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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드디어 시작됐다. 그동안 발견한 외계행성은 목성처럼 덩치가 크거나, 작은 행성이라도 별 근처에 있어 생명체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1년 안팎의 공전주기를 갖는 지구형 외계행성을 탐색한다.

3지난 3월 6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는 우주의 신비를 밝힐 또 하나의 우주망원경이 델타Ⅱ 로켓에 실려 지구 밖으로 발사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주도한 이 우주망원경의 이름은 케플러(Kepler). 이 우주망원경의 주요 임무는 지구와 환경이 비슷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외계행성을 찾는 것이다.

이 우주망원경에 붙은 이름의 주인공은 요하네스 케플러. 초등학생이라도 그의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천문학자다. 1571년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위대한 천문학자인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티코 브라헤 등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수학적 능력을 발휘해 천문학, 특히 태양계 행성의 운동에 대해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겼다.

케플러는 티코 브라헤가 축적한 정밀한 관측 자료를 이용해, 지구를 포함한 행성은 타원 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으며(케플러 제1 법칙), 타원 궤도로 공전하는 행성이 태양에 가까이 접근할 때는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에 멀어질 때는 느리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케플러 제2 법칙). 또한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 즉 공전주기의 제곱은 행성이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의 거리, 즉 공전궤도 긴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점도 알아냈다(케플러 제3 법칙).

태양과 같은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의 운동 법칙을 최초로 발견한 그의 역사적인 업적을 생각하면, 우주에 있는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인 이 우주망원경에 케플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특히 올해는 케플러가 ‘신 천문학’(Astronomia Nova)이라는 책을 통해 케플러 제 1, 2 법칙을 발표한 지 정확히 400년이 되는 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달보다 580배 큰 영역 동시 관측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시야가 넓은 슈미트 방식의 망원경에 대형 카메라를 장착해 지름이 약 12°인 하늘 영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다. 이는 지름이 약 0.5°인 달의 겉보기면적보다 580배가량 큰 것이다. 별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은 발견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렇게 넓은 영역에 있는 수많은 별을 관측하는 방식이 필수다.

망원경의 맨 앞쪽에는 0.95m 크기의 슈미트 보정렌즈가 장착돼 있다. 보정렌즈를 통과한 별빛은 약간 굴절돼 지름 1.4m의 오목거울인 주경에서 반사된 뒤, 주경과 보정렌즈의 중간쯤에 설치된 카메라에 초점이 맺힌다. 주경의 지름은 1.4m이지만 0.95m의 슈미트 보정렌즈를 통과한 별빛만 관측하기 때문에 망원경 크기는 0.95m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런 슈미트 망원경은 초점면이 둥그렇게 휘기 때문에 카메라에 들어가는 CCD 칩 같은 영상검출장치를 휘게 제작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보통의 망원경에 비해 훨씬 넓은 하늘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케플러 망원경은 42개의 CCD 칩을 휘게 모자이크로 배열한 총 9460만여 개 화소의 대형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여름철 별자리로 유명한 백조자리와 직녀성 주위에 있는 수십만 개의 별을 관측할 예정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보다 더 큰 지름 2.4m의 허블 우주망원경은 매우 좁은 영역을 세밀히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넓은 영역을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외계행성을 찾으려는 연구에는 적합하지 않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번씩 공전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1년 안팎의 공전 주기를 가진 외계행성을 찾으려면 별 주위를 3~4번 이상 공전하는 현상을 관측해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구와 함께 태양 주위를 돌면서 최소 4년 이상 천체관측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을 찾는 목적 이외에 별의 진동에 대한 연구에도 활용될 것이다. 지구에서 지진을 이용해 내부구조를 연구하는 것처럼 천문학자들은 별의 진동에 의한 미세한 변화를 검출해 별의 내부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최소 4년간 수십만 개의 별을 매우 정밀하게 관측하기 때문에 이 별들의 미세한 변화를 연구하기에 효과적이다.

