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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신경망컴퓨터 어느 수준인가?

지렁이와 파리의 중간단계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새의 모든 것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날아가는 새의 모습에서 비행기의 힌트를 얻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신경망컴퓨터는 두뇌의 신비가 다 풀리지 않더라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두뇌를 닮은 또다른 인공두뇌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20년 후'라는 단편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세부적인 내용은 잊었으나 두사람의 짧은 만남을 묘사한 오 헨리의 절제된 글솜씨에 대한 감탄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린시절 친구였던 두사람이 20년이 지나 한 사람은 범죄자가 되고 또 한 사람은 경관이 되어 약속된 장소에 오게 되지만, 짧은 순간 친구의 신원을 확인한 두 사람을 서로를 위해 상대방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부정한다. 서로 정반대의 길을 걸어서 이제는 소년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을텐데, 두 사람은 희미한 등불아래 천사라도 능히 변화시킬 20년의 시간을 넘어 인사도 설명도 없이 서로를 확인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 확인의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음을 주었던 사람끼리 그것도 '청춘예찬'의 모든 미덕을 가졌던 시절에 만난 소중한 사람끼리 정한 시간 약속된 장소에서 만난다면, 설혹 20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어찌 서로를 확인할 수 없겠는가.

컴퓨터와 인간 사이에도 이러한 확인이 가능할까. 20년후 내가 '친했던' 컴퓨터를 알아본다고 해도 그 친구(?)는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나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매우 성능좋은 컴퓨터라 해도 20년은 커녕 2분후 기묘하게 분장한 나를 알아볼런지 회의적이다. 아무리 빠르고 정확한 컴퓨터라도 나를 '본다'는 것은 가능하나, 나를 '확인'하고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컴퓨터에 비하면 형편없이 속도가 느리고 게다가 일처리에 있어 실수도 잦은 나지만 TV화면에 잠깐 비친 1만명 가운데 내 친구를 찾으라고 한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은 대략 보통 TV화면의 4분의 1정도의 크기에 1만명의 사람을 5초간 방영하면 원하는 대상을 찾아낸다고 한다.
 

신경망컴퓨터는 인간 두뇌작용을 모방하려는 컴퓨터이론이다.


바둑 한수 두는데 2백억년?

지극히 상식적인 이 인식능력을 과학적인 수치로 나타내보자. TV화면은 5백25개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선들은 각각 5백25개의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곧 TV화면은 악 3백만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개개의 점은 서로 다른 색상과 밝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통해 1백만바이트 이상의 정보를 축적한다. 더욱이 TV화면에 비치는 화상은 1초간 30회 점멸하므로 (TV를 가까이 봐서는 안되는 근본 이유 중의 하나다), 어떤 화상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1백만바이트 × 보통 화면의 4분의 1 공간×5초×30 점멸 횟수=약 3천만 바이트의 정보가 필요한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숫자를 다루는 것은 컴퓨터의 특기다. 컴퓨터는 빠르고 정확하게 화면에 비춰진 영상을 볼 수 있다. 문제는 화면에 비추어진 영상이 9천9백99명의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친구임을 '확인'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인간이 별로 신경쓰지 않은 채로 5초 안에 '아, 저기 있구나'하고 해결하는 이 작업을 컴퓨터는 대단히 복잡하게 처리한다. 즉 머리 모양, 얼굴 색과 윤곽, 눈이나 코, 입과 입술의 모양, 크기, 색깔, 손가락, 발가락 모양, 신장, 체중, 걸음걸이의 특징 등 모든 자질구레한 사항을 다 검토한후 비로소 판단을 내린다. 입력시킨 자료를 읽는 데만 1시간 정도는 걸릴 것이다. 만약 그날 TV에 나온 친구가 큰맘먹고 목욕하고 이발하고 안신던 굽 높은 구두까지 신은데다 긴장해서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컴퓨터에게 그를 찾으라는 요구는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 된다.

이것과 비근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서양 장기인 체스는 컴퓨터의 '무능력'을 부각시키는데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다. 물론 컴퓨터가 기본 기술과 각종 중요한 시합의 수순을 미리 저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한수 한수를 두어야 하는 경우다. 체스는 한수마다 평균 30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한수를 둘 수 있는 방법이 30가지라면 그 다음 수를 둘 방법은 9백가지, 그 다음 수는 2만7천, 그 다음은 2천4백30만의 순으로 무한확장된다.

