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며 두 나라의 가스분쟁이 시작됐다. 그 배경에는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로 삼아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 두 나라의 분쟁으로 우크라이나를 통해 가스를 공급 받는 슬로바키아, 체코 등 동유럽 국가 주민들은 가스가 부족해 한겨울 추위에 떨어야 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4월부터 연간 150만t씩 20년 동안 러시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한다. 언제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압박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천연가스나 석유 같은 에너지원이 모두 바닥난다면 어떻게 될까. 도시 전체가 암흑 속에 파묻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2020년 리사이클링시티 ‘세미라미스’는 이런 에너지문제에서 자유롭다. 도시 곳곳에서 쏟아지는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폐기물을 관리한다
아직 냉기가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차고 푸른 빛이 도는 어스름 속에 수십 대의 트럭이 줄줄이 폐기물 집하장에 도착한다. 각 트럭은 간밤에 도시 곳곳에서 수거한 폐기물을 쏟아내고 폐기물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공장 안에선 빙글빙글 돌아가는 드럼통 모양의 거대한 분류장치가 기다린다. 성분과 크기에 따라 분류한 뒤 다시 가연성폐기물과 난연성폐기물로 분류하는 로봇 팔이 바빠 보인다. 분류된 폐기물은 다시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향한다. 폐기물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어딜까. 매립지는 아니다. 폐기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다. 폐기물은 여기서 에너지로 새로 태어난다.
심시티 게임에선 전력수요가 늘 경우 발전소만 건설하면 에너지문제가 바로 해결된다. 하지만 현실에선 간단치 않다. 2020년 리사이클링시티에는 폐기물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리사이클링 컴플렉스(복합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폐기물을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도시에서 배출된 폐기물을 수거한 뒤 분류해 물리·화학적 특성에 맞게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분리수거는 현재보다 더 엄격히 이뤄질 것이다. 도시 외곽에 설치된 폐기물 분류 시스템은 도시 곳곳에서 수집한 폐기물 가운데 재활용 대상이 되는 폐기물과 에너지원으로 쓸 폐기물을 분류한다.
리사이클링시티에서 재활용 대상이 되는 폐기물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알루미늄깡통이나 주석깡통은 용광로에서 새 깡통으로 다시 태어난다. 폐유리는 분쇄해 작은 알갱이 형태의 ‘컬릿’으로 만든 뒤 고온에서 녹여 새로운 유리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폐종이는 잉크를 제거한 뒤 다시 펄프로 만들어 재생 종이가 된다.
매장량이 유한할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화석에너지 대신 폐기물이 리사이클링시티 에너지원의 큰 축을 담당할 것이다. 현재 중국 텐진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계획 중인 친환경도시는 태양광이나 태양열, 풍력, 지열을 에너지원으로 한다. 리사이클링시티는 이런 새로운 에너지원과 함께 폐기물도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도시에서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면 환경오염을 개선할 수 있고 도시에 자원의 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다.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폐기물은 무엇일까.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같은 합성고분자 폐기물과 폐종이, 음식물쓰레기와 같은 ‘생물적 물질’로 구성된 ‘바이오매스’(biomass)가 그 대상이다.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 나무나 볏짚, 낙엽도 바이오매스의 한 종류다.
리사이클링 컴플렉스에는 미생물로 분해할 수 있는 폐기물인 유기성 폐기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생화학적 전환 공장’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지에서 미생물의 혐기성 소화 과정을 거쳐 메탄가스로 바뀐 뒤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데 쓰이거나 지역난방의 원료로 사용된다. 옥수수와 사탕수수, 목재 같은 탄수화물 구성체는 발효된 뒤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목재와 볏짚, 쌀겨 같은 바이오매스나 폐플라스틱이나 폐타이어 같은 합성고분자 폐기물은 ‘열·화학적 전환 공장’으로 옮겨진다. 폐기물에 열을 가해 가스, 오일을 생산하거나 연소열을 활용하는 열·화학적 전환 공장은 폐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 투입량에 따라 다시 소각 플랜트, 가스화 플랜트, 열분해 플랜트로 나뉜다.
