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은 녹색형광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이하 GFP)을 발견하고 생명과학 연구에 적용한 공로를 인정받은 과학자 3명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일본인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는 발광 해파리인 에쿼리아 빅토리아(Aequorea victoria)에서 GFP를 분리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미국인 마틴 찰피 교수는 GFP 유전자를 도입한 박테리아에서 최초로 GFP를 만들어냈으며, 또한 예쁜꼬마선충의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의 위치를 GFP의 녹색형광을 관측함으로써 확인했다. 중국계 미국인 로저 첸 교수는 GFP의 유전자를 조작해 녹색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색깔을 띠는 형광단백질을 개발해 오늘날 생명과학 연구에 새 지평을 열었다.
해파리 85만 마리 잡아
시모무라 박사는 1955년 일본 나고야대 히라타 교수 밑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물속에서 발광(luminescent)하는 조개류에서 발광물질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박사과정 학생은 아니었지만 이 업적으로 나고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프린스턴대 프랭크 존슨 교수의 초청까지 받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시모무라 박사는 존슨 교수와 함께 발광 해파리가 움직일 때 녹색 빛을 내는 이유를 밝히는 연구에 착수했다.
이들은 1961년부터 매년 여름이 되면 차를 몰아 대륙을 횡단,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있는 프라이데이 하버 해안에서 해파리 4만~5만 마리를 잡았다. 시모무라 박사는 19년 동안 총 85만 마리 정도의 해파리를 잡았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해파리를 쥐어짜고 거즈로 걸러서 얻은 액체에서 발광체를 찾았다.
시모무라 박사가 추출에 처음 성공한 물질은 칼슘이 있을 때 푸른색으로 발광하는 에쿠오린이라는 단백질이었다. 희한한 사실은 발광 해파리는 녹색을 내지만, 에쿠오린은 푸른색을 띤다는 점이었다.
시모무라 박사는 또 다른 발광체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GFP를 발견했다. 그는 이 단백질이 푸른빛이나 자외선을 받으면 녹색 빛을 낸다는 사실을 밝혔다. 시모무라 박사는 에쿠오린이 내는 푸른빛을 흡수한 GFP가 녹색 빛을 내게 됨을 보여줬다. 이처럼 에너지가 높은 파장의 빛을 흡수한 뒤 에너지가 낮은 파장의 빛을 발하는 현상을 ‘형광’(fluorescence)이라고 한다. 그는 GFP의 어느 부위가 형광을 내는지도 밝혔다.
시모무라 박사는 아직까지도 왜 해파리가 발광을 하고 녹색형광을 띠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80세로 명예교수이지만 자택 지하에 실험실을 만들어 놓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과학자인 그는 어려운 주제라고 기피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후학들에게 당부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마틴 찰피 교수는 1988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GFP에 대해 처음 들었다. GFP를 특정 단백질과 융합하면 녹색 형광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추적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찰피 교수는 GFP가 생명과학 연구의 획기적인 도구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수소문 끝에 더글러스 프레이서 박사가 이미 GFP 유전자 *클로닝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프레이서 박사에게 연락해 클로닝이 성공하면 GFP *클론을 받기로 했다.
프레이서 박사는 클로닝에 성공한 뒤 찰피 교수에게 연락했으나, 때마침 찰피 교수는 결혼 직후 부인이 있던 유타대로 안식년을 나가 있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1992년에 프레이서 박사의 논문이 발표된 뒤에야 그가 클로닝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GFP 클론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는 당시 형광현미경 사용법에 익숙했던 한 대학원생에게 박테리아가 GFP를 만들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으나 박테리아에서 녹색 형광을 볼 수 없었다. 해파리가 아닌 다른 생물체에서는 GFP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려는 참에 그 대학원생이 다른 실험실에 있는 성능이 뛰어난 형광현미경으로 다시 한 번 관측한 결과 박테리아에서 녹색 형광을 확인했다.
그 당시 GFP가 형광을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다른 단백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많은 과학자들이 믿었지만, 찰피 교수는 GFP만 있어도 자외선을 비추면 녹색 형광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 뒤 찰피 교수는 GFP 유전자를 예쁜꼬마선충의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에서 주로 켜지는 유전자의 스위치 아래에 집어넣었다. 그는 살아있는 투명한 선충에 자외선을 비추자 GFP가 만들어진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에서 녹색 형광이 나와 그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는 결과를 1994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GFP를 다른 단백질의 위치추적물질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프레이서 박사가 최초로 생각해냈다. 실제로 그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해파리 GFP 유전자를 클로닝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더 이상 연구비를 받지 못해 실험실 문을 닫았다. 물론 그가 아니라도 누군가 GFP 유전자를 클로닝했을 수 있지만, 그가 찰피 교수와 첸 교수에게 GFP 클론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이들이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까?
