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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새책] 충생에서 저절로 배운 인생의 묘미

“어떤 곤충의 생태, 충생을 깊이 관찰하다 보면, 인간의 삶과 그 곤충의 비슷한 점이 나도 모르게 떠오르곤 합니다. 내 경험과 곤충의 비슷한 점을 억지로 찾아낼 필요가 없죠.” 

 

8월 6일 만난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 소장은 일 년 내내 현장에서 곤충을 관찰하면서 에세이의 소재까지 찾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곤충 관찰에 몰입해보면 인간의 삶과 맞닿은 지점까지 보인다”며 웃었다. 

 

30년간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한국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곤충의 생태를 연구해온 정부희 박사가 이번엔 늘 곤충과 함께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정 박사는 한국 곤충의 매력이 가득한 여러 곤충 책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연구자다.  

 

 

토착종 곤충을 위한 한국은 없다

 

 

요즘 곤충에 관한 뉴스는 주로 여름인 6~8월에 낯선 곤충의 이상 번식을 다룬 경우가 많다. 2022년에 이어 올해도 화제에 오른 러브버그(계피우단털파리), 2021년 여름의 대벌레, 2023년 여름의 팅커벨(동양하루살이) 등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한국, 그중에서도 도시의 자연은 이른바 토종 곤충에게 익숙한 환경이 아닙니다. 과거보다 훨씬 습하고 더운 시기가 길어졌죠. 이제 한국의 토착종이란 현재 한국을 포함한 지구 어느 곳에서도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취약종이기도 합니다. 낯선 곤충의 대량 번식은 이 토착 취약종들이 밀려나 한국 생태계에 공백이 발생한 결과입니다.”

 

정부희 박사는 곤충 개체의 증가 혹은 감소 추세가 현재의 서식 환경이 그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관점에서 어떤 곤충의 증가나 감소 자체를 문제삼기보다 이 종이 현재 환경에 적응하는지 여부부터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어떤 곤충이 지금 우리 곁에서 보인다면 그것은 그 곤충이 우리 인간과 같은 환경에 적응했다는 의미라고 정 박사는 말한다.

 

곤충의 생태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도 적응과 생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 박사의 관점이다.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에선 담흑부전나비 애벌레가 나비로 성장할 때까지, 일본왕개미에게 자신이 분비한 꿀샘을 먹여서 같은 개미인 척하며 공생하는 과정도 다뤘습니다. 이런 생태를 담흑부전나비가 일본왕개미에게 기생, 의존한다거나 개미가 나비 애벌레의 꿀샘에 속아서 열심히 양육한다고 볼 수도 있어요. 한쪽이 이용하거나 당하는 관계로 파악하는 셈이죠. 하지만 이 두 종이 현재까지 함께 생존해왔다는 사실은, 현재의 관계에 서로 적응했다는 의미도 큽니다. 일본왕개미가 담흑부전나비 애벌레를 키우며 나비의 개체 유지를 돕는다면, 담흑부전나비는 일본왕개미를 꿀샘으로 길들이고 운동 능력을 약화시켜서 개미의 개체 수가 폭증하지 않게 통제하는 거죠.”

 

구멍 난 잎의 공명으로 노래하는 긴꼬리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는 곤충학자의 에세이 답게 계절마다 각각 다른 곳으로 다양한 곤충을 찾아가는 정 박사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대신 정부희의 사계처럼 읽힌다. 그렇다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바로 이 무렵에 만날 수 있는 한국의 곤충은 무엇일까?

 

“아름답게 노래하는 곤충인 긴꼬리입니다. 여치아목에 속하며 귀뚜라미의 사촌 정도되는 곤충이죠. 이 무렵에 수컷이 암컷에서 구애하는 소리를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단순한 리듬의 맑은 소리가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른다는 표현을 떠올리게 해요. 일부러 구멍이 난 잎을 찾아서 그 구멍에 몸을 반 정도 걸치고 날개를 비벼 소리를 낼 때가 많아요. 그 구멍 사이로 소리들이 부딪혀서 더 멀리 퍼지게 하죠. 암컷은 바로 이 소리만으로 수컷에 매력을 느끼고, 눈 대신 귀만으로 수컷을 찾아옵니다. 도심과 공원에서도 흔한 곤충이니 잠시 귀를 기울여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길 바랍니다.”

 

지난 30년간 한국 곳곳의 숲과 들을 누비며 여러 곤충의 ‘충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 박사에게 과학동아는 각별한 매체다. 프랑스의 곤충학자이자 ‘파브르 곤충기’의 저자인 장 앙리 파브르의 서거 100주기를 맞은 특집 기사에서 정 박사를 ‘한국의 파브르’로 소개하기도 했다.

