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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생물학과 컴퓨터과학을 접목한 새 분야가 부상하고 있다. 이른 바 DNA 컴퓨터 개발을 위한 노력들이 그것이다. 자연이 DNA에 부여한 막대한 정보처리능력을 이용, 현재 인류가 가진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기능을 가진 새 컴퓨터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놀랄 만큼 유망한 새 분야가 컴퓨터 과학에서 열리고 있다. 과학자들은 DNA 화학단위(unit)를 연산기호(computation symbol로 사용하여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조차 능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계획은 두가지로 진행된다. 하나는 0.836㎡ 용량 탱크에 들어 있는약 1천L 용액에 부유하고 있는 0.45kg이 조금 더 되는 DNA분자를 함유하고 있는 메모리 뱅크(bank)다. 이 뱅크는 이제까지 만들어진 어떤 컴퓨터의 메모리보다 용량이 크다.

화학 반응은 매우 빨리, 그리고 병렬식으로 일어나므로 숫자 정보를 상징하는 화학적 구조를 가진 DNA 분자를 합성해 낸다면 반응이 진행됨에 따라 어마어마한 양의 숫자 계산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계획은 DNA 분자를 조작하여 계산을 하는 것이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개념에 흥분, DNA 컴퓨터시스템이 이론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데이터 암호화표준시스템에 침투해서 ‘요건 충족 문제'(satisfiability problem)로 알려진 악명 높은 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그 초안을 짜고 있다.

자연은 DNA에 비상하고 특별한 목적의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DNA와 그것을 처리하는 유전 장치는 모든 형태의 생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온다. 과학자들은 생체를 만들어내는 유전 장치를 수학 문제를 푸는데 이용함으로써 DNA가 수학에 이용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DNA안에 컴퓨터 시스템이 있다

DNA 연산(computing)이라는 새로운 발상은 로스엔젤레스 소재 남가주 대학의 컴퓨터 이론가 레너드 애들먼 박사가 5개월 전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애들먼 박사는 특정 배열 DNA분자를 합성함으로써 문제를 설정하고, 시험관 안에서 DNA분자들을 반응시켜 해답이 되는 배열을 가진 분자를 생성해냄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논문에서 그는 DNA 반응 실험으로 시범 문제를 풀어 보임으로써 그의 이론이 어떻게 실행에 옮겨졌나를 자세히 기술했다.

애들먼 박사는 반응이 일어나는데 필요한 것은 1백마이크로m(혹은 1/50 tps)의 용액으로 채워진 시험관 뿐이라는 이유로 그의 DNA 컴퓨터를 TT-100이라 명명했다. 몇몇 학자들은 흥미를 나타내면서도 애들먼 박사가 그런 시도로 처리될 수 있는 문제를 우연히 발견한 것일지 모른다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즉각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DNA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일종의 보편적인 DNA 컴퓨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제안하는 등, 이 구상을 발전시키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생물적 연산(biological computing)이라는 분야가 아직 유아기에 머물고는 있지만 컴퓨터 과학자들은 오늘날의 뒤뚱거리는 첫 단계를 컴퓨터 개발 초기에 비유하고 있다.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고 프린스턴 대학의 이론 컴퓨터학자인 리처드 립튼 박사는 말했다. "어떤 분야가 이렇게 빨리 진전하는 것을 나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다."

뉴저지주 머리힐의 AT&T 벨 연구소의 수학자인 도날드 L. 그레이엄 박사는 마치 "아주 새로운 장난감 가게의 문이 열린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주 NEC 연구소 소속 에릭 봄(Baum)박사는 "현 시점에서 그것은 산업"이라고 말했다. 몇몇 연구자들이 이 문제 저 문제를 들먹이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는 하지만 DNA 컴퓨터가 어떤 실질적인 문제를 보통 컴퓨터보다 더 잘 해결하는 것은 매우 가능한 일이라는 것.

컴퓨터에 대한 새로운 발상

지난 4월초 컴퓨터 과학자와 물리학자, 화학자, 분자생물학자 등 약 2백명의 과학자들이 인터네트에 광고가 나간 DNA 컴퓨터에 대한 학회에 참가하기 위해 프린스턴 대학의 한 강의실에 몰려 들었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시험관과 생화학 관련 물질 및 기자재 공급회사의 카탈로그를 돌려보며 분자생물학이라는 낯선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 경쟁했다.

