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대신 사용하는 페트병
와우~ 이제 완연한 봄이다. 따뜻한 햇볕과 예쁜 봄꽃들을 구경하러 나들이를 가야겠다. 오늘의 점심은 간단한 컵라면으로 하자. 그런데 아뿔싸! 코펠이 없다. 물을 끓일 코펠을 안 갖고 왔다. 물을 끓일 수 없으니 오늘 점심은 굶어야 하나.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코펠을 대신할 냄비를 주위에서 찾아보자. 페트병, 종이컵, 우유팩 모두 1회용 냄비가 될 수 있다.
페트병을 냄비로 사용한다니, 페트병이 불에 녹지 않을지, 페트병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오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물론 페트병을 그냥 불에 올려놓으면 당연히 녹는다. 페트병의 녹는점은 250℃정도이므로 알코올램프의 불꽃으로도 충분히 페트병을 녹일 수 있다.
하지만 페트병에 물이 담겨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물의 끓는점이 페트병의 녹는점보다 낮기 때문에 물이 모두 끓어 수증기로 기화해버리기 전까지 페트병은 절대 녹지 않는다. 물이 먼저 열에너지를 흡수해서 상태변화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페트병에 물을 담고 가열하면서 온도변화를 측정해보자. 페트병의 온도가 100℃를 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호르몬은 어떨까? 페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 PET, PETE 라고도 한다)에는 비교적 다른 첨가물질이 적게 들어 있기 때문에 짧게 가열하는 정도로는 (게다가 임시로 한 번 정도 사용하는 정도로는)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먼저 생수 페트병을 가열해 보자. 어느 정도 불에 가열하자 모양이 일그러진다. 이는 페트병의 변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온도가 75℃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생수 페트병처럼 열에 약하고 쉽게 변형되는 플라스틱을 열가소성수지라고 한다. 반면 같은 페트라도 라면을 끓이거나 메추리알을 삶아도 끄떡없는 종류는 내열성 페트라고 한다.
페트병에 담는 과일주스는 90℃ 이상의 온도 상태에서 용기에 넣는다. 이 내열성 페트는 90℃에서 5분 정도는 변형이 없고 문제가 되는 물질의 용출도 없다. 그러므로 1회용 냄비로 페트를 사용하려면 주스용기 같은 내열성 페트를 이용해야 한다.
1회용 냄비로 딱 좋은 우유팩
일반적으로 우유팩의 원지는 폴리에틸렌(인쇄면)+종이1+종이2+종이3+ 폴리에틸렌(내면)으로 구성돼 재질이 튼튼하고, 폴리에틸렌(Polyethylene : PE)으로 코팅돼 있어 모양이 잘 유지되므로 종이 냄비 실험을 하기에 적당하다. 다만 우유팩 바닥에 종이끼리 접힌 부분은 물과 직접 접촉하지 않아서 실험 후에 보면 검게 타 있다. 우유팩에 코팅되는 폴리에틸렌은 미국 FDA로부터 환경호르몬의 위해가 없다는 인증을 받았으므로 우유팩 속에서 익힌 메추리알은 먹어도 괜찮다.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이용하길!
압력을 견디는 페트
탄산음료를 담을 때는 압력을 견디는 내압성 페트를 사용한다. 탄산음료는 온도가 높아지면 그 속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튀어나오면서 용기 내부의 기압이 매우 높아지므로 이를 견딜 수 있는 내압성 페트가 적당하다.
물로켓을 만들 때도 내압성 페트가 사용한다. 물로켓은 공기펌프를 이용해서 엄청난 양의 공기를 넣어 압력을 높이는데, 이때 페트병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발사 전에 터져버린다. 그래서 물로켓대회에서 가장 선호하는 병이 바로 압력을 가장 잘 견디는 초록색 사이다 페트병이다.
스티로폼 용기는 Oh, No!!
페트병에 물을 끓일 수 있다고 해서 모든 플라스틱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티로폼 용기는 물을 담았더라도 불 위에서 바로 가열할 수 없다.
