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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속에 파고든 A형간염 주의보

물 끓여 먹고, 손 꼼꼼히 씻어야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6월 10일 A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A Virus) 주의보를 내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에서 발생한 A형간염 환자가 1500명을 훌쩍 넘어섰다. 2001년에만 해도 연간 감염 환자는 105명에 불과했다.

특이한 사실은 최근 보고된 A형간염 환자가 주로 20~40대 성인이라는 점. 특히 20~30대 환자가 전체 환자의 80% 이상이다. 어렸을 때 감염돼 자연면역이 된다고 알려진 A형간염이 성인층에서 급증한 이유는 뭘까.
 

나이에 따른 A형간염 발생 환자수^A형간염 환자 중 80%가 20~30대다.


Q 1. A형간염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 A형간염 바이러스 접촉 시기 늦어졌기 때문

A형간염은 A형간염 바이러스가 간에 침투해 간세포를 파괴하는 질병이다. 보통 6세 이하의 어린이는 A형간염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 다. 이와 함께 A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인‘anti-HAV IgG’가 생겨 수일 안에 자연면역된다. IgG가 A형간염 바이러스의 공격에 방패로 맞서기 때문에 다음에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걱정이 없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A형간염에 노출된 적이 없는 성인이 문제다. 이들은 A형간염 바이러스를 막아 낼‘방패’가 없다. 1999년 고려대 의대 내과학교실 연종은 교수팀은 대한간학회지에 연령별 A형간염 항체보유율을 발표했다. 10~20대의 20%와 20~30대의 절반이 항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성인이 A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염자의 70%가 황달을 비롯한 발열, 오한, 구역 등 심각한 증상을 보인다.

이 중 사망자는 30~40대가 1000명당 3.8명, 50대 이상은 1000명당 17.5명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사망률이 높다.

최근 A형간염 발생이 급증한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강모 교수는“환경이 깨끗해져 유아기 때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빈도가 줄었기 때문”이라며“자연면역 돼지 못한 성인은 A형간염 바이러스에 맨몸으로 저항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무릎을 꿇는다”고 말했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가 외부로 나왔을 때 추위와 병충해에 약한 것과 같은 원리다.

유아는 면역계가 성숙하지 않아 A형간염 바이러스 공격에 약하게 반응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어른이 돼 면역계가 성숙하면 A형간염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을 때 면역계가‘맹공’을 퍼붓는다.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자신의 세포까지 파괴하는 셈.

그런데 지난해보다 환자 수가 급증한데 대해 김 교수는“올해 등장한 A형간염 바이러스가 지난해보다 강한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6월 A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관해 역학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으므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원인이 밝혀질 전망이다.
 

A형간염 발생 환자수(2007/2008년)^2007년엔 주당 A형간염 환자수가 100명 이하였지만, 2008년 4월 이후 주당 A형간염 환자수가 급증했다.


Q 2. A형간염 환자와 같이 있기만 해도 전염되나?

>;>;>; 전염성 높지만 손 깨끗이 씻으면 전염 위험 없어

지난 2월 할리우드 톱스타인 애시튼 커쳐와 데미 무어 부부, 기네스 팰트로, 마돈나, 부르스 윌리스, 셀마 헤이엑이 미국 뉴욕 보건당국에 줄줄이 불려가 A형간염 검사를 받았다. 이들이 참가한 커쳐의 30번째 생일파티에서 한 바텐더가 A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 이들은 곧바로 감염 여부를 통보받았다.

A형간염은 파티에 참가자 한 명이 감염돼도 바이러스 전파를 걱정해야 할 만큼 전염성이 높다. 김 교수는“바이러스에 오염된 식수나 음식에서 체내로 들어온 바이러스가 간에서 증식한다”며“이 바이러스는 대변으로 체외로 배출된다”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본 뒤 손을 닦지 않고 물건을 만지거나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면 쉽게 전파된다는 말이다. 이 바이러스는 건조하거나 차가운 곳에서도 1개월 이상 살 수 있다. 또한 습한 곳에서는 소금기가 있어도 1년 이상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질기다.

보통 감염된 직후부터 2주까지 대변에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섞여 나온다. 이때는 한집에 사는 가족을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세다. A형간염의 최초 징후인 황달증상은 감염된 지 2주가 지나서야 나타나는데, 이때는 더 이상 A형간염 바이러스가 대변으로 나오지 않는다. 김 교수는“바이러스가 이미 간세포를 거의 모두 파괴했기 때문”이라며“평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완치된 사람은 혈액 내에 A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수십 년간 갖게 되고 다른 이에게 전염시키지도 않는다.
 

