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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월석에 간직된 잔류자기 미스터리

다이나모설 뒷받침하는 새 메커니즘 발표

자기장은 행성의 진화사를 재구성할 때 필수적인 정보다. 지구의 자기장은 ‘다이나모 이론’(dynamo theory)으로 설명된다. 강력한 자석 속에서 코일을 회전시키면 전자기유도현상에 의해 전류가 발생한다. 이 장치가 바로 발전기, 즉 다이나모다. 다이나모 이론은 지구 내에 발전기와 같은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구 외핵은 전기전도도가 큰 철과 니켈로 구성된 액체 상태인데, 핵 내의 위아래 온도차에 의한 대류운동 등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유체운동에 의해 외핵 물질이 이동함에 따라 유도전류가 형성되고, 다시 이 유도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 이로 인해 지구의 회전축을 따라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것이 다이나모 이론이다.

지구와 달리 현재의 달에는 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자기장이 없다. 1959년 1월 옛소련의 루나 1호는 달로부터 5천9백95km 떨어진 지점을 비행하며 자력계와 가이거 계수기로 달의 자기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달에는 자기장이 없으며 태양으로부터 불어나오는 강한 이온화된 플라스마의 흐름인 태양풍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1960년대 말에서 1970년 초까지 아폴로 우주선이 지구로 가져온 월석(月石)에는 잔류자기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암석의 잔류자기를 달이 생겨난 지 5억년에서 10억년 사이인 36억-39억년 전쯤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연 이 잔류자기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최근 달의 형성 초기에 지구에서처럼 다이나모가 존재했고 이에 따라 달 암석에 자기가 남게 됐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달의 자기장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해보자.

자기장 없는 달에서 온 자기 띤 암석


마그마가 식으면서 굳은 암석은 당시의 자기장 방향으로 자화돼 있다. 이를 자기 화석이라 한다.


행성의 표면에는 행성이 형성될 당시에 생겨난 자기장의 흔적이 기록돼 있다. 즉 자기장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마그마가 분출됐다가 식으면서 암석으로 굳어질 때, 암석 속에 포함된 자철석과 같은 자성을 띠는 광물들은 그 당시의 자기장 방향으로 자화(磁化)돼 남게 된다. 이를 자기 화석(magnetic fossil)이라 한다. 따라서 어떤 화성암체의 자성을 측정하면 마그마가 냉각될 당시의 지자기 방향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를 연구하는 것이 고지자기학(Paleomagnetology)이다. 현재 지구의 바다 밑바닥이나 화성의 표면에 있는 암석들에는 행성 내부의 핵 다이나모에 의해 형성된 자기장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구의 경우 2억년 전, 화성은 40억년 전에 발생한 자기장에 의해 잔류자기가 만들어졌다.

달 암석에서 발견된 잔류자기는 커다란 충돌구를 메울 정도로 거대한 마그마가 흘러 만들어진 달의 ‘현무암 바다’(mare basalt)와 때를 같이한다. 그래서 달 역시 마그마가 분출될 당시에 핵 다이나모가 존재해서 잔류자기를 만들었지 않을까 하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만일 달에 철이 녹아서 된 핵, 즉 다이나모가 있고, 자전 속도가 빨랐던 시대가 있었다면 달에도 자기장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와 달리 달의 암석에는 철이나 철에 함유되기 쉬운 백금, 금, 텅스텐 등의 친철성 원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이나모 이론에 따라 자기장이 형성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운석의 충돌로 생기는 플라스마에 의해 암석이 자화됐다든지, 태양풍의 자기장에 의해 자화됐다는 등의 가설로 설명했다.

미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데이브 스테그만 교수 연구팀은 방사성원소들로 이뤄진 일종의 막이, 이온화된 달의 내부를 외부와 차단한 상태에서 핵 다이나모가 잠시나마 형성됐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1월 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달이 형성될 당시를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얻었다.

열 담요가 다이나모 키워

다이나모가 작용하기 위해서는 행성 내부에 전기를 띤 액체상태의 핵, 핵이 냉각되면서 발생한 열의 대류, 액체상태의 핵의 회전 등이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달 형성 초기에는 다이나모가 작용할 만큼 충분한 열이 핵에 제공되지 못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스테그만 교수의 핵심 주장은 달 형성 초기에 표면을 흘렀던 마그마의 바다에 있다. 이에 따르면 마그마에서 가벼운 원소들은 표면 위로 떠올라 회장석(灰長石, anorthite) 껍질을 형성하지만 무거운 원소들은 달의 내부로 가라앉아 핵을 둘러싸게 된다. 무거운 원소들은 우라늄, 토륨과 같이 대부분 방사능을 지닌 것들로 수십억년에 걸쳐 붕괴하면서 핵에 충분한 열을 제공한다. 또한 핵의 열이 대류에 의해 주위 맨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스테그만 교수는 이를 두고 ‘열 담요’(thermal blanket)라 불렀다. 결국 이 열 담요가 달의 핵이 다이나모가 될 만큼 충분히 뜨거워질 때까지 보온병이자 난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열 담요는 핵의 열이 대류되는 것을 막기 때문에 다이나모의 일차적 조건인 전기를 띤 액체 상태의 핵이 이동하는 것도 막게 된다. 액체 상태의 핵이 흐르지 않으면 전류가 발생하지 않고 그 결과 자기장도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열 담요는 때를 기다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열 담요 안의 방사능 물질들이 모두 붕괴된다. 그렇게 되면 좀더 가벼운 물질이 되면서 열 담요가 표면으로 떠오르게 된다. 열 담요로부터 벗어난 핵은 이때부터 열을 발산하기 시작하면서 급속히 냉각된다. 이것이 짧은 시간동안 지속되는 다이나모가 되는 것이다.

