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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즐거운 롤러코스터

중력가속도에 따라 '우와'하다 '으악'

하늘로 솟구치는가 싶더니 바로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다시 솟아오르더니 이번엔 허공을 한 바퀴 휘돌아 내린다. 야호~

롤러코스터는 17세기 중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눈썰매에서 시작됐다. 나무로 50° 정도의 경사를 만들고 그 위를 얼음으로 덮은 미끄럼틀이 최초의 롤러코스터였다.

러시아에서 롤러코스터는 귀족들의 오락기구로 애용됐지만 1872년 건설된 미국 최초의 롤러코스터는 테마파크가 아닌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광산에 만들어졌다. 석탄을 싣고 산 아래로 내려가던 롤러코스터는 1873년부터 승객을 태웠다.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감상할 수 있는 광산 주변의 리하이강과 블루리지산맥의 장엄함 덕분에 이곳은 19세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코스 중 하나가 됐다.

그로부터 11년 뒤 미국 롤러코스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라 마르쿠스 덤슨은 뉴욕 브루클린의 놀이공원 코니 아일랜드에 ‘스위치백 열차’라는 롤러코스터를 만들었다. 이것은 완만한 경사를 구불구불 내려오는 롤러코스터였지만 단돈 5센트인 탑승요금으로 하루에 수 백달러를 벌어들이는 ‘캐시카우’였다.

지금도 놀이공원의 백미는 롤러코스터다. 무엇이 사람들을 롤러코스터에 빠져들게 하는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높고 빠른 롤러코스터인 미국의 '킹다카'.


이 맛에 롤러코스터 탄다

심장이 오그라든다. 정거장을 출발한 차량이 꾸역꾸역 높은 산등성이를 오른 다음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칠 때면 마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다. 이 공포심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울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 공포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맛이다.

롤러코스터에서 가장 무서운, 그래서 가장 짜릿한 구간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낙하구간이다. 낙하구간의 트랙은 떨어지는 차량의 궤도를 따라 만든다. 그래서 트랙이 없어도 차량 트랙 모양 그대로 떨어진다. 차량이 트랙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유낙하운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유낙하하는 차량에 탄 승객은 엉덩이가 들리면서 순간적으로 온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공중에 뜬 몸은 안전벨트에 눌려 차량이 움직이는 아래방향으로 이끌린다. 이때 승객은 순간적으로 번지점프를 하는 듯한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요즘에는 이런 스릴을 높이기 위해 낙하구간을 아예 수직으로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뉴저지주의 ‘식스플래그스 그레이트 어드벤처’에 있는 ‘킹다카’다. 3.5초 만에 시속 206km로 가속해 지상 45층 높이인 139m까지 오른 다음 수직으로 떨어진다.


앉아만 있었는데 왜 어깨가 아프지?

롤러코스터를 타고나면 웬일인지 온몸이 쑤신다. 빠르게 달리는 롤러코스터가 급격히 방향을 바꾸면서 승객의 몸에 보통 때보다 큰 중력가속도(g)가 작용한 탓이다. 지구에는 1g(1g=9.8m/s2)의 중력가속도가 작용하는데 여기에 자신의 질량을 곱한 값이 중력이다. 예를 들어 3g라는 것은 중력가속도의 3배, 즉 자기 몸무게보다 3배나 더 큰 힘을 받는다는 뜻이다.

영남대 토목공학과 남정환 교수는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중력가속도의 크기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5g 이상을 5초 이상 받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에서 놀이시설을 즐기던 40대 여성이 숨졌다. 그는 ‘미션: 스페이스 라이드’라는 놀이기구를 탄 다음 현기증과 구역질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스페이스 라이드는 우주선이 발사되는 상황을 체험하도록 만든 것으로 지난해에는 4살짜리 어린이가 탔다가 의식을 잃고 숨지기도 했다.

두 승객의 사인은 뇌혈관 파열. 놀이기구 안에서 보통 때보다 2~3배나 큰 중력가속도에 노출돼 혈압이 상승한 결과다. 2g는 1.5초 만에 시속 100km로 급격히 가속할 때 생긴다.

롤러코스터에서 중력가속도가 가장 큰 곳은 루프에 진입하는 구간이다. 우방타워랜드 ‘허리케인’의 경우 이 부분에 가해지는 중력가속도는 5g다. 5g는 제트기 조종사들이 고속으로 비행할 때 받는 정도의 가속도로 일반인은 견디기 힘들다. 큰 중력가속도가 지속되면 시야가 어두워지고 숨쉬기가 힘들어지며 심한 경우에는 혈관 파열로 사망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에 열린 미국신경학회에서 일본 지바대 연구진은 롤러코스터를 여러 번 탑승한 사람들의 뇌 피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증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몸이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에 따라 과격하게 흔들리면서 뇌가 두개골에 부딪혀 실핏줄이 터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정환 교수는 “중력가속도가 크다 해도 그 순간이 고작 0.2초 정도로 짧으면 신체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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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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