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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의 극단 생태계

안개가 생명수인 사막의 생물들

나미브 사막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서부에서 나미비아를 거쳐 앙골라 남쪽 지역까지 펼쳐져 있다. 해안을 따라 모래와 바위가 띠처럼 펼쳐진 황량한 이곳은 수백만 년 전 조성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다. 다른 어떤 사막보다 다채로운 종다양성을 보이는 이곳에는 여러 파충류와 무척추동물이 살고 있다. 연간 평균 강수량이 10mm가 채 안되고 한낮 기온이 50℃를 넘지만 이곳 동물들은 이런 역경을 극복하며 살고 있다.

비는 거의 내리지 않지만 동물들은 바다에서 오는 습기를 이용한다. 차가운 벵겔라(Benguela) 해류는 바다 바로 위의 습한 공기를 식히는데 그 위의 따뜻한 공기보다 밀도가 커 상승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름을 만들지 못한다. 대신 아래층 공기에 머문 습기는 안개를 형성해 바람에 실려 해안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사막은 낮 동안 온도가 높아 습기가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므로 안개는 바다 바로 옆 지역을 덮을 뿐이다(1년에 180일 가량). 해가 진 뒤 온도가 급강하해 밤에 안개가 내륙쪽으로 50km까지 들어오는 날도 1년에 40일 정도 된다.

이 안개가 나미브 사막에서 살고 있는 딱정벌레와 게코도마뱀, 뱀 같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생명수다. 이들은 바다에서 오는 습기를 이용하는 독특한 행동을 보인다.

 


딱정벌레의 천국

거저리과(科)에 속하는 ‘어둠의 딱정벌레’는 나미브 사막에서 가장 성공한 종류다. 모양이나 크기가 아주 다양하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물을 마시는 독특한 행동으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학명이 오니마크리스 운구이쿨라리스(Onymacris unguicularis)인 녀석이 가장 유명하다. 이 녀석은 가장 더운 한 낮에는 먹이인 바람에 떨어져 나간 식물 파편을 찾아 사막 언덕을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밤이 찾아오면 부드러운 모래 밑으로 숨는다. 이른 새벽, 안개가 가장 짙을 때 녀석들은 언덕 위로 올라간다. 바람부는 방향을 향해 머리를 아래로 처박고서 ‘안개 쬐기’를 시작한다. 아주 작은 안개 방울이 딱정벌레의 등껍질에 도달해 서로 합쳐지면서 아래로 굴러 입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안개가 낀 날 이 녀석들은 몸무게의 40%까지 안개 물방울을 먹는다. 체중 70kg인 사람이 하룻밤 사이 물 24리터를 마시는 셈이다.

딱정벌레가 안개에서 물을 모으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얼마 전 스테노카라(Stenocara)속인 다른 거저리 연구로 밝혀졌다. 사실 안개에서 물을 얻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안개 물방울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1㎛는 10-6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테노카라의 등딱지는 올록볼록한데 튀어나온 부분은 물을 좋아하는 성분이고 들어간 부분은 물을 싫어하는 성분이다. 따라서 튀어나온 부분에 도착한 물방울은 주위로 이동하지 못한 채 다음에 오는 물방울과 합쳐져 점점 커진다. 이렇게 커진 물방울이 어느 크기 이상이 되면 아래로 굴러 입쪽으로 떨어진다. 건축가와 공학자들은 스테노카라의 놀라운 등 구조를 건물이나 엔진에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투명한 물방울 맺힌 충혈된 눈

팔마토게코도마뱀(Palmatogecko rangie)은 나미브 사막에서 가장 이색적인 존재다. 만일 덩치가 수천 배로 커진다면 고질라 만큼이나 사람들을 혼비백산시킬 것이다. 핑크색으로 거의 반투명한 게코도마뱀은 노란색 피부에 둘러싸인 충혈된 눈과 물갈퀴가 달린 발이 트레이드 마크지만 낮에는 모래 더미 아래서 보내고 해질 무렵에나 작은 곤충을 잡아먹으러 나오기 때문에 좀처럼 보기 어렵다. 하지만 특이한 건 겉모습만이 아니다. 거저리처럼 이 녀석들도 안개를 이용하는 독특한 행동을 보인다.


