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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상당수가 과학동아 독자



부산에 있는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국내 최초의 영재고다. 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144명의 신입생을 모두 선발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100%로 확대하면서, 한편으로는 2단계 캠프전형에서 수학ㆍ과학 지필시험을 치러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상균 입학지원부장을 만나 입시전형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을 들어봤다.



※ 과학동아는 2011년 연중기획으로 고교탐방을 실시한다. 영재고, 과학고, 과학중점학교, 마이스터고 등 이공계 청소년이 진학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안내하고 입학전형을 소개한다.



2011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100%로 확대했다. 그 취지는 무엇인가?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일반전형으로 선발했다. 그러나 합격한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점차 영재성이 희미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영재들이 입학한 후에 본래 실력을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학교가 진정으로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2010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30%)했고, 2011학년도에 100%로 확대했다.



1단계 학생기록물 평가 전형에서 지원자가 제출하는 각각의 서류는 1단계 전형 합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먼저 학생기록부의 내신성적은 절대적인 건 아니다. 전교생 30명 중에 1등을 한 학생이 합격할 수도 있고, 전교생 300명 중에 1등 한 학생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학생의 잠재력과 의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와 에세이, 추천서는 글을 잘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원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들어있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추가로 방문면접을 실시한다.



학원을 통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자신의 영재성을 지나치게 과장한 경우에는 면접을 통해 다 확인해서 알아낼 수 있다. 성장배경, 수학·과학에 대한 열정, 학업계획 등 요구하는 항목에 대해 기본 틀을 잡아놓고 내용을 채워서, 많으면 줄이고 다듬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에세이에는 자기소개서에 담지 않은 내용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한 제출 서류다. 에세이라는 이름 때문에 글쓰기 자체를 평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과학활동을 하면서 얻은 경험, 자신이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점, 존경하는 인물 등의 주제에 대해 쓰면 된다. 추천서는 지원자를 오랫동안 지켜본 교사에게 받길 바란다.



영재성 입증자료는 지원자가 가장 포장하려 드는 부분이다. 대다수 학부모들이 상담할 때 아이가 영재성이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그러한 근거가 되는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 평범함 아이와 다른 성장과정을 거쳤거나, 수학·과학에 대한 특출한 호기심을 보인 사례를 보여주길 바란다. 돈을 들여 해외에서 어떤 활동을 했다는 내용은 의미없다.



합격생 중 다수가 영재교육원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재교육원 경험이 합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많은 지원자가 영재성 입증자료를 통해 영재교육원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대다수 지원자가 영재교육원 출신이라 변별력이 없는 요소다. 그 점만으로 합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지난 입시의 2단계 영재성 다면평가 전형에서 수학ㆍ과학 지필평가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두고 ‘100%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라 할 수 있는가?

우리 학교는 일반고와 달리 대학교와 같은 체계로 교육이 이뤄진다. 원하는 과목을 듣고, 일정 학점 이상을 받아야 이수할 수 있다. 따라서 입학생들에게 기초적인 수학·과학능력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내신성적을 보는데, 내신성적은 학교별로 편차가 크다. 또 전체 석차만 표시되므로 과목별 성적을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최소한의 수학(修學)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중학교 3년을 이수한 수준의 문제를 갖고 수학·과학 종합사고력 평가를 실시했다. 점수가 높다고 합격에 유리한 게 아니다. 최저 학력 평가의 기준으로 적용했으며 나머지는 참고사항으로 삼았다.



‘영재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IQ가 높다고 다 영재는 아니다.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영재성을 구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가 창의성인데, 창의성만 높고 과제집착력이 없으면 영재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 학교에서는 특히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정보 분야에서 각각 영재성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우리 학교의 인재상은 창의, 열정, 봉사의 핵심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미래사회에 공헌할 글로벌 리더를 육성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교육철학이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서도 그러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려고 한다. 특히 인성 부분은 캠프전형을 통해 심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열정이 있고 수학·과학을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우수한 학생으로 키워낼 수 있다.



캠프전형은 어떻게 치러지는가?

2단계 지원자들은 모두 1박2일간 우리 학교에서 숙식하며 캠프전형에 임했다. 수학·과학 종합사고력 평가와 함께 개별면접, 집단면접을 봤다. 집단면접에서는 토론과제를 제시해 학생들의 인성과 가치관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정의란 무엇인가’의 앞부분에 나오는 상황을 제시하고, 시장경제와 윤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게 했다. 정답이 없는 토론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얼마나 논리적인지, 그리고 다른 이의 말을 얼마나 경청하는지와 같이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태도와 자세까지 종합적으로 관찰한다.



