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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원 장식에 숨어 있는 수학의 비밀

아르키메데스 타일링 11가지뿐인 이유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이들 세계 3대 종교 가운데 이슬람교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성상(聖像)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계에 불상과 그리스도상은 무수히 많지만 마호메트상이 없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신성한 사원을 조금이라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슬람교도들은 화려한 타일무늬를 장식했다.

이런 예술의 경지는 아니지만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타일을 쉽게 볼 수 있다. 정4각형 타일이 깔린 바닥은 웬만한 건물에서 볼 수 있고 가끔은 독특한 모양의 타일을 깔아 한껏 멋을 낸 길을 걷기도 한다. 면에 빈틈없이 타일을 까는 과정을 타일링(tiling)이라고 한다. 타일링을 인테리어 장식의 하나라고 넘겨 버릴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금속이나 콜로이드 입자 수준에서 타일링 패턴이 관찰되기도 한다. 수학과 과학, 예술을 아우르는 타일링의 세계에 발을 디뎌 보자.

타일링의 아버지 케플러
수학적으로 정의하면 타일링은 (2차원일 경우) 평면에 겹쳐지거나 빈자리가 생기지 않게 배치한 타일의 집합이다. 타일링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아무 도형이나 겹치지만 않게 바닥에 깐 뒤 빈 자리가 있을 경우 거기에 맞는 타일을 만들어 끼워 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조건이 없는 타일링은 미적으로도 가치가 떨어지고 수학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수학자들은 다양한 조건을 만들어 이를 충족하는 타일링을 찾고 거기에서 어떤 법칙을 이끌어냈다. 구조적으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대칭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을 보자.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이란 한 변의 길이가 같은 정다각형 타일로 만든 타일링인데, 단 타일은 변끼리 만나야 한다. 수원대 수학과 이상욱 교수는 “아르키메데스가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타일링을 연구한 건 아니다”라며 “수학적 구조물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던 그를 기려 훗날 수학자들이 이름을 붙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평면에 만들 수 있는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은 몇 가지나 될까? 여기에 대한 답을 준 사람은 17세기 천문학자로 ‘케플러의 법칙’을 남긴 요하네스 케플러. 그는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이 모두 11가지라고 증명했다.

이 가운데 동일한 정다각형으로만 만들 수 있는 타일링, 즉 ‘규칙적인 타일링’은 3가지뿐이다. 정3각형, 정4각형, 정6각형이 그것이다. 이는 평면에서 한 점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각도가 360°이기 때문이다. 즉 360°를 정다각형의 내각으로 나눌 때 정수가 돼야 타일이 겹치거나 빈자리가 생기지 않고 평면을 채울 수 있다. 내각이 60°인 정3각형은 6개, 90°인 정4각형은 4개, 120°인 정6각형은 3개가 모여 360°를 이룬다. 반면 내각이 108°인 정5각형은 360÷108=3.33…으로 3개로는 324°만을 채울 수 있고 4개로는 432°로 72°가 넘친다.

나머지 8개는 반(半)규칙적인 타일링으로 변의 길이가 같은 정다각형 두 가지 이상이 조합돼 있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형태는 정4각형과 정8각형으로 이뤄진 타일링, 정3각형과 정12각형으로 이뤄진 타일링, 정4각형과 정6각형, 정12각형으로 이뤄진 타일링이다. 정8각형이나 정12각형은 자기들끼리는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을 만들 수 없지만 정3각형이나 정4각형, 정6각형과 짝을 이루면 가능하다.

‘네이처’ 7월 24일자에는 결정과 준결정의 중간 상태인 물질 표면의 구조에서 나노 크기의 아르키메데스 타일링 패턴이 관찰됐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즉 정3각형 6개로 된 타일링(36)과 정3각형 4개와 정4각형 2개로 이뤄진 타일링(33.42)이 공존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이 구조를 발견한 독일 슈트트가르트대 클레멘스 베흐잉거 교수팀은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데 이런 나노구조를 이해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6각형으로 만들 수 있는 타일링은 한가지뿐
타일링을 분류하는 또 다른 기준은 주기성 여부다. 어떤 지점의 타일링 패턴을 그대로 옮겨 다른 위치에 놔도 겹쳐지면 ‘주기적 타일링’이고 겹쳐지지 않으면 ‘비주기적 타일링’이라고 부른다. 즉 타일링 패턴의 기본이 되는 구성단위가 있어 이를 평면상에서 이동해도 변화가 없는 게 주기적 타일링인데, 이런 특징을 ‘이동 대칭성’이라고 부른다.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은 모두 주기적 타일링에 속한다.

