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화면 한가운데 얇은 선이 세로로 죽 그어진다. 선은 여자 손가락보다도 얇다. “핑거슬림으로 지금까지 슬림과는 선을 그을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멘트가 나오는 순간, 바라보던 시선이 움직이며 옆에서 봤을 땐 얇은 선인 줄만 알았던 LED TV가 나타난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삼성 ‘파브 LED TV’ 광고다.
지난 5월 초부터 LG도 LED TV광고를 시작했다. 화면 전체에 점점이 박힌 LED가 오색찬란한 빛깔로 빛난다. “굿바이! 선만 밝힌 LED. 웰컴! 화면 가득 풀 LED가 왔다. 빛의 차이 화질로 보라”는 광고 멘트에서 화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요즘 TV만 틀면 LED TV광고가 나온다. 국내 굴지의 가전회사인 삼성과 LG가 서로 경쟁하듯 제품을 광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고를 자세히 보면 두 회사의 광고 콘셉트가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은 슬림한 디자인에, LG는 선명한 화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화질은 기본이고 디자인까지 월등하다는 삼성의 주장과, TV 본연의 기능인 화질에 충실하다는 LG의 선전에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LED가 가장자리에 있나, 전체에 있나
어떤 제품이 더 좋은지 따지려면 두 회사가 만드는 LED TV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삼성과 LG LED TV의 가장 큰 차이는 LED(Lighting Emitting Diode, 발광다이오드) 광원이 설치된 위치다. 광원이란 LCD 화면 자체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화면 뒤에서 대신 빛을 내는 물체다. 예전에는 냉음극 형광램프(Cold Cathode Fluorescent Lamp)라는 일종의 형광등을 사용했지만 최근 부피가 작고 자연색에 가까운 빛을 내는 LED로 교체하는 추세다.
LED를 설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화면 가장자리에만 LED 광원을 설치하는 ‘에지’(edge)방식과 화면 바로 뒷면에 고르게 512~960개의 LED를 설치하는 ‘직하’(direct)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3월에 출시된 ‘파브 LED 6000, 7000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에지방식으로 만든 제품이고 4월에 출시된 ‘엑스캔버스 LH 90 시리즈’는 LG에서 직하방식으로 만든 제품이다. TV 광고에서 LG가 화면 전체에 퍼져 있는 LED를 강조한 이유는 화면 가장자리에만 LED가 있는 삼성의 LED TV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각 방식은 일장일단이 있다. 삼성의 에지방식은 화면의 네 모서리에서 나온 빛을 화면 뒤에 평평하게 깔린 ‘도광판’이라는 특수 장치에 반사시켜 화면 전체로 분산시킨다. 이때 도광판 두께는 4mm에 불과하기 때문에 LED를 화면 전체에 배치할 때보다 TV 두께를 29mm대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에지방식은 직하방식에 비해 사용하는 LED 개수가 훨씬 적어 소비전력이 낮고 제조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화질이다. LED 수가 적다 보니 전체적으로 화면 밝기가 약간 어둡고, 화면 곳곳의 미세한 명암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자리에서 나오는 빛을 적재적소에 반사시키기 어렵다.
반면 LG전자가 구현한 직하방식은 화면 뒤쪽 전체에 LED를 고르게 배치하기 때문에 화면 전체가 밝고 화면 구석구석 세밀한 영상을 표현하는 데 유리하다. LG전자 LED TV개발팀은 “LG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영상부분제어’(local dimming) 방식은 LED 광원을 90개 영역으로 나눠 밝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만 켜고 필요 없는 부분은 끌 수 있다”며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명암 비를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부분제어 기술을 활용하면 화면 전체의 LED를 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존 형광램프를 사용할 때보다 전력을 절반만 사용하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보통 직하방식은 두께가 에지방식의 세 배이고, 만드는 데 LED가 많이 필요해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거울 같은 도광판 vs. 오목렌즈
삼성과 LG는 화질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기술력을 발휘했다. 지난 3월에 출시한 삼성전자의 ‘파브 LED TV시리즈’는 ‘도광판’을 업그레이드시킨 제품이다. 도광판은 TV 가장자리에 설치된 LED에서 뿜어져 나온 빛을 TV 화면에 고르게 반사시키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LED TV개발팀은 “도광판에 빛을 전반사시키는 광섬유의 원리를 활용해 LED 광원에서 나온 빛의 손실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케이블로 많이 쓰는 광섬유는 빛을 특정 각도로 입사시켰을 때 그 빛을 100% 반사시키는 특성(전반사)을 갖고 있어 빛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중간에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다. 삼성은 이런 특성을 도광판에 활용해 LED 광원에서 나온 빛이 화면 전체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만들었다.