 

“2015년의 파브르 100주기 특집 기사를 위해 과학동아에서 제가 곤충을 관찰하는 강원도까지 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현장에서 곤충을 연구하는 과정, 곤충학자의 삶 등을 열정적으로 취재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죠. 앞으로도 편견 없이 곤충의 생태에 대한 관심을 확산하는 데 과학동아가 함께해주길 바랍니다.” 

 

 

 

글쓰기의 감각  영어로 글을 쓰는 과학자 중 탁월한 필력으로도 유명한 스티븐 핑커가 글 쓰는 법에 대한 책까지 냈다. 모두의 흔한 통념들을 정교하게 다듬기보다 자신만의 새로운 발상을 과감하게 제시해 온 그의 ‘스타일’은 이 책 ‘글쓰기의 감각’에서도 빛난다. 글, 글쓰기는 인간의 심리와 본성, 인지 능력 등 그동안 핑커가 다룬 주제들보다 인문학에 더 가깝지만, 이미 자신의 영역에서 탁월한 저서를 남긴 그이기에 설득력도 남다르다.

 

우선 핑커는 “글을 쓰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어려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남들의 좋은 글을 음미할 줄 알고, 독자의 시선을 어떤 구체적 대상으로 유도해 내는 환상을 스스로 상상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은 언제나 갖추기 어려웠다는 것이 인지과학자 핑커의 통찰이다. 즉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 타인이 이해하도록 자신의 생각을 재구성하는 과정인 글쓰기는 언제나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글쓰기의 감각’에서 핑커는 이런 글쓰기를 즐겁게 익힐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을 소개한다. 단문으로 짧게 쓰라거나, 세련된 글다운 어법들을 하나하나 준수하라거나 ‘~되었다.’ 식의 수동태를 능동태로 고치라는 식의 뻔하고 완고한 훈계는 그 기술에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보다 멋지고 즐겁게 전개할 수 있는 인지적, 문학적인 기술, 글이 독자들에게 논리적으로 읽히도록 돕는 구성의 기술이 핑커의 대안이다. 핑커는 원단을 다듬어 한 사람만을 위한 옷을 짓듯, 하나의 주제가 나만의 글로 완성되기까지 발상, 개요, 문장, 글에 이르는 각각의 단계에서 이 기술들이 적용될 지점을 명쾌하게 짚는다.

 

유일무이한 정답과 같은 ‘좋은 글’을 지향했던 과거의 경직된 가르침만 신봉한다면 더 이상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핑커의 확신이 이 ‘글쓰기의 감각’을 쓴 동기로 보인다. 외워서 따라 하면 정답을 쓸 수 있는 십계명 대신, 글을 쓰며 수시로 독자의 관점에서 글을 점검해 더 나은 표현과 논리를 찾는 각자의 ‘방향 감각’을 일깨워줄 책이다.

 

 

 

불안 세대  스마트폰, SNS와 그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일상과 사고를 통제한다는 비판은 익숙하다. 특히 10대의 스마트폰, SNS에 대한 지적은 공부할 시간을 뺏는 여러 활동, 취미에 대한 오랜 훈계와 비슷한 면이 적지 않다. 정말 스마트폰, SNS, 알고리즘이 문제인지, 단지 그것 때문에 공부를 덜 하는 것이 문제인지 애매하다. 스마트폰에 대한 비판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

 

인간 도덕성의 기원을 탐구한 저서 ‘바른 마음’으로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교수는 신간 ‘불안 세대’에서 이제 스마트폰과 SNS가 10대 정신 건강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2018년부터 SNS가 10대의 정신 건강 문제와 민주주의의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하이트 교수는 이를 토대로 올해 초 미국에서 ‘불안 세대’를 출간했다.

 

그동안 우리는 디지털 세계가 10대의 발달 과정에 미칠 영향을 몰랐다. 세계 각국에서 아동, 청소년을 현실 세계에서 보호한 데 비해, 디지털 세계에선 이 세대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불안 세대’는 지적한다. 특히 하이트 교수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SNS가 확산되면서, 2010년대 초반부터 불안, 우울증, 자해, 자살 충동 등을 느끼는 10대가 두 배 이상 증가한 점에 주목했다.

 

‘불안 세대’는 피트니스가 관심사인 10대의 알렉시스가 인스타그램에 가입한 지 6개월 만에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가 피트니스 모델에서 다이어트 조언, 거식증을 조장하는 프로아나(pro-ana)로 바뀐 사례를 다룬다. 그는 섭식 장애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게 됐다고 한다. 인지 능력과 정서가 발달하는 중인 10대에게 SNS와 알고리즘의 자극이 미치는 부작용의 단면이다.

 

물론 10대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스마트폰, SNS 사용을 제어,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불안 세대’는 10대에게 현실 세계에서 독립적 행동과 감독받지 않는 놀이의 기회가 더 많이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세계에선 10대를 보호하며 현실 세계에서 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인류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변화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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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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