프레이서 박사는 그 후에도 몇몇 연구소에 재직했으나 연구비 사정으로 그만두고, 2년 전부터는 앨라배마주의 헌츠빌에 있는 자동차 매매상에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셔틀버스를 운전하고 있는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과학계를 떠난 뒤에 건강이 나빠졌고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노벨상은 최대 3명까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가 제외된 듯하다. 아무튼 프레이서 박사가 너그럽게 GFP 클론을 다른 연구팀과 공유함으로써 생명과학 발달을 앞당길 수 있었고, 그는 이를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찰피 교수와 첸 교수가 혹시 헌츠빌을 방문하면 감사의 뜻으로 자신에게 식사 대접정도만 하면 족하다고 말할 정도로 너그럽고 위트 있는 사람이다.
녹색 형광에서 무지개색 형광까지
로저 첸 교수는 어려서부터 화학실험을 즐겼다고 한다. 첸 교수는 GFP가 어떻게 형광을 내는지 그 원리를 밝혔으며 GFP가 형광을 내는 데는 산소가 필요함을 보였다. 또 GFP의 발색부위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을 다른 종류로 바꿔 훨씬 더 강한 형광을 내는 GFP를 만들었고 그 뒤 다른 색깔의 형광을 내는 여러 가지 GFP 돌연변이를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그 결과 살아있는 세포에서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추적하고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와 같이 여러 색깔의 형광 단백질을 이용할 때의 이점은 두 개 이상의 단백질을 각각 다른 형광 단백질로 표지해 그들이 만들어지는 위치나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물질의 상호작용 연구에는 형광공명에너지전이(FRET)라는 현상이 많이 이용되는데, 이는 서로 가까이 있는 형광물질 중 한 물질의 방출에너지를 또 다른 물질이 흡수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발광 해파리 에쿼리아 빅토리아의 에쿠오린이 내는 푸른빛이 GFP에 흡수돼 녹색 형광이 나오는 현상 역시 형광공명에너지전이의 한 예다. 첸 교수는 현재 암세포에 형광물질이나 화학치료제를 도입하는 연구에 관심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형광 단백질이 가장 잘 이용된 사례로는 최근 미국 하버드대 제프 리히만 교수팀이 발표한 ‘브레인보우’(brainbow) 생쥐가 있다. 연구자들은 노랑, 청록, 빨강, 주황 형광단백질의 다양한 조합으로 각각의 신경세포를 색깔로 구분할 수 있는 형질전환 생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브레인보우란 뇌(brain)와 무지개(rainbow)의 합성어로, 이 생쥐를 이용하면 두 개의 인접한 신경세포를 구분할 수 있고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도 있다. 이는 특정 색을 나타내는 형광단백질 유전자가 임의의 조합으로 생쥐 게놈에 끼어들어가는 현상을 이용한 것인데, 그 다양한 조합으로 약 90여 가지의 구분 가능한 색깔이 나올 수 있다.
생명과학자들은 GFP와 이를 변형한 여러 형광단백질을 이용해 세포내에서 단백질의 기능과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질환의 발병과정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세포를 탐색하고 치료하거나, 부작용을 최소화한 신약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필자도 유전자 결핍 생쥐를 만든 뒤 GFP를 특정 유전자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GFP를 이용한 연구 결과가 끊임없이 발표될 것이고 때로는 화려한 이미지로 우리 눈을 즐겁게도 해줄 것이다.
GFP 형광 내는 예쁜꼬마선충
마틴 찰피 교수는 1994년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에서 형광을 내는 선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먼저 DNA재조합 기술로 GFP유전자를 선충의 정소세포에 넣는다(1). 수정란(2)이 발생해(3) 성체가 된다(4). 여기에 형광을 비추면 GFP가 만들어진 신경세포에서
녹색 빛이 나온다(5).
클로닝, 클론*
어떤 생명체의 게놈에서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고 분리해 박테리아나 효모 같은 미생물에 옮기는 과정을 클로닝(cloning), 좀 더 정확히는 분자 클로닝이라고 한다. 이렇게 특정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미생물을 클론(clone)이라고 부른다.