한스 블레이어먼은 재미있는 식을 구상한 적이 있다. 그는 컴퓨터의 최대 정보처리속도를 ${MC}^{2}$/h(M=질량, C=광속, h=플랑크 상수)라고 계산했다. 이 식에 따르면 최고 성능의 1g짜리 컴퓨터는 1초동안 ${10}^{47}$비트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 컴퓨터조차 체스를 두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한다. 체스의 무수한 변수를 감안하면 체스전용컴퓨터의 무게는 ${10}^{55}$g(이 숫자는 우주의 무게라고 가정된 숫자다)이며 이 컴퓨터가 한수 두는데 걸리는 시간은 6.3×${10}^{17}$초, 즉 2백억년이라고 한다. 그동안 컴퓨터는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10}^{120}$비트의 정보를 계산한다. 바둑은 체스보다 수가 더 많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컴퓨터는 돌 하나 놓지 못하고 바둑대회에서 시간 초과로 백전백패할 것이다.

또다른 예는 언어소통에서 볼 수 있다. 전화는 음역을 절약하기 위해 보통 진동수 3천 이상의 음성을 단절시키고 있다. 결국 음성의 미묘한 차이, 예를 들어 영어의 'seven'과 'heaven'은 잘 구별되지 않는 채로 전달된다. 전화를 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을 혼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나 문장도 얼마든지 추측해 괄호를 채워넣는다. 그 문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쓰이는 문맥상황, 상대방과의 관계, 그 사람의 기분과 언어 수준에 의해서 강하게 지배된다. 이 다의성을 '똑똑한' 컴퓨터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이것이 아마 신경망 컴퓨터를 요구하도록 만든 질문이었을 것이다.

하찮아 보이는 이 질문은 사실 기존 컴퓨터 과학의 전제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의 전환을 강요하는 도전이었다. 코페르니쿠스의 학설이 물리학과 천문학, 이후 우리 사고에 미친 영향을 감안한다면 신경망컴퓨터를 여기에 비유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경스런 발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경스런 과장을 고집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컴퓨터 연구에서 철저하게 무시되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배제된 영역을 우리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긴박감과 그것을 유연하게 수용할 개방된 사고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5세대까지 컴퓨터 과학의 전제는 모든 것을 수로 환원시킬수 있다고 본 괴텔과 완전히 기계적인 방식으로 수학의 정리를 증명하려고 한 튜링의 수학이론, 프린스턴에서 함께 연구했던 폰 노이만과 샤논의 정보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표1) 인간의 신경망과 인공 신경망


「모든 것을 수로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이론의 근저에 깔려있는 컴퓨터 명령어의 '무의미성'을 상기해 보자. 우리는 컴퓨터에게 모든 사건을 친절하게 베이직(BASIC) 어셈블러 C언어 등으로 재단해 주고 컴퓨터는 여기에 '자기 멋대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베이직으로

1001FA>34
THEN C=COS(K)
ELSE C=SIN(K)

으로 표현하면 컴퓨터는

FFD606408B2041EFF2220CF2043FO

F8C284B29203AA22043FOFF89284

이라는 16진법으로 반응한다. 이 숫자를 더 늘려서는 안된다든가 배열을 바꾸어서는 안된다는 법칙은 없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은 바로 컴퓨터의 이 '무의미성'을 다루는 능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 의미도 가지지 않는 기호와 숫자, 부호로 환원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존 컴퓨터 이론의 핵심이었다.

결국 지금까지 세련되고 민첩한 컴퓨터는 일련의 무의미성만을 다루어 왔을 뿐이며, 이것은 서양의 분석적인 합리적 사고와 잘 맞아 떨어졌다. 에크밀러교수는 컴퓨터 연구의 흐름이 대수적인 것에서 기하학적인 것으로 바뀌어간다는 흥미있는 주장을 했다. 기존 컴퓨터가 수리적이고 분석적인 기능을 강조한 것이라면 신경망컴퓨터는 일견 산만해 보이지만 동시다발적인 사고와 판단력을 강조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좌 우 두뇌의 양면성에 근거해서 신경망컴퓨터는 수치 연산 분석의 좌뇌적 기능에서 직관적이고 종합적인 우뇌적 기능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에 치중한 AI연구

신경망 연구의 특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5세대 컴퓨터라고 하는 Al와 비교해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은 기존 컴퓨터를 이용해서 인간 지능에 접근해 보려는 것이다. 개인용컴퓨터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난 용량을 자랑하게 되자 이들을 가지고 추상적 사고나 학습 판단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1989년만 해도 더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학습하고 판단하는 기계'가 가능해지리라는 믿음이 강렬했다.

