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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만든다는 단백질 보충제의 진실

SBS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김국종’으로 활약하고 있는 근육맨 가수 김종국, KBS의 간판 오락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있는데’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허경환, 지난 3월 종영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 역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민호. 요즘엔 가수, 개그맨, 탤런트 할 것 없이 TV에 나오는 사람이 전부 ‘몸짱’이다. 이런 현상은 ‘몸짱은 곧 인기’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었다. 연예인들이 “닭 가슴살만 먹으면서 운동했다”거나 “단백질 보충제로 근육을 키웠다”고 밝혔다는 얘기가 속속 나오면서 그들처럼 ‘몸짱’이 되길 꿈꾸는 사람들이 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다.

단백질은 탄수화물, 지방과 함께 3대 영양소로 분류된다. 탄수화물과 지방이 신체활동의 에너지원으로 주로 쓰이는데 비해 단백질은 세포, 호르몬, 근육, 간, 심장 같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와 조직, 기관을 구성하는 재료로 쓰인다. 하루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일반인이 체중 1kg당 0.8g 정도이고 성장기 청소년은 1kg당 1.2g 정도다. 운동선수나 보디빌더는 하루에 체중 1kg당 단백질을 2g까지도 섭취한다.

단백질은 콩, 육류, 계란, 우유 같은 음식물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지만 신체조직, 특히 근육을 더 빨리 발달시키고 싶은 사람은 음식물에서 단백질만 분리한 단백질 보충제를 추가로 먹는다. 단백질을 분말 형태로 먹으면 신체에 더 빠르게 많이 흡수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사람들은 근육이 더 빨리 생기고 힘이 많이 드는 고강도 근력 운동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단백질 보충제 효과를 봤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운동 안 하고 먹으면 ‘독’

근육은 길쭉한 원통형 근육세포 여러 개가 묶여 있는 다발이다. 근육세포는 다시 가느다란 근섬유 여러 가닥으로 구성돼 있다. 운동을 하면 근육세포(근섬유)가 손상되고, 우리 몸은 혈중 아미노산을 끌어와 새로운 근섬유 세포를 만들고 손상된 근섬유를 회복시킨다. 운동과 휴식을 반복하면 근육세포가 손상되고 회복되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근육이 굵어진다.

단백질 보충제는 근육을 키우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2006년 부경대 교육대학원에서는 20대 남성 10명을 대상으로 보충제를 섭취하는 그룹과 섭취하지 않는 그룹을 나눠 8주간 근력 운동을 시켰다. 그 결과 류신, 이소류신, 발린 세 종류의 곁사슬 아미노산을 섭취하면서 근력 운동을 한 그룹은 벤치 프레스에서 이전보다 11.8kg이나 더 들 수 있었고, 먹지 않고 운동한 그룹은 4.2kg 더 들었다.

국민대 체육학과 이주형 교수는 “운동 전후로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면 근육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아미노산을 충분히 공급해 근육이 급격히 성장한다”며 “하지만 단백질을 음식물로 섭취하는 경우에도 근육이 생기는 속도가 느릴 뿐 결국 근육이 만들어지는 양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필수 아미노산을 고르게 섭취하기 힘든 채식주의자는 아미노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충제가 필요하지만 일반인은 음식물로 충분하다”며 “계란이나 두부 같이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음식으로 1kg에 3만 5000원 정도 하는 고가의 단백질 보충제와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가격뿐만이 아니다.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지 않으면 과잉으로 섭취한 단백질은 체내 질소 노폐물의 양을 늘려 신장에 부담을 준다.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사람은 보통 식사 외에 운동 전후와 취침 전 30g씩, 하루에 세 번으로 총 90g의 단백질을 추가로 섭취한다. 하루 종일 격렬한 운동을 하는 운동선수가 아니면 몸은 섭취한 단백질(아미노산)을 전부 근육으로 보낼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남는 단백질은 대사과정을 거쳐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그런데 단백질 대사과정에서는 질소 노폐물이 생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분해될 때 나오는 포도당이나 물, 이산화탄소는 인체에 무해하지만, 단백질에서 분해된 질소 노폐물은 혈액에 녹아 암모니아 형태로 바뀐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간에서 요소로 전환해 신장에 보낸다. 신장은 혈액에서 요소를 걸러 소변으로 배출한다. 인제대 ?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김철환 교수는 “신장이 건?한 사람은 요소의 양이 갑자기 많아져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되거나 선천적으로 신장이 약한 경우에는 신장에 무리를 준다”고 설명했다.

위험한 단백질 보충제 다이어트

단백질 보충제는 종류가 여러 가지다. 100%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순수하게 근육을 증가시키는 보충제가 있는가 하면,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반반씩 섞인 살을 찌우는 보충제도 있다. 최근에는 비타민이나 타우린 같은 영양성분을 첨가해 식사 대용으로 판매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은 단연 다이어트용 단백질 보충제다. 보통 사람의 1일 에너지 권장량은 2000~2500kcal인데, 이 중 탄수?물은 55~60%를 차지하고 지방은 30% 이하이며 단백질은 10~15%를 차지한다. 단백질은 대부분 신체 조직을 구성하는 데 쓰이고 탄수화물과 지방은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이다. 사람이 1일 에너지 권장량보다 적은 열량을 섭취할 경우 우리 몸은 에너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체내에 저장된 에너지를 꺼내 쓴다. 다이어트를 할 때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고 하는 이유도 체내에 저장된 지방을 소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단백질 보충제로 같은 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 단백질 보충제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식사 대신 보충제를 먹으면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부족해 체내에 저장된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주형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보충제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근육을 생성하는 데 쓰이지 않고 대사과정을 거쳐 에너지원으로 쓰인다”며 “이렇게 섭취한 단백질이 에너지 권장량에 못 미치면 모자란 부분은 간이나 근육 같은 조직에 있는 단백질로 보충하기 때문에 체지방보다는 근육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몇 해 전 반짝 유행했던, 밥 대신 고기만 먹는 황제 다이어트와도 성격이 비슷하다. 김철환 교수는 “한 영양소에만 집중된 식단이 인체에 이로울 리는 만무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단백질 보충제에 들어 있다는 각종 영양성분도 의심스럽다. 단백질 보충제 광고에?는 ‘13종류 이상의 고급성분 함유’ ‘수십여 종의 비타민 포함’ 같은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들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단백질 보충제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지정하고 먹어도 안전한 것으로 고시된 식품이나 식품첨가물만 보충제에 첨가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이용해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들여오는 수입 보충제에 대해서는 일일이 검증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5월 14일 식약청에서 적발한 보충제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미국에서는 판매 금지된 보디빌더용 보충제로, 적발되기 전까지는 온라인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스테로이드
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지는 신체 조절물질이다. 아미노산 흡수를 촉진해 일시적으로 근육 새성을 돕는다. 하지만 장기복용하면 근육 이상, 공격성, 간 기능 저하 등의 후유증이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마약류로 규정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제품이 100% 단백질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보충제에 들어가는 단백질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약청에서는 히스티딘, 이소류신, 류신, 라이신을 비롯해 우리 몸이 합성하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 9가지의 기준량을 정하고 제품에 함유된 아미노산 중 어느 한 성분이라도 기준량의 85%에 미치지 못하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좋은 단백질 보충제를 고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옛말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중한 우리 몸에 같은 공식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단백질 보충제가 몸짱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해도 자연스럽게 건강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이 더 낫지 않을까. 오늘 저녁부터는 계란이랑 두부 먹고 팔굽혀펴기를 해보자. 당신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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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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