이 이론의 핵심 요소는 타이밍이다. 열 담요가 핵을 데우는 것과 다시 표면으로 떠오르는 시간이 초기 달의 두 가지 큰 사건과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하나는 마그마가 분출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달 암석이 자기를 띠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이론이 달 암석의 잔류자기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스테그만 교수의 연구결과를 검토한 미 하버드대의 마리아 주버 교수는 “이론의 토대가 되는 초기 달의 열, 화학구조는 확실한 것이 아니며, 또 핵이 이론에서처럼 열을 내보낸다 해도 달 암석이 자화될 정도의 에너지가 되는 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림1) 열 담요 시뮬레이션 모델 달을 수평으로 자른 단면에서 구성성분(위 그림)과 온도(아래 그 림)의 차이를 보여준다. 온도는 붉은색으로 갈수록 높아지며, 구 성성분에서는 열 담요가 붉은색으로 표현돼 있다.

 

(그림2) 루나 프로스펙터가 측정한 달의 자기장 변화  1998년 2-5월에 전자 반사계로 태양풍이 달의 자기장에 의해 반사되는 정도를 측정했다. 붉은색과 노란색은 반사가 많이 일어난 지역을 뜻하는데, 점선으로 표 현된 원에서 반사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이곳은 달의 충돌구의 반대편이기 때문에 운석이 달에 충돌하면서 그 반대편에 자기장이 형성된 것으로 해석됐다.


지금까진 충돌이론이 앞서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서 가져온 암석이 자기를 띠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충돌 이론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충돌이론에 따르면 36억년-38억5천년 전 사이에 거대한 운석이 달에 충돌하면서 반대편에 거대한 가스, 먼지 구름이 생겨났다. 충돌로 인해 이온화된 가스 또는 플라스마가 압축되면서 달의 자기장을 형성했다. 암석의 자기는 이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1998년 1월 6일 무인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가 달로 출발했다. 미국은 1972년 12월 아폴로17호를 끝으로 옛소련과 경쟁적으로 벌여오던 유인 달 탐사프로젝트를 종결했다. 25년 만에 다시 달을 찾은 루나 프로스펙터의 임무는 이전에 비해 ‘순수하게’ 과학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달의 자기장 측정이었다.

달의 자기장 측정은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가 만든 자력계와 반사계가 담당했다. 버클리 연구진은 루나 프로스펙터가 보내온 4개월 치의 자기장 측정 자료를 토대로 달의 자기장이 외부 천체가 달에 충돌하면서 생겨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루나 프로스펙터는 거대한 충돌 흔적이 있는 달의 ‘비의 바다’(Mare Imbrium)와 ‘맑음의 바다’(Mare Serenitatis)에서 자기장을 측정했다. 당시 측정자료를 분석한 로버트 린 교수는 1998년 9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25년 전 아폴로 탐사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드러난 충돌과 자기장의 상관관계가 루나 프로스펙터에 의해 확실해졌다”고 밝혔다.

측정 결과 자기장이 측정된 곳은 외부 천체가 충돌한 곳과 반대지점에 있었다. 이곳에는 미약한 자기권이 수백km에 걸쳐 형성돼 있었다.

지구에서 자기권은 태양풍이라고 불리는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고속(3백-2천km/초)의 대전된 입자, 즉 양성자나 전자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입자들은 양과 음의 전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지구 자기장에 의해 포획된다. 결국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으로부터 생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막이 돼주는 셈이다. 연구진은 달의 자기권은 이제까지 관측된 것 중 가장 작은 규모라고 밝혔다.

시뮬레이션과 관측연구 결합돼야

린 교수는 이미 1971년 아폴로 15호, 1972년 아폴로 16호의 전자 반사계를 이용해 달의 자기장 분포도를 작성한 바 있다. 이때도 달 표면의 어둡고 둥근 충돌 지점과 자기장 발생 지역이 정반대 위치에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주버 교수 역시 “다이나모 이론을 의심하는 과학자들이 대안으로 찾은 것이 충돌 이론”이라면서 “루나 프로스펙터가 보내온 자료는 달 표면의 충돌 구조물 일부의 반대편에서 자기장이 확인된 것이 증거”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버 교수는 스테그만 교수의 연구가 달 형성 초기에 다이나모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하지만 달 표면의 잔류 자기 형성과 용암 분출 시기가 같은 사실을 다이나모로 설명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함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덧붙여 그는 앞으로 시뮬레이션 연구가 거듭되고 달에서 온 암석에 대한 고자기장연구와 달 전체의 자기장 분포 분석이 이어지면 자기장이 없는 달과 여기서 온 자기를 띤 암석에 대해 좀더 확실하게 설명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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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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