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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자들은 생화학을 통해 우리 몸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려고 한다. 동물이나 식물 같은 유기체를 세포수준에서 이해하는데 생화학 기술이 사용되고 있으며 소화, 혈액, 물질대사, 호르몬 등의 연구도 활발하다. 또한 진화론, 환경문제, 범죄수사, 음식과 요리연구에서도 생화학을 다룬다. 이번 호에서는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학문으로 인정받고 있는 생화학의 기본 개념을 배워보고 생화학의 발전이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올지 생각해보자.

[제시문]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 받아야 한다. 음식을 소화하고, 양분을 흡수하며, 생각을 하고, 몸을 움직이는 모든 일상생활 하나하나에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물에 필요한 에너지는 일종의 화학에너지로 세포 안에서 유기물이 산화할 때 생기므로 흙 속에 섞여 있는 유기물로 생존하는 토양 미생물은 유기물이 많을 때에는 번성하지만 유기물을 모두 소모한 후에는 에너지의 공급이 끊겨 소멸하게 된다.

유기물이란 여러 가지 종류의 유기 화합물을 통틀어 일컫는다. 생물계에서는 반드시 세포에서만 유기물이 만들어지는데, 본래 지구상에 많은 양의 유기물이 있었으나 생물이 출현한 뒤 지구의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더 이상 자연적인 유기물 생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동물은 식물을 먹이로부터 유기물을 얻고, 박테리아는 동식물의 사체나 배설물에 들어 있는 유기물에 의존한다.

한편 식물은 몸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유기물은 물론이고, 에너지에 쓰는 유기물 모두를 스스로 합성한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과 같은 탄화수소 물질들도 오래 전에 살았던 동식물이 땅 속 깊이 묻혀 변한 것이므로 그 기원 역시 생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생물의 몸을 구성하며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모든 유기물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식물이 생산한 유기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식물은 무기물인 물(H2O)과 이산화탄소(CO2)로부터 유기물인 탄수화물을 합성하는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얻는다. 지구상에 널리 산재해 있는 삼림과 농경지에서 매년 약 45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로 전환되며 강과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로 고정된다.

ⓐ식물의 광합성과 ⓑ동물의 호흡 사이에는 자연의 오묘한 이치가 개입돼 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는 대신 산소를 내보낸다. 발생한 산소는 공기 중으로 섞여 나가고 동물들은 이를 흡수해 섭취한 유기물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데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다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이용된다.

광합성으로 생산된 유기물이 지상의 생물체에 들어 있는 양은 1조 5천억 톤이 넘는다. 이 정도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충분히 소비하고도 남을 양이다. 그러나 식물은 이처럼 막대한 양의 유기물을 생성하는 데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1만 분의 1정도만을 사용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에너지에 주목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란 전기나 연료와 같은,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말한다. 인간이 태양 에너지를 사용할 때 얻는 효율은 식물의 광합성 효율에 비해 매우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광합성의 높은 효율성을 배운다면 우리도 무한에 가까운 태양 에너지로 깨끗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문제] 밑줄 친 내용을 고려할 때 ‘ⓐ : ⓑ’와 유사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은?
① 연극은 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예술이다.
② 범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③ 작은 물방울이 모여 시내가 되고 시내가 모여 강을 이룬다.
④ 축구와 야구는 모두 현대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⑤ 나비는 꽃에 있는 꿀을 따서 먹이로 삼고, 꽃은 이 나비의 몸에 꽃가루를 묻혀 종족을 유지한다.
- s교육과정평가원 학력평가 2002년 6월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나는 전설이다’는 스릴러의 대부로 통하는 미국 소설가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원작의 과학적 탐구정신을 고스란히 배제한 채 코믹한 괴기영화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원작소설에는 작가의 깊은 생화학 지식이 담겨 있다.

‘나는 전설이다’는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미시세계에 대한 공포를 생물학적 재앙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하루아침에 모든 인류가 흡혈귀로 변한 세상을 설정해 신선한 피를 갈망하고, 햇빛을 싫어하며, 상처를 입어도 금세 아물어버리는 흡혈귀들의 생물학적 특징을 다양한 생화학 이론으로 설명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흡혈귀는 일종의 박테리아가 유발하는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이다. 사람이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혈액 속의 삼투압이 급속도로 변해 혈류속도가 느려지고 박테리아는 혈구세포를 소화하기 시작한다. 신선한 피를 공급해 주지 않으면 박테리아는 비활성 단백질의 형태로 변형되고 물질대사가 뒤바뀌어 스스로의 몸을 녹여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다. 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자기 몸이 파괴되는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햇빛에 대한 과민성 알레르기, 생체 아교 형태로 변형된 피부조직 등이 작가가 설명하는 ‘흡혈귀병’의 증상이다. 이처럼 단백질의 합성과 물질대사의 개념은 생화학의 핵심 분야로서 생화학자들은 세포 내의 화학적 변화를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철학자의 관점이 아닌 화학자의 눈으로 본다면 생명은 화학작용의 결과라고 대답할 수 있다.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는 물, 소금, 무기물 그리고 수많은 유기 화합물로 구성돼 있다. 유기물질은 대부분 수소나 산소와 결합된 탄소이고 여기에 질소, 인, 황과 같은 일반적인 무기질 성분이 포함된다. 단순한 원자들이 모여 다양한 분자 화합물을 만들어내고, 이들이 모여 모든 유기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가 형성된다. 우리의 몸은 약 60~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세포들은 끊임없는 화학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살아 있는 세포와 죽은 세포를 구분짓는 결정적인 차이는 화학작용이 얼마나 활발하게 일어나느냐에 달려 있다. 세포에서 ‘죽음’은 다양한 유기물들의 결합과 분해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화학작용의 정지 상태를 말한다. 모든 세포는 미토콘드리아라 불리는 ‘발전기’를 가지고 있는데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연료’가 필요하다.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세포의 에너지로 사용되지만 음식물 자체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소화’라는 화학적 변형과정을 거친다. 효소는 커다란 크기의 음식물 분자(고분자 유기화합물)를 녹여 세포가 충분히 빨아들일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분자(저분자 유기화합물)로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기물이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이다.

