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즙이나 염화코발트 용액으로 글씨를 쓰면 아무도 읽을 수 없습니다. 상대만이 알 수 있는 비밀 메시지를 보내 내용은 물론 화학적 원리도 알도록 해봅시다.
탐정 소설을 좋아하세요? 애거사 크리스티의 '비밀결사'라는 소설을 보면, 감추어진 문서를 주인공들이 극적으로 찾아내는 대목이 나와요. 그런데 그 문서를 펴보니,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아무런 내용도 없는 거예요. 실망하는 주인공들. 이때 주인공 토미가 불을 피워 그 문서를 불 위에 갖다 대자 서서히 글씨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자―여러분도 만약 그런 처지에 놓인다면 토미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여진 비밀문서에 관한 미스터리 소설이나 스파이 영화가 지금까지 많았습니다. 이제 이러한 내용은 유행이 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잉크를 직접 만들어서 비밀 메시지를 써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화학도 포함됩니다.
보이지 않는 레몬 잉크
● 준비물 : 레몬, 이쑤시개 또는 붓, 접시, 종이, 열원(전구 또는 히터)
실험방법 : 레몬을 반으로 자른 후 짜서 즙을 냅니다. 이 레몬즙을 이쑤시개 또는 붓에 적셔서 종이 위에다 원하는 글이나 그림을 그려보세요. 마르도록 잠시 놔두면 종이 위에는 아무런 표시도 남지 않아요. 이 종이를 뜨거운 전구나 히터 위에다 갖다 대면 서서히 갈색으로 글이나 그림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어때요, 신기하지 않아요? 그럼 여기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 있을까요?
레몬 속에는 신맛을 내는 '시트르산'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종이는 셀룰로오스로 되어 있는데, 이는 C(탄소), H(수소), O(산소)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레몬즙을 종이에 묻혀 열을 가하면 레몬즙 속에 들어 있는 시트르산이 농축되면서 종이에 있는 셀룰로오스로부터 물을 뽑아냅니다. 이러한 작용을 탈수 작용이라고 하는데, 아마 과학시간에 배웠을 거예요. 대부분의 진한 산은 이러한 탈수 작용을 할 수 있어요. 물을 잃은 종이는 구성 성분 중 H와 O를 잃었으므로 새까만 C(탄소)밖에 안남지요. 그래서 레몬즙이 묻었던 자리가 새까맣게 또는 농도가 열을 때에는 갈색으로 변하게 되지요.
이제 알겠어요? 자―그럼, 열에 의해 갈색 외에 다른 색으로 변하는 잉크는 없을까요?
다음 실험에서 쓰이는 재료는 레몬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은 아니지만, 학교 과학실이나 화학실에는 꼭 있을 거예요.
보이지 않는 염화코발트 잉크
● 준비물 : 염화코발트(${CoCl}_{2}$)용액, 이쑤시개 또는 붓, 종이, 열원(전구 또는 히터)
실험방법 : 붉은 빛을 띠는 염화코발트 용액을 이쑤시개나 붓에 묻혀 종이 위에다 원하는 글이나 그림을 그립니다. 잠시 후 마르면 붉은 색이 없어지고 종이 위에는 아무런 표시도 남지 않게 됩니다. 이 종이를 뜨거운 열원 위에 가져다 대면, 조금 전에 그린 글이나 그림이 요술처럼 파란색을 띠면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종이를 다시 상온에서 잠시 방치하면, 파란색으로 보이던 글이나 그림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사라져가는 글이나 그림을 다시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다시 뜨거운 열원 위에 가져다대면 되겠지요? 자―그럼 이 원리를 눈치채기 시작했나요?
우리가 실험에서 시용하는 염화코발트는 여섯 분자의 물을 분자 내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을 결정수라고 하고, 이 결정수를 포함한 화합물을 특히 수화물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CoCl}_{2}$ ${6H}_{2}$O라고 표시해요.
이에 반해 결정수가 없을 때의 화합물을 무수물이라고 하는데, 염화코발트는 수화물일 때와 무수물일 때의 색깔이 틀려지는 거지요. 즉, 수화물인 용액일 때는 열은 분홍색 또는 붉은색이어서 종이 위에 쓰면 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열을 가해 마른 상태로 만들면, 푸른색 무수 염화코발트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용액이 묻었던 자리가 파랗게 변해 우리가 글이나 그림을 볼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 무수물을 상온에서 방치해두면, 공기 중에 있는 ${H}_{2}$O와 다시 결합해 수화물로 변하게 되니까 파란색이 사라지는 거죠.
자―여러분, 이러한 화학적 원리를 생각하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레몬즙과 좀 신경 쓰면 구할 수 있는 염화코발트 용액으로 비밀 메시지를 써 보세요. 아무도 볼 수 없고 오직 자신과 자신의 친구만 볼 수 있는 그런 글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