유권열 교수 >;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유비퀴틴이라는 단백질의 양이 감소된 유전자 결핍 생쥐를 만들어 이들의 시상하부에서 뇌세포가 손상됨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퇴행성 뇌질환 치료를 위해 뇌세포의 기능과 생존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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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85만 마리 잡아
시모무라 박사는 1955년 일본 나고야대 히라타 교수 밑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물속에서 발광(luminescent)하는 조개류에서 발광물질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박사과정 학생은 아니었지만 이 업적으로 나고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프린스턴대 프랭크 존슨 교수의 초청까지 받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시모무라 박사는 존슨 교수와 함께 발광 해파리가 움직일 때 녹색 빛을 내는 이유를 밝히는 연구에 착수했다.
이들은 1961년부터 매년 여름이 되면 차를 몰아 대륙을 횡단,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있는 프라이데이 하버 해안에서 해파리 4만~5만 마리를 잡았다. 시모무라 박사는 19년 동안 총 85만 마리 정도의 해파리를 잡았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해파리를 쥐어짜고 거즈로 걸러서 얻은 액체에서 발광체를 찾았다.
시모무라 박사가 추출에 처음 성공한 물질은 칼슘이 있을 때 푸른색으로 발광하는 에쿠오린이라는 단백질이었다. 희한한 사실은 발광 해파리는 녹색을 내지만, 에쿠오린은 푸른색을 띤다는 점이었다.
시모무라 박사는 또 다른 발광체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GFP를 발견했다. 그는 이 단백질이 푸른빛이나 자외선을 받으면 녹색 빛을 낸다는 사실을 밝혔다. 시모무라 박사는 에쿠오린이 내는 푸른빛을 흡수한 GFP가 녹색 빛을 내게 됨을 보여줬다. 이처럼 에너지가 높은 파장의 빛을 흡수한 뒤 에너지가 낮은 파장의 빛을 발하는 현상을 ‘형광’(fluorescence)이라고 한다. 그는 GFP의 어느 부위가 형광을 내는지도 밝혔다.
시모무라 박사는 아직까지도 왜 해파리가 발광을 하고 녹색형광을 띠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80세로 명예교수이지만 자택 지하에 실험실을 만들어 놓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과학자인 그는 어려운 주제라고 기피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후학들에게 당부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마틴 찰피 교수는 1988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GFP에 대해 처음 들었다. GFP를 특정 단백질과 융합하면 녹색 형광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추적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찰피 교수는 GFP가 생명과학 연구의 획기적인 도구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수소문 끝에 더글러스 프레이서 박사가 이미 GFP 유전자 *클로닝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프레이서 박사에게 연락해 클로닝이 성공하면 GFP *클론을 받기로 했다.
프레이서 박사는 클로닝에 성공한 뒤 찰피 교수에게 연락했으나, 때마침 찰피 교수는 결혼 직후 부인이 있던 유타대로 안식년을 나가 있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1992년에 프레이서 박사의 논문이 발표된 뒤에야 그가 클로닝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GFP 클론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는 당시 형광현미경 사용법에 익숙했던 한 대학원생에게 박테리아가 GFP를 만들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으나 박테리아에서 녹색 형광을 볼 수 없었다. 해파리가 아닌 다른 생물체에서는 GFP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려는 참에 그 대학원생이 다른 실험실에 있는 성능이 뛰어난 형광현미경으로 다시 한 번 관측한 결과 박테리아에서 녹색 형광을 확인했다.
그 당시 GFP가 형광을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다른 단백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많은 과학자들이 믿었지만, 찰피 교수는 GFP만 있어도 자외선을 비추면 녹색 형광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 뒤 찰피 교수는 GFP 유전자를 예쁜꼬마선충의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에서 주로 켜지는 유전자의 스위치 아래에 집어넣었다. 그는 살아있는 투명한 선충에 자외선을 비추자 GFP가 만들어진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에서 녹색 형광이 나와 그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는 결과를 1994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GFP를 다른 단백질의 위치추적물질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프레이서 박사가 최초로 생각해냈다. 실제로 그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해파리 GFP 유전자를 클로닝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더 이상 연구비를 받지 못해 실험실 문을 닫았다. 물론 그가 아니라도 누군가 GFP 유전자를 클로닝했을 수 있지만, 그가 찰피 교수와 첸 교수에게 GFP 클론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이들이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까?