영양소는 생명의 에너지
세포가 영양소와 물 그리고 무기질과 산소를 이용해 화학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소화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영양소들은 간으로 흡수돼 정화과정을 거치고 혈관을 통해 온 몸으로 다니면서 세포 속으로 흡수된다. 혈액은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산소를 실어 나르는데, 산소는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이제 세포 속에 영양소와 물, 그리고 산소가 모였다. 세포 속을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는 미토콘드리아는 이들을 흡수한다.
세포 안의 발전기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영양소와 산소를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아데노신3인산(ATP)이라고 불리는 분자를 내뱉는다. 모든 세포는 ATP를 소모하면서 활동을 유지한다. 하나의 세포에는 1000여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으며, 이들이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ATP의 개수는 약 10억 개에 달한다.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따르면, 하루 동안 우리 몸에서 소모되는 ATP의 양은 몸무게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편 식물은 동물과 다른 방식으로 영양소를 얻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녹색식물은 이산화탄소, 물, 소금 그리고 질소와 같은 간단한 물질로부터 세포물질을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광합성이라고 알려진 식물의 이러한 활동은, 음식물을 통해 영양소를 만들어내는 동물의 소화 작용과 같다.

광합성에 대한 연구는 1771년 영국의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행한 간단한 실험에서 시작됐다. 프리스틀리는 밀폐된 용기 안에 있는 식물에서 어떤 물질(나중에 산소로 밝혀짐)이 나와 공기가 차단돼 있는데도 초가 계속 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화학적 연구가 지속되면서 광합성에는 이산화탄소, 물, 빛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광합성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식물에게 있어 빛은 에너지의 근원이다. 광합성은 식물세포 안에 있는 엽록체라는 작은 기관이 담당하는데, 햇빛을 받은 식물은 물을 수소이온, 전자, 산소로 분해한다. 이때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의 수소이온과 전자를 받아들여 유기물질로 바뀌고 최종결과물인 녹말이나 설탕과 같은 탄수화물이 탄생한다.

식물과 동물의 물질대사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는 동일하다. 그 이유는 동물과 식물이 사용하는 영양소가 본질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만약 식물과 동물 사이에 세포를 구성하는 물질이 다르다면 동물은 식물에게서 영양소를 얻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빚어질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생화학
몸에 대한 생화학적 지식이 보편화되면서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화학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비타민제 복용은 물론 식단을 구성하는 평범한 일상에도 화학적 지식이 활용된다. 각종 요리책은 음식재료의 화학적 정보를 소개하고 있으며, 일부 고급식당에는 ‘분자요리’라 불리는 생화학 메뉴판이 등장했다. 건강을 자연과 운명에 맡겨두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대인이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 역시 생화학에 근거하고 있다. 매일 먹는 음식에 대한 불안,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조금씩 우리의 신체를 병들게 하는 환경호르몬, 호흡기를 타고 들어오는 미세먼지, 피부와 땀구멍으로 스며드는 유독물질과 발암물질, 세균, 냄새, 가스, 화학물질 등. 첨단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에 대한 공포이다.

생화학의 발전과 더불어 동양의 전통적인 신체관도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몸에 대한 서양과 동양의 이해는 매우 다르다. 신체를 의미하는 ‘body’는 기계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객관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동양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는 ‘몸’의 개념은 영어의 ‘body’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몸’은 온열, 기운, 작용, 순환의 개념을 뜻하는 정(情), 기(氣), 신(神), 혈(血)의 복합체다.

몸을 우주적 관념으로 파악했던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생화학적 경험을 축적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몸의 기능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동양의학의 개념들이 현대의 생화학 이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다고 한다. 몸과 세계의 조화를 추구했던 동양의학이, 우리의 몸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지켜내려는 생화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비타민: 비타민의 존재는 20세기 초에 이르러 밝혀졌다. 1906년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더릭 홉킨스가 음식물이 단백질·탄수화물·지방·무기질·물 이외에 필요한 보조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고했고, 1911년에는 폴란드 화학자 카시미르 풍크가 현미에서 찾아낸 각기병을 막아주는 성분 ‘아민’(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유기화합물)을 발견했다.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아민(vital amine)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비타민(Vitamine)이라는 이름은 곧 보조영양소 전체에 사용됐다. 후에 다른 종류의 비타민들이 발견되면서 비타민들마다 화학적 성질 및 작용이 다르고 대부분의 비타민은 아민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미 풍크의 명명이 일반화된 후였으므로 끝자인 ‘e’를 빼고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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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송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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