또 LED와 거리가 가까운 화면 주변부는 밝고 거리가 먼 화면 중심부는 어둡게 보이던 문제도 도광판으로 해결했다. 도광판 내부에 레이저로 미세한 반사패턴을 조각해 광원과의 거리는 달라도 화면에 도달하는 빛은 일정하도록 설계한 결과였다. 삼성전자 홍보팀 김세훈 과장은 “직하방식은 삼성이 2006년 LED TV를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기술”이라며 “직하방식은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어 에지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올 연말에 후속제품인 ‘파브 LED 9000’을 출시할 예정이다.
LG도 최근 직하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두께 면에서 삼성에게 뒤지지 않는 후속제품을 내놨다. LED에 새로운 렌즈를 덧씌운 방식이다. LG전자 LED TV개발팀은 “LED의 빛은 나오는 각도가 좁게 한정돼 있어 화면과 일정한 거리가 확보돼야만 화면 전체에 빛을 투사할 수 있다”며 “하지만 LED에 오목한 렌즈를 씌우면 빛이 넓게 퍼져 나와 광원과 화면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LG는 이 방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직하방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 24.8mm짜리 LED TV ‘LG LH93 시리즈’를 만들었다.
LG전자 LED TV개발팀은 “당분간은 얇게 만들기 쉽고 가격이 싼 에지방식이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직하방식의 장점을 살리면서 얇게 만드는 기술이 많이 개발되면서 시장은 에지방식의 염가형과 직하방식의 고급형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는 이번 연말까지 에지방식의 저가형 LED TV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세계 최초로 LED TV를 개발한 소니와 벌일 경쟁도 주목할 만하다. 소니가 지난 1월에 출시한 ‘브라비아 X4500 시리즈’는 삼성이나 LG에서 만든 LED TV와는 달리 RGB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이나 LG에서 만드는 LED TV는 화이트 LED를 광원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광원에서 나온 흰 빛이 액정을 통과한 뒤 최종적으로 컬러 필터를 지나면서 색을 띠는 구조다.
그러나 소니 제품의 광원은 빨강, 초록, 파랑을 내는 세 가지 LED가 한 조로 구성돼 있어 광원에서 나온 빛이 처음부터 색을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니 방식이 색을 더 자연스럽고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차이가 미미하고 가격도 다른 회사 제품에 두 배 이상 높아 판매실적은 좋지 못하다. 그래도 소니는 화질을 포기하지 않고 LED 단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뚱뚱한 브라운관 TV가 벽에 걸 수 있는 얇은 평판 TV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LED TV가 나오기까지 TV가 진화한 원동력은 치열한 기술경쟁이었다. 그 경쟁은 지금 LED TV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얇고 선명하게, 그러면서도 저렴하게 만들어야만 살아남는 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LED TV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그 전쟁에서 승리한 LED TV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지난 5월 초부터 LG도 LED TV광고를 시작했다. 화면 전체에 점점이 박힌 LED가 오색찬란한 빛깔로 빛난다. “굿바이! 선만 밝힌 LED. 웰컴! 화면 가득 풀 LED가 왔다. 빛의 차이 화질로 보라”는 광고 멘트에서 화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요즘 TV만 틀면 LED TV광고가 나온다. 국내 굴지의 가전회사인 삼성과 LG가 서로 경쟁하듯 제품을 광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고를 자세히 보면 두 회사의 광고 콘셉트가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은 슬림한 디자인에, LG는 선명한 화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화질은 기본이고 디자인까지 월등하다는 삼성의 주장과, TV 본연의 기능인 화질에 충실하다는 LG의 선전에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LED가 가장자리에 있나, 전체에 있나
어떤 제품이 더 좋은지 따지려면 두 회사가 만드는 LED TV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삼성과 LG LED TV의 가장 큰 차이는 LED(Lighting Emitting Diode, 발광다이오드) 광원이 설치된 위치다. 광원이란 LCD 화면 자체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화면 뒤에서 대신 빛을 내는 물체다. 예전에는 냉음극 형광램프(Cold Cathode Fluorescent Lamp)라는 일종의 형광등을 사용했지만 최근 부피가 작고 자연색에 가까운 빛을 내는 LED로 교체하는 추세다.
LED를 설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화면 가장자리에만 LED 광원을 설치하는 ‘에지’(edge)방식과 화면 바로 뒷면에 고르게 512~960개의 LED를 설치하는 ‘직하’(direct)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3월에 출시된 ‘파브 LED 6000, 7000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에지방식으로 만든 제품이고 4월에 출시된 ‘엑스캔버스 LH 90 시리즈’는 LG에서 직하방식으로 만든 제품이다. TV 광고에서 LG가 화면 전체에 퍼져 있는 LED를 강조한 이유는 화면 가장자리에만 LED가 있는 삼성의 LED TV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각 방식은 일장일단이 있다. 삼성의 에지방식은 화면의 네 모서리에서 나온 빛을 화면 뒤에 평평하게 깔린 ‘도광판’이라는 특수 장치에 반사시켜 화면 전체로 분산시킨다. 이때 도광판 두께는 4mm에 불과하기 때문에 LED를 화면 전체에 배치할 때보다 TV 두께를 29mm대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에지방식은 직하방식에 비해 사용하는 LED 개수가 훨씬 적어 소비전력이 낮고 제조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화질이다. LED 수가 적다 보니 전체적으로 화면 밝기가 약간 어둡고, 화면 곳곳의 미세한 명암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자리에서 나오는 빛을 적재적소에 반사시키기 어렵다.
