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끝나지 않은 물리학 이야기

과학동아-문지문화원 ‘사이’ 선정 ‘이달의 과학책’

| 겨우 존재하는 것들 2.0 |
김제완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32쪽 | 1만 3000원


이 책은 김제완 교수가 1993년 펴낸 ‘겨우 존재하는 것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저자가 1981년 저술한 ‘빛은 있어야 한다’와 마찬가지로 입자물리학에서 우주론까지 다룬다. 책 제목 ‘겨우 존재하는 것들’은 관찰할 수 없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던 중성미자를 일컫는다. 기존에 출판된 ‘겨우 존재하는 것들’에 있던 꼭지 34개가 헤쳐모여 초신성에서 쿼크를 걸쳐 우주창조에 이르는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독자가 이야기 흐름을 따라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상대성 이론을 세운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계의 오랜 스타뿐 아니라 중력파의 흔적을 ‘운좋게’ 발견한 테일러와 헐스 등 최근 학자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물리학자들의 연구와 관련된 일화들이 단순히 ‘쉬어가는 코너’에 그치지 않고 연구방식의 핵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점이 감탄스럽다.

이 책은 새롭게 추가되거나 수정된 부분도 있고 미묘한 변화도 있다. 김 교수는 1981년에는 ‘그 누구도 몇 개의 쿼크가 있는지 모른다’라고 단언했지만 이 책에서는 쿼크가 한 세대에 한 쌍씩 세 세대가 있어 총 6개가 있다는 식으로 평범하게 서술한다. 28년의 세월이 지나고 저자와 입자물리학 모두 격렬한 논쟁을 헤쳐 나와 이제는 담담해진 걸까.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3장에서 양자역학을 다루면서 기술한 ‘웨이클’(wacle, wave와 particle을 모아 만든 합성어)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 양자역학이 등장한 뒤 미시세계에서 물질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는 수수께끼 같은 설명이 계속됐다. 이런 설명은 입자와 파동이 양립할 수 없음을 말하고 다시 기존의 논의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 거부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존재하는 것은 웨이클 뿐이고 현재 우리의 관찰기술로는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볼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설명이 억지스럽지 않아 독자가 받아들이기 편하다. 아직 널리 퍼진 용어는 아니지만 이런 설명이 더 발전해 쓰였으면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읽기에 쉬워 보이지만 입자 물리학의 핵심이 물 흐르듯 흘러나온다. 그래서 2.0임이 분명하다.

나아가 ‘겨우 존재하는 것들 3.0’을 기대한다면 어떨까. 3.0에서는 겨우 존재하는 것들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과학자들이 희망하고 예상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판단과 고심 말이다. 이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느끼기 힘들고 표현하기는 더욱 어렵다. 저자처럼 자신의 느낌을 시적인 감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분께 기대할 수밖에. 저자가 말하듯이 ‘물리학에는 현재 알고 있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모순’이 도처에 있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과학동아와 문지문화원 ‘사이’(www.saii.or.kr)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책 가운데 매달 한 권을 선정해 서평을 싣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올해 12월에 시상할 ‘올해의 과학책’ 후보가 됩니다.
과학동아에 실 릴 책은 6명의 선정위원들이 오랜 시간 난상토론을 벌인 뒤 선정하며 선정일 기준으로 2달 전까지 출간된 신간 중에서 1권을 고릅니다. 선정 기준은 다음 3가지입니다.
첫째, 현재 과학적인 진보를 잘 반영하면서 정확한 정보가 실린 책
둘째, 담긴 내용이 미래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
셋째,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술된 책

선정위원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김호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오동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조사분석실장
전용훈 일본 교토산교대 객원연구원
주일우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최정규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눈길이 머무는 이달의 책

| 꿈도둑 |
미셸 주베 지음 | 이세욱 옮김 | 아침이슬 | 354쪽 | 9800원


렘수면 단계에서 꿈을 조작해 인격을 바꿀 수 있진 않을까. 이 책은 이런 가설을 둘러싸고 과학자들과 비밀요원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과학스릴러물이자 과학철학소설이다. 렘수면은 뇌와 안구의 활동은 매우 활발하지만 몸의 근육은 잠든 것처럼 완전히 이완된 상태로 잠든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불가사의한 상태다. 렘수면을 최초로 발견한 신경생리학자이자 의사인 미셸 주베는 자기와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을 내세워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본래 직업이 과학자,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뛰어난 이야기꾼의 재능을 발휘한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한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회화 감상법과 기시감, 숫자가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중세의 수비학(數秕學), 악마의 환약통 등 독자의 관심을 끌 다양한 소재들이 스토리 전개 과정 곳곳에 녹아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수면연구나 정신분석학, 뇌과학의 최신 동향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점은 또 다른 매력이다. 저자는 오랜 연구 활동에서 얻은 정확한 과학 지식과 풍부한 인문학적 교양을 잘 버무린 뒤 추리소설과 같은 서스펜스를 가미해 상상을 뛰어넘는 소설을 완성했다.

이준덕 기자 cyrix99@donga.com

새책BOOKS

크레이그 벤터 게놈의 기적
크레이그 벤터 지음 | 노승영 옮김 | 추수밭 | 556쪽 | 2만 5000원

2000년 6월 세계 최초로 인간게놈지도를 완성한 저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이 책에는 별 볼일 없는 학생이었던 저자가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기까지 여정과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게놈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하고 숨 막히는 사건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또한 게놈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고뇌와 딜레마도 엿볼 수 있다.

색, 마술쇼에 빠져 볼까?
김혜경·현종오 지음 | 해나무 | 176쪽 | 1만 2000원

과학책이라고 늘 골머리를 앓으며 읽을 필요가 있을까. 여행 서적처럼 마음 편하게 읽으며 동시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차세대 과학교과서를 펴낸 저자가 만든 야심작으로 교과 내용과 연계된 학습지침서이자 과학 원리가 쉽게 이해되는 제2의 과학교과서다.

권위에 대한 복종
스탠리 밀그램 지음 | 정태연 옮김 | 에코리브르 | 317쪽 | 1만 5000원

대학교수나 직장 상사, 군대 상관이 도덕적 신념에 반하는 명령을 내린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약 50년 전 사회과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이런 의문에서 이른바 복종실험을 했다. 이 책은 양심과 권위 사이의 갈등으로 생긴 딜레마에서 개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본다.


낙관적 생각들
존 브록만 엮음 | 장석봉·김대연 옮김 | 갤리온 | 568쪽 | 1만 9800원

프랭크 윌첵, 레온 러더먼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부터 리처드 도킨스, 래리 생어까지 우리 시대 최고의 석학 160명의 글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과학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며, 우리의 일상과 세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고 말한다. 불안과 의혹의 시대인 21세기 세계의 지성들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만나보자.

인간의 모든 감각
최현석 지음 | 서해문집 | 296쪽 | 1만 2500원

이 책은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인간의 모든 감각을 집대성한 개념어 사전이다. 감각과 지각과 인식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해 감각론의 역사,
동물 감각기관의 진화과정, 인간 감각 능력의 발달과 노화과정까지 우리 일상생활을 다채롭게 풀었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이종필 지음 | 글항아리 | 272쪽 | 1만 3500원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과학의 원리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과학이 실험실을 벗어나면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과학은 세상을 보는 통로이자 세상을 뒤집어보는 도구다. 저자는 과학을 험한 정치판과 복잡한 경제, 신명나는 문화판에 가져와 마구 굴린다. 물리학이 세상 속의 권력이나 삶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만나보자.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관수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 기자

🎓️ 진로 추천

  • 물리학
  • 천문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