과학자들이 너무나 열성적이어서 NEC연구소의 컴퓨터 전문가인 웨렌 D. 스미스 박사는 "과학의 세계에서 초기에 너무 열광하는 것도 위험하다. 지금은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열세에 몰려 있음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DNA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는 유사한 점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컴퓨터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부터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컴퓨터란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기구"라고 애들먼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DNA 컴퓨터로 인해 대신 "컴퓨터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대상에 부여한 과업일 뿐" 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는 DNA가 유일한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시사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많은 다른 형태의 컴퓨터가 존재할지도 모르며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로 정보를 나타낸다. 물리적으로는 논리 회로상의 전자의 흐름으로 표시된다. DNA 컴퓨터를 만든 사람들은 DNA의 화학적 단위로 정보를 표시한다.

보통 컴퓨터에서는 전자로 하여금 특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도록 지시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연산이 이루어진다. DNA 컴퓨터로 계산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특정염기배열의 DNA를 합성하여 이들이 시험관에서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립튼 박사가 고안한 체계에 따르면 논리 명령어 '그리고(and)'는 염기 배열에 따라 DNA를 분리함으로써 수행된다. 그리고 '또는(or)'이란 명령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특정 염기 배열을 가진 DNA용액들을 섞으면 된다.

DNA 컴퓨터의 장점은 기존 컴퓨터보다 10억(${10}^{9}$)배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1조 분의 1(${10}^{-12}$)의 공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DNA컴퓨터가 '엄청나게 병렬적(parallel)'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10억이나 1조개의 DNA분자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이 세상 모든 컴퓨터들이 다 함께 일을 해도 해낼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산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DNA컴퓨터에서는 작은 시험관 안에 동시에 연산을 하는 ${10}^{20}$개의 DNA 분자를 집어넣는 것이 쉬운 일이다. 기존의 컴퓨터는 몇백 내지는 몇천개 이상의 독립적인 처리 장치를 가질 수 없다.

아무도 DNA 컴퓨터가 랩톱이나 다른 실리콘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컴퓨터를 대신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이 두가지 종류의 컴퓨터가, 어쩌면 혼성기계(hybrid machine)의 형태로 서로를 보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예를들어 어떤 메모리들은 DNA에 저장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것은 실험실에서 DNA를 이용하여 계산한 후 그 결과를 전통적인 컴퓨터에 넣어 추후 분석을 할 수도 있다.
 

두종류의 암호(code)


믹대한 양의 정보를 시험관 안에

DNA를 이용하는 가장 간편한 길은 메모리 체계(memory system)로 쓰는 것일 거라고 봄박사는 말했다. "막대한 양의 정보를 시험관에 저장할 수 있다. 정보는 DNA의 염기 배열 순서로 암호화되어 저장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를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는 그 일부분(예를 들어 키워드)만 찾으면 충분하다. 키워드가 DNA상 어디에 위치해 있건 그것에 결합하는 염기 배열을 가진 DNA를 첨가하면 키워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DNA 메모리는 이제까지 만들어진 컴퓨터 메모리 전체보다 더 많은 낱말들을 저장할 수 있다고 봄박사는 말했다. 예를 들어 DNA를 이용하면 약 ${10}^{14}$개의 낱말이 시험관 안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10}^{20}$개 낱말을 1천L에 넣을 수도 있다. 이와는 달리 인간의 뇌는 약 1백만 개의 단어를 저장할 수 있으므로 시험관에 든 DNA는 인간 두뇌보다 최저 1백만 배나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1천L 용기에 들어있는 DNA 메모리는두뇌의 ${10}^{14}$배 크기이다.

그러나 DNA컴퓨터 메모리에서 염기 배열(sequence) 하나를 찾으려면 17분에서 3시간까지 걸리는 등 검색에 시간을 요하므로 DNA컴퓨터는 빠른 속도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이용가치가 높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특정 종류의 문제에 있어서는 DNA 컴퓨터가 가장 빠른 슈퍼 컴퓨터 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요건충족문제'로, 이는 장황한 논리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컴퓨터 과학 문제 중에서도 가장 어렵기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정부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미국립안전국(National Security Agency)이 발명했으며, 은행 및 다른 회사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 시스템이 발명된 이후 컴퓨터 과학자들은 여기 침입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 최후의 도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립튼 박사와 크리스토퍼 던워스는 데이터 암호화 표준 시스템(DES, data encryption standard system)에 도전하기 위해 정보를 DNA에 암호화하는 이론을 사용하였다.
 

DNA컴퓨터:장점과 단점^생물컴퓨터는 아직 유아기에 머물러있지만 과학자들은 벌써 실질적인 장점과 단점을 고려해 보고 있다.


