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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일상생활에서 첨단기기까지

성형외과 레이저는 루비가 만든다

세계 최고의 부자라 불리는 브루나이의 왕은 값비싼 보석을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8년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최종 낙찰가 3백63만달러에 팔린 15.97캐럿의 버마산 루비도 지금은 브루나이 왕의 부인들 중 한명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97캐럿은 3.194g으로 금 한돈의 무게인 3.75g보다도 작지만 가격은 10만배 이상 비싸다. 보석 중에 가장 비싼 것은 누가 뭐래도 영화 ‘타이타닉’에 등장하는 유색 다이아몬드다. 영화에 등장한 블루 다이아몬드는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호프 다이아몬드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호프 다이아몬드는 45.52캐럿의 무게에 가로 2.56cm, 세로 2.58cm, 높이 1.2cm로 대단히 큰 파란색 다이아몬드다. 소장자였던 토마스 호프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이 보석은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이 보석을 소유했던 사람들이 죽거나 파산하는 등의 불운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흔히 보석이라 하면 왕관이나 결혼예물에만 사용되는 특별한 존재를 떠올린다. 과연 그럴까. 사실 보석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첨단산업현장에서도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보석의 또다른 얼굴을 만나보자.


보석은 광물이지만 모든 광물이 보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석은 아름다워야 하고 물리∙화학적으로 안정돼 견고해야 하며 귀 해야 한다. 사진은 오팔 원석.


자연의 보물상자 페그마타이트

이렇게 값비싼 보석이란 과연 무엇일까. 보석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유명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때문에 그 이름이 익숙한 미네랄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이 미네랄이 보석이 되기 때문이다. 미네랄이란 자연에서 생긴 무기물로 일정한 범위 내의 화학조성과 규칙적인 원자배열을 갖고 있는 균질한 고체를 말한다. 우리말로는 광물이라 한다.

물론 모든 광물이 다 보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광물이 보석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아름다워야 한다. 오랜 옛날 실론 섬(스리랑카)에 있는 강가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려고 조개를 줍고 있던 한 원시인이 우연히 투명하고 새빨간 돌을 인류 최초로 발견하고 기뻐한다. 왜? 예쁘기 때문이다. 둘째 물리·화학적으로 안정돼 견고해야 한다. 아름다운 빨간 돌이 쉽게 깨지거나 흠이라도 간다면 우리의 주인공은 실망하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너무 흔해서 누구나 갖고 다녀서는 안된다. 이런 세가지 특징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면 이 돌은 보석이라고 불릴 것이고, 최초의 발견자는 고민 끝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줄 것이다.

보석은 어떻게 생성될까. 보석의 생성과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고열과 고압 하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던 마그마가 오랜 세월에 걸쳐 천천히 식으며 용융점이 높은 광물부터 정출되는 과정에서 보석이 생성된다. 특히 ‘자연의 보물상자’라 불리는 페그마타이트(pegmatite)에서 많은 보석이 발견된다. 페그마타이트는 마그마가 굳어지는 마지막 단계에 이른, 휘발성이 풍부한 잔액에서 형성된다. 이 잔액에는 그동안 정출되지 못한 희귀원소들이 많이 녹아있다. 때문에 이 잔액에서 아름답고 희귀한 보석이 많이 자란다. 아콰마린, 스포듀민, 전기석, 토파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보석들은 크기가 수m에 달할 정도로 크고 결점이 없는 잘생긴 결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계에 들어있는 수정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시계중에 는 영어로‘Quartz’(수정)라고 쓰여있는 종류가 있다. 수정을 이용해 전기적으로 진동하는 회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흔히 반지, 목걸이, 귀고리 같은 액세서리나 왕관에만 쓰이는 줄 알고 있는 보석은 일상생활과도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시계를 잘 살펴보면 대부분 영어로 Quartz(수정)라고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정은 세계 어디에서나 많이 산출되는 흔한 보석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나는 자수정은 그 색이 아름다워 고가에 팔리며 수출도 많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석인 수정이 시계에 적혀있는 것일까.

