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과 19일 블랙홀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밝혀낸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돼 화제가 됐다. 18일에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이 우리은하의 평면을 통과해 빠르게 질주하는 최초의 블랙홀에 대한 증거를 발견한 결과가, 19일에는 NASA의 찬드라 X선망원경이 외부은하 중심에서 충돌하는 한쌍의 거대블랙홀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포착한 결과가 발표됐던 것.
블랙홀에는 무거운 별이 죽는 마지막 과정에서 ‘별의 시체’로 탄생하는 종류와, 정확한 생성과정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은하중심에 존재하는 거대블랙홀이 알려져 있다.
초신성 폭발이 추진력 제공
18일 발표된 결과는 별의 시체로서의 블랙홀에 대한 것으로 프랑스 원자력위원회의 펠릭스 미라벨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연구한 내용이다. GRO J1655-40이라는 이름의 블랙홀이 시속 40만km의 굉장한 속도로 우리은하 평면을 통과해 전갈자리 방향으로 돌진하고 있음이 밝혀졌던 것. 다행히 지구로부터 6천-9천광년만큼 떨어진 안전한 거리를 두고 지나갈 예정이다. 만일 이보다 훨씬 가깝게 다가선다면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가 블랙홀에 삼켜질 위험에 처하겠지만.
블랙홀의 돌진 속도는 블랙홀 주변의 다른 별들의 평균속도보다 4배나 더 빠른 속도다. 어떻게 블랙홀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됐을까.
천문학자들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의 하나인 초신성 폭발이 이 블랙홀에 추진력을 제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문학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블랙홀 생성 메커니즘은 무거운 별이 죽어갈 때 별의 핵에서 안쪽으로 일어나는 폭발 현상이다. 이런 폭발은 바깥쪽으로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키고, 이 충격파는 별의 나머지 부분을 날려버린다. 이것이 초신성 폭발 현상이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핵이 태양 질량의 3.5배 이상이면, 어떤 힘도 핵의 중력 붕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무한히 작아지고 조밀해져 블랙홀이 탄생한다. 결국 블랙홀은 초신성 폭발 때 발생한 추진력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블랙홀은 빛조차 빨아들이기 때문에 직접 관측되지 않는다. 이번 경우에도 블랙홀 주변을 2.6일에 한번씩 도는 짝별을 통해 블랙홀을 연구했다. 현재 블랙홀은 짝별에서 끌어들인 물질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양극 방향으로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일부 물질(제트)을 뿜어내고 있다.
한편 19일 발표된 내용은 은하중심에 있는 거대블랙홀과 관련된 연구결과다. 독일 막스 플랑크 우주물리연구소의 구엔터 하싱거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찬드라 X선망원경으로 보기 드물게 밝은 은하 NGC6240의 중심핵에서 거대한 블랙홀을 두개나 발견했던 것. 보통 은하핵에 존재하는 거대블랙홀은 주변 가스를 빨아들이면서 막대한 양의 고에너지 복사, 즉 X선을 방출한다. 이번에는 찬드라 X선망원경의 능력 덕분에 NGC6240의 중심핵에서 강력한 X선을 방출하는 원천이 두곳이나 포착됐던 것이다. 이전에도 X선이 관측되기는 했지만, X선이 방출되는 지점을 알 수 없었다.
지구에서 4억광년 떨어진 NGC6240은 두개의 작은 은하가 충돌하고 병합하는 과정에서 별들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탄생하는 은하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었다. 가시광선뿐 아니라 전파나 적외선으로 관측한 결과 두개의 밝은 핵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X선원 한쌍도 두개의 은하핵을 말해준다. 즉 은하핵에 존재하는 거대블랙홀 한쌍이 드러난 것이다.
NGC6240에 있는 한쌍의 거대블랙홀은 3천광년 떨어진 상태에서 충돌중인데, 수억광년 후 합병돼 더 커다란 거대블랙홀이 탄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중력파가 방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