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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젖줄' 하구역 살려낸다

방조제 허물고 인공수초 심어 생태계 복구해

대한민국 서해안에 있는 하구 164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서해로 흐른다? 강유역이 구불구불하다? 한 가지 더 있다. 강 끝이 막혔다는 것. 서해로 흘러드는 강엔 빠짐없이 하굿둑과 방조제가 세워져 있다. ‘하굿둑 공화국’이라는 별명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하굿둑을 세운 뒤 부근의 조간대(갯벌의 일종)를 모래와 흙으로 매립해 공장지대와 농경지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서해안의 하구는 생물에겐 숨막히는 장소가 됐다.


바다의 ‘젖줄’ 하구역 살려낸다


서해안 해안선이 직선된 사연

서해안은 해안선이 구불구불하다. 하지만 산업화와 함께 하굿둑을 짓고 만을 매립하면서 서해안의 복잡한 해안선은 직선에 가까워졌다. 한국해양연구원(이하 해양연) 하구역기능회복연구단 정경태 박사는 “도서 지방을 제외한 경기만의 자연해안선은 40년 전의 13%만 남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난(亂)개발이 진행되면서 경기만 일대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약 250회 실시됐지만 결과적으로 서해안 환경은 악화됐다. 생물이 살기에 부적합한 환경이 된 것이다. 연이은 개발의 누적 효과를 무시한 채 개별 사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만 검토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하구역(강어귀)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바다에 사는 미생물인 플랑크톤의 종조성이 바뀌고 갯벌과 연안서식지가 줄어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서해안의 어획량도 급감했다. 연구단의 강성현 박사는 “한강하구 섬들을 잇는 연도교 부근에 오염퇴적물이 쌓여, 수중보를 증설해 정화해야 할 정도”라며 “난개발로 인한 결과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연은 2년 전부터 ‘한강 하구의 수리-퇴적환경과 생태환경 변화’를 관찰하면서 복원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정 박사는 “바다의 보존은 그 ‘젖줄’인 하구역을 보존하는 일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바다에 생물자원이 풍부한 것은 강에서 공급받는 퇴적물과 영양염류 덕분이다. 즉 하구역은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길목으로 바다의 ‘젖줄’인 셈이다.

하구기능회복은 물의 흐름을 복원하고 생물의 서식공간을 회복하는 연구로 이뤄진다. 연구단은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수중보(강의 물길을 막아 수위를 일정하게 하는 구조물)와 연륙도로(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를 철거하거나 구조물 중간에 구멍을 뚫어 물이 다시 흐를 수 있도록 고칠 계획이다. 강화도에는 작은 방조제들이 곳곳에 많은데, 이를 철거하거나 수문을 부분적으로 개방하면 토양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하구역을 세울 때 매립됐던 하구와 습지를 되살려내면 생물의 다양성도 높일 수 있다.

생물의 숨통 틔운 인공수초

생물의 서식공간은 습지나 인공조간대, 인공수초 등으로 조성할 수 있다. 강화도의 남서쪽에 있는 조간대에는 지난 20년간 간척사업으로 모래의 비율이 급증했다. 그 결과 경운기가 다녀도 바퀴 자국이 안 남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생물이 땅에 뿌리를 내리거나 굴을 파 서식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

진재율 박사는 2004년 한강 하구인 강화도 남단에 인공수초를 설치했다. 얇고 가는 플라스틱 모양의 인공수초는 조간대의 바닥에 고정돼 배후지 쪽으로 이동하는 세립물질을 잡아둔다. 인공수초를 설치한 결과 하구역에 세립질 양이 많아져 최근 해변에 흔하게 사는 칠게의 개체수가 대폭 늘었다.

미국은 하구역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 곧바로 ‘국가 하구역 프로그램’(NEP, National Estuary Program)을 마련했다. 아직 국내에는 미국의 NEP처럼 하구역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 정 박사는 “해양연은 빠른 시일 내에 한국형 NEP를 마련하기 위해 기초자료를 모으고 있다”며 “한강 하구가 첫 번째 목표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구단은 난개발을 억제할 근본 대책을 이끌어냈다. 올해부터는 하구역과 그 연안을 개발하려면 개발누적효과를 검토한 뒤 해역이용협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 앞으로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신규 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인공조간대를 의무적으로 조성하도록 하고, 직선 형태로 해안선을 만드는 사업을 규제하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바다의 ‘젖줄’인 하구역은 곧 우리들의 ‘생명줄’이기도 하다. 인류의 ‘생명줄’을 복원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연구하는 하구역기능회복연구단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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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목정민 기자
  • 진행

    김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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