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투자하느니 인공위성 하나 돈주고 사오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최근에 와서 우리는 우주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여러가지 연유가 있겠지만 쉽게 생각해서 우주공간을 날고 있는 인공위성을 이용함으로써 인류복지가 많이 향상되었고, 우주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종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우주산업이 점차적으로 크게 발전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쓰기 좋아하게 된 것같다.
지금은 우주시대
우리가 안방에서 아침 저녁으로 TV뉴스를 들을 때마다 일기도의 구름사진을 볼 수 있는 데 일반 사람들도 그 구름사진만 봐도 오늘 날씨가 어떻다는 정도는 판단할 수 있게 돼있다.
작년에는 태풍 피해가 엄청났었는데 그런 태풍도 구름사진을 통해 어떻게 생겼고 어느 쪽으로 진행하고 있는가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태풍의 피해를 사전에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구름사진을 한 눈에 잘 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기상위성 덕분인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가장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잘 모른채 넘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전기통신 관계다. 요즘처럼 정보기술 사회가 판치는 상황에서 정보가 신속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기업이 망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래서 본사에서 세계 각처에 위치한 해외 지점에 급한 정보를 전달하기위해서는 편지우편물보다 국제전화, 텔렉스 팩시밀리 등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요즘은 정보가 바로 돈이기에 그러한 전기통신 사용료보다 정보전달로 인한 수입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잘 사용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도 해외에 나가면 지구 어디에서나 집으로 국제전화를 쉽게 걸어 안부를 전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각처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시시각각으로 신문사나 방송국에 전달되어 우리들은 가만 앉아서도 세계의 움직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매스컴 수단이 바로 통신위성에 의해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의 세계적 거사인 올림픽 게임도 이 통신위성을 통해 세계 각처에 중계되는 것도 물론이다.
지금 우리는 기상위성과 통신관계의 인공위성 이용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우주공간에는 여러가지 목적의 인공위성이 날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가보지도 못하는 세계 각처에 묻혀 있는 풍부한 자원을 찾아내기위한 원격탐사위성, 지구의 전리층이나 천체의 X선 등을 관측하기위한 과학위성, 그리고 세계의 군사동향을 탐지하기 위한 첩보위성 등 산업 과학 군사이용 등의 인공위성 수천개가 우리 주변의 우주공간에 꽤 돌아 다니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는 인공위성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러한 크고 작은 많은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에 띄워 올리기 위해서는 추진력이 방대한 발사체인 로킷을 개발해야 된다.
1957년 인류최초의 과학위성 스푸트닉 1호를 발사하기위한 초창기의 로킷 추진력은 5백만t이었지만(SS-6KBM 개조) 지금은 스페이스셔틀(space shuttle)을 쏘아 올리기위한 거대한 로킷이 개발되었고 자그마치 추진력은 초기의 5배이상의 웅장한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파급효과가 큰 우주산업
초강대국인 미국 소련은 독자적인 우주개발계획에 따라 미래의 우주기지를 건설하고 우주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지상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무중력과 초진공상태를 응용한 신소재개발이라든지 신의약품 생산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한한 태양열을 지상에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우주 태양발전소 건설 등 여태껏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규모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막대한 무역 흑자의 경제력과 첨단산업의 급성장을 배경으로 우주정거장은 물론 달나라의 기지건설까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정도다.
그리고 유럽은 유럽대로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유럽공동우주국(ESA)을 설립하여 대규모의 우주사업을 계획 추진중에 있다. 개발도상국인 인도 중국 등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과학실험위성을 여러개 발사했으며, 그외에도 여러 목적의 인공위성을 연구개발 중에 있다. 자기나라가 직접 통신위성을 개발하지 않았지만 선진국의 위성을 사들여서 국내통신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도 많다.
이렇게 선진국이나 후진국 할 것없이 많은 나라가 범국가적으로 우주개발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비단 국민의 복지 향상과 경제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주과학기술이 바로 군사과학기술의 핵심과 직결되어 그 나라 국방력강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때문이다.
