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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에 반창고를 붙여드려요

패치 아담스 PATCH ADAMS

메디컬 평점 ★★★★★ ‘인술’을 펼쳤던 어느 의사의 감동스토리

영화 줄거리

1969년 헌터 아담스(로빈 윌리엄스 분)라는 이름의 남자가 자살미수로 미국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삶의 의욕을 잃고 방황하던 그는 수많은 정신분열병 환자를 만나며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담스는 환자들로부터 패치(patch, 반창고)란 별명을 얻게 되는데, 병을 직접 치료하지는 않아도 치유를 돕는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2년 뒤 의대에 입학한 아담스는 의사 면허를 따기 전부터 무료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자신만의 인술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의대 학장은 사사건건 훼방을 놓으며 아담스를 퇴학시키려 하는데….

영화 ‘패치 아담스’는 실제 의사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감동적인 메디컬 휴먼드라마다. 아담스는 자신에게 정신분열병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사의 꿈을 키운다. 사실 아담스가 발견한 재능이란 환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이 하는 말에 관심을 기울이는 아주 간단한 능력이었다.

당시 미국 대학병원에서 환자는 한 사람의 인격체이기보다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대상으로 취급됐다. 의사는 환자의 이름 대신 ‘몇 번 침대 환자’나 ‘췌장암 환자’로 불렀다. 이런 상황은 의학이라는 학문이 인간이 아닌 질병을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생겼다. 의대에서 수련한 의사도 자연스레 이런 습관이 몸에 뱄다. 그러나 괴짜의대생 아담스는 이런 현실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는 환자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고 미소를 건넸다.
 

영화‘패치 아담스’는 환자를 질병이 아닌 인격으로 대한 한 의사의 실화를 다뤘다.


기상천외한 정신분열병 다 모여라

영화는 자살을 시도한 아담스가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갇히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아담스는 해괴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을까.

아담스가 처음 만난 환자는 루디란 이름의 남자로 다람쥐에 대한 공포증(phobia)을 지니고 있다. 그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다람쥐를 무서워하는데, 이는 일종의 시각적 환각이다. 금단증상을 겪는 약물중독 환자나 우울증, 정신분열병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다.

아담스에게 패치라는 별명을 붙여준 아더는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펴 보이며 “손가락이 몇 개냐?”고 묻는다. 이는 헛된 믿음에 집착하는 일종의 망상장애로 조울증이 의심된다. 조울증은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조증 시기에는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동시에 지나친 과대망상 증상을 보이지만 우울증 시기에는 자살을 시도할 만큼 깊은 좌절에 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미국의 뉴스케이블회사 CNN의 설립자인 테드 터너는 자신이 조울증 환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업가 중에 조울증 환자로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담스가 만난 환자 가운데 가장 특이한 사람은 오른팔을 번쩍 든 채, 누가 고함을 질러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비니다. 비니는 옆 사람이 팔을 90。로 꺾어 놓으면 마치 밀랍인형처럼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코미디를 하는 줄 알겠지만 이는 ‘납굴증’(waxy flexibility)이라는 전형적인 긴장형 정신분열병의 증세다.
 

힘겨운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이다.


의학 교육에도 순서가 있다?

의대에 진학한 아담스는 1학년 때부터 병실을 누비며 환자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하지만 이 사실이 의대 학장인 월콧 교수에게 알려지면서 본과 3학년이 될 때까지 병원출입을 금지 당한다. 아담스의 행동이 의학 교육의 순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도대체 의대에서 가르치는 의학 교육의 순서란 무엇일까.

의대 1학년 때는 정상 신체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뼈, 근육, 신경, 혈관을 다루는 해부학을 배운다. ‘카데바’(cadaver)라고 부르는 실습용 시체를 직접 해부하는 것도 이때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를 다루는 조직학, 분자수준의 물질대사를 다루는 생화학, 근육의 수축이나 호르몬의 작동원리를 다루는 생리학도 1학년 때 배운다. 질병을 세포 수준으로 파악하는 병리학과 각종 감염의 원인균을 다루는 미생물학도 공부한다.

2학년 때는 약물 메커니즘을 배우는 약리학,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는 법의학 수업을 듣고, 이때부터 종양학, 혈액학, 내분비학 같은 다양한 임상과목을 공부한다. 3학년이 돼야 비로소 흰 가운을 입고 환자를 만나는 임상실습 교육이 시작된다.

의대 교육과정이 이렇듯 질병 중심으로 짜여있어 환자를 처음 대하는 의대 3학년 학생들은 자연스레 2년 동안 배웠던 질병의 관점으로 환자를 본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과정은 의사를 만드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일 뿐이다. 아담스의 소망대로 현재 상당수 의대에서는 1학년 때부터 ‘환자 의사 사회학’ 같은 과목을 가르치며 인술을 베푸는 의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괴짜의사 아담스는 실의에 빠진 환자를 웃기기 위해 기괴한 복장도 마다 않는다.

 

죽음 앞둔 환자 어떻게 도울까

아담스는 영화 내내 실의에 빠진 환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돕는다. 항암제 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자에게는 코미디언을 흉내 내며 웃음을 선사하고, 3주째 식사를 거부하는 할머니를 그가 어릴 적부터 꿈꿔온 국수로 만든 풀장에 빠뜨리기도 한다. 아담스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잊고 있던 꿈과 희망을 선물로 안겨준 것이다.

의사에게 환자의 죽음은 질병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담스는 의사가 진정 싸워야 할 적은 질병이나 죽음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지적한다. 일생 동안 많은 환자들의 죽음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의사라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하지만 정성껏 돌보던 환자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의사는 환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최초로 대답한 사람은 20세기 최고의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였다. 로스 여사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겪는 심적 변화를 죽음의 5단계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부정(denial)의 단계로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는 “의사의 진단이 잘못됐다”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날리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 이 경우 치료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의사는 환자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두 번째는 분노(anger)의 단계로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분노를 신이나 의사, 가족에게 표출한다. 의사는 인내심을 갖고 환자의 분노를 받아들이고 상황을 이해시켜야만 한다. 세 번째는 협상(bargaining)의 단계로 죽음을 관장하는 신과 타협하려는 비합리적인 심리 상태를 보인다. 의사에게 욕설을 퍼붓던 환자가 갑자기 고분고분해지거나 신앙에 의지하기도 한다. 이 경우 환자가 현실을 직시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네 번째는 우울(depression)의 단계로 환자는 극도의 상실감과 우울증에 빠진다. 수술로 망가진 신체나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 지난 삶에 대한 회한으로 괴로워한다. 이때는 지나친 간섭을 피한 채 환자를 격려하고 지지해야 한다. 마지막은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수용(acceptance)의 단계로 이 시기에 환자들은 대개 지치고 쇠약해지며 감정반응이 무뎌진다. 이 단계의 환자에게는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였음을 깨닫도록 도와줘야 한다.

영화는 아픈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이해라는 사실을 주인공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사실 의학의 목적도 그와 다르지 않다. 바쁜 세상살이를 핑계로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과 1분 진료에 쫓기는 의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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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훈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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