주기적 타일링은 욕실 바닥이나 벽지나 옷감의 문양을 비롯해 이슬람 사원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주기적 타일링을 즐겨 이용한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는 흰 새와 검은 새로 구성된 타일 같은 기발한 작품을 여럿 남겼다.

주기적 타일링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평행4변형 타일을 변끼리 만나게 만든 주기적 타일링을 생각해보자. 이때 세로축이 기울어진 각도를 바꾸면 얼마든지 새로운 평행4변형으로 된 타일링이 나온다. 수학자들은 이처럼 타일 모양이 똑같지는 않지만 타일링의 구조가 본질적으로 같은 경우를 한 그룹으로 묶었다. 그 결과 평면에서 만들 수 있는 어떤 주기적인 타일링도 17가지 그룹 가운데 하나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주기성이 없는 경우는 비주기적 타일링이다. 비주기적 타일링 역시 종류가 무수하다. 정4각형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을 벽돌벽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아래층 벽돌과 똑같은 위치에 위층 벽돌을 쌓은 셈이다. 만일 어떤 한 층을 어긋나게 한다면 비주기적 타일링이 만들어진다. 물론 이렇게 어긋나게 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타일 대부분은 정4각형 타일처럼 배치에 따라 주기적 타일링을 만들 수도 있고 비주기적 타일링을 만들 수도 있다. 한편 주기적 타일링은 만들 수 있어도 비주기적 타일링은 만들 수 없는 타일이 있을까? 정6각형이 대표적인 경우다. 정6각형 타일만 쓸 경우 아무리 이리저리 맞춰 봐도 결국은 아르키메데스 타일링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주기적인 타일링은 만들 수 있어도 주기적인 타일링은 만들 수 없는 타일은 있을까.


아르키메데스 타일링 11가지 찾기
케플러는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이 11가지뿐이란 사실을 어떻게 증명했을까. 그 밖의 경우가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평면 위의 한 점을 중심으로 360°를 정다각형이 채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자. n각형의 내각(°)의 크기는 180(n-2)/n이다. 정3각형 즉 n=3일때 내각은 60°, 정4각형(n=4)은 90°, 정5각형(n=5)은 108°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점 하나 주위에 정다각형이 둘러싸 360°를 채우는 식은 다음과 같다.

결국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n값의 조합을 구하면 모든 경우의 수가 나온다. 가능한 조합의 수는 17가지. 이 가운데 4가지는 다각형이 다른 순서로 배열될 수 있어 이를 따로 계산하면 모두 21가지가 된다(오른쪽 그림).

이제 기준점과 연결된 다른 꼭짓점에서 같은 패턴으로 타일을 붙여 보자. 21가지 가운데 11가지만 타일을 제대로 붙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다각형 타일로 평면 전체를 같은 패턴으로 채울 수 있는 아르키메데스 타일의 종류가 11가지임이 증명됐다.
타일링의 이름은 점을 둘러싼 도형 종류와 개수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32.4.3.4)는 정3각형 2개, 정4각형 1개, 정3각형 1개, 정4각형 1개 순서로 둘러싼 타일링이다.


겹칠 듯 안 겹치는 펜로즈 타일링
물론 쓸 수 있는 타일 종류에 제한이 없다면 가능하다. 조각퍼즐을 생각하면 되는데, 1000조각 퍼즐을 맞추는 건 서로 다른 1000가지 타일이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타일링 패턴을 찾는 셈이다. 문제는 쓸 수 있는 타일 종류가 제한돼 있는데도 주기적 타일링을 결코 만들 수 없는 경우가 있느냐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수학자들은 그런 가능성은 없다고 믿었다.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옥스퍼드대 로저 펜로즈 교수는 취미 삼아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최소 타일 종류를 찾다가 1974년 놀라운 발견을 했다. 즉 타일 2종류만 써서 결코 주기성이 나오지 않는 타일링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 오늘날 ‘펜로즈 타일링’이라고 부르는 이런 타일 세트 가운데 하나가 연(kite)과 다트(dart)로 불리는 타일 2종이다.

펜로즈 타일링은 언뜻 보기에는 무척 규칙적이다. 실제로 국소적으로는 같은 패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비주기성을 띤다. 평면상에서 어떻게 옮겨 봐도 결코 원래 자리와 겹쳐지지 않는다. 펜로즈 타일링 발견은 수학자들에게 흥미로운 사건이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1984년 물리학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놀라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스라엘과 프랑스,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알루미늄과 망간으로 만든 합금의 구조를 연구하다 이상한 X선 패턴을 발견했다. 보통 금속은 원자가 일정하게 배열된 결정(주기적 타일링에 해당)인데, 이 합금은 주기적인 패턴이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비주기적이었던 것. 바로 펜로즈 타일링의 특징이었다.

