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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핀 '나무의 귀' 목이버섯

마르면 종이처럼, 젖으면 꽃잎처럼

 

2005년 치악산에서 발견한 신종인 금강초롱버섯. 목이류와 무척 달라 보이지만 붉은목이류에 속한다.


초여름 그늘 사이로 햇빛을 받아 더욱 빛나는 숲의 초록을 만끽하고 코끝을 찡하게 할 정도로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으며 산을 오르다 보면 활엽수 고목에 귀처럼 달린 버섯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목이(木耳)버섯이다. 버섯 이름도 ‘나무의 귀’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버섯은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뽕나무, 물푸레나무, 참나무, 잣나무, 수유나무의 고목에 붙어 갈색 빛을 띠고 사람의 귀 모양과 비슷하게 자란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을 찾아 숲 속에 가면 물기를 머금은 목이버섯은 윤기 나는 새순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피어난다. 목이류에 속하는 버섯은 귀 이외에 꽃잎, 뇌, 삼지창, 해파리 등을 닮았다. 일본에서 목이류는 마치 바다의 해산물 중 해파리를 닮았다고 해 ‘나무해파리’라는 뜻의 이름을 갖는다.

목이류는 갓과 대가 분화돼 있지 않아 꽃잎 모양으로 자실체(버섯)를 만드는데, 끈적끈적한 풀(아교)과 비슷해 바짝 마르면 종이처럼 얇아진다. 갓의 뒷면은 포자(씨앗)가 있어 간맥(間脈)이나 미세한 털로 덮여 있다. 특히 주름목이버섯에서 간맥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목이버섯류는 건조하면 종이처럼 얇아졌다가 물기를 조금만 머금어도 팽창해 묵처럼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흐르레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생버섯보다는 건조품으로 유통된다.

사람들이 나물을 즐길 때 목이버섯을 빼놓지 않는 이유도 건조상태로 저장해뒀던 것을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요리에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버섯이 목이류다. 중국에서는 쓰촨성 지방 요리에 흔히 쓰는데, 나무에서 야생으로 자라거나 인공 재배한 목이버섯을 많이 이용한다. 말린 목이는 검회색 재와 비슷하며 물에 불리면 흑갈색의 주름진 꽃잎처럼 펼쳐진다. 예를 들어 탕수육이나 잡채에 들어가는 흑갈색 꽃 모양의 내용물이 바로 목이다.

요리 재료로 사용할 때는 건조한 버섯을 불리기 때문에 흙냄새가 약간 나지만 부드럽고 쫄깃하게 씹히는 질감이 일품이다.

목이류의 하나인 흰목이도 중국요리에 많이 쓰이고 있다. 흰목이는 ‘은이’(銀耳)라는 중국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순백의 꽃잎처럼 아름다우며, 숲 속에서 특히 눈에 잘 띈다. 중국에서 흰목이는 강장 식품으로 귀하게 생각하며 배와 대추를 함께 넣어 우린 물을 차처럼 늘 마신다.

목이류는 약용버섯으로도 일품이다. ‘중국약용진균’에 따르면 맛이 달고 기를 증진시키며 몸을 강하게 하고 피를 멈추게 하며 통증을 없애준다. 최근 연구자료를 보면 피로물질인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막아 노화를 방지하며 멜라닌이 피부에 쌓이는 것을 막아 잡티나 검버섯이 생기지 않게 하고 동맥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트리글리세라이드(중성지방) 등이 쌓이는 것을 막아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목이버섯류는 포자가 발생하는 기관(담자기)의 구조가 특이하다. 원통형의 담자기를 잘 보면 4개의 작은 방으로 나눠지며 각 방에서 가늘고 긴 자루가 나와 그 끝에 포자가 매달려 있다. 또 보통 버섯의 포자에는 하얀 실처럼 균사가 바로 나오지만 목이류는 끈적끈적한 액체상태의 포자가 자낭균이라는 공생균을 만나야 비로소 균사로 변한다. 예전에는 목이류의 공생균이 밝혀지지 않아 인공재배를 하지 못했다. 예들 들어 흰목이는 참나무에 기생하며 자낭균인 방석콩꼬투리버섯(Hypoxylon sp.)과 함께 있어야만 자실체(버섯)를 만든다.

활엽수의 고목에 무리지어 살며 전 세계에 분포하면서 동양인의 기호에 맞는 버섯 중 하나인 목이. 많은 종이 아시아에서 발견돼 기록된 예가 많으며, 2005년에는 한국에서도 금강초롱버섯이라는 새로운 종이 보고됐다. 이 버섯의 이름은 죽은 나무의 잔가지에 초롱처럼 매달려 있어 붙은 것이다.
 

활엽수목에 소담스럽게 자란 꽃흰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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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석순자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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