A형간염 바이러스가 파괴한 간조직이다. 간이 전체적으로 누렇게 변했고 세포가 많이 파괴됐다. 사진 속 간의 주인인 38세 남성 A형간염 환자는 현재 간이식 수술을 받아 건강해졌다.


Q 3. A형간염 후유증은? 치료법은 있나?

>;>;>; 뚜렷한 치료법 없으니 평소 예방책이 최선

김 교수는“A형간염 중 치사율이 높은 전격성 A형간염 환자수가 늘고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격성 A형간염은 A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가 오는 병으로 사망 위험이 있다. 그가 맡은 간질환 환자 수는 60명. 지난해 전격성 A형간염 환자가 한해 1~2명이었는데 올해는 6월에 이미 6명을 넘어섰다. 전격성 간염 환자는 간이식을 받지 못하면 80%가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A형간염은 B형간염이나 C형간염과 달리 만성화되지 않는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자마자 앓고 낫는다. 그리고 합병증도 적은 편이다. 급성신부전, 췌장염, 관절염, 자가면역성 간염 등이 드물게 발생하기도 한다. 간기능이 약화되면서 생기는 질병들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A형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어도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는 점이다. 간을 편안히 해주고 고단백 식이요법을 하며 영양주사를 주는 것이 전부다.

B형간염 보균자를 포함해 B형만성간염 등 만성간질환자는 A형간염 바이러스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김 교수는“이미 간이 약해져있는 상태이므로 일단 A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우 전격성 A형간염으로 발전해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만성 간질환자라고 해서 A형간염 바이러스에 더 많이 전염되는 건 아니다. 다만 간이 약한 사람이 간염 바이러스에 중복 노출되면 간에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증상이 호전되기 쉽지 않다. 김 교수는“평소 간질환이 있는 환자는 A형간염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A Virus)는 건조하거나 염분이 있는 환경에서도 장기간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질기다.


Q 4. A, B, C, D, E형간염 종류의 차이는?

>;>;>; 감염 경로 따라 나눈 것

간염 바이러스는 A~E형까지 5종류가 있다. 간염은 감염 경로에 따라 음식에서 입으로 감염되는 A형(유전물질이 RNA인 바이러스)과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B형(유전물질이 DNA인 바이러스)으로 나뉜다. A형간염은 급성으로 병에 걸리고, B형간염은 만성화될 위험이 크다. 그런데 혈액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 중 RNA형이 발견됐는데 이것이 C형이다. D형과 E형은 B형의 돌연변이다. 특히 D형은 B형 바이러스가 내놓는 효소를 먹고 증식하므로 B형간염 환자는 D형간염도 조심해야 한다. E형은 A형과 같은 급성간염으로 인도에서 많이 발생해 인도인은 이를 풍토병처럼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경기도 성남지역에서 발생했다.

간염 명칭과 혼동하기 쉬운 것이 혈액형이다. ‘ 난A형인데, A형간염에 걸리기 쉽다’는 식의 오해를 한다. 혈액형과 간염은 관계가 없다. 이는 혈액형과 간염의 명명법이 비슷해서 생긴 오해일 뿐이다.

Q 5. A형간염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 예방백신 맞는 방법이 최선

일상에서 A형간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손을 깨끗이 씻고 물을 끓여 먹는 것이다. 집단시설이나 인구밀도가 높은 장소에 있다면 대변이나 소변을 보거나 기저귀를 간 뒤 반드시 손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그리고 A형간염 바이러스는 85℃ 이상의 온도에서 1분간 끓이면 사멸하므로 물을 끓여먹어야 한다.

A형간염은 현재 치료제가 없으므로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에 예방백신을 맞는 방법이 최선책이다. 현재 A형간염 예방백신은 GSK의 ‘하브릭스’, MSD의 ‘박커주’, 사노피파스퇴르의 ‘아박심 80U’, 베르나바이오텍의 ‘이팔살베르나’4개 종류가 있다. 백신을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맞는데, 비용은 약 10만 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A형간염 백신을 권장하는 경우는 세 가지다. A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생률이 높은 동남아와 아프리카 지역에 오랫동안 체류하는 사람, 주기적으로 A형간염이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군대나 탁아소에 있는 사람, 만성 간질환 환자다.

A형간염은 후진국 병이라는 생각과 병에 대한 무관심이 A형간염 환자수를 늘렸다. A형간염은 평소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을 익혀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이다. A형간염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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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도움

    김강모 전문의
  • 목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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