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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과일잼&미역잼

딸기, 사과, 포도, 블루베리….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과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잼으로 만들어지는 과일은 몇 가지뿐입니다. 과일잼으로 가장 친근하고 인기가 좋은 것은 단연 딸기잼입니다.

 

그렇다면 토마토잼은 어떨까요. 맛보기에 앞서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잘 익은 토마토도 딸기만큼이나 훌륭한 잼 재료랍니다. 이렇게 딸기와 토마토가 맛있는 잼으로 탄생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과일 속 고분자다당류인 ‘펙틴(Pectin)’ 덕분입니다.

 

펙틴망상구조가 잼의 핵심


펙틴은 딸기를 비롯해 사과, 포도, 토마토 등 식물의 세포벽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펙틴은 세포벽을 견고하게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데,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때 아삭아삭하게 부서지는 질감이 펙틴 때문입니다.

 

과일이 덜 익었을 때에는 프로토펙틴 형태로 들어 있다가, 과일이 익으면서 펙틴으로 바뀝니다. 펙틴의 양이 늘어날수록 식감이 탱탱하고 아삭아삭하게 변합니다. 그러다가 과일이 완전하게 익으면 펙틴이 펙틴산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물렁물렁해집니다.

 

펙틴은 잼을 만들 때 큰 역할을 합니다. 과일에 설탕을 넣고 약 104도에서 끓이는 동안, 과일이 점점 흐물흐물해지고 즙이 밖으로 나오는 삼투압 현상이 일어납니다. 친수성이 큰 설탕은 물 분자와 엉겨 붙으면서 녹고, 물 분자를 잃어버린 펙틴 분자들은 서로 응집합니다. 이 때문에 펙틴이라는 이름도 그리스어로 ‘엉김(Pekikos)’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지요.

 

딸기와 토마토를 잘게 부순 다음, 각각의 수소이온 농도(pH)를 측정해봤습니다. 딸기는 약 3.79, 토마토는 약 4.38이 나왔습니다. 잼을 만들 때 최적의 산도는 pH2.5~3.0입니다.

 

레몬즙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양쪽 모두 pH3 이하로 만들었습니다. 레몬즙에 있는 수소이온은 펙틴이 갖고 있는 음이온을 중화시키고, 펙틴을 안정적인 그물 형태(펙틴망상구조)로 만듭니다. 단단하고 반투명한 젤리처럼 보이지요. 잼이 냄비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계속해서 저어줍니다. 오랫동안 졸였더니 끈적끈적하게 변했습니다. 한 숟갈 떠서 그대로 한 방울 떨어뜨려보세요. 표면에 방울이 잘 퍼지지 않는다면 드디어 잼이 완성된 것입니다.

 

희귀한 토마토잼은 인기 만점입니다. 토마토 특유의 감칠맛과 달달한 맛이 한데 어우러지니 정말 맛있습니다. 토마토 외에 펙틴이 많이 든 채소 중 하나가 오이입니다. 오이로도 잼을 만들어보면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해집니다.

 

 

설탕 줄인 잼은 해조류 펙틴으로


맛있는 잼을 만들려면 과일 질량의 약 85%에 이르는 설탕을 넣어야 합니다. 체중 감량이나 식이요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잼은 최악의 식품이지요. 하지만 다이어트 중이거나 당뇨를 겪는 사람들도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잼도 있답니다.

 

딸기와 사과 같은 과일에 들어 있는 펙틴은 메톡실기(-CH3O)가 50% 이상 차지하는 고메톡실펙틴(high methoxyl pectin)입니다. 이 펙틴은 산성에서 설탕과 결합해 겔 상태로 변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잼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탕을 많이 넣어야 합니다.

 

한편 미역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에는 메톡실기가 50% 이하로 적은 저메톡실펙틴(low methoxyl pectin)이 들어 있습니다. 이 펙틴은 고메톡실펙틴에 비해 에스테르결합이 적기 때문에, 가열하지 않고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2가 양이온(Ca2+, Mg2+)을 넣는 것만으로도 겔이 될 수 있습니다. 양이온이 펙틴 표면에 있는 음이온과 결합해 펙틴망상구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저메톡실펙틴을 추출해 사용한다면 설탕을 많이 넣지 않고도 잼을 만들 수 있어 과일잼에 비해 열량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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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신원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사진

    이서연
  • 에디터

    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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