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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 머릿니

화학 살충제보다 참빗이 해결책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 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얼마 전 아이가 단체로 캠프를 다녀온 뒤 머리가 가렵다며 밤잠을 설쳤기 때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본 아이의 머리에서 1980년대 이후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머릿니를 발견했다.

최근 ‘머릿니’가 말썽이다.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100명 중 4명이 머릿니에 감염됐다. 특히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처럼 비교적 위생상태가 좋은 곳에서도 머릿니가 발생했다. 과거에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머릿니가 퍼졌지만 요즘엔 캠프나 여행을 떠나 함께 생활하는 숙소와 수영장 같은 단체 활동 시설을 통해 퍼지고 있다.

머릿니는 왜, 어떻게 감염될까?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둔 7월,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불청객’ 머릿니의 정체를 밝혀보자.

 

다 자란 머릿니를 전자현미경으로 본 모습. 머릿니는 태어난 지 약 한 달 만에 3mm 크기의 성충이 된다.
 

머릿니에 물리면 가려운 이유

머릿니는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는 불완전변태 곤충으로 알, 약충, 성충 3단계로 성장한다. 머릿니 알은 서캐라고도 하는데 크기는 약 0.3mm로 다 자란 머릿니의 다리 한 마디 정도다. 서캐는 크기가 너무 작아 눈으로 관찰할 수 없다. 검은 머리에 붙어있는 서캐는 하얀 점처럼 보인다. 머릿니는 강력접착제 같은 시멘트성 물질을 분비해 머리카락에 서캐를 단단히 붙여둔다. 서캐가 웬만해선 머리카락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머릿니는 서캐에서 약 7일 만에 부화해 어린 머릿니인 약충이 된다. 약충은 3~4주 동안 3번 탈피를 한 뒤 성충이 된다. 성충이 된 머릿니는 강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갖는다. 머릿니 입은 모기처럼 ‘침’이 밖으로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피를 빨기에 적합한 바늘 모양이다. 이 ‘바늘’로 피를 빨 때 타액을 분비하는데 타액은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 침을 꽂기 쉽게 만든다.

타액에는 혈액이 응고하는 현상을 막는 항응혈성 물질이 들어있다. 머릿니의 타액이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오면 항원으로 작용한다. 몸에서는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가려움을 느낀다.

머릿니는 피를 빨아들인 뒤 ‘찌꺼기’인 ‘피똥’을 배출한다. 피똥은 건조할 때는 검은색 알갱이지만 땀이나 물에 젖으면 붉은색을 띠고 끈적끈적하게 변한다.

일부 사람들은 머릿니가 피부염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 머릿니 자체는 피부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간혹 두피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머릿니에 물린 곳이 가려워 계속 긁다가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상처 부위로 손가락이나 손톱에 있던 세균이 침입하면 피부염이 생긴다.

머릿니가 날거나 점프해서 다른 사람의 머리로 이동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럴 수 없다’이다. 머릿니는 날개가 없다. 몸길이의 수십배를 뛰는 벼룩처럼 강한 뒷다리도 없다. 머릿니는 머리와 머리가 직접 접촉할 때 이동한다. 가구 위를 기어 다니거나 다른 물체에 붙어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일도 드물다. 머릿니는 사람 머리를 떠나 약 24시간 정도 피를 빨지 못하면 굶어 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릿니에 감염된 사람과 베개나 수건을 짧은 시간 안에 같이 쓰면 옮을 수 있다.

머릿니를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머릿니는 번식력이 왕성하다. 빨리 제거하지 못하면 주변사람들에게 쉽게 전파된다. 머릿니 성충은 생존기간이 평균 30일. 암수 모두 2시간 마다 피를 빨며 암컷 1마리가 하루에 약 8~10개의 알을 낳는다. 서캐는 귀 뒤쪽 두피 근처의 머리카락에 많이 붙어있다.

을지대 위생해충방제연구소 양영철 교수는 “머릿니를 없애려면 머리를 짧게 자르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긴 머리카락은 머릿니가 숨기 좋은 장소가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머리와 접촉할 가능성이 커지고 위생관리가 불편하기 때문.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머리가 긴 여학생(6.5%)이 남학생(1.9%)보다 감염률이 높았다.
 

