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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고비사막에 발을 디딘 것은 1996년 여름, 몽골-중국-일본 3개국 국제공룡탐사대의 초청을 받아 1996년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고비사막에서 공룡화석을 탐사·발굴했다.
그 당시 처음 마주친 몽골의 아름다운 대자연 그리고 공룡화석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았고 언젠가는 그 곳에 다시 돌아가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난 2006년, 드디어 나의 꿈은 현실이 됐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몽골 공룡을 탐사하게 된 것이다.
기회는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경기도 화성시는 1999년에 발견된 국내 최대 공룡알 산지인 고정리의 공룡알 화석지(천연기념물 제414호)에 새로운 공룡박물관을 세우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박물관에 전시할 새로운 진품 공룡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공룡뼈 산출이 매우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의 공룡박물관에 전시할 표본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 공룡과 연관관계가 있는 몽골 공룡으로 눈길을 돌렸다.
화성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몽골과학원의 고생물센터가 함께 주관하는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를 후원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2006년부터 5년간 매년 여름 40여일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룡화석지 중 한 곳인 몽골 고비사막에서 공룡을 비롯해 학술적으로 중요한 척추동물화석을 탐사, 발굴, 수집, 연구해 그 결과물을 새로 만들어질 화성시 공룡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최고의 공룡학자들을 참여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행히 미국 남부감리대의 루이스 제이콥스 교수(전 척추고생물학회 회장)와 캐나다 앨버타대의 필립 커리 교수(차기 척추고생물학회 회장)가 공동연구에 합의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몽골과학원, 남부감리대, 앨버타대의 공룡학자들을 주축으로 하고 매년 해외의 유명한 고생물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을 팀에 합류시켰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한국이 주관하는 최초의 국제공룡탐사이며 고비사막의 공룡탐사 역사 중 가장 국적이 다채로운 공룡탐사대라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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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5년에 걸쳐 계획돼 있는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가 성공리에 진행 중이다. 국내 최초로 우리나라 탐사대가 주도하고 있는 이번 발굴에는 각국의 공룡전문가들도 여럿 참가했다. 매년 여름 40여 일씩 3차례 발굴에서 대형육식공룡의 위석(위 속에 들어 있는, 먹이를 가는 걸 돕는 작은 돌)을 최초로 발견했고 거대한 초식공룡의 거의 온전한 뼈화석도 찾았다. 이번 탐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융남 박사에게서 세차례에 걸친 공룡탐사 얘기를 들어보자.
1차 탐사 | 2006. 8. 30~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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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탐사 준비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탐사대의 규모도 클 뿐 아니라 그에 맞춰 탐사에 필요한 식량, 물, 텐트, 휘발유, 발굴 장비 등 준비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몽골에 도착한 뒤 4일간 몽골 고생물학센터 실험실에서 탐사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2006년 9월 4일 탐사대원 24명은 러시아제 군용트럭 2대, 벤 3대, 지프 1대에 나눠 타고 고비사막으로 향했다.
주요 탐사지역은 후기 백악기 지층인 네메겟층(Nemegt Formation)이 광범위하게 발달된 알탄울과 부긴자프, 구린자프 지역이었으며 베이스캠프는 알탄울에서 약 11km 남쪽에 위치한 울란큐슈로 정했다. 늘 그렇듯 사막을 이동하기란 쉽지 않다. 잦은 차 고장으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를 떠나 약 900km 떨어진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는 데 4일이나 걸렸다.
알탄울 지역은 알탄울 산맥의 남쪽에 형성된 거대한 4개의 계곡으로 이뤄지는데, 이 계곡은 오른쪽부터 알탄울 I, II, III, IV로 불린다. 계곡 전체 동서방향 길이는 15km, 각 계곡의 길이는 약 10km에 이르는 거대한 황무지다. 탐사대원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화석들을 발견했다. 수각류, 용각류, 조각류 등 각종 공룡 화석 뿐 아니라 악어와 거북도 나왔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화석지가 도굴로 훼손된 상태였다. 귀중한 자연유산이 연구가 되기 전 무분별할 도굴꾼들에게 유린당한 흔적은 대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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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위석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류의 발견은 이번 탐사의 가장 큰 성과였다. 왜냐하면 티라노사우루스류 같은 큰 육식공룡이 작은 위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으며 수각류 공룡의 진화에서 위석의 역할과 상관관계를 밝히는 아주 중요한 표본이기 때문이다.
