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광 필름을 통과한 빛이 설탕물을 지나간다. 그런 후 두번째 편광 필름을 통과할 때 빛은 무지개 색을 보여준다. 이 무지개 색으로 오렌지의 당도를 확인할 수 있다.
4월 21일 과학의 날, 모험이와 슬기는 화학연구소에 근무하는 삼촌으로부터 초대를 받고 삼촌의 연구실을 찾아간다.
삼촌은 과학의 날을 맞아 미래의 꿈나무인 모험이와 슬기에게 과학적 사실 한가지를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삼촌은 용액의 농도를 아는지 물었다. 이에 모험이와 슬기는 우리를 놀리는 거냐면서 당연히 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삼촌은 모험이와 슬기에게 설탕 60g과 증류수 2백40mL를 내준 후, 1백g 설탕물 용액 10%, 20%,30%를 만들어보라는 과제를 던져주고 사라졌다.
모험이와 슬기는 서로 마주보며‘씩’웃고는 설탕을 10g, 20g,30g으로, 증류수를90mL, 80mL, 70mL로 나눴다. 이를 각각 더하면 10%, 20%, 30%의 설탕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로 섞는 과정에서 그들은 각 비커의 설탕물이 몇%인지를 표시해두지 않는 실수를 하고 만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그만 자신들이 농도를 잘 모르는 것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슬기 : 모험이 오빠! 맛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모험이 : 그러면 설탕물 양이 줄어들잖아.
슬기 : 맛을 보지 않고도 설탕물 농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모험이 : 글쎄·하지만 삼촌에게 무시당할 순 없지. 분명히 방법이 있을 텐데.
슬기 : 아참! 오렌지주스의 당도를 확인할 때 빛을 이용한다던데…. 혹시 들어봤어?
모험이 : 아 그래. 그 방법이 있었지.
모험이와 슬기는 과연 맛보지 않고도 설탕물 농도를 구분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왜 그럴까?!
▶ 비커에 물을 담았을 때 불빛의 밝기는 왜 달라질까
빛은 전자기파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빛의 진행방향에 대해 수직으로 진동하며 전파해 나아간다. 보통 자연광은 이 진동방향이 일정하지 않다. 그런데 빛이 편광 필터를 통과하면 한 방향의 진동만이 남게 된다. 이때의 빛을 ‘편광’(偏光)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실험에서는 OHP로부터 나오는 빛이 비커 아래의 편광 필터를 통해 편광된다. 그런 후 물을 통과한 빛이 위쪽 편광 필름을 통과하는 양은 위쪽과 아래쪽 편광 필름의 방향에 따라 다르다. 만약 아래쪽 편광 필름과 같은 방향이면 모든 빛이 통과하지만, 반대 방향이면 빛은 통과하기 어렵다. 때문에 위쪽 편광 필름을 회전시켰을 때 빛의 밝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 물과 설탕물은 왜 다른 효과를 줄까
물은 편광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설탕물은 그렇지 않다. 설탕물의 높이에 따라, 그리고 위쪽 편광 필름의 회전각도에 따라 빛은 다른 색을 띠기도 하고 다른 밝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설탕물을 지나간 편광은 왜 이토록 다른 현상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설탕분자가 광학이성질체이기 때문이다. 화합물 중에는 오른손, 왼손처럼 거울대칭 구조를 보이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두개의 쌍둥이를 가지는 물질을 광학이성질체라고 부른다.
광학이성질체는 빛에 대해서 독특한 성질을 갖는다. 광학이성질체를 통과한 편광의 진동방향이 회전하는 것이다(그림). 이때 편광이 회전하는 정도는 편광이 얼마나 많은 광학이성질체 물질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즉 설탕물의 농도와 높이에 따라 편광의 회전 정도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이는 회전 정도가 빛이 마주치는 설탕물의 분자 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설탕물의 높이가 다른 비켜 두개에서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높이를 변화시키는 대신 양쪽 비커에 다른 농도의 설탕물로 실험해도 높이가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설탕물을 통과한 편광은 왜 다양한 색을 띨까
설탕물을 통과한 편광이 두번째 편광 필름을 통과하면 다양한 빛을 보여주는 까닭은 편광의 회전 정도가 파장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그 관계는 파장이 짧을수록 회전정도가 더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래쪽 편광 필름과 위쪽 편광 필름이 이루는 각도가 커질수록 파장이 긴 적색 빛에서 파장이 짧은 청색 빛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일정 농도(1/8M)에서 파장이 6백56nm인 붉은색 빛은 약 53° 회전하는 반면 파장이 4백47nm인 파랑색 빛은 약 1백22°를 회전한다.
결국 실험에서 설탕물의 높이가 다른 두 비커에서 색의 회전각이 다른 이유는 파장에 따라 나타나는 색의 회전각이 높이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높이가 높을수록 편광의 회전정도가 심해진다. 또한 파장에 따른 회전각의 폭이 높이가 켜질수록 넓어진다. 때문에 높이가 낮은 설탕물에서는 위쪽 편광 필름을 조금만 돌려도 보이는 색깔이 금새 변하지만, 높이가 높은 설탕물에서는 그렇지 않다.
농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즉 농도가 진할수록 색의 회전각이 커진다. 이 사실을 이용하면 물질의 당도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몇년 전 유행했던 오렌지 광고에서 이 점을 보여주었다. 양복을 말쑥하게 빼 입은 남자가 남미의 어느 오렌지 농장에서 망원경처럼 생긴 광학기를 들여다본 후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따봉”이라고 외쳐댔던 그 광고에서 말이다. 이때 남자가 들여다본 기기는 편광계(polarimeter)라는 휴대용 광학기인데, 이번 실험의 원리가 적용된 기기다.
모험이와 슬기는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회전각도를 측정함으로써 3가지의 설탕물 농도를 구분하는데 성공한다. 삼촌이 다시 그들에게 돌아왔을 때, 모험이와 슬기가 만든 농도 측정장치를 보고는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