프레이서 박사는 그 후에도 몇몇 연구소에 재직했으나 연구비 사정으로 그만두고, 2년 전부터는 앨라배마주의 헌츠빌에 있는 자동차 매매상에서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셔틀버스를 운전하고 있는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과학계를 떠난 뒤에 건강이 나빠졌고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노벨상은 최대 3명까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가 제외된 듯하다. 아무튼 프레이서 박사가 너그럽게 GFP 클론을 다른 연구팀과 공유함으로써 생명과학 발달을 앞당길 수 있었고, 그는 이를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찰피 교수와 첸 교수가 혹시 헌츠빌을 방문하면 감사의 뜻으로 자신에게 식사 대접정도만 하면 족하다고 말할 정도로 너그럽고 위트 있는 사람이다.
녹색 형광에서 무지개색 형광까지
로저 첸 교수는 어려서부터 화학실험을 즐겼다고 한다. 첸 교수는 GFP가 어떻게 형광을 내는지 그 원리를 밝혔으며 GFP가 형광을 내는 데는 산소가 필요함을 보였다. 또 GFP의 발색부위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을 다른 종류로 바꿔 훨씬 더 강한 형광을 내는 GFP를 만들었고 그 뒤 다른 색깔의 형광을 내는 여러 가지 GFP 돌연변이를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그 결과 살아있는 세포에서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추적하고 관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와 같이 여러 색깔의 형광 단백질을 이용할 때의 이점은 두 개 이상의 단백질을 각각 다른 형광 단백질로 표지해 그들이 만들어지는 위치나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물질의 상호작용 연구에는 형광공명에너지전이(FRET)라는 현상이 많이 이용되는데, 이는 서로 가까이 있는 형광물질 중 한 물질의 방출에너지를 또 다른 물질이 흡수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발광 해파리 에쿼리아 빅토리아의 에쿠오린이 내는 푸른빛이 GFP에 흡수돼 녹색 형광이 나오는 현상 역시 형광공명에너지전이의 한 예다. 첸 교수는 현재 암세포에 형광물질이나 화학치료제를 도입하는 연구에 관심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형광 단백질이 가장 잘 이용된 사례로는 최근 미국 하버드대 제프 리히만 교수팀이 발표한 ‘브레인보우’(brainbow) 생쥐가 있다. 연구자들은 노랑, 청록, 빨강, 주황 형광단백질의 다양한 조합으로 각각의 신경세포를 색깔로 구분할 수 있는 형질전환 생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브레인보우란 뇌(brain)와 무지개(rainbow)의 합성어로, 이 생쥐를 이용하면 두 개의 인접한 신경세포를 구분할 수 있고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도 있다. 이는 특정 색을 나타내는 형광단백질 유전자가 임의의 조합으로 생쥐 게놈에 끼어들어가는 현상을 이용한 것인데, 그 다양한 조합으로 약 90여 가지의 구분 가능한 색깔이 나올 수 있다.
생명과학자들은 GFP와 이를 변형한 여러 형광단백질을 이용해 세포내에서 단백질의 기능과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질환의 발병과정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세포를 탐색하고 치료하거나, 부작용을 최소화한 신약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필자도 유전자 결핍 생쥐를 만든 뒤 GFP를 특정 유전자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GFP를 이용한 연구 결과가 끊임없이 발표될 것이고 때로는 화려한 이미지로 우리 눈을 즐겁게도 해줄 것이다.
GFP 형광 내는 예쁜꼬마선충
마틴 찰피 교수는 1994년 촉각 수용체 신경세포에서 형광을 내는 선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먼저 DNA재조합 기술로 GFP유전자를 선충의 정소세포에 넣는다(1). 수정란(2)이 발생해(3) 성체가 된다(4). 여기에 형광을 비추면 GFP가 만들어진 신경세포에서
녹색 빛이 나온다(5).
클로닝, 클론*
어떤 생명체의 게놈에서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고 분리해 박테리아나 효모 같은 미생물에 옮기는 과정을 클로닝(cloning), 좀 더 정확히는 분자 클로닝이라고 한다. 이렇게 특정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미생물을 클론(clone)이라고 부른다.
유권열 교수 >;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유비퀴틴이라는 단백질의 양이 감소된 유전자 결핍 생쥐를 만들어 이들의 시상하부에서 뇌세포가 손상됨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퇴행성 뇌질환 치료를 위해 뇌세포의 기능과 생존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에 부임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대칭성 깨뜨려 노벨상 움켜쥐다
해파리가 안겨준 형광빛 메달
바이러스 질환에서 인류를 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