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들은 중력을 포함한 4자기 기본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통일이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21세기에 이러한 통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아무도 확신할 수는 없다.
물리학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자연현상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데에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목표에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17세기에 뉴턴은 행성의 운동을 천체의 운동으로 통합했고, 19세기에 맥스웰은 광학을 전기와 자기에 대한 이론과 결합시켰다. 20세기 초에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성질과 중력이론을 통합했다. 그리고 1920년대에 양자역학이 등장함에 따라 화학과 원자물리학이 통합됐다.
상호작용 통합한 표준모형
현재 입자물리학에서 다루는 소립자와 이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은 ‘표준 모형’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전자기력과 약한 상호작용을 통합한 것이다. 약한 상호작용은 방사능 반응과 별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들을 서로 변환시키는 데 작용하는 힘이다. 또 표준 모형은 양성자와 중성자 안에서 쿼크들을 결합시키고, 원자핵 안에서 중성자와 양성자를 결합시키는 힘인 강한 상호작용도 설명한다. 물리학자들은 중력까지 포함시켜 4가지 기본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통일이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준 모형에는 기본적인 입자들로 경입자와 쿼크가 있다. 경입자는 우리가 잘 아는 전자와 이보다 무거운 뮤온과 타우 입자가 있고 이들과 관련된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미자가 있다. 한편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쿼크들이 있다. 이들 입자들 사이의 힘은 광자 또는 이와 비슷한 기본입자를 교환해 발생한다. ${W}^{+}$,${W}^{-}$,${Z}^{˚}$는 약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글루온은 교환돼 강한 상호작용을 만든다.
기본 입자들의 질량은 너무도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이들 사이에는 특징이 없다. 예를 들어 전자는 가장 무거운 쿼크보다 35만배 가볍고, 중성미자는 이보다 훨씬 가볍다. 표준 모형에서는 이들의 질량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칼라 입자를 도입해야만 한다. 스칼라 입자란 전기장이나 자기장과는 달리 입자 자체에 방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입자와 다른 입자들이 상호작용해 입자의 질량을 만들어낸다. 표준 모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 스칼라 입자가 존재하는지, 얼마나 여러 종류의 스칼라 입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입자를 ‘힉스 입자’라고 하며 2020년 전까지 이를 발견하는 작업이 끝날 수 있을 것이다. 10년전부터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이러한 작업을 위해 건설되고 있다.
가장 무거운 입자는 톱 쿼크로 에너지로 따지면 약1백75GeV 정도 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힉스 입자는 1백GeV에서 수백GeV 정도의 질량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정립되지 않은 통일이론에서는 이보다 훨씬 큰 질량이 존재한다. 표준 모형에서 각각의 상호작용의 크기는 다르다. 강한 상호작용은 같은 조건에서 다른 힘들보다 약1백배 정도 강하다. 반면 중력은 매우 약해서 수소 원자 안에 있는 전자와 양성자 사이의 중력은 전기적인 힘보다 10-39배 정도 작다.
상호작용의 세기는 에너지에 의존
그러나 모든 상호작용의 세기는 이들이 측정되는 에너지에 의존한다. 표준 모형의 모든 상호작용은 에너지가 약 ${10}^{16}$GeV 정도 되면 그 크기가 서로 비슷해진다. 중력은 약 ${10}^{18}$GeV 정도 되면 다른 상호작용과 크기가 비슷하게 된다. 이러한 매우 큰 질량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입자물리학자들은 이러한 큰 비율은 기본 원리에서부터 만들어진다고 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론물리학자들은 몇가지 흥미있는 이론들을 제안했다. 그 중 초대칭성이라고 하는 새로운 대칭성과 테크니칼라와 같은 새로운 상호작용을 제안했다. 이러한 모든 이론들의 특징은 새로운 상호작용과 입자가 존재하고 이들은 약 ${10}^{16}$GeV에서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적 상호작용과 통합된다. 새로운 힘은 이보다 작은 에너지에서는 매우 강해지고 이들을 직접 발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표준 모형에 있는 입자들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대신 실험실에서 만들어질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무거운 입자들 사이에서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이론에서는 공통적으로 질량이 1천GeV보다 크지 않은 입자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것이 맞는 이론들이라면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2020년 전에 발견돼야 할 것이고, 이미 발견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입자들이 발견되면 21세기 중반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큰 질량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10}^{16}$GeV의 에너지에서 실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러한 에너지를 얻을 가속기를 만들려면 그 가속기의 지름은 수 광년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은 반드시 높은 에너지의 불가능한 가속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현재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는 낮은 에너지에서도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언제 풀릴지 모르는 문제
전통적인 입자물리학에서 기본적인 입자는 구조가 없는 점과 같은 입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양자역학적 효과를 계산하면 항상 무한한 양이 나타나고, 이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재규격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과학동아 1999년 11월호 노벨 물리학상 ‘호프트와 벨트만’ 참조).
1980년대부터 기본적인 입자가 점입자라는 차원이 없는 물체가 아니고 끈과 같은 1차원 물체라고 가정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끈’이라고 부르는 1차원 존재에 대한 끈이론이 등장한 것이다. 끈 이론에서는 끈의 여러 진동 모드들이 여러 종류의 입자를 이룬다. 여기에 중력까지 집어넣으면 10차원의 시공간에서 만족스러운 이론이 된다. 우리는 10차원에 살지 않지만 이 중 6개는 아주 작게 말려 있어서 ${10}^{16}$GeV보다 작은 에너지에서는 관측할 수 없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실험에서 이와 같은 끈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끈이론에서는 놀랍게도 점입자에 대한 이론에서 나타나는 많은 무한대의 양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이 끈이 페르미온과 보존 사이의 대칭성인 초대칭성을 가지고 있으면, 표준 모형에서 다루는 전자기적 약한 상호작용과 강한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중력까지도 포함시킬 수 있는 훌륭한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이러한 끈이론은 M이론(모든 상호작용을 통합하는 이론)이라는 하나의 이론에 대한 다른 측면을 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아직 M이론에서 기본적인 물리원칙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단지 이에 대한 근사적인 이론이 끈이론이나 점입자로 기술하는 장이론이 된다는 것을 알 뿐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 이론은 예측 능력이 아직 없다. 우리가 예측 능력이 있다고 말할 때에는 어떤 물리량을 계산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현재 물리학에서는 소위 섭동이론을 사용해 상호작용이 매우 작을 때에만 이러한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기본적인 힘은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기 때문에 계산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예측 능력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언제 극복될 것인지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어쩌면 바로 내일 젊은 이론물리학자가 논문을 써서 풀릴지도 모른다. 혹은 21세기 혹은 22세기에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풀리면 비록 ${10}^{16}$GeV에서 실험을 못해도, 그리고 다른 차원을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통합적인 이론의 진실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실험은 그 이론이 성공적으로 표준 모형에서 나타나는 여러 입자의 질량, 상호작용의 세기와 같은 물리 상수의 측정값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데서 얻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은 물리학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현대 물리학에서 중요한 문제인 고온초전도체나 혼돈상태에 대한 이해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물리학의 모든 사실을 설명하는 통합적 이론에 대한 탐구는 종말을 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