이 종은 고정된 투명한 눈꺼풀을 지니고 있는데 안개가 끼는 날에는 혀로 자주 핥아 늘 깨끗하게 유지한다. 짙은 안개 속 미세한 물방울이 주둥이와 눈을 감싸면 이 녀석들은 물방울로 맺힐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기다린다. 그 뒤 혀를 굴려 눈가에 맺힌 물방울을 핥아먹는다.

게코도마뱀과 달리 나마쿠아 카멜레온(Chamaeleo namaquensis)은 안개에서 물을 얻지 않는다. 대신 커다란 먹이에서 충당하는데 특히 거저리과 딱정벌레를 즐겨 먹는다. 이런 먹이를 먹음으로써 이들이 안개에서 얻은 물을 간접적으로 섭취해 수분을 보충하고 체액에 쓰일 양을 충당한다. 또 피부색을 바꿈으로써 나미브의 극단적인 온도변화에 적응하는데 아침과 해질 무렵에는 검은색이 돼 열을 흡수하고 한낮에는 밝은 피부색으로 햇빛을 반사한다.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바위나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모래 위의 열기를 피한다.

 


사막 독사의 매복

몸길이가 30cm에 이르는 독사 사이드와인더(sidewinder)는 몸무게에 비해 표면적 비율이 높기 때문에 수분 손실이 크다. 따라서 오줌으로 수분을 잃지 않으려고 물이 거의 없는 고농도의 요산을 배출한다. 이 뱀 역시 바다의 도움을 받는다. 안개가 사막을 덮으면 이 독사는 상체를 들어 올려 목을 펴고 밤의 안개를 맞은 뒤 몸의 비늘에 응축된 안개 방울을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혀로 핥는다.

이 녀석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몸을 회전하는 것처럼 옆으로 움직이는 ‘사이드와인딩’이라는 특이한 이동형태로 유명한데 모래언덕의 경사지를 매우 빨리 미끄러지듯이 움직인다. 먼저 머리와 꼬리 양쪽을 모래에 단단히 고정시킨 뒤 몸 중간 부분을 진행방향으로 밀친다. 몸 중간이 땅에 닿으면 머리를 진행방향으로 뻗는데 그 결과 S자형이 된다. 그뒤 꼬리를 옮겨 처음 자세가 된다. 다시 몸 중간을 진행방향으로 밀치고 다음엔 머리, 그리고 꼬리가 따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움직임은 땅에 수직으로 압력을 만드는데 걸을 때 발이 땅을 박차는 것과 비슷하다. 그 결과 뱀은 미끄러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다. 사이드와인딩은 지나간 자리에 분리된 선으로 된 자취를 남긴다.

이 녀석들이 사냥에 임하는 자세는 오히려 소심하다. 모래 바로 밑에 들어가 숨어서 눈만 내놓고 먹이를 기다린다. 먹이를 보면 꼬리 끝을 흔드는데 도마뱀인 경우 이를 먹이로 착각해 뛰어들다가 변을 당한다.

사막의 이런 특이한 생명체들을 찍으면서 나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생태계에서 이들이 살아가는 법을 알았다. 하지만 나미브 사막은 야생의 보물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이곳의 생명체 대부분은 모래 밑에서 주로 생활하고 먹이를 찾기 위해서 잠깐 밖으로 나온다. 따라서 사막의 생명체를 찍으려면 여러 주 또는 여러 달을 이들이 사는 혹독한 환경에서 함께 지내야 한다. 극단적인 더위와 추위, 강풍과 함께 물이 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함께 한다. 사진작가 대부분이 작은 파충류와 곤충을 찍을 때 접사렌즈를 쓰지만 나는 광각렌즈에 나미브 사막의 야생을 담았다. 피사체에 다가가면서도 이들이 살고 있는 독특한 환경을 함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머스 P.페이책(Thomas P. Peschak) >;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활동하는 해양생물학자이자 사진작가. 10년 넘게 아프리카 해양과 사막을 찍고 연구해왔다. 올해의 BBC-셸 야생 사진가 상, 피지 사진 상 등을 수상했다. ‘과학동아’ 2008년 5월호에 ‘남아프리카 바다 속 상어이야기’를 실었다.

200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기타

    [글, 사진] 토머스 P. 페이책 기자
  • 번역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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