로리는 1989년 어느 책자에서 컴퓨터 시장에 일종의 캑스턴현상이 생겼다는 재미있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15세기 캑스턴이 구텐베르크 인쇄술로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찍어낸 이래 인쇄술은 점차 발전해서 이제는 책이 없다든지, 비싸다는 이유보다는 책다운 책을 쓸 만한 사람이 없고 좋은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이 더 큰 곤란이 되었다. 로리는 컴퓨터 시장도 이와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뛰어난 하드웨어는 얼마든지 있는데 뛰어난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생각한 그는 컴퓨터의 발전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성능에 좌우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1,2년 사이에 그러한 판단에는 분명한 오류가 있다는 것이 지적됐다. 기존 컴퓨터는 그대로 둔 채 단지 더 새롭고 유망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는 '인간 지능'을 모방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인공지능은 연산과 논리, 빠른 정보 처리를 위해 만든 더 고급화된 '기계지능'일 위험이 있다. 무의미한 상징이나 숫자를 다루기로 되어있는 컴퓨터가 학습 판단 확인의 유의미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대한 다른 접근방법과 인간 지능의 특이성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사람이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하나, 사람의 두뇌는 컴퓨터보다 계산의 정확성이나 속도면에서 뒤떨어진다. 그러나 계산이나 속도는 인간이라는 종의 개념에서 볼 때, '인간적'이라는 특성에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닐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로서 인간 사고의 특징은 추론이나 판단이지 빠르고 정확한 계산이 아니었다. 기껏 '털없는 원숭이'에 불과한 인간이 공룡의 먹이가 되지 않았던 것은 계산이 빨라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에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지를 재빨리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속한 계산만을 통해 판단하려고 했다면, 우리 역시 공룡의 이빨 앞에서조차 그 계산을 마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존 컴퓨터에서 움직이는 뛰어난 소프트웨어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그 수준에서 뛰어난 것일 뿐, 그 컴퓨터의 개념을 넘어서는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를 점검할 필요가 생긴다.

신경망 연구는 인간 사고라는 신비로운 부분을 수용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기존 컴퓨터의 개념자체를 바꾸려는 하드웨어 중심의 접근 방법이다. 당연히 생체신경망인 인간의 두뇌는 신경망 연구의 모델로 설정됐다.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1백억개의 신경세포는 신호처리를 담당하고, 급속한 펄스(pulse)의 흐름으로 구성된 신경 신호는 연결고리를 통해 갖가지 기이한 화학 반응으로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된다. 인공신경망은 인간 두뇌의 신경 세포와 연결 고리의 기능을 전자회로로 구현하려는 것이다.

신경망 연구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우리가 인간 두뇌의 구조나 기능을 다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것을 모델로 연구를 진행시켜 나갈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우리 역시 반문해보자.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새의 모든 근육과 그 미세한 움직임까지 조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날아다니는 새의 멋진 모습과 그 모습으로 연상되는 최소한의 근육이나 뼈대의 움직임만으로 족하지 않았을까. 비행기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날렵한 유선형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결코 새가 아니며 새라고 우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비행기 연구와 그 실현은 새라는 모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기존의 있는 것에서 모델을 구하고 발전하지만 그 모델과 다른 독특함을 구현해 낸다.

상업적인 신경망칩 등장

신경망 연구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를 기대하지만 바로 사람을 만들어 보려는 소아적인 태도는 아니다. 또한 이것은 인간 신비에 대한 부정이나 도전도 아니다. 우리는 흔히 무지와 신비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 무한한 우주의 영원한 침묵'을 경험한 사람들은 신비주의자나 도덕론자들이 아니라 능력껏 자신들의 지성을 밀고나갔던 사람들이었다. 비행기를 만들면서 역설적으로 새의 아름다움을 더욱 사랑할 수 있듯이 신경망 연구는 그 출발점에서 두뇌를 모델로 하면서 인간의 신비로움을 자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이제 바퀴는 돌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핀란드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신경망 연구에 상당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신경망 연구의 선두그룹인 일본의 히타치에서는 자사의 슈퍼컴퓨터보다 10배 빠르게 문제를 풀어내는 신경망을 만들었다고 발표했고, 해머스트롬이 주도하는 미국의 어댑티브 솔루션(Adaptive Solution)사는 91년 여름부터 비록 지나치게 크긴 하지만 신경망 칩의 판매 선전을 하기 시작했다. 한두세대, 심한 경우 한세기가량 실용성이 없이도 진행되는 연구를 '기초 연구'라고 한다면 신경망 연구는 더 이상 기초연구가 아니다. 신경망 연구가 몇년안에 국가간의 기술격차를 증폭시키는 핵심 기술이 되리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일 뿐이다.