훗날 물리학자들은 이런 구조를 준결정(quasicrystal)이라고 명명했다. 그 뒤 자연계에서 많은 준결정 구조가 밝혀졌는데, 준결정은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과 무작위적으로 배열된 유리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을 띠고 있다.

지난해 ‘사이언스’2월 23일자에는 이슬람인들이 펜로즈보다 500년이나 앞선 15세기에 펜로즈 타일링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려 화제가 됐다. 미국 하버드대 피터 루 박사와 프린스턴대 폴 슈타인하르트 박사는 별과 다각형과 여러 선이 중첩된 이슬람 문양을 분석한 결과 사실은 그 바탕에 ‘기리’(girih)라 부르는 5가지 기본 타일이 있음을 밝혀냈다. 즉 변의 길이가 같은 정10각형, 정5각형, 마름모꼴, 길쭉한 6각형, 나비넥타이처럼 가운데가 들어간 6각형이다. 결국 문양의 복잡한 선은 자와 컴퍼스로 그린 게 아니라 기리 타일 위에 그려진 선이 연결된 결과다. 실제 타일링 설계도를 그려놓은 두루마리를 보면 선 패턴 밑에 있는 기리 타일이 보인다.

루 박사는 현재 이란 이스파한에 있는 1453년 지어진 다비 임맘 사원에서 기리 타일이 그보다 작은 기리 타일의 조합임을 발견했다. 이런 자기 유사성은 펜로즈 타일에서도 나타난다. 놀랍게도 연과 다트 펜로즈 타일을 조합하면 문양에 쓰인 3가지 기리 타일을 만들 수 있다. 루 박사는 “다비 임맘 사원의 기리 타일 패턴은 펜로즈 타일로 완전히 전환할 수 있다”며 “다만 당시 디자이너들이 이런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펜로즈 타일링의 비밀은 황금비
타일은 2가지 종류뿐인데, 결코 주기적 타일링이 나오지 않는 펜로즈 타일링. 현재 펜로즈 타일링이 가능한 타일 세트가 몇 가지 있는데, 언뜻 보면 아주 단순한 도형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오한 패턴이 숨어 있다. 펜로즈 타일링을 만드는 타일 세트 가운데 하나인 연과 다트의 비밀을 파헤쳐보자.

먼저 내각이 72°, 108°인 마름모꼴을 만든다. 그리고 각도가 108°인 마주보는 내각을 72°와 36°로 나누는 선을 따라 자르면 볼록한 타일(연)과 오목한 타일(다트)로 쪼개진다(그림1). 이때 연 타일의 대각선 길이와 다트 타일의 대각선 길이의 비는 *황금비(φ)가 된다. 이 상태만으로는 당연히 주기적인 타일링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타일에 줄무늬 패턴을 만들어 타일을 붙일 때 줄무늬가 서로 연결돼야 한다는 조건을 주면 주기적 타일링을 만들 수 없다(그림2).

연 5개로 만든 ‘태양’을 출발점으로 만든 패턴과 다트 5개로 만든 ‘별’을 출발점으로 한 타일링을 보자(그림3). 태양이나 별에서 타일을 붙여나가는 방법은 부지기수일 것 같지만 ‘겹치지도 빈틈이 생기지도 않게’ 타일을 깔아야 한다는 규칙을 따르다보면 결국 각각 1가지 방법만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놀랍게도 타일을 깔아가면서 쓴 연 타일과 다트 타일의 개수 비율 역시 황금비로 수렴한다.

펜로즈 타일의 또 다른 놀라운 특징은 타일이 더 작은 타일의 조합으로 나뉠 수 있다는 것. 연 타일은 작은 연 타일 2개와 작은 다트 타일 반쪽 2개(따라서 결과적으로는 1개)로 나눌 수 있다. 다트 타일도 작은 연 타일 1개와 작은 다트 타일 반쪽 2개(따라서 결과적으로는 1개)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펜로즈 타일링은 더 작은 타일로 된 펜로즈 타일링으로 무한히 변환할 수 있다. 일종의 프랙탈인 셈이다. 한번 변환할 때마다 태양 패턴은 별 패턴으로, 별 패턴은 태양 패턴으로 바뀐다. 결국 펜로즈 타일링 2종은 타일의 기준을 어느 스케일로 잡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황금비*
두 길이 사이의 가장 이상적인 비로 약 1.618이다. 황금비는 선분을 a, b 길이 둘로 나눌 때, 방정식(a+b)/a = a/b = φ 를 만족시키는 값으로 정의되는데, 이 방정식을 풀면 무리수인 (1+ 5)/2가 나온다.