공정이 비교적 단순한 소각 플랜트는 현재도 볼 수 있다. 신도시에 건설된 열병합 발전소가 대표적인 예로, 리사이클링시티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소각 플랜트는 폐기물을 완전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열을 모아 난방에 사용하거나 증기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황화합물 같은 대기오염물질을 방출시키기 때문에 리사이클링시티에 건설되는 소각 플랜트에는 유해가스 포집장치 같은 정화시설이 더 강화될 것이다.
소각 플랜트에 들어갈 폐기물은 ‘리사이클링 컴플렉스’에서 따로 분류해야 한다. 효율을 높이려고 폐기물을 깨뜨려 부순 뒤 압축시켜 가연성 성분을 농축시킨 고형연료를 만들기 위해서다. 고형 연료에는 헌신문지를 압착해 벽돌모양으로 만든 ‘종이장작’, 가연성 쓰레기나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고형연료가 있다. 폐목재는 그대로 태우거나 톱밥처럼 갈아 뭉친 칩이나 펠릿의 형태로 만들어 사용한다.
폐기물에서 자원을 캔다
도시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 폐가구, 폐목재, 하수슬러지는 가스화 플랜트로 향한다. 폐기물을 가스로 만들려면 완전연소에 필요한 양보다 적은 양의 산소를 공급해 폐기물의 부분산화를 일으켜야 한다. 완전연소시킬 때와 달리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폐기물을 태우면 수소, 일산화탄소, 메탄, 저분자 탄화수소를 다량 생산할 수 있다. 가스화 플랜트에서는 이 가스를 태운 열을 모아 난방에 사용하거나 가스터빈, 가스엔진을 구동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가스 생성물의 일부는 메탄올 같은 다양한 화학물질을 합성하기 위한 원료로 쓰인다.
열분해 플랜트에서는 산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기성 고분자에 열을 가해 분자의 결합을 파괴한 뒤 메탄(CH4), 에텐(C2H4) 같은 가스, 오일, 그리고 탄소가 주성분인 고체상태의 ‘촤’(char)를 만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숯(목탄)은 목재를 천천히 열분해시켜 생산한 촤의 일종이다. 열분해 플랜트는 에너지 양이 많은 오일과 촤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오일을 생산할 때는 500°C의 고온에서 폐기물이 반응기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급속열분해시켜야 한다. 폐기물이 반응기에서 오래 머무르면 이차반응이 일어나 오일이 줄고 가스의 발생량이 늘며 에너지 양이 줄기 때문이다.
또 열분해 플랜트에서는 바이오 연료도 생산할 수 있다. 폐목재 같은 바이오매스를 급속열분해할 때 나오는 바이오 연료는 가정용 보일러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생명공학분야에서 면역억제제를 생산하는 데 쓰이거나 친환경으로 생산한 페놀수지와 같은 화학공업의 원료물질로도 활용될 수 있어 그 가치가 높은 물질이다.
폐플라스틱을 급속열분해하면 원료로 쓰였던 석유구성성분도 재생산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얻을 수 있는 석유구성물질로는 벤젠과 같은 방향족 화학물질, 왁스, 에텐, 프로펜 같은 단위체가 있다. 왁스는 석유정제공정에 다시 투입해 에텐과 프로펜을 생산하는 데 쓴다. 에텐과 프로펜은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의 원료물질로 포장용 필름이나 섬유, 도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은 매립지로 향한다. 매립된다고 폐기물의 일생은 끝이 아니다. 매립지에서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메탄가스(CH4)와 이산화탄소가 반씩 포함된 가스가 나오는데, 이 가스를 정제한 ‘매립지가스’(LFG)는 전력을 생산하는 데 쓰거나 지역난방에 사용할 수 있다. 매립지는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길고 길었던 폐기물의 일생은 자연으로 돌아가며 비로소 마무리되는 셈이다.
폐기물 배출 제로를 향해
지금까지는 자연환경을 희생시켜 생산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도시를 지탱해 왔다. 하지만 화석연료가 바닥을 드러내고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로 삶의 터전인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환경과 에너지의 상생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폐기물을 에너지로 만드는 기술이 그 해법인 셈이다.