1975년경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크리스 오웬스 교수팀은 프레디라고 하는 안드로이드형 로봇을 시험 제작했다. 지금의 공장 로봇에 비해 팔 힘은 약했으나 프레디의 지능은 뒤섞여 있는 부품중에서 필요한 것을 골라낼 정도로 뛰어났다. 영국 정부는 70년대의 우주개발붐을 타고 핵물리학을 우대하기 위해 로봇연구 자금을 삭감했고 프레디는 79년경 분해됐다. 눈 앞의 이익과 관심을 지나치게 중시한 결과 영국은 현재 프레디의 자손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영국인 로리는 개탄했다. 아마 일본 정부가 역시 그와 같은 정책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영국이 이 수입의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 역시 몇년 뒤 개탄과 비통함으로 회상하게 되지는 않을까. 저기 기차는 기적을 울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역으로 간다면 우린 그 기차를 타고 편안하고 기분좋은 여행을 하겠지만, 그것을 놓치면 붐비고 위험한 도로를 따라 힘겨운 출발을 해야 할 것이다.
 

(표2)신경망 칩 연구현황
 

화제의 소프트웨어/별빛도사 컴퓨터 사용을 쉽게 해주는 국산유틸리티

도스(DOS)명령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별빛도사」를 이용하면 컴퓨터에 친숙해질 수 있다.

요즘 개인용 컴퓨터(PC)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틸리티(utility) 프로그램을 한두개쯤 가지고 있다. 유틸리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파일복사 파일이동 포매팅(formatting) 등 기본적인 컴퓨터작업을 매우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물론 도스(DOS) 명령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유틸리티가 그다지 필요없지만 초보자에게는 낯설은 영어단어(명령어)들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많이 쓰이는 유틸리티로는 피시툴즈(PC Tool)와 노턴유틸리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속에 들어있는 이 프로그램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 왔는지 기억하는가. 아마 컴퓨터를 구입할 때 하드웨어 판매업자가 다른 패키지 프로그램과 함께 '덤'으로 끼워준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국내 PC 사용자들의 99%는 유틸리티 프로그램을 불법복제해 사용한다고 한다. 실제 외국산 유틸리티 프로그램의 판매각격은 20만원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산 유틸리티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로그램 이름은 '별빛도사 1.0'.

"외국산 유틸리티를 불법복제해 쓰다보니 불량 프로그램이나 사용미숙으로 하드디스크를 망가뜨리거나 데이터를 몽땅 날리는 경우가 발생해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요. 그리고 지난해 미국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불법복제조사단을 파견했던 것처럼 앞으로 복제 자체가 힘들어 질 겁니다. 그런데다 피시툴즈나 노턴이 차츰 업버전 (upversion)되면서 초보자들이 이를 사용하기 쉽지 않게 됐어요."

별빛도사를 개발한 김광국씨(27, 별빛컴퓨팅 대리)는 우리말로 된 유틸리티가 나오면 이런 문제점이 한꺼번에 해결될 거라는 생각에서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 90년 3월 개발에 착수. 지난해 한구소프트웨어전시회에 첫선을 보였고 10월부터 판매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몇가지 버그(bug)가 발견돼 보름가량 판매가 늦어졌다고, 개발당시에 '부채도사'로 불렸으나 내부에서 "좀 장난스럽다"는 지적이 있어 '별빛도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제까지 별빛컴퓨팅에서 발표된 패키지는 모두 순우리말 이름을 갖고 있다(책꽂이 좋은날 까치 등). 판매방식은 일부 유통점판매도 있지만 대부분 직판에 의존하는데 홍보도 할 겸해서 시판기념 할인판매(정가 3만3천원을 할인가 2만2천원으로) 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버전 1.0이 말해주듯이 별빛도사가 피시툴즈날 노턴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앞으로 계속 기능은 향상되겠지만 덩치가 커지는 것은 피하겠습니다." 별빛컴퓨팅 황윤오 사장(29)은 우리 수준에서 고급제품 보다 사용자가 쉽게 쓸 수 있는 유틸리티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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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한일송 기초기술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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