스티로폼의 주성분인 폴리스티렌(polystyrene :PS)에는 대표적인 발암물질 중 하나인 벤젠고리가 포함돼 있다. 사실 페트에도 벤젠고리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페트에 포함된 벤젠고리는 따로 떨어져 나오지 않는 구조로 돼있어 안전하다. 하지만 폴리스티렌 용기는 기름기가 있는 뜨거운 국물을 담으면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스티렌다이머’나 ‘스티렌트리머’가 검출될 수가 있다. 여전히 시중에 스티로폼 용기에 담긴 컵라면이 판매되는 이유는 녹아나오는 화학물질의 양이 허용기준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스티로폼은 발포제로 폴리스티렌을 팽창해 만들기 때문에 내부에 기포가 많다. 그 결과 스티로폼 용기에 물을 담아도 스티로폼과 물이 직접 접촉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이 부분이 열을 받으면 먼저 녹아서 타버린다.
종이컵 역시 1회용 냄비로 쓸 수 있다. 종이의 발화점(400℃이상)보다 물의 끓는점이 낮은데다, 물이 열에너지를 먼저 흡수하기 때문이다. 물을 끓인 후 종이컵 밑면을 보자. 밑면이 점점이 까맣게 변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종이컵 밑단에서 기포가 발생할 때 기포 때문에 종이와 물이 접촉할 수 없었던 부분의 온도가 발화점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실험 따라하기>;
● 실험 준비물
솜 또는 흡습성이 좋은 헝겊 조금, 소독용 알코올, 실, 성냥이나 라이터, 물 약간
● 실험 방법
① 솜 또는 헝겊을 조그맣게 뭉쳐 실로 감아서 고정한다.
② ①에서 만든 솜(또는 헝겊)구슬을 알코올로 충분히 적신 후 불을 붙인다.
③ 손에 물을 충분히 묻히고 젖은 상태에서 불을 붙인 솜(또는 헝겊)구슬을 저글링한다.
● 실험 결과
마술사나 가능할 것 같았던 불타는 저글링을 과학실험을 통해 쉽게 할 수 있었다. 손에 묻은 물이 완전히 증발하기 전까지는 물이 열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절대 화상을 입지 않는다.
● 실험 시 유의할 점
이 실험의 주의사항을 반드시 숙지하고 실행해야 한다.
① 손에 다량의 물을 묻혀 충분히 젖은 상태에서만 실험에 임하도록 한다. 손이 마르면 바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② 빠른 속도로 저글링한다. 불이 붙은 솜(또는 헝겊)구슬이 한 손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한다.
③ 사진에서와 같이 욕실처럼 물이 있고 주변에 다른 가연성 물질이 없는 곳에서 실험한다.
<;실험 따라하기>;
● 실험 준비물
초, 성냥이나 라이터, 풍선, 물풍선
● 실험 방법
① 풍선을 촛불에 접촉시켜본다.
② 물풍선을 촛불에 접촉시켜본다.
● 실험 결과
촛불의 온도가 고무의 녹는점 보다 높아서 공기가 들어있는 일반 풍선은 촛불에 대자마자 터져버린다. 하지만 물풍선은 물의 끓는점이 고무의 녹는점보다 낮기 때문에 풍선 속의 물이 다 기화되기 전까지는 풍선이 터지지 않는다. 물은 알코올램프의 열을 먼저 흡수해 상태변화 하는데 사용한다.
고무풍선에 생기는 그을음자국은 탄소, 수소, 산소로 구성된 양초가 불완전 연소해 탄소가 그대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을음으로 나름 독특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 실험 시 유의할 점
물풍선이라고 해도 물이 직접 풍선과 접촉하지 않은 부분은 촛불과 닿게 되면 즉시 터져버린다. 풍선이 터지면 주위로 물이 쏟아지므로 꼭 물이 풍선과 맞닿은 부분만 촛불에 대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