굴절률(2.5)과 공기의 굴절률(1)이 달라서 빛이 전반사를 일으키며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팀은 광결정을 LED 내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빛 추출효율을 향상시켜 ‘어플라이드 피직스’ 지난해 6월호에 발표했다.
박 교수팀은 광결정의 빛 방출 특성에 주목했다. 광결정은 굴절률이 다른 나노 크기의 두 물질이 주기적으로 배열된 구조로, 그 주기성에 따라 특정한 빛깔을 낸다. 특정 파장의 빛만 방출시킨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광결정 구조로 몰포나비 날개가 있다. 이 나비의 날개는 색소가 들어 있지 않은데도 저마다 다른 색을 띤다.
박 교수는 원하는 빛을 방출시키는 광결정을 만들어 LED에 넣었다. 그는 “전반사되며 돌아다니는 빛을 광결정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며 “파란빛만 선택적으로 반사시키는 광결정을 이용해 LED 내부에 갇혀 있는 파란빛을 외부로 방출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광주과학기술원 LED연구센터는 이 기술을 삼성 LED로 이전하는 중이다.
광결정은 실리콘 반도체에도 활용된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에는 실리콘 반도체가 들어간다. 일반적인 실리콘은 전기적 특성은 뛰어나지만 빛을 내는 효율이 매우 낮다. 그런데 실리콘 LED에 광결정을 넣으면 나오는 빛이 4배 이상 증가한다. 이렇게 만든 실리콘 LED는 전자 대신 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신호 전달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비도 적은 통신시스템이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박 교수는 “휴대전화나 시계에서 보듯이 낮은 전력에서 효율이 높은 LED는 많이 개발됐지만, 조명처럼 높은 전력에서 동작하는 LED는 효율이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며 “높은 전력에서도 효율이 높은 LED를 개발해 밝고 경제적인 광원을 내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LED를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LED 자체의 효율뿐 아니라 제품에 적용했을 때의 열이나 전력 효율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응용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LED가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