베이스캠프의 네메겟층에서는 그 당시 생태계를 구성했던 동물군들을 밝혀내는데 중요한 증거가 될 미(微)척추화석지를 발견했으며 갈리미무스(Gallimimus)로 추정되는 완전한 오르니토미무스류 공룡 전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각류, 용각류, 조각류
공룡은 골반 형태가 도마뱀과 비슷한 용반류와 새와 비슷한 조반류로 나뉜다. 용반류는 다시 두 발로 걷는 육식공룡인 수각류와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인 용각류로 구분된다. 조반류에는 각룡류, 검룡류, 곡룡류, 후두류, 조각류가 속하며, 이 중 조각류는 뒷다리가 발달해 두 발로 걷는 초식공룡이다.
위석
위 속의 돌. 닭 같은 새처럼 일부 공룡들도 위 속에서 먹이를 가는 걸 돕기 위해 돌을 삼켰다.
알탄울에서 발굴한 대형 육식공룡 타르보사우루스의 골반과 꼬리뼈 화석. 상태가 매우 좋다. 오른쪽은 타르보사우루스의 복원도
2차 탐사 | 2007. 8. 16~9. 21
거의 완전한 용각류 뼈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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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간 이곳에 머물면서 우리는 보존이 매우 잘된 용각류 골격과 곡룡류 화석 다수, 그리고 최근에 알려진 원시 각룡류 야마케라톱스(Yamaceratops), 그리고 공룡알 둥지를 발굴했다. 특히 캠프 바로 옆에서 용각류 화석지를 발견했는데 비록 머리뼈는 찾지 못했지만 몸뼈가 거의 온전히 보존돼 있었다. 이 용각류뼈들을 분리해 총 32개의 크고 작은 석고재킷을 만들었다. 바얀시리층에서는 지금까지 어떠한 용각류도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용각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다른 흥미로운 발견은 곡룡류 공룡들이었다. 캠프 가까이에서 커다란 곡룡류 골격을 발견했는데 커다란 골반과 뒷다리가 보존돼 있었다. 또 바얀시리 지역에서는 놀랍게도 곡룡류 머리뼈를 3개나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 머리뼈들은 완벽하게 보존돼 있으며 곧 실험실 처리가 끝나면 이 지층에서 이전에 발견됐던 탈라루루스(Talarurus)에 속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종인지가 밝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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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우스쿠덱에서 탐사를 성공리에 마치고 서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무리였음을 알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막을 가로질러 약 1000km를 차량 6대로 횡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웠다. 특히 트럭 한 대가 진흙에 빠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트럭들은 수시로 엔진과 부속에 문제를 일으키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목적지인 남서부 고비의 히르민자프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때까지 꼬박 6일이 걸렸다. 이동 중 사막 한 가운데서 엔진을 두 번이나 바꾸는 고생을 하고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 고생은 히르민자프 지역의 공룡을 탐사하면서 충분히 보상됐다. 히르민자프는 후기 백악기 지층인 네메겟층과 그 아래 바룬고욧층(Baruungoyot Formation)이 20km에 걸쳐 계곡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석양에 물든 붉은색 지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비록 6일 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탐사대는 악어, 각룡류인 바가케라톱스(Bagaceratops), 타르보사우루스 턱뼈, 공룡발자국을 발견했다.
서너 종류의 공룡알 둥지도 찾았는데 그 중에는 고비테릭스(Gobipteryx)라는 중생대 새의 알도 있다. 특히 알도둑으로 잘못 알려졌던 수각류인 오비랍토르류(oviraptorid)의 완전한 공룡알 둥지를 발굴했는데, 이 둥지의 알 속에는 태아화석이 보존돼 있어 모든 대원들이 기뻐하며 환호했다. 우리는 또한 1970년대 러시아팀이 발굴을 포기하고 간 커다란 갑옷공룡 화석지를 찾아냈다. 비록 머리뼈는 없었으나 거의 완전한 갑옷과 골격이 남아 있어 내년에 발굴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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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룡류
조반류에 속하는 초식공룡으로 네발로 걸었다. 몸이 골판으로 덮여 있어 갑옷공룡으로도 불린다. 쥐라기와 백악기에 살았다.
각룡류
조반류에 속하는 초식공룡으로 뿔공룡으로도 불린다. 주요 각룡류는 머리 뒤에 프릴이 있고 앵무새 같은 부리를 지녔다. 프릴은 머리뼈 뒤에 돌출한 방패같이 생긴 골격으로 과시용 장식으로 발달했다고 추정된다.