수정은 물리적인 압력을 받았을 때 전기를 흐르게 하는 특별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물론 역반응도 가능해 전압을 가하면 물리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변형이 생긴다. 전기석에서 처음 발견된 이런 현상은 압전효과라고 불린다.

수정을 얇게 판으로 가공해 고주파 전압을 가하면 수정편이 주기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데, 이때 수정편의 물리적인 고유진동수와 동일한 주파수의 전압을 가하면 공진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공진효과로 쉽게 강력하고 안정된 물리적 진동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마치 그네를 밀 때 그네의 고유진동수와 동일한 주기로 밀어주면 그네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안정되게 멀리까지 진동시킬 수 있는 원리와 동일하다.

이같은 수정의 성질을 이용해 아주 정밀하게 전기적으로 진동하는 회로를 구성할 수 있는데, 이것을 시계에 이용하기 때문에 수정이라고 표기돼 있는 것이다. 시계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국에서 전파의 주파수를 정확히 유지하기 위해서도, 컴퓨터처럼 정밀하게 주파수를 통제하기 위한 많은 전자장비에도 수정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점 없애는 루비 레이저

보석은 레이저와 같은 첨단기기를 제작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최초의 레이저는 루비를 사용해 만들었다. 산화알루미늄 결정에 크롬이 불순물로 들어가면 결정이 붉은색을 띠고 특정한 에너지 분포를 갖는데, 이것이 다름아닌 루비다. 루비는 많은 전자를 높은 에너지 준위에 오랫동안 머물게 할 수 있는 에너지 분포를 갖고 있다. 만일 이들 중 하나의 전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에서 낮은 에너지 준위로 떨어지면 이 에너지 차에 해당하는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데, 이때 발생한 전자기파에 의해 다른 전자들도 차례로 떨어지며 같은 파장의 전자기파를 잇따라 내놓는다. 이렇게 생긴 전자기파를 결정의 양쪽에 놓인 거울로 반사시켜 증폭시키면 드디어 레이저가 되는 것이다.

최근 성형외과에서 레이저 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제는 레이저 의학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러가지 레이저가 다양한 치료에 응용되고 있다. 레이저 치료의 원리는 레이저 광선이 어느 특정 색에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멜라닌색소 파괴에 가장 효과적인 루비 6백94nm 파장을 이용하면 피부의 다른 부위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선택적으로 점 같은 부위에만 높은 에너지를 가해 이 부분을 태워낼 수 있다.

레이저는 의학용 외에도 파장과 출력에 따라 반도체 소자 위에 숫자나 회사로고를 새기는 일, 금속을 절단하는 일, 홀로그램을 만드는 일 등 다양한 용도에 사용된다. 레이저에는 루비뿐만 아니라 이트륨과 알루미늄을 사용해서 인공적으로 만든 석류석인 야그(YAG), 불빛의 종류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는 고가의 보석인 알렉산드라이트(Alexandrite) 같은 보석도 사용된다. 물론 이산화탄소나 아르곤 같은 기체를 통해 만들어지는 레이저도 있다.

한편 최근에는 루비가 빛을 느리게 하는데도 쓰이고 있다. 지난 3월 21일자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내온도에서 루비를 통과시킨 빛이 초속 30만km에서 열차속도인 초속 57m로 느려졌다. 이전에는 매우 낮은 온도에 특별한 기체에서만 가능했다. 이제 느려진 빛이 원격통신과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중요하게 쓰일 수 있을지 모른다.

열 분산시키는데 다이아몬드가 최고


털을 제거하는 레이저. 보통 성형외과에 서 이뤄지는 레이저치료에는 루비를 이용한 레이저가 많이 사용된다.


보석으로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다이아몬드도 첨단과학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경도가 높다는 특성 외에도 많은 특별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상온에서 열전도도는 어떤 물질보다 높은데, 구리 열전도도의 다섯배나 될 정도다. 다이아몬드는 열전도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금속과 달리 열에 의한 변형도 거의 없다.

