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탄한 과학 실력을 갖춘 참가자들은 3박4일간의 과학활동 속에서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 참가자들은 캠프기간 동안 미국 3M 본사에서 파견 나온 과학마법사와 함께 태양열조리기를 만들고, ‘디워’나 ‘미래소년 코난’ 같은 영화를 보며 그 속에 숨은 물리법칙을 찾았다. 이뿐 아니라 레고 로봇을 직접 제어하는 프로그래밍과 3M의 발명품인 포스트잇 접착제의 원리를 직접 체험했다. 다양한 실험활동이 펼쳐진 캠프장에서는 아이디어의 샘이 마를 줄 몰랐다.
◆ 형의 ‘강추’로 참가한 동생

과학이론심화수업에서 “육골 사료가 남아 있는 한 광우병 공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광우병 공포를 없애기 위해서는 소의 먹이부터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부산진중 1학년 배준수 군은 팀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자기주장이 분명한 배 군은 과학의 매력에 갓 빠져든 예비 의학도다. 배 군은 의사가 돼 생명을 책임지려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펴고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7년째 3M캠프를 이끄는 한국3M 홍보팀 최혜정 팀장은 “형전제전(兄傳弟傳)”이라며 “제5회 3M캠프에 참가했던, 준수 군의 형인 준규 군도 과학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고 회고했다. 배준규 군은 2006년 3M캠프에서 과학에 흥미를 붙인 게 계기가 돼 지난해 북극에 가 지구온난화의 실태를 관찰하는 ‘1.5℃ 다운캠프’에도 참여하고 올해 목표로 하던 장영실과학고에 진학했다.
배준수 군이 캠프에 참여한 데는 형의 영향이 컸다. 형이 “놀면서 재미있게 과학 공부까지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과학캠프”라고 적극 추천했던 것. 그는 형처럼 최고의 과학 인재로 자라는 게 목표다.
◆ 장애인용 로봇 만들 자신감 얻어

천안 백성중 1학년 김혜민 양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친구에게 컴퓨터와 로봇을 만들어주는 게 꿈이다. 지난 학기 재활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김 양은 “컴퓨터가 있으면 장애인도 생활하기 편해질 것”이라며 “과학을 잘해야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양에게 3M캠프의 레고 로봇 수업은 특별했다. 이 수업에서 C언어로 된 로봇 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로봇의 이동거리와 회전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배웠다. 그는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위한 로봇을 디자인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양은 3M캠프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학기까지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3M캠프에서 과학의 ‘감칠맛’을 보면서 선생님에게 주저 없이 질문하고 친구들과의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과학이 재밌어졌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목표를 가진 예비과학도의 펄펄 끓는‘희망 엔진’을 엿봤다.
◆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초간편 학습기 설계

대구 덕원중 2학년 한수교 군은 “실험 없는 과학은 팥 없는 찐빵”이라고 말했다. 한 군은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반드시 실험으로 검증해야 직성이 풀린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고래가 추운 바닷물에서 살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해 정육점에서 지방이 든 돼지비계를 사다가 온도를 잰 뒤 지방이 단열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려서부터 과학 잡지를 즐겨보며 과학실험에 푹 빠졌던 한 군은 3M캠프에서 3박4일 동안 끊임없이 실험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는 “3M이 강력접착제를 만들려다가 우연히 뗐다 붙일 수 있는 접착제를 개발하게 된 사연을 듣고 흥미로웠다”며 “캠프에서 직접 실험하며 ‘포스트잇’의 원리를 이해했을 때 과학자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캠프에서는 마지막 날 조별로 발명품을 설계해 발표한다. 한 군이 속한 조는 알파(α)파를 이용한 휴대용 초간편 학습기를 설계했다. 평소 실험을 하면서 얻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많이 말해 조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불린 그는 예비과학자로서의 꿈을 열심히 숙성시키는 중이다.
3M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친구들과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복습하다 보면 하루에 3~4시간밖에 잘 수 없지만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친구들과 차곡차곡 쌓는 우정이 잠보다 달콤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전국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는 기회는 흔치 않다”며 “앞으로 10~20년 뒤에 함께 연구할 친구들을 미리 만났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