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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사막 한가운데서 별빛으로 샤워하다

사람과 풍경 어우러진 '점상 사진' 찍기

호주의 사막 한가운데서 별빛으로 샤워하다


호주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작은 마을. 절친한 별지기와 선술집에서 사온 맥주를 함께 마시며 무르익는 밤하늘을 마주했다.

서쪽하늘의 여명이 어둠에 묻힐 즈음, 시리도록 파랗던 하늘이 연한 잿빛으로 변하며 남십자성을 품은 은하수가 다가왔다.

호주로 원정촬영을 떠나는 일은 아주 오랜 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밤하늘을 카메라로 찍기 좋은 곳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50km 내에는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동안 강원도와 경기도 북쪽의 어두운 하늘을 찾아다니면서도 외국 천체사진가들이 찍은 사진을 보며 사진을 찍기 좋은 외국 장소를 틈틈이 물색해왔다.

그 가운데 호주는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남반구 천체를 접할 수 있어 가장 가고 싶은 곳 ‘1순위’였다.

1년 전 마침내 호주에 갈 기회가 생겼다. 그동안 함께 천체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던 동호회 회원인 서울시립대 이준화 교수가 호주에 교환교수로 간 뒤 필자를 초청한 것이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으랴. 어렵게 시간을 내 호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겨울에나 볼 수 있는 오리온자리가 30℃가 넘는 더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을 기대하며 말이다.
 

TIP


맑은 밤하늘 찾아 1300km 달려

호주 멜버른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하늘을 봤다. 우리나라에서 가을에 한두 번 볼까말까 할 깊고 투명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밤하늘 볼 시간을 조금이라도 놓칠세라 약간 늦게 마중 나온 이 교수에게 핀잔을 던지며 털털거리는 구형 승용차에 짐을 실었다. 약 6시간을 달려 해가 저물 무렵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700km 떨어진 마일듀라라는 휴향지에 도착했다.

긴 여행에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펜션 뒤뜰에 사진을 찍을 망원경과 카메라를 펼쳤다. 가까운 곳에 가로등이 있어 ‘암적응’(어두운 곳에 눈을 적응시키는 일)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은하수가 확연히 보일 정도로 하늘 상태가 좋았다.

탄성이 절로 났다. 하지만 이는 곧 탄식으로 바뀌었다. 어디서 몰려왔는지 구름이 하늘을 금세 가득 덮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기상 예보를 확인해보니 이런 날씨가 며칠 이어질 거란다. 어렵게 시간을 내 왔는데 구름사이로 보이는 별과 숨바꼭질만 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어디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찾아 가기로 한 곳은 마일듀라에서 동북쪽으로 600km 떨어진 사막지대. 자동차로 7시간을 달리자 사방이 뻥 뚫린 사막이 펼쳐졌다. 시선의 끝에는 하늘과 땅이 입맞춤을 하는 지평선이 있을 뿐이었다.

건조한 탓에 구름조차 없어 파란 하늘은 깊은 바다를 연상시켰다. 문득 ‘저 바다 너머에 우주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달려 오아시스 같은 작은 마을 아이반호에 도착했다. 주유소에서 운영하는 허름한 숙소에 짐을 풀고 날이 저물기 전에 촬영 준비를 했다.
한참 망원경 설치에 여념이 없는데 경찰이 나타났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마을에 난데없이 동양인 세 사람이 나타나 대포같이 생긴 거대한 망원경을 늘어놓자 누군가 테러리스트가 온 것 같다며 신고를 했던 것.

함께 별을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웃음으로 거절한 경찰을 뒤로 하고 밤하늘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아직 여명이 남아 있음에도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둠이 완전히 내리자 다이아몬드가 수없이 박힌 검은 커튼이 하늘을 덮었다.

별빛에 샤워를 하는 기분. 밀려오는 행복감과 멋진 천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기대로 온몸이 전율했다. 이 느낌을 그대로 사진 속에 담을 수는 없을까. 별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 같은 구도를 잡은 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점상 사진’ 찍으려면 노출 15초 이내로

사실 천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사람과 주변 건물이 함께 등장하는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는다. 밤하늘과 풍경은 밝기나 초점거리가 크게 달라 두 모습을 사진 한 장에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진은 사진을 찍을 당시 현장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진 속의 천체가 실제 밤하늘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맑은 밤하늘을 만나는 날, 느낌 있는 별 사진 찍기에 도전해보자. 필요한 건 B셔터(셔터를 누르고 있는 동안 노출을 주는 장치) 기능이 있는 디지털 카메라와 삼각대, 릴리스 그리고 별빛으로 풍경화를 그릴 마음의 여유뿐이다.

별을 관찰하는 현장의 느낌이 생생하게 묻어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사진 속의 별이 실제 밤하늘에서처럼 점의 형태로 나타나도록 하는 편이 좋다. 이런 천체사진을 ‘점상 사진’이라고 한다.

점상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노출 시간에 신경을 써야 한다. 노출을 오래 주면 별이 서쪽으로 움직여 별빛이 점의 형태가 아니라 궤적으로 남는다.

따라서 초점거리 50mm 렌즈를 기준으로 천구의 북극(북극성) 근처는 30초, 천구의 적도 근처는 15초 보다 적게 노출을 준다. 적위에 따라 한계 노출 시간이 달라지는 이유는 북극성에서 멀리 있는 별일수록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초점을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가로등이나 밝은 건물에 맞춘 뒤 어두운 밤하늘과 주변 불빛이 잘 어우러지도록 구도를 잡는다. 대개 주변 가로등 불빛은 천체사진을 찍는데 방해가 되지만 잘 활용하면 사진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감도(ISO)는 800~1600 사이가 무난하다. 조리개는 어두운 별빛을 담아내야 하므로 최대한 개방한다. 자, 이제 준비 끝.

구도를 정한 다음 15초에서 30초 사이로 노출 시간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어보자. 사진을 찍고 난 뒤 바로 확인하며 최적의 설정을 찾는 일은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길이다.
 

3월 중순의 밤하늘 15일과 19일 달이 화성과 토성에 차례로 접근한다. 달의 ‘새봄맞이 행성순방’을 사진에 담아보면 어떨까.


이달의 천문현상

● 3월 3일 수성 서방최대이각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인 수성이 지구에서 볼 때 가장 서쪽으로 치우친다. 태양과 수성 사이의 각거리는 27°지만, 새벽 해가 뜨기 전 동쪽 하늘에 고도 10° 정도(한 손을 앞으로 쭉 뻗어 손바닥을 폈을 때 검지와 새끼손가락 사이 높이)로 낮게 뜨기 때문에 관측이 쉽지 않다. 이날 금성은 수성 바로 밑 약 2° 떨어진 거리에 있다.

● 화성과 토성에 다가가는 달
봄기운이 완연한 3월 밤하늘에 달이 화성과 토성을 차례로 방문한다. 3월 15일 저녁 반달이 쌍둥이자리에 있는 화성의 북쪽 약 5°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다. 저녁 8시 쯤 천정에서 밝게 빛나는 붉은색 화성과 반달을 볼 수 있다. 3월 19일에는 달이 사자자리에 있는 토성에 약 2.5°까지 접근한다.
밝기 -1등급을 자랑하던 토성은 이날 보름을 3일 앞둔 밝은 달빛 앞에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독자사진
 

지난달 수상작, 김민규 씨의‘도심 속의 목성과 전갈자리 일주’. 도시의 가로등과 별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가장 밝은 별은 목성. 사진 위쪽에 찍힌 별똥별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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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인준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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