세포는 3차원 타일
수학의 관점에서 타일링은 2차원뿐 아니라 모든 공간에 적용될 수 있다. 어떤 단위, 즉 타일로 해당 차원의 공간을 겹치거나 빈틈없이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2차원 공간은 면적이므로 역시 면적을 지니는 2차원 타일로 채운다.

3차원 공간은 부피이므로 3차원 타일은 면적을 지닌 다각형이 아니라 부피를 지니는 다면체다. 즉 2차원 면뿐 아니라 3차원 공간에서도 타일링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4차원, 5차원 공간에서도 타일링이 가능하지만 추상적 사고에 능숙한 수학자가 아닌, 3차원 공간에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다면체를 채워 넣어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배치하면 3차원 타일링이 완성된다. 이를 벌집(honeycomb)이라고 부른다. 6각기둥 형태인 진짜 벌집과는 다른 맥락으로 쓰인 기하학 용어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3차원 타일링은 정6면체 타일로 만든 ‘정6면체 벌집’이다. 2차원 타일링에서 변의 길이가 같은 정다각형으로 만든 타일링인 아르키메데스 타일링이 11가지 있듯이 3차원 타일링에서도 면의 모양과 면적이 같은 정다면체로 만든 타일링 개수가 정해져 있을까?

물론 있다. 정다면체 한 가지로만 만들 수 있는 ‘규칙적인 벌집’은 앞에서 말한 ‘정6면체 벌집’ 한 가지뿐. 면의 모양과 면적이 같은 정다면체 두 가지 이상으로 만들 수 있는 ‘준(準)규칙적인 벌집’도 정8면체와 정4면체를 조합해 만든 한 가지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3차원 타일링은 무엇일까. 맥주를 따랐을 때 위에 모여 있는 거품을 자세히 보라. 더 보기 쉬운 예로는 주방세제를 물에 풀고 휘저었을 때 위에 생기는 거품이다. 거품 하나만 떨어져 있을 때에는 구형이지만 거품끼리 맞닿으면 막이 합쳐지면서 평면이 된다. 이런 식으로 3차원으로 쌓이면 다면체인 개별 거품이 빈 공간 없이 채워져 있는 형태, 즉 타일링을 만든다.

사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세포도 3차원 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인체는 세포라는 타일 60조 개(이 중 똑같은 게 하나도 없는)로 만든 비주기적 타일링인 셈이다.

베이징올림픽 수영경기장은 3차원 타일링의 백미
거품 목욕을 할 때처럼 수많은 거품이 공간에 서로 맞닿아 있을 때는 어떤 모양일까. 자세히 보면 거품에서 구의 곡면은 간데없고 여러 평면을 지닌 다면체로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거품 무리가 보이는 구조를 연구해왔다. 절대온도 개념을 창안한 영국의 물리학자 켈빈 경도 그 가운데 한 사람. 켈빈 경은 부피가 같은 다면체, 즉 3차원 타일을 이용해 3차원 타일링을 만들 때 표면적이 최소가 되는 경우를 찾았다.

1887년 켈빈 경은 ‘잘린 정8면체 벌집’을 답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켈빈 구조’라고 부른다. 즉 정8면체 귀퉁이 6곳을 자르면 정6각형 면 8개와 정4각형 면 6개로 된 14면체(이를 잘린 정8면체라 부른다)가 되는데 이 3차원 타일을 배열하면 최소 면적으로 공간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다고 추측했다(그림1).

그런데 100년이 조금 더 지난 1993년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물리학자 데니스 위에어와 로버트 펠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켈빈 구조보다 표면적이 더 작은 경우를 발견했는데 부피는 같지만 모양이 다른 두 가지 다면체가 서로 맞닿아 있는 구조다. 즉 불규칙한 5각형 면 12개로 이뤄진 12면체와 육각형 면 2개와 5각형 면 12개로 이뤄진 14면체 타일로 만든 타일링인데, 이를 ‘위에어-펠란 구조’라고 한다(그림2). 계산 결과 위에어-펠란 구조는 잘린 정8면체 벌집보다 면적이 0.3% 더 작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거품이 위에어-펠란 구조를 보인 다는 것. 거품 크기가 같을 때 가장 작은 표면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은 가장 적은 재료를 써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물을 만든 셈이다. 마치 2차원 배열일 때 정6각형 구조를 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베이징올림픽 수영장은 거품의 ‘위에어-펠란 구조’를 일정 두께만 잘라 형상화했다. 따라서 경기장 표면은 거품 덩어리를 일정 높이에서 자른 단면인 셈이다. 즉 경기장 벽을 이루는 패턴은 3차원 타일링의 단면인 2차원 타일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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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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