최종 합격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4명의 입학사정관이 한 팀이 돼 1명의 수험생을 평가한다. 그중 한 사람은 입학사정관 전형 유경험자로서 검토위원의 역할을 한다. 각자의 가치관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로의 평가가 차이날 때마다 팀 내에서 의견을 교류한다. 1, 2단계 심사를 모두 종합해서 합격권, 불합격권과 중간 보더 라인에 걸린 지원자들로 판별한 뒤, 전형위원회를 연다. 지원자 한명 한명에 대한 정보를 브리핑해서 합격 대상자를 추천한다. 그리고 선정심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한다.



2012학년도 입학전형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올해 입학전형은 3월쯤 발표할 계획이다. 제출 서류 중 하나인 영재성 입증자료에 변화를 주고, 2단계 전형도 재정비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2011학년도와 같이 수학·과학 종합사고력 평가를 실시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서류상으로 나타나지 않은 지원자의 모습을 파악하고, 영재성을 평가할 수 있는 캠프전형을 준비하려 한다. 과학활동 보다는 지원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평소 모습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



중1이나 중2에서 진학한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가? 학교에서는 어떤 점을 지원하는가?

2011학년도 신입생으로 중1학생 2명, 중2학생 17명이 선발됐다. 어린 학생들이라도 자기 관리를 잘하고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에 임하면 동급생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또 인문교과를 제외한 전 과목을 영어로 강의한다. 2학기 중의 사이버 교육과 방학 중의 원어민 선생님이 진행하는 ECC(English Communica tion Center) 강의 등으로 학생들의 영어 학습을 지원한다. 국제반을 운영해서 외국인 학생들을 선발해 글로벌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또 1인 1동아리제를 통해 모든 학생이 청소년다운 열정과 에너지를 분출하도록 돕고 있다.



졸업생들의 진학 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올해는 KAIST에 104명, 서울대에 38명, 포스텍에 18명이 최종 합격했다. KAIST, 포스텍, UNI ST 등에 진학할 경우 AP 학점인증제도가 있기 때문에 대학과정을 미리 이수할 수 있어 유리하다. 해외 대학을 바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10여 명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진학하기를 꿈꾸는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에 어려서부터 과학동아를 읽으면서 꿈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수학·과학에 대한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해왔고, 꼭 과학도로서 길을 걷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 학교에 들어올 만하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 들어오는 것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또 우리 학교에 꼭 들어와야만 영재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꿈이 확실하다면 다른 곳에 가서도 충분히 그 꿈을 펼칠 수 있다. 입시 자체에만 너무 매달리지 않았으면 한다.





선배에게 듣는다

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 김규현 학생

“아는 기쁨보다 배우는 기쁨”




“영재고에 ‘영재’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무척 평범한 아이죠.”



‘영재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떤 학생들일까’, ‘영재라고 불리우는 학생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학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김규현 학생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공부를 잘하긴 했지만, ‘영재’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어요. 막연하게 영재고에 가고 싶었지만, 학원을 다니면서 선행학습을 하고 입시를 준비한 게 아니라서 들어가기에는 힘들어 보였죠. 그러던 어느날 입학사정관 전형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도전해 볼만하겠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막상 입학사정관 전형을 앞두고 준비하려고 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평소대로 공부하고, 책을 읽고, 그동안의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일이 전부였다.



“수학·과학 공부를 별도로 하지는 않았어요. 현재의 실력을 보고 뽑는 게 아니라, 잠재력을 보고 뽑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입학사정관제라는 게 저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수학·과학에 대한 열정은 어떻게 보여줬을까? 김규현 학생은 초등학교 때 지방으로 내려가 경남 밀양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그곳은 사설학원이나 최신 입시 정보와는 동떨어진 환경이다. 김규현 학생은 우연한 기회에 화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화학 올림피아드에 출전해서 장려상을 탔다. 오직 열정만으로 도전한 결과다.



“우연히 화학식을 접하고 한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화학 올림피아드에 도전했고,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입상하게 됐죠. 중학교 때까지 하나였던 ‘과학’ 과목이 물화생지로 나뉘며 더 세분화되고 깊어진다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김규현 학생은 영재고에 들어간 후에 더 넓은 세상을 만났다. 과학에 다양한 분야가 접목된다는 걸 배우며 독서량도 많이 늘었다.



“영재고에 들어올 때는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싶다고 꿈을 말했어요. 하지만 들어와보니 배울수록 더 많은 분야가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어요. 자연스레 과학뿐 아니라 인문사회까지, 많은 책을 읽고 있어요.”



때로는 밥먹을 새도 없이 과제와 수업을 쫓아가느라 바쁘지만, 공부 외의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려 한다. 축제기간에는 연극부로 활동하며 끼를 발산하고,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려고 고아원에 갔는데, 가서 잡초뽑는 일을 했어요. 힘들었지만 땀흘려 돕는 일이 더 가치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방학 때마다 꾸준히 가서 도울 생각이에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라고 말하는 김규현 학생. 수학·과학에 대한 열정을 3년간 가져갈 수 있는 학생들이 후배로 들어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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