핵심기술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기상위성이라든지 통신위성 하나 발사하지 못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발사하는데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로킷을 이용하는 방법과 미국의 NASA(미국립항공우주국)나 ESA의 로킷을 빌려서 발사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인공위성발사용 로킷은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있으나 방위산업의 일환으로 고체추진체 로킷을 추진기관으로하는 사정거리 수백㎞의 유도탄 시제품(試製品) 개발의 실적은 있다. 물론 여기에 필요한 발사 및 관제시설 등도 갖추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직 통신위성은 개발하지 못했지만, 국제전기통신위성기구(INTELSAT)의 통신위성을 이용하고 있으며 30m의 위성통신용 국산 안테나를 몇군데의 위성지구국에 설치하고 있다. 국내기업에서도 위성방송용 수신기와 안테나를 개발하고 있으며 위성통신이 필요한 주변장치들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또한 원격탐사 자료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관련 연구기관에서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하드웨어와 외국에서 도입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자료처리 시설이 갖추어지고 있고 그 응용연구가 한창 진행중에 있다.
지금까지 우주개발사업에 관련된 몇가지 예를 든 바와 같이 아직은 우리나라의 우주과학기술 수준은 초기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과학기술이란 결국은 오랫동안 쌓아온 여러 분야의 최첨단 과학기술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시스팀종합기술이기 때문에 이에 관련된 모든 분야가 골고루 발전되어야한다. 또한 이것은 막대한 투자가 따르는 미래의 거대과학이므로 정부의 강한 의지와 장기적인 뒷받침 없이는 발전시킬 수 없다.
구입과 개발의 차이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이러한 고도의 우주기술은 우리의 여건상 당장 큰돈 들여가며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통신위성 하나쯤은 돈의 여유가 있고 경제성이 있으면 사와도 될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공위성은 한번 구입했다 해서 반 영구적으로 오래 쓸 물건이 못 된다. 길어도 6~7년이면 수명이 다하고 또 새로운 통신위성을 발사하게 되는 데 결국 독자적인 기술이 없는 한 비싼 돈 주고 사와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 올 경우에도 그 물건에 대해서 잘 알아야 물건값을 깎아서 조금이라도 싸게 사 올 수있기 때문에 역시 관련 기술의 기초 기반 정도는 갖추어야 된다.
그러면 이러한 통신위성을 우리가 보유할 경우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장차 우리 손으로 개발할 수 있는가.
나중에 각 분야별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겠지만 여기서 그 추진전략에 대해서 잠깐만 언급해보자.
오늘날 우주기술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산업분야로 그 파급효과가 클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듯이 군사기술의 핵심이 되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다른 나라에 기술이전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앞으로 이대로 계속된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면 우주기술은 선진국들만의 점유물이 되고 방대한 우주산업시장의 독점화는 날로 심화될 것이다. 지금 아프리카의 한 후진국가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동차를 개발 생산 못하듯이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우주기술을 개발 축적 못하면 2000년대에 들어서서도 통신위성 하나 못 만드는 우주기술 후진국이 되고 만다.
그런데 우리가 우주기술개발에 열을 올린다 해서 당장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되어 가는 마당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을 이전받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더우기 우주기술은 방위산업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기술 이전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 협력산업에 적극 참여
그래도 한가지 좋은 방법이 있다. 우리들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한 우주의 신비를 캐내기위한 노력은 인류의 숙명적인 과업이며, 우주탐구를 위한 우주관측 기술개발은 영원히 계속 될 것이다. 따라서 우주관측분야에서는 범세계적으로 국제협력사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도 이에 적극적인 자세와 준비가 갖추어져 있으며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우주관측기술개발을 위한 국제협력사업을 잘 수행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우주기술 습득이 잘 이루어지고 전문인력양성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여 우주과학기술의 기반을 구축하기위해 지난 86년3월에 천문우주과학연구소가 설립된 것이다. 본 연구소는 초창기이기 때문에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당분간은 핵심전문가인력(박사급)양성을 우선 중요시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선진국의 관련기관과의 국제협력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최근에 발표된 과학기술처의 천문우주과학 분야의 연구개발사업 중장기계획에 따라 서울공대, KAIST등의 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항공공학과를 중심으로 특정연구과제를 공동수행하는 등 관련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서는 민간기업과의 공동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가서는 우주과학 기술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천문우주과학연구소가 설립된 데 대해서 좋은 평가가 있으리라 믿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