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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品김연아 회전의 비밀

스피드 유연성 두둑한 배짱의 조화

새하얀 빙판을 가로질러 그녀가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긴 팔과 다리를 우아하게 뻗는가 싶더니 한 순간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환상의 궤적을 그린다. 빙판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뒤 날리는 알듯 모를 듯한 미소에 지켜보는 이들은 넋이 나간다.

온 나라가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연기에 두 눈을 떼지 못한다. 김 선수는 지난 10월과 11월 미국과 중국에서 차례로 열린 2008?2009 시즌 그랑프리 1, 3차 대회에서 모두 2위와 20점 이상 점수 차를 내며 우승했다.

다음 목표는 12월 10~14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피겨 그랑프리파이널. 그랑프리파이널은 한 시즌에 6번 열리는 시즌그랑프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6명만이 참가해 피겨스케이팅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다.


그랑프리파이널에서 피겨스케이팅 세계 정상으로 우뚝 설 김 선수의 스케이팅을 미리 만나보자.

 


물리를 알면 점프가 보인다
피겨스케이팅의 기술은 크게 점프, 스핀, 스텝 3가지로 이뤄진다. 점프는 스케이팅을 하다가 도약해 공중에서 회전을 한 뒤 착지하는 기술이고, 스핀은 다양한 자세를 유지하며 제자리에서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기술이다. 스텝은 전체 연기의 동선을 만드는 기술로 선수의 창의적인 연기가 핵심이다.

이 가운데 피겨스케이팅 기술의 꽃은 점프다. 점프는 도약할 때 에지(스케이트 날)를 사용하는지, 토(날 앞부분의 톱니)를 사용하는지에 그리고 날의 안쪽을 사용하는지 바깥쪽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루프, 살코, 악셀, 토루프, 플립, 러츠 6가지로 나눈다.

점프 기술의 점수는 6가지 점프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해서 하는지 그리고 공중에서 회전을 얼마나 많이 정확히 하는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착지를 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점프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점프 기술의 핵심은 도약력과 회전력”이라고 말했다. 공중에서 회전을 많이 하려면 일단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하지만 체공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1초 남짓. 그 다음은 회전이다.

도약을 할 때 에지나 토로 마찰을 일으켜 토크(torque,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를 얻는데, 이때 회전관성을 크게 얻기 위해서 팔과 다리를 크게 벌리는 것이 유리하다. 토크는 회전시키려는 물체의 회전축과 먼 곳에서 힘을 줄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몸이 돌기 시작한 뒤에는 팔을 몸 쪽으로 최대한 밀착해야 한다. 회전하는 물체는 외력이 주어지지 않으면 회전반지름이 작을수록 회전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착지할 때는 다시 팔과 다리를 길게 펼쳐 회전속도를 줄이는 동시에 몸의 중심을 잡는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 정재은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점프한 뒤 회전이 부족하거나 착지할 때 넘어지는 경우 대부분은 도약한 뒤 팔을 몸에 밀착시키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라며 “반복된 훈련으로 그 타이밍을 몸으로 익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정된 점프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에지가 바닥에서 떨어지기 직전 팔을 가장 많이 벌렸다가 떨어진 순간 팔을 몸쪽으로 접어야 한다. 만약 팔을 먼저 접으면 토크를 충분히 얻지 못하거나, 프리로테이션(pre-rotation, 점프하기 전에 미리 회전하는 반칙의 일종)으로 감점을 당한다.

반대로 팔을 너무 늦게 접으면 그 사이 몸은 회전을 시작해 팔에 걸리는 원심력이 커져 팔을 접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목표한 회전수를 채우지 못한 채 착지를 하면 손과 다리가 늦게 펴져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쉽다.

 



 

 

 


김연아 연기가 아름다운 이유


“다른 모든 선수들의 기량은 김연아 선수의 어깨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11월 10일 캐나다의 CBC스포츠가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시리즈 3차대회 ‘컵 오브 차이나’에서 우승한 김 선수의 연기를 평가한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김 선수의 연기는 다른 선수들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정 박사는 “김 선수는 얼굴표정이나 몸의 표현력도 뛰어나지만 기술적으로 완벽한 연기를 한다”며 “김 선수가 다른 선수와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스피드”라고 말했다.

