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조건은 수명이 짧고 뿌리가 깊으며 줄기가 다육화되는 것이다.
오존구멍, 산성비, 이산화탄소의 증가, 온실효과, 극심한 가뭄, 사막화. 현재의 지구환경을 대표하는 표현들이다. 지구환경이 변한다면 이에 따라 식물의 생태도 상당수준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다. 식물은 어떻게 진화할까. '과학 아사히' 최근호에서는 건조화될 앞으로의 지구환경에 적응할 미래식물의 모습을 게재했다.
앞으로 수십억년 후라면 지구는 화성과 같이 대기도 없고 물도 없는 죽음의 행성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이때의 식물을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문제는 여기에 이르는 과정이다. 대기는 충분하지만 비가 아주 적게 내리는 건조한 기후일 것이다. 현재의 사막과 같은 기후를 상상하면 비슷할 것이다.
식물은 수중에서 탄생해 육지로 진출했다. 이 때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시스템이 확보됐다. 표피가 생겨 몸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았으며 뿌리로 수분을 지표로부터 획득해 물권을 통해 몸 전처로 운반한다. 양치식물 나자(裸子)식물(배주가 자방으로부터 노출돼 있는 식물, 소나무 등) 피자(被子)식물(배주가 자방에 둘러싸여 있어 습도가 유지되는 식물, 감나무 등) 순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식물이 건조화되는 기후에 적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물체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공룡시대에 포유류가 나타났듯이 나자식물 전성기에 피자식물이 이미 나타났다. 이처럼 생물체가 연속적인 이상 이미 현대에도 미래식물의 싹이 보여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연 어떠한 식물들이 미래에 나타날 식물들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종류는 수명이 짧은 식물이다. 비가 흠뻑 내리면 발아하고 단기간 내에 자라 개화하고 결실을 맺는다. 그리고 종자 상태로 다음 비가 올때까지 견뎌낸다. 짧으면 1개월 정도로 일생을 마치기도 한다. 휴면성 식물도 있다. 건조할 때는 잎이 오무라들어 말라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비가 오면 부활한다.
다음으로는 아주 뿌리가 깊게 뻗은 식물을 생각할 수 있다. 뿌리가 깊게 뻗어 지하수에 흐르는 물을 섭취할 수 있는 식물을 말한다. 몸안에 수분을 충분히 축적하는 다육(多肉) 식물도 미래형이다. 우기에는 물을 많이 흡수했다가 건기에 조금씩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식물이 다육식물이다.
이러한 네가지 특징 중에서 현실적으로 미래식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많은 것은 다육식물이다. 수명이 짧은 식물은 소형으로 퇴화하는 경향이고 뿌리가 깊은 식물은 일단 뿌리를 내리기까지 상당한 물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기의 시대에 종의 발달이 이루어진 식물이야말로 뿌리가 발달해 건기를 견딜 수 있다. 휴면성 식물 또한 건기가 짧지 않으면 생육이 어려워 미래식물로 등장하기 어렵다.
다육식물도 세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줄기가 다육화된 것과 잎이 다육화된 것, 그리고 뿌리가 다육화 된것이 있다. 줄기가 다육화되면 잎이 보잘 것 없고 잎이 다육화되면 줄기가 형편 없어진다. 뿌리가 다육화되면 잎과 줄기 모두 볼품이 없어진다. 미래식물은 줄기가 다육화된 대형식물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재의 식물 중 다육화의 길을 성공적으로 걸은 것은 바오바브(마다가스카르 섬에 분포). 대형식물인 바오바브는 묵직해보이지만 다육화된 조직은 의외로 부드러워 인간의 이빨로도 베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바오바브는 우기에 잎이 무성해지지만 건기에는 낙엽이 진다. 앞으로 진화될 다육식물은 잎이 아예 퇴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줄기에서 엽록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게 될 것이다.
한편 미래식물은 줄기나 잎, 또는 뿌리 등이 변화하는 것 못지않게 생식기관도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체적으로 큰 방향은 지금까지 생식기관으로 역할을 했던 꽃이 줄기 등 영양기관 가운데로 매몰될 가능성이 많다. 즉 줄기 어디엔가에 아름다운 꽃이 숨어버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