폐기물 배출량 0%의 도시를 만드는 일은 아직까지 지나치게 이상적일지도 모른다. 리사이클링시티에 폐기물 관리시스템을 구현하고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모든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환경공학자와 관련된 연구자들의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개개인은 한정된 자원을 아끼고 재활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한 리사이클링시티가 건설될 것이다.
혐기성 소화
혐기성 소화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미생물이 유기성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김주식 교수는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함부르크대 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에 부임해 폐플라스틱과 바이오매스 열분해 및 가스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설계자문위원과 폐기물 에너지타운 및 자원화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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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에 묻힌 도시를 가동하라
우리나라도 올해 4월부터 연간 150만t씩 20년 동안 러시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한다. 언제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압박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천연가스나 석유 같은 에너지원이 모두 바닥난다면 어떻게 될까. 도시 전체가 암흑 속에 파묻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2020년 리사이클링시티 ‘세미라미스’는 이런 에너지문제에서 자유롭다. 도시 곳곳에서 쏟아지는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폐기물을 관리한다
아직 냉기가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차고 푸른 빛이 도는 어스름 속에 수십 대의 트럭이 줄줄이 폐기물 집하장에 도착한다. 각 트럭은 간밤에 도시 곳곳에서 수거한 폐기물을 쏟아내고 폐기물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공장 안에선 빙글빙글 돌아가는 드럼통 모양의 거대한 분류장치가 기다린다. 성분과 크기에 따라 분류한 뒤 다시 가연성폐기물과 난연성폐기물로 분류하는 로봇 팔이 바빠 보인다. 분류된 폐기물은 다시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향한다. 폐기물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어딜까. 매립지는 아니다. 폐기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다. 폐기물은 여기서 에너지로 새로 태어난다.
심시티 게임에선 전력수요가 늘 경우 발전소만 건설하면 에너지문제가 바로 해결된다. 하지만 현실에선 간단치 않다. 2020년 리사이클링시티에는 폐기물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리사이클링 컴플렉스(복합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폐기물을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도시에서 배출된 폐기물을 수거한 뒤 분류해 물리·화학적 특성에 맞게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분리수거는 현재보다 더 엄격히 이뤄질 것이다. 도시 외곽에 설치된 폐기물 분류 시스템은 도시 곳곳에서 수집한 폐기물 가운데 재활용 대상이 되는 폐기물과 에너지원으로 쓸 폐기물을 분류한다.
리사이클링시티에서 재활용 대상이 되는 폐기물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알루미늄깡통이나 주석깡통은 용광로에서 새 깡통으로 다시 태어난다. 폐유리는 분쇄해 작은 알갱이 형태의 ‘컬릿’으로 만든 뒤 고온에서 녹여 새로운 유리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폐종이는 잉크를 제거한 뒤 다시 펄프로 만들어 재생 종이가 된다.
매장량이 유한할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화석에너지 대신 폐기물이 리사이클링시티 에너지원의 큰 축을 담당할 것이다. 현재 중국 텐진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계획 중인 친환경도시는 태양광이나 태양열, 풍력, 지열을 에너지원으로 한다. 리사이클링시티는 이런 새로운 에너지원과 함께 폐기물도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도시에서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면 환경오염을 개선할 수 있고 도시에 자원의 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다.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생산한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2/NAKHpzSyYFJDaOPelGjA_39920090227.jpg)
리사이클링 컴플렉스에는 미생물로 분해할 수 있는 폐기물인 유기성 폐기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생화학적 전환 공장’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지에서 미생물의 혐기성 소화 과정을 거쳐 메탄가스로 바뀐 뒤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데 쓰이거나 지역난방의 원료로 사용된다. 옥수수와 사탕수수, 목재 같은 탄수화물 구성체는 발효된 뒤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목재와 볏짚, 쌀겨 같은 바이오매스나 폐플라스틱이나 폐타이어 같은 합성고분자 폐기물은 ‘열·화학적 전환 공장’으로 옮겨진다. 폐기물에 열을 가해 가스, 오일을 생산하거나 연소열을 활용하는 열·화학적 전환 공장은 폐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 투입량에 따라 다시 소각 플랜트, 가스화 플랜트, 열분해 플랜트로 나뉜다.
