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태양 흑점 실종, 지구온난화 영향 없나



태양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기준은 태양 흑점의 개수다. 태양 흑점이 많은 시기를 태양 활동 극대기, 흑점 개수가 적은 시기를 극소기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태양은 11년 정도의 주기로 흑점의 수가 증가하고 감소한다.

그런데 최근 태양 표면에 흑점이 10개 이하인 무흑점 현상이 28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흑점 수는 10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중 매체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여 왔다.‘태양 날씨, 80년 만에 냉랭’‘태양 흑점의 활동 96년 만에 최저치’‘고요한 태양, 이상 현상 속단은 이르다’ ‘태양활동 이상 저하, 지구엔 이상저온 시기 시작될 수 있어’ 등의 기사 제목이 이 같은 반응의 면면을 보여준다. 도대체 태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수소폭탄 수십억 개 위력

흑점은 태양 표면인 ‘광구’에서 비교적 쉽게 관측되는 현상이다. 흑점 가운데 큰 것은 안개가 짙게 낀 날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다. 흑점의 존재는 꽤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기가 개발한 망원경과 아주 어두운 필터를 사용해 체계적인 흑점 관측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사, 증보문헌비고 등에 태양 표면에서 다수의 ‘태양 흑자(黑子)’를 관측한 기록이 있다.

흑점의 크기는 다양하다. 지구보다 작기도 하지만, 지구의 10배가 넘는 것도 있다. 흑점은 아주 검게 보이는 중심부인 ‘암부(umbra)’와 방사성 줄기가 나타나는 주변부인 ‘반암부(penumbra)’로 구성된다.

흑점에서는 자기장이 나오는데, 중심부의 자기장 수치는 약 4000G(가우스)에 이른다. 이는 지구 자기장의 약 8000배다. 흑점의 온도는 약 4000K(켈빈, 절대온도 (K)= 섭씨 온도 (°C) + 273.15)으로 주변 광구의 온도(5800K)보다 상당히 낮다. 흑점이 검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변보다 온도가 낮은 이유는 강한 자기장이 물질의 대류 순환을 방해해 열전달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태양 표면에서 나타나는 흑점 수의 변동은 일반적으로 태양 활동의 지수로 사용되고 있다. 스위스의 천문학자인 요한 루돌프 볼프가 45년 동안 관측해 제시한 흑점상대수(Wolf Sunspot Number)가 전통적으로 쓰인다. 흑점상대수(R)는 K(10g+f)로 표시되는데, g는 흑점군의 수, f는 흑점의 총수, K는 망원경 크기나 관측방법 등에서 생기는 관측결과의 차이를 표준화하는 각 태양관측소의 규격화 상수다. K는 그 관측소만의 고유 값으로, 장기적인 관측을 통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흑점 수가 많아지면 플레어나 홍염이 일어나며 태양 활동이 활발해진다. 특히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폭발은 자기장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빛이나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현상으로, 플레어와 코로나물질방출(Coronal Mass Ejection, CME)이 그 예다. 이런 현상은 주로 큰 흑점 주위에서 일어나며 그 에너지 크기는 1024J(줄) 정도로 1Mt(메가톤, 1Mt은 TNT 100만t에 해당) 수소폭탄 수십억 개의 위력에 해당한다.

플레어는 자외선, X선과 같은 매우 강한 에너지를 가지는 빛(전자기파)을 방출한다. 코로나물질방출(CME)은 양성자와 전자가 섞여 있는 플라즈마 덩어리가 초속 수백~수천km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 현상이다. 방출된 빛과 고에너지 입자들은 지구 주변 우주환경을 교란해 위성 제어, 통신 등에 막대한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지구 근접 우주 공간의 환경변화를 ‘우주 날씨(space weather)’라고 부른다.



지구 온도 낮아진다 vs. 온실가스 효과 더 크다

태양의 흑점은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양 흑점이 적어져 태양계의 자기장이 약해지면 우주에서 지구 대기권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우주선(cosmic ray) 입자의 개수가 많아진다. 이때 우주선 입자가 구름의 형성을 촉진해 저층 구름이 많아지게 된다고 한다. 결국 구름이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 온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흑점이 발달하지 못했던 1645년부터 1715년에 걸친 7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떨어져 한랭기가 나타난 적이 있다. 이 기간을 ‘마운더 극소기’라고 부르는데, 유럽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소빙하기와 시간적으로 일치한다.

지난 몇 년간 흑점이 적어지면서 태양 활동이 이상할 정도로 약해진 데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태양 활동을 예보하는 일은 지구 기상을 예보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사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의견을 알아보는 작업은 현 시점에서 최선의 대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5월 미국 해양대기국의 우주기상예보센터 주관 아래 태양 활동 예보 분야의 유명한 학자 12명으로 구성된 ‘태양 활동 24번째 주기 예보 패널’이 개최됐다. 이 모임에선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한 다음과 같은 의견이 발표됐다.

첫째, 23번째 태양 활동 주기가 2008년 12월에 끝났으며, 그 주기는 ‘12년 7개월’로 1823년 이래 가장 길었다. 둘째, 다음 태양 활동 주기의 흑점 최고 개수는 90개 정도로 평균 이하에 머물 것이다. 셋째, 앞의 두 가지 사실이 맞을 경우 다음 극대기는 2013년 5월 정도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최근 태양 활동이 상대적으로 매우 조용했고 향후 11년도 조용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난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1750년 이후 태양 흑점 활동을 연구해온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태양 물리학자 데이비드 해서웨이 박사 또한 이러한 흑점 이상이 태양 주기 역사상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흑점 이상은 지구온난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태양 활동이 당분간 저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선 이것이 지구온난화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희대 우주기상연구실은 지난 160여 년 동안 전 지구적 온도 변화가 이산화탄소 농도와 태양 활동 가운데 어느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전까지는 태양 활동에 따른 효과가 뚜렷이 보였으나 1990년대 이후엔 온실가스 효과가 압도적으로 더 두드러진 사실을 확인했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기후변화 종합보고서에서도 20세기 중반 이래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할 때 태양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산업화로 급증한 온실가스의 영향이 더 지배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돼가고 있다. 태양 활동이 약해지는 것이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조금 늦추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구온난화의 전체적인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의 태양 이상 현상을 2년 전에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자연의 변화를 예측한다 할지라도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결책을 다른 자연적 요인보다 인간의 활동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데에서 찾는 노력이다.

문용재 교수는 한국천문연구원 태양우주환경그룹장을 지냈으며 경희대 우주과학과에서 태양 물리, 우주 날씨를 연구하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문용재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기자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