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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왜 다시 달로 가는가

2020년 유인탐사선 오리온이 찾아간다

지난 9월 3일 지구에서 38만km 떨어진 달에서 ‘딥 임팩트’가 있었다. 유럽의 달 탐사선 ‘스마트1’이 달 남반구 ‘엑설런스 호수’에 충돌하며 18개월의 탐사를 마감했다. 이 충돌로 생긴 섬광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의 망원경(CFHT)이 관측했다. 스마트1은 달의 광물분포도를 작성했을 뿐 아니라 최신형 이온엔진을 시험했던 무인 탐사선이다.

앞으로 달 탐사선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 러시아뿐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도 달 탐사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 로봇탐사선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미국 우주인이 달에 도착하는 2020년 무렵 인류의 달 탐사는 절정에 이를 것이다.
최근 1960~1970년대의 아폴로계획 이래 처음으로 달에 우주인을 다시 보내겠다는 미국의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인류는 왜 다시 달로 가려는지 살펴보자.
 

2020년 인류가 다시 달에 발을 내딛는 상상도. 달은 우주탐사의 전진기지로 적합하다.



달을 우주탐사의 전진기지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8월 말 차세대 유인탐사선(CEV)의 이름을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거인 사냥꾼 ‘오리온’으로 결정하고 이 탐사선을 개발하는 수십억달러짜리 임무를 미국 항공우주·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에 맡겼다. 오리온은 늦어도 2020년까지 우주인을 싣고 달로 향할 예정이다. 2004년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새 우주개발구상에 따른 계획이다.

아폴로계획이 끝난 뒤 미국의 우주개발정책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건설하기 위해 우주왕복선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우주왕복선은 1977년 엔터프라이즈를 시작으로 컬럼비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엔데버가 차례로 개발됐다. 하지만 1986년 챌린저가, 2003년 컬럼비아가 잇달아 폭발하면서 우주왕복선 중심의 우주개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때 나온 정책이 부시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이 구상에는 노후한 우주왕복선을 2010년에 퇴역시키고 새로운 유인탐사선을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구상의 핵심은 ISS와 우주왕복선 중심의 지구 저궤도 비행에서 벗어나 달을 우주탐사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점이었다. 이런 내용을 구체화한 계획이 우주인을 다시 달로 보내고 그 뒤 화성까지 보낸다는 NASA의 ‘콘스털레이션 프로그램’(Constellation Program)이다. 오리온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 되는 탐사선이다. 특히 달에 인류가 거주할 기지를 건설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달 착륙선 및 '지구 탈출 1단로켓'을 싣고 지구 궤도에 오르는 아레스 V의 상상도.



ISS에서 화성까지 다목적 우주선

오리온은 늦어도 2014년 사람을 태우고 우주로 첫비행을 떠날 예정이다. 목적지는 ISS다. 오리온은 우주왕복선을 대신해 ISS로 우주인을 실어 나르는 역할도 맡게 된다. 우주인을 싣고 달로 향하는 처녀비행은 2020년 전에 진행되고, 그 뒤에는 화성과 그 너머까지 비행하게 된다. 오리온은 ISS, 달, 화성 등지로 인류를 실어 나를 다목적 우주선인 셈이다.

오리온은 여러번 재사용하는 우주왕복선과 달리 한번 쓰고 버리는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아레스’라 불리는 이 로켓은 현재 NASA에서 개발 중이다. 아레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 이름으로 화성의 별칭이다. 은연 중에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고 싶다는 NASA의 꿈이 담겨있는 이름이다.

아레스 로켓은 ‘아레스Ⅰ’과 ‘아레스Ⅴ’의 두가지 버전으로 계획되고 있다. 아레스Ⅰ은 오리온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로켓이고, 아레스Ⅴ는 달 착륙선과 ‘지구 탈출 1단로켓’(Earth departure stage)을 발사하는데 쓰인다. 오리온은 지구 궤도에서 달 착륙선 및 지구 탈출 1단로켓과 도킹한 뒤 달로 향하게 된다. 지구 탈출 1단로켓은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는데 사용되고 난 뒤 버려진다.
 

2020년 달 탐사과정
 


안전성은 10배, 공간은 2.5배 증가

오리온의 모양은 과거 아폴로우주선과 같은 캡슐 형태다. 그렇다고 구식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캡슐의 원추형은 총알보다 훨씬 빠르게 지구 대기에 재진입할 때 가장 안전하고 믿을 만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기를 통과한 뒤에는 낙하산을 펼쳐 육지에 착륙하는 방식이다. 캡슐의 무게는 25톤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NASA는 새로운 발사 시스템이 우주왕복선보다 10배 더 안전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캡슐 위쪽에 탈출 로켓을 장착해 발사할 때 문제가 생기면 오리온을 재빨리 분리시켜 탑승한 우주인을 탈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주왕복선과 달리 오리온은 아레스 로켓의 맨앞쪽에 위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주선이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우주선의 크기가 커지는 점도 장점이다. 캡슐의 지름은 5m이고 내부는 3인승이었던 아폴로 캡슐보다 2.5배 이상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오리온은 화물과 6명의 우주인을 ISS로 실어 나를 수 있고, 달로는 4명의 우주인을 수송할 계획이다. 또 6개월까지 탐사를 지원할 수 있어 우주인을 화성까지 보내는 데도 도전해볼 만하다.

오리온에 장착할 컴퓨터, 전자장치, 생명유지 장치, 추진 및 방열 시스템에는 최신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우주선이 초속 11km로 지구 대기에 재진입할 때 표면 온도는 2600℃ 이상으로 올라가는데, 엄청난 고열에 견딜 수 있는 고성능 방열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왜 탐사선 이름을 오리온이라고 했을까. 오리온은 밝은 별이 많고 모양도 친숙해 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겨울별자리의 이름이다. 오리온자리 같은 별자리가 수백년간 탐험가들을 신대륙으로 인도했듯이 오리온 탐사선이 미래 우주탐사에서 신천지로 향하는 길잡이 노릇을 하기 바라는 뜻이리라.

이번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 왠지 자원을 채굴하며 달기지를 건설하고 화성행 우주선에 오르는 수많은 사람의 발자국이 떠오르지 않을까.
 

오리온의 방열시스템에 사용할 소재를 찾기 위해 고열 테스트를 하는 모습.
 

200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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