특정 종류 문제에서 슈퍼 컴퓨터 앞서는 속도

DNA컴퓨터는 70개의 변수와 1천개의 '그리고-또는' 명령문으로 이루어진 요건충족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립튼 박사는 평했다. 이 문제는 슈퍼컴퓨터로는 해결을 기대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것은 ${10}^{70}$개의 단계를 요하는데 이는 역사상 인간이 만든 모든 기구로 계산한 모든 연산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4백 25g정도의 DNA를 이용하면 이런 거대한 요건충족문제도 11일이면 풀 수 있다고 애들먼 박사는 말했다. 인체는 약 3백g의 DNA를 함유하고 있다. 립튼박사가 약술한 바에 따르면 다양한 DNA 염기배열이 70자리 이진법 숫자의 여기저기에서 0과 1을 나타내도록 지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많은 숫자의 이런 염기배열들을 혼합하면 가능한 모든 70자리 염기배열에 해당하는 긴 분자를 생성해 낸다.
이 70자리 숫자의 용액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그리고', '또는' 명령에 해당하는 일련의 과정에 따라 혼합되고 분리된다. 예를 들어 ‘X 또는 Y'란 논리 진술은 X가 참이거나 Y가 참일 때 참이다. 이를 묘사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X에 해당하는 DNA 조각을 Y에 해당하는 것과 섞는다. 이 과정의 결과 생성된 DNA분자가 이 문제의 해답을 나타낸다.

관례는 기본 규칙을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낸 메시지와 받은 메시지를 안다. 이제 그 열쇠, 즉 데이터를 긁어모으는데 쓰인 논리 연산 체계를 찾아야 한다. 열쇠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명령문(instructions)으로 암호는 ${2}^{56}$개 열쇠 중 어떤 것을 쓴다. 기존 컴퓨터로는 모든 열쇠를 다 시도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1초당 10만번의 연산을 할 수 있는 컴퓨터라면 모든 열쇠를 다 시도해 보는데 1만년이 걸릴 것이다.
 

디지털 컴퓨터도 민감한 기종일수록 보관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DNA컴퓨터가 나온다면 더더욱 세심한 관리보존이 필요할 듯 하다.


분리와 혼합의 연산과정

그러나 DNA로는 ${2}^{56}$개의 가능한 열쇠를 표시하는 염기서열을 구상하기가 쉽다. 그리고 암호화 체계의 논리 명령문을 묘사하기 위해 일련의 용액 분리 및 혼합 과정을 잘 계획함으로써 립튼 박사 연구진은 모든 열쇠를 동시에 시험하고 결국 특정한 메시지를 푸는 열쇠에 해당하는 DNA 염기배열을 추출해내는 방법을 찾았다.

"DES는 9백7개의 생물학적 과정을 거치면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보네씨는 말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실제로 그 실험을 하는데 넉달이 걸린다.

물론 그레이엄 박사가 지적한 대로 과학자들이 DES에 침투한다 하더라도 암호화 체계를 사용하는 은행이나 정부기관은 그보다 몇 발짝 앞서 나갈 수 있다. 메시지를 DES로 암호화한 후 두번째 DES 열쇠로 암호를 다시 암호화하고 이를 세번째 열쇠로 다시 암호화하면 된다. 사실 AT&T는 DES로 세번 암호화하는 컴퓨터 칩을 판매한다고 그레이엄 박사는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엄 박사는 매우 감격스러워 했다. 이 작업은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않았지만 DES에 침입하는 것과 같은 일을 실제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그는 "30년씩이나 걸리는 게 아니고 넉달이다. 잘만 하면 수일 내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미스 박사는 논문 상으로는 그럴 듯해 보여도 실험실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DNA를 섞고 혼합하고 분리하는 등 실제로 실험을 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게다가 DNA는 상할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당신의 DNA 컴퓨터는 녹아버릴 수도 있다"고 스미스 박사는 말했다. 게다가 DNA는 용액 상태로 있으면서 손상을 입게 되고 이런 DNA 변화는 오차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립튼 박사는 많은 기술적인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고, 불가능해 보이는 계획도 언젠가는 제대로 실행되리라는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실리콘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충분한 기술적 투자를 한다면 지금 어려워 보이는 조작도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립튼 박사는 말했다. "당신이 나에게 '여기 1천만달러가 있소. 1년 안에 아주 빠른 슈퍼 컴퓨터를 만드시오'라고 한다면 기존의 슈퍼컴퓨터 제조회사인 크레이에 있는 친구에게 얘기해 보겠다. 그러나 1천만달러와 5년을 준다면 DNA 컴퓨터를 고려해 보겠다.

199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지나 콜라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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