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기록노트
수십~수백 마리의 조류 군집부터 단 한 마리의 새까지 정확한 종명과 개체 수를 기록한다.
B 쌍안경
가볍게 휴대하며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 쌍안경의 배율은 9~18배로 다양하다.
D 조류도감
새의 학명과 몸길이, 색깔, 서식처 같은 특징을 정확히 묘사한 조류도감은 야생조류연구회 회원들의 필독서. 낯선 새를 발견하면 도감을 뒤지며 이름을 찾는다.
E 필드스코프
조류 관찰용 망원경. 양궁 경기에서 선수가 화살을 쏜 뒤 과녁에 맞았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며 디지털카메라와 연결하면 훌륭한 망원렌즈 역할을 한다.
F 지도
지도를 들고 다니며 새를 어느 장소에서 발견했는지 표시한다. 훗날 이 정보를 GIS(지리정보시스템)로 만들어 활용할 계획이다.
‘호사도요’ 손미나(이화여대 국문과 02학번) 양은 얼마 전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선생님이 된 뒤에도 부임한 학교에 야생조류연구동아리를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다. 다큐멘터리 PD가 꿈인 ‘방울새’전경선(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04학번) 양은 두손에 조류도감을 꼭 쥔채 새로운새가 나타날 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이들의 이름 앞에 붙은 ‘새’이름은 야생조류연구회 회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탐조와 조사 활동에 참여한 횟수를 기준으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새 이름을 붙여 준다. 아직 새 이름이 없는 정원영(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07학번) 군은 내심 종다리가 자신의 새 이름이 되길 바라고 있다.
1981년 탄생한 야생조류연구회는 서울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단국대, 계명대, 대구대 등 9개 대학의 연합동아리다. 매년 한강과 낙동강, 금강, 강화도, 제주도에서 조사 활동을 하고 그 결과를 연구리포트로 만든다. 직접 찍은 사진을 모아 각 대학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동아리 연합회장인 박재현(계명대 디지털영상학과 03학번) 군은 “새에 대한 지식이 특별히 많기보다는 새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동아리에 들어오면 선배로부터 새의 종류와 특징을 배운 뒤 탐조를 나가 새를 직접 본다”고 설명했다.
매년 2월마다 열리는 한강 겨울철새 도래 현황 조사는 야생조류연구회의 오랜 전통이다. 이때는 한강에서 월동한 뒤 번식지로 되돌아가는 겨울 철새를 관찰하기 좋은 시기다. 지난달 2일 아침 8시, 아직 태양의 온기가 퍼지지 않아 몹시 추웠지만 서울 신촌기차역에 모인 동아리 회원 40여명은 2~3명씩 뭉쳐 정해진 조사구역으로 흩어졌다. 이들이 1박2일간 한강을 샅샅이 누비며 얻은 기록과 자료가 모이면 한강 전체의 야생조류분포도가 완성된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조류는 흰비오리, 민물가마우지, 털발말똥가리, 댕기물떼새 등 모두 93종 6만 665개체에 이른다.
야생조류연구회 회원들은 수많은 오리중에서도 입꼬리가 올라가 비열하게 웃는 것처럼 보이는 청둥오리를 구분하고, 몸집이 작은 박새와 참새, 딱새 가운데 흰 뺨에 검은 점이 있는 참새를 찾아낸다. 새를 관찰하면서 분류학적으로 구분하는 작업을 ‘동정’(同定)이라고 하는데, 그 기준이 되는 뚜렷한 특징을 ‘동정 포인트’라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능숙하게 필드스코프의 초점을 맞추고 “비오리 셋에 재갈매기 여덟”이라고 외칠수있는 내공을 얻기까지는 보이지않는 노력이 컸다. 낙동강 조사에서는 갯벌에 몸이 빠지는 바람에 신발 두 짝을 진흙아래 고이 묻은 채 몸만 빠져나왔고 추위, 더위와 싸우는 일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 새를 보는 순간 추위도 배고픔도 모두 잊게 된다는 이들은진정 새 박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