별빛 변화, 0.002%까지 감지한다
중성자별인 PSR1257+12에서 나오는 매우 규칙적인 전파 신호를 이용해 이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1992년에 처음으로 발견한 이래, 외계행성을 찾는 연구는 국제천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 중 하나가 됐다. 외계행성 발견은 인류의 오래되고 원초적인 질문인 ‘이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살고 있는가’라는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물리적 특징이 비슷한 외계행성을 발견한다면, 이는 천문학을 포함한 과학계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3월 현재 천문학자들은 340여 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했는데, 이 중에서 260여 개는 천체가 우리 시선 방향에 나란하게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속도(시선속도)를 관측해 찾았다. 시선속도 방법은 대형 광학망원경으로 얻은 매우 정밀한 스펙트럼 관측 자료를 분석해 별의 미세한 공간적 이동을 시선속도 변화로 탐지하고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천체의 질량을 추정함으로써, 별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찾는 방법이다. 시선속도 방법 이외에도 별빛가림 방법, 중력렌즈 방법, 직접 영상 촬영법 등으로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행성에 의한 별빛가림 방법으로 외계행성을 찾을 계획이다.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이 태양을 일부 가리는 부분일식 현상이 일어날 때 태양이 어두워지는 것과 같이, 행성이 별 주위를 공전할 때 공전면이 관측자 시선 방향과 거의 일치하면 행성이 별 표면을 가로지르면서 별빛이 어두워질 수 있다. 지구보다 안쪽에서 공전하는 금성이나 수성도 태양면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모습이 종종 관측된다. 이렇게 행성이 별 표면을 가려 별빛이 어두워지는 현상을 관측해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것이 별빛가림 방법이다.

행성은 별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아 가리는 면적도 적기 때문에 외계행성에 의한 별빛가림 현상은 밝기의 변화폭이 작다. 예를 들면 목성이 태양을 가리는 경우에는 반지름의 차이가 약 이기 때문에 밝기는 약 , 즉 약 1%만큼 변화가 나타나고, 지구가 태양을 가리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적은 약 0.008%의 밝기 변화만 일어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구와 비슷한 특징의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 0.002%의 매우 미약한 빛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현재까지 지상에서 별빛가림 방법으로 58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지상에 있는 망원경으로는 지구 같은 외계행성이 일으킬 만한 미약한 신호까지 구분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목성만큼 큰 행성들이다. 게다가 별에 가까워서 공전주기가 짧은 행성들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구와 비슷하게 1년 정도의 공전주기를 갖는 외계행성까지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별빛가림 방법은 크지 않은 망원경으로 어두운 별까지도 관측할 수 있으며 행성의 크기와 궤도 경사각 같은 정보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행성의 질량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별빛가림 현상이 포착된 후보별은 시선속도 방법으로 추가 관측해 질량을 확인한 뒤에야 그 별 주위를 돌고 있는 천체가 외계행성인지 갈색왜성인지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별이냐 행성이냐는 질량과 생성 과정에 따라 판단한다. 별은 거대한 가스 덩어리가 회전하면서 수축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행성은 그 주위에 남아 있던 가스 원반에서 물리적 불안정성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는 목성 질량의 13배보다 작으면 행성이고, 이보다 크고 목성 질량의 73배보다 작으면 갈색왜성으로 구분한다. 갈색왜성은 일반적인 별과 생성과정이나 구조는 같지만 질량이 작아 중심부에서 수소핵융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천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가지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목성 질량의 30배 정도까지 외계행성으로 판단하는 추세다.

우리도 지구형 외계행성 찾는다

2005년과 2006년, 그리고 2008년에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공동연구팀이 외계행성을 발견했다고 언론매체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특히 지난해 2월에는 태양계의 목성-토성 시스템과 매우 유사한 외계행성계를 처음 발견해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결과들은 미시중력렌즈(micro-gravitational lensing) 방법을 이용해 외계행성을 찾는 국제공동연구그룹(MicroFUN)에서 얻은 성과다. 한국천문연구원과 충북대의 국내연구진들이 이 그룹에서 관측과 자료처리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시중력렌즈는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별이 관측자의 시선방향에 정확히 일직선으로 놓이면 앞에 있는 별의 중력 때문에 뒤에 있는 별빛이 휘어져 보이며 별의 밝기가 급격히 밝아지는 현상이다. 이 현상으로 별빛이 밝아질 때, 앞별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이 있으면 그 행성 때문에 별빛의 변화가 달라진다. 이렇게 특이한 변화를 관측해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것이 중력렌즈 방법이다. 현재까지 이 방법으로 8개의 외계행성이 발견됐는데, 이 중에서 5개는 우리나라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의 성과다.

지난 2월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연구진들이 2개의 별 주위를 공전하는 2개의 행성을 처음 발견하는 쾌거도 이뤘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2개의 태양이 지는 타투인(Tatooine) 행성이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외계행성 분야의 국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중력렌즈 방법을 이용해 지구와 유사한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 ‘외계행성 탐색 시스템 개발’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5년쯤 뒤인 2014년까지 남반구에 2m급 망원경을 설치해 우리 은하 핵 팽대부(bulge)에 있는 수천만 개의 별을 24시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지구와 유사한 외계행성을 수십 개 이상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계행성 탐색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김승리 연구원은 서울대 천문학과에서 맥동변광성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고 1996년부터 한국천문연구원에 근무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천문연구원 이재우 박사와 함께 쌍성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발견했으며 최근 별빛가림 현상으로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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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적외선천문연구부 책임연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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