공정이 비교적 단순한 소각 플랜트는 현재도 볼 수 있다. 신도시에 건설된 열병합 발전소가 대표적인 예로, 리사이클링시티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소각 플랜트는 폐기물을 완전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열을 모아 난방에 사용하거나 증기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황화합물 같은 대기오염물질을 방출시키기 때문에 리사이클링시티에 건설되는 소각 플랜트에는 유해가스 포집장치 같은 정화시설이 더 강화될 것이다.
소각 플랜트에 들어갈 폐기물은 ‘리사이클링 컴플렉스’에서 따로 분류해야 한다. 효율을 높이려고 폐기물을 깨뜨려 부순 뒤 압축시켜 가연성 성분을 농축시킨 고형연료를 만들기 위해서다. 고형 연료에는 헌신문지를 압착해 벽돌모양으로 만든 ‘종이장작’, 가연성 쓰레기나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고형연료가 있다. 폐목재는 그대로 태우거나 톱밥처럼 갈아 뭉친 칩이나 펠릿의 형태로 만들어 사용한다.
폐기물에서 자원을 캔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2/Iao3cMIeoSqCmtlYL9XH_76320090227.jpg)
열분해 플랜트에서는 산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유기성 고분자에 열을 가해 분자의 결합을 파괴한 뒤 메탄(CH4), 에텐(C2H4) 같은 가스, 오일, 그리고 탄소가 주성분인 고체상태의 ‘촤’(char)를 만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숯(목탄)은 목재를 천천히 열분해시켜 생산한 촤의 일종이다. 열분해 플랜트는 에너지 양이 많은 오일과 촤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오일을 생산할 때는 500°C의 고온에서 폐기물이 반응기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급속열분해시켜야 한다. 폐기물이 반응기에서 오래 머무르면 이차반응이 일어나 오일이 줄고 가스의 발생량이 늘며 에너지 양이 줄기 때문이다.
또 열분해 플랜트에서는 바이오 연료도 생산할 수 있다. 폐목재 같은 바이오매스를 급속열분해할 때 나오는 바이오 연료는 가정용 보일러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생명공학분야에서 면역억제제를 생산하는 데 쓰이거나 친환경으로 생산한 페놀수지와 같은 화학공업의 원료물질로도 활용될 수 있어 그 가치가 높은 물질이다.
폐플라스틱을 급속열분해하면 원료로 쓰였던 석유구성성분도 재생산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얻을 수 있는 석유구성물질로는 벤젠과 같은 방향족 화학물질, 왁스, 에텐, 프로펜 같은 단위체가 있다. 왁스는 석유정제공정에 다시 투입해 에텐과 프로펜을 생산하는 데 쓴다. 에텐과 프로펜은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의 원료물질로 포장용 필름이나 섬유, 도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은 매립지로 향한다. 매립된다고 폐기물의 일생은 끝이 아니다. 매립지에서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메탄가스(CH4)와 이산화탄소가 반씩 포함된 가스가 나오는데, 이 가스를 정제한 ‘매립지가스’(LFG)는 전력을 생산하는 데 쓰거나 지역난방에 사용할 수 있다. 매립지는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길고 길었던 폐기물의 일생은 자연으로 돌아가며 비로소 마무리되는 셈이다.
폐기물 배출 제로를 향해
지금까지는 자연환경을 희생시켜 생산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도시를 지탱해 왔다. 하지만 화석연료가 바닥을 드러내고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로 삶의 터전인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환경과 에너지의 상생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폐기물을 에너지로 만드는 기술이 그 해법인 셈이다.
폐기물 배출량 0%의 도시를 만드는 일은 아직까지 지나치게 이상적일지도 모른다. 리사이클링시티에 폐기물 관리시스템을 구현하고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모든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환경공학자와 관련된 연구자들의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개개인은 한정된 자원을 아끼고 재활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한 리사이클링시티가 건설될 것이다.
혐기성 소화
혐기성 소화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미생물이 유기성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김주식 교수는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함부르크대 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에 부임해 폐플라스틱과 바이오매스 열분해 및 가스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설계자문위원과 폐기물 에너지타운 및 자원화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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