대부분 선수들은 점프 기술을 하기 위해 스텝을 밟다가 도약하기 직전 속도를 줄이지만 김 선수는 달려오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도약을 한다. 따라서 연기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지며, 또 공중에서 날아 이동하는 비거리가 길어 연기의 스케일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김 선수가 이런 속도로 높은 점프 연기를 할 수 있는 비밀이 혹시 체격에 있지 않을까. 김 선수는 164cm 키에 몸무게는 47kg로 *체질량지수(BMI)는 17.47kg/m2다. 2007년 피겨 국가대표선수 6명의 BMI 평균(17.94 kg/m2)보다 근소하게 작다.

 

체질량지수(BMI)*
체중(kg)을 키의 제곱(m2)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이나 신체균형을 판단하는 지수의 한 가지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세정 박사는 “일반적으로 빠른 스핀과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작은 체구가 유리하지만, 순간적으로 큰 힘을 발휘해야 하는 피겨스케이팅은 근력이 중요하다”며 “지나치게 야위어 근력이 부족하면 점프 높이가 충분하지 않아 고난도 점프 기술을 구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선수는 체격보다는 아름다운 연기를 하는데 필요한 유연성과 이를 체력적으로 뒷받침하는 근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뜻이다.

SBS 방상아 피겨스케이팅 해설위원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팔과 다리가 다소 긴 김 선수의 서구형 체형에서도 비밀을 찾는다. 팔과 다리가 길면 일단 표현력의 폭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회전을 할 때 더 큰 토크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김 선수는 몸에 2차 성징이 나타나며 몸의 무게 중심이 달라지는 시기를 잘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김 선수만의 두둑한 배짱도 빼놓을 수 없다.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운동선수들의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신정택 박사는 “피겨 선수들 대부분이 도약하기 직전 속도를 늦추는 이유는 착지할 때 넘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김 선수는 무리한 고난도 기술을 시도하는 대신 자신이 가장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안정적으로 선보이기 때문에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1.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루프
체력 부담 때문에 기본점수가 가장 높은 기술을 가장 먼저 한다. 기본 점수 9.50점.

2. 트리플 루프
기본 점수가 5.00인 기술. 3차‘차이나컵’에서는 더블 악셀로 뛰었음.

3.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루프 + 더블 루프
3개의 점프를 연속으로 뛰는 고난도 기술. 8.80이 기본 점수.

4. 플라잉 싯 스핀
공중으로 뛰었다가 앉아서 도는 스핀.

5.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루프
원래 7.50점이 기본점수지만 이때부터 2분 뒤 가중치 때문에 8.25점.

6. 트리플 러츠
아웃에지로 뛰어야 감점이 없다.

7. 스파이럴 시퀀스
한쪽 다리를 높이 든 채 한 발로만 스케이트를 타는 스텝.

8. 트리플 살코
싱글 살코는 0.50점, 더블 살코는 1.30점이지만 트리플 살코는 4.50점이 기본 점수.

9. 플라잉 스핀 콤비네이션
공중에서 한번 뛰었다가 착지한 뒤 여러 가지 스핀을 조합하는 기술.

10. 직선 스텝
빠른 방향 전환과 턴, 다양한 몸동작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

11. 더블 악셀
기본 점수가 3.50점.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뛰는 트리플 악셀은 무려 8.20점.

12. 체인지 풋 컴비네이션 스핀
여러 가지 스핀을 조합하는 기술. 어려운 변형자세나 발 전환, 양쪽 에지를 사용하면 점수가 높다.

 


김연아 ‘교과서 점프’ vs. 아사다 마오 ‘트리플 악셀’
12월에 열리는 그랑프리파이널의 최대 관심사는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와 랭킹 2위인 김 선수의 대결이다. 랭킹 1~3위 선수들은 시즌 중 같은 경기에 참가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올해 김 선수는 1, 3차 대회에, 마오 선수는 4, 6차 대회에 출전했다.

김 선수는 1, 3차 대회에서 무난히 1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그랑프리파이널 출전권을 땄지만, 마오 선수는 지난 11월 15일 프랑스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하며 2위를 해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방 해설위원은 “주니어 시절부터 이어져온 두 선수의 라이벌 대결은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김연아 선수의 교과서 같은 ‘명품점프’와 아사다 마오 선수의 전매특허 트리플 악셀의 대결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꿈의 200점’을 넘어라
김연아 선수의 ‘200점 고지’ 돌파 여부는 그랑프리파이널 또 하나의 관심사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합계 점수에서 200점을 넘어선 선수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이번 시즌 김 선수의 쇼트스케이팅과 프리스케이팅 동선을 긴급 입수해 전격 공개한다.
12월 10일부터 열리는 그랑프리파이널에서 김 선수가 펼칠 프로그램을 미리 살펴보며 200점 돌파 여부를 가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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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안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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