반면 LG전자가 구현한 직하방식은 화면 뒤쪽 전체에 LED를 고르게 배치하기 때문에 화면 전체가 밝고 화면 구석구석 세밀한 영상을 표현하는 데 유리하다. LG전자 LED TV개발팀은 “LG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영상부분제어’(local dimming) 방식은 LED 광원을 90개 영역으로 나눠 밝게 표현해야 하는 부분만 켜고 필요 없는 부분은 끌 수 있다”며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명암 비를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부분제어 기술을 활용하면 화면 전체의 LED를 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존 형광램프를 사용할 때보다 전력을 절반만 사용하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보통 직하방식은 두께가 에지방식의 세 배이고, 만드는 데 LED가 많이 필요해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거울 같은 도광판 vs. 오목렌즈
삼성과 LG는 화질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기술력을 발휘했다. 지난 3월에 출시한 삼성전자의 ‘파브 LED TV시리즈’는 ‘도광판’을 업그레이드시킨 제품이다. 도광판은 TV 가장자리에 설치된 LED에서 뿜어져 나온 빛을 TV 화면에 고르게 반사시키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LED TV개발팀은 “도광판에 빛을 전반사시키는 광섬유의 원리를 활용해 LED 광원에서 나온 빛의 손실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케이블로 많이 쓰는 광섬유는 빛을 특정 각도로 입사시켰을 때 그 빛을 100% 반사시키는 특성(전반사)을 갖고 있어 빛을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중간에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다. 삼성은 이런 특성을 도광판에 활용해 LED 광원에서 나온 빛이 화면 전체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만들었다.
또 LED와 거리가 가까운 화면 주변부는 밝고 거리가 먼 화면 중심부는 어둡게 보이던 문제도 도광판으로 해결했다. 도광판 내부에 레이저로 미세한 반사패턴을 조각해 광원과의 거리는 달라도 화면에 도달하는 빛은 일정하도록 설계한 결과였다. 삼성전자 홍보팀 김세훈 과장은 “직하방식은 삼성이 2006년 LED TV를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기술”이라며 “직하방식은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어 에지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올 연말에 후속제품인 ‘파브 LED 9000’을 출시할 예정이다.
LG도 최근 직하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두께 면에서 삼성에게 뒤지지 않는 후속제품을 내놨다. LED에 새로운 렌즈를 덧씌운 방식이다. LG전자 LED TV개발팀은 “LED의 빛은 나오는 각도가 좁게 한정돼 있어 화면과 일정한 거리가 확보돼야만 화면 전체에 빛을 투사할 수 있다”며 “하지만 LED에 오목한 렌즈를 씌우면 빛이 넓게 퍼져 나와 광원과 화면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LG는 이 방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직하방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 24.8mm짜리 LED TV ‘LG LH93 시리즈’를 만들었다.
LG전자 LED TV개발팀은 “당분간은 얇게 만들기 쉽고 가격이 싼 에지방식이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직하방식의 장점을 살리면서 얇게 만드는 기술이 많이 개발되면서 시장은 에지방식의 염가형과 직하방식의 고급형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는 이번 연말까지 에지방식의 저가형 LED TV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세계 최초로 LED TV를 개발한 소니와 벌일 경쟁도 주목할 만하다. 소니가 지난 1월에 출시한 ‘브라비아 X4500 시리즈’는 삼성이나 LG에서 만든 LED TV와는 달리 RGB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이나 LG에서 만드는 LED TV는 화이트 LED를 광원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광원에서 나온 흰 빛이 액정을 통과한 뒤 최종적으로 컬러 필터를 지나면서 색을 띠는 구조다.
그러나 소니 제품의 광원은 빨강, 초록, 파랑을 내는 세 가지 LED가 한 조로 구성돼 있어 광원에서 나온 빛이 처음부터 색을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니 방식이 색을 더 자연스럽고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차이가 미미하고 가격도 다른 회사 제품에 두 배 이상 높아 판매실적은 좋지 못하다. 그래도 소니는 화질을 포기하지 않고 LED 단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뚱뚱한 브라운관 TV가 벽에 걸 수 있는 얇은 평판 TV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LED TV가 나오기까지 TV가 진화한 원동력은 치열한 기술경쟁이었다. 그 경쟁은 지금 LED TV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얇고 선명하게, 그러면서도 저렴하게 만들어야만 살아남는 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LED TV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그 전쟁에서 승리한 LED TV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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