석고재킷
현장에서 발굴한 화석은 뼈를 현장에서 추려내지 않고 뼈를 포함한 암석 전체를 실험실로 가져간다. 실험실로 운반도중 암석에 묻힌 뼈들이 부셔지거나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암석 전체를 석고로 감싸는데, 이런 단위를 석고재킷이라고 부른다. 이는 팔이 부러졌을 때 정형외과에서 깁스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석고를 감쌀 때 석고가 뼈에 직접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종이를 물에 적셔 화석을 감싼 뒤 석고를 입힌다.
3차 탐사 | 2008. 8. 15~9. 24
거대한 미지의 공룡 복늑골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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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에 나선 대원들은 곧 화석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발굴한 화석들은 타르보사우루스, 오리랍토르류,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용각류, 각룡류 등 다양한 공룡을 비롯해 악어, 거북, 도마뱀, 새, 포유류 화석이 수집됐다. 이 중 중요한 발견은 작은 각룡류인 바가케라톱스(Bagaceratops)의 머리뼈 다수를 포함해 포유류 머리뼈, 그리고 상당수의 도마뱀 머리뼈들이다. 이들 화석은 주로 바룬고욧층에서 수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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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대가 대규모였기 때문에 베이스캠프를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원 몇 명이 부긴자프와 알탄울 III 지역을 수일간 탐사했는데 그 이유는 이곳에 있는 수각류 중 가장 큰 앞다리를 가진 데이노케이루스(Deinocheirus) 화석지를 찾아 나머지 뼈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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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노케이루스는 단지 앞다리화석만 알려져 있는데 앞다리길이만 2.4m, 발톱 길이는 25cm에 이른다. 따라서 정확히 어떤 공룡인지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단 하루의 탐사였지만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지를 찾았고 그 곳에서 데이노케이루스의 복늑골(gastralia) 2개를 찾아냈다.
또한 이곳에서는 거의 완전한 새끼 오비랍토르류의 골격을 발굴하는 행운이 따랐다. 내년의 탐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히르민자프를 철수하면서 부긴자프에서 4일간 짧게 탐사를 진행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우 중요한 발견을 했는데, 그것은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되는 머리뼈가 두꺼운 후두류 공룡의 두개골과 거북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 화석이 된 뼈화석층(bone be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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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탐사에서 우리가 수집한 화석은 크고 작은 석고자켓 총 170개와 화석상자 59개 분량으로 이들 화석들은 총 431개의 표본으로 기록됐다. 이는 지난 90년간 고비사막에서 이뤄진 3차례의 큰 국제탐사, 즉 1920년대의 미국자연사박물관팀, 1940년대의 러시아팀, 1960년대의 폴란드팀에 버금가는 큰 성과다. 이들 화석들 중 1차, 2차 탐사에서 수집된 것들은 이미 한국으로 운송됐으며 3차 탐사에서 수집된 화석은 이번 겨울 한국으로 운송될 예정이다. 화석들은 2009년 1월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에 완공되는 화석실험실에서 화석처리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제 새롭고도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을 만날 시간이 다가오는 셈이다.
항상 그렇듯 마지막 탐사 날에 중요한 발견이 이뤄진다. 탐사 마지막 날 오후 필자는 부긴자프 서쪽 계곡에서 타르보사우루스와 마주했다. 발가락뼈와 다리뼈가 지층 속으로 계속 연결돼 있는 점으로 보아 혹시 완전한 타르보사우루스가 묻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아쉬움을 달래며 3차 탐사를 끝내고 돌아왔지만 내 마음은 벌써 올여름 4차 탐사 계획으로 설레고 있다.
이융남 박사는 미국 남부감리대에서 공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초빙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다. 미국, 중국, 몽골에서 공룡을 발굴했고 현재 경기도 시화호의 공룡화석을 연구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이번 공동 탐사에서 나온 결과가 국내 공룡연구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희망한다.
복늑골
수각류 공룡에는 등척추에 연결된 늑골 외에도 배를 감싸는 늑골이 있는데 이것이 복늑골이다. 복늑골은 다른 뼈와 연결돼 있지 않으며 얇고 가는 두 개의 뼈가 나란히 연결돼 한 쌍을 이룬다. 복늑골은 내장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