머릿니가 피를 빨 때 분비하는 타액이 사람 몸 안에 들어오면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 가렵다.


‘참빗’으로 맞서라

머릿니를 가장 손쉽게 제거하는 방법은 약제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미국과 영국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퍼메스린’이나 ‘말라티온’ 같은 화학물질이 들어간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말라티온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효소인 ‘아세틸콜리네스테라아제’의 분비를 억제한다. 근육신경 말단에서 근육수축을 일으키는 아세틸콜린 분비량이 조절되지 않으면 신경계에 혼란이 생기고 결국 머릿니는 근육이 마비돼 죽는다.

그러나 이런 화학 살충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살충제를 많이 사용하면 사람에게도 비슷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화학 살충제를 남용해 머릿니가 이들 화학물질에 대한 저항성이 생겨 살충제를 써도 죽지 않는다. 게다가 머릿니를 없애려면 서캐까지 완전히 제거해야 하지만 화학 살충제는 서캐를 제거하지 못한다. 서캐의 표면이 화학물질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머릿니는 아직까지 살충제에 저항성이 없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화학 살충제는 피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양 교수는 “말라티온이나 퍼메스린 같은 살충제는 내분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머릿니를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통방식인 참빗을 이용하는 것이다. ‘복고풍’ 질병에는 ‘복고풍’ 해결책이 제격인 셈. 양 교수는 “머릿니를 제거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급한 마음에 화학 살충제를 남용하면 저항성만 키우고 완전히 제거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참빗으로 머릿니를 제거할 때는 머리를 구획으로 나눠 구석구석 빠트리지 않고 빗는 일이 중요하다. 종이를 바닥에 깔고 목덜미부터 시작해 정수리로 올라가며 빗어 내린다. 되도록 촘촘한 참빗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서캐는 크기가 작아 참빗으로 빗어내려도 반 이상 제거하기 힘들다. 머리 전체를 다 빗은 뒤 더 이상 머릿니가 나오지 않으면 머리를 땋거나 묶는다. 긴 머리를 땋거나 묶으면 머릿니가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서캐에서 태어난 유충들을 제거하기 위해 같은 과정을 일주일에 두 번씩 3주 정도 반복한다.

현재 양 교수는 머릿니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새로운 약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초로 향을 이용해 머릿니를 죽이는 약제를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그는 코알라가 잘 먹는 유칼립투스 나무와 허브식물인 로즈마리, 마조람, 동양 한방식물체인 정향과 계피에서 추출한 성분이 머릿니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유칼립투스와 정향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30분 동안 향을 머릿니에게 쐬었을 때는 70%, 1시간 동안 쐬었을 때는 95% 이상의 머릿니가 죽었다.

천연물로 만든 약제는 서캐까지 죽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향을 이용한 약제는 머릿니 알이 호흡할 때 공기를 통해 들어가 서캐를 죽인다. 양 교수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천연물질을 이용한 약제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긋지긋한 머릿니에서 벗어나 발 뻗고 편히 잘 날이 머지않았다.

‘머릿니 예방법’ 4가지

1.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한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머리를 감는다.
2.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머릿니에 감염되면 모자나 베개, 수건을 같이 쓰지 않는다.
3.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단체 활동 시설은 가급적 피하고 부득이하게 다녀 온 경우 반드시 머리를 감는다.
4. 기존에 머릿니에 감염된 경험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머릿니 유무를 확인한다.

‘머릿니 제거법’ 4가지

1.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다.
2. 참빗으로 1주일에 두 번씩 머리 구석구석을 빗어 내린다.
3. 저독성의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사용한다. 살충제는 서캐를 죽일 수 없다. 1주일 뒤에 다시 사용해 알에서 태어난 유충을 제거한다.
4. 이불이나 베개, 옷을 50°C 이상의 물에 10분 이상 세탁한 뒤 햇빛에서 24시간 정도 말린다.
 

최근 머릿니 감염 사례가 늘면서 머릿니 제거제도 많이 등장했다. 사진은 국내 업체가 개발한 머릿니 제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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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김상민
  • 이준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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