다이아몬드의 이같은 특징은 반도체의 열을 분산시키는 열분산판(heat spreader)을 제작하는데 알맞다. 물론 다이아몬드 결정을 편으로 잘라 반도체에 붙이는 것은 아니다. 대신 다결정 다이아몬드(polycrystalline diamond)를 화학적으로 표면에 증착시키는 기술을 사용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이런 기술로 고체 레이저 다이오드와 같은 고출력 반도체의 표면에 다이아몬드 결정을 자라게 해 열분산판을 만든다.

또 다이아몬드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적외선을 잘 통과시키는 특별한 성질이 있다. 일본 원자력연구소는 고출력 마이크로 발진장치인 자이로트론(Gyrotron)의 창문을 기존의 사파이어 창 대신 다이아몬드 창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자이로트론은 전자를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고속으로 회전시킴으로써 고출력의 전자기파를 얻어내는 장비다. 문제는 이 장비에서 고출력의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면 기존 사파이어 창의 경우 온도가 1초에 2백℃나 올라갔던 것이다. 전자기파와 함께 발생한 적외선이 창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창문을 지름 10cm, 두께 2mm의 다이아몬드 창으로 바꿔 적외선을 밖으로 빼버림으로써 창의 과열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해서 일본 원자력연구소에서는 무사히 1백70GHz(기가 헤르츠, 1GHz=${10}^{9}$Hz)의 주파수에서 출력 4백50kW의 전자기파를 얻어냈다.

자연에 없는 인간의 창조물 큐빅

시계 속의 수정, 레이저를 만드는 루비, 적외선 창인 다이아몬드 등은 자연석보다는 주로 합성석이다. 자연적인 과정으로 땅속에서 생성된 보석인 자연석의 경우 생성 환경에 따라 불순물의 함량도 일정치 않거나 원치 않는 광물이 결정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등 많은 결함이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특성을 갖기도 힘들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산업에 사용되는 보석에는 대부분 합성석을 사용한다. 산업용 보석뿐만 아니라 결혼예물에 사용되는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도 상당수는 천연석(자연석)이 아닌 합성석이다. 고품질의 보석을 싸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합성석은 인간이 만들기는 했지만 물리·화학·광학적 특징이 자연석과 동일한 보석을 부르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광산에서 캐내지 않고 공장에서 생산해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합성석은 천연석과 비교해 다른 점이 거의 없다.

합성루비는 비싼 천연루비를 대체하기 위해 이미 1백년 전부터 제조돼 왔다. 스위스의 베르누이가 처음으로 성공한 루비 제조법은 간단하고 효율이 좋다. 그래서 아직도 동일한 방법으로 값싸게 합성루비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에메랄드도 매우 비싼 보석이기 때문에 많은 회사에서 합성석을 생산한다. 에메랄드의 합성방법은 루비에 비해 어렵고 자연 과정을 닮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에메랄드를 제조하는 회사에서는 합성석이 자연석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뿐더러 그 품질이 오히려 뛰어나기 때문에 굳이 자연석을 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정도다. 더구나 일부 회사에서는 자사의 합성 에메랄드를 선전할 때 합성이라는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 에메랄드를 재료로 재결정했다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보석에는 합성석과 별도로 인조석도 존재한다. 인조석이란 인간이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합성석과 동일하지만 자연에 그 대응물이 없는 인간의 순수한 창조물을 말한다. 이러한 보석으로 유명한 것에는 흔히 큐빅이라 불리는 큐빅 지르코니아(Cubic Zirconia)가 있다. 큐빅 지르코니아는 비록 값싼 인조석이지만 일반인은 구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다이아몬드와 매우 유사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합성석과 인조석은 엄격하게 보면 보석으로 분류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있어서 자연석에 뒤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값이 싸다는 장점 때문에 자연석의 대용물로 많이 애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합성석과 인조석의 발전은 단지 값싼 보석을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라, 광물의 특수한 성질을 연구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과학적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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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순창 보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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