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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보다 200배 큰 별 폭발 장면 잡았다 !


망원경의 발명 이래 인류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반경이 수m인 대형 망원경뿐 아니라 허블우주망원경과 같은 인공위성 탑재 망원경에 이르기까지 규모나 성능에서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노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먼 우주를 보는 것이다. 먼 우주에서 온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므로, 먼 우주를 보는 것은 과거의 우주를 보는 것과 같다.

137억 년 전 있었던 빅뱅 이후 초기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과거 우주에는 어떠한 원소들이 존재했을까. 별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과거 우주의 초신성 폭발은 가까운 우주에서 관측되는 초신성 폭발과 어떻게 다를까. 초기 우주에서 은하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이런 수많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과학자들은 끝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의 하나인, 초기 우주에 존재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형태의 초신성 폭발을 소개한다. ‘쌍불안정성 초신성 폭발’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과학저널 ‘네이처’ 12월 3일자에 이론적으로만 가능성이 예측됐던, 이 새로운 형태의 초신성 폭발을 관측한 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발견은 초신성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빅뱅 이후 초기 우주의 원소 분포를 비롯해 별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 우주의 비밀 엿본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주 탄생 직후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는 대부분 수소와 헬륨이다. 천문학에서는 헬륨보다 질량이 큰 모든 원소를 ‘금속(metal)’이라고 부른다(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금속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빅뱅 직후의 우주에는 미량의 리튬이 존재할 수 있지만 리튬보다 질량이 큰 원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초기 우주의 금속원소비(금속원소 질량/전체 질량)는 거의 0이므로, 빅뱅 직후 최초로 만들어진 별들의 금속원소비 또한 0이다.

하지만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태양과 같은 별은 금속원소를 2~3% 포함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구에는 수소에서 우라늄에 이르기까지 많은 원소가 존재하며 금속원소의 비율 또한 매우 높다. 우주의 진화 이론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 없었던 금속원소는 별 내부의 핵융합반응과 초신성 폭발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때 우주로 방출됐다. 폭발로 방출된 물질이 다시 뭉쳐 새로운 별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 나중에 만들어진 은하나 별일수록 금속원소의 비율이 증가한다. 따라서 금속원소가 거의 없는 별을 발견하는 것은 빅뱅이론을 검증하는 데 필수요소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런 은하는 최근까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빅뱅이론이 예측한, 금속원소비가 0인 별이 실제로는 발견되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빅뱅 직후 최초로 형성된 별들은 질량이 태양 질량의 100~300배로 매우 커서 아주 빨리 진화했다는 이론이 제시됐다. 질량이 큰 별일수록 수명이 짧으므로, 이 이론에 따르면, 빅뱅 직후 최초로 만들어진 큰 별들은 블랙홀로 진화하든지 진화 과정에서 ‘쌍불안정성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원소를 우주로 날려버림으로써 우주의 금속원소 비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관측은 되지 않는다.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별은 태양처럼 질량이 작은 편이다. 질량이 태양의 100배가 넘는 별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태양질량의 100배가 넘는 큰 별을 발견하는 것이 천문학의 주요 과제 중의 하나였다. 이렇게 질량이 큰 별은 쌍불안정성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쌍불안정성 초신성의 발견은 빅뱅우주론의 검증에 매우 중요하다.
 
‘원소공장’, 별 내부 vs. 초신성 폭발

별 내부에서는 핵반응을 통해 가벼운 수소와 헬륨에서 출발해 탄소와 질소, 산소 같은 원소가 만들어진다. 별의 중심부로 갈수록 무거운 원소가 쌓이게 된다. 이런 핵반응을 통해 별의 중심부에서 철까지 만들어진다. 철은 우주에서 가장 안정한 원소이기 때문에 철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의 핵반응은 진행되지 않고 별의 중심부에 철이 쌓인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 내부의 핵반응 과정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고, 초신성 폭발 때 만들어진다. 초신성 폭발은 별 내부에 만들어진 원소들을 우주로 방출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새로운 핵반응을 유발시켜 우라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소들을 탄생시킨다.


보통보다 100배 강력한 초신성 폭발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2007년 4월 7일 발견돼 ‘2007bi’로 명명된 초신성 폭발에서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아비샤이 갈-얌 박사팀을 비롯한 다국적 팀이 ‘쌍불안정성 초신성’의 증거를 발견했다. 2007bi는 지구에서 약 16억 광년 떨어져 있다. 즉 16억 년 전에 일어난 폭발을 지금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워낙 거리가 멀다 보니 망원경에서 희미한 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통 초신성보다 100배는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쌍불안정성 초신성’은 보통의 초신성과 어떤 점이 다른 걸까.

별은 질량에 따라 그 운명이 달라진다. 태양 같은 별은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생을 마친다. 그러나 별은 질량이 커질수록 내부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 초신성 같은 파국적인 운명을 겪게 된다(질량에 따른 별의 진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144~145쪽 참조).

그렇다면 질량이 태양의 140~260배인 별이 맞는 운명인 쌍불안정성 초신성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날까. 덩치가 큰 별도 처음에는 태양처럼 수소가 핵융합을 해 헬륨을 만든다. 그 뒤 별의 중심에서 헬륨연소를 마치면 탄소가 만들어진다. 이때 중심부 온도가 상승해 질량이 없는 빛이 전자와 양전자 쌍으로 바뀌면서 압력이 줄어드는 쌍불안정 단계에 이르면 별 내부가 급격히 수축을 하게 된다. 이 수축은 내부 온도 상승으로 이어져 산소와 실리콘이 폭발적으로 연소할 수 있다.

이처럼 온도가 높아서 빛이 전자-양전자 쌍으로 붕괴하는 원인을 ‘쌍불안정’이라고 한다. 질량이 없는 빛이 질량이 있는 전자와 양전자 쌍으로 바뀌면 계의 운동에너지는 줄어든다. 질량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합인 전체에너지는 보존되기 때문이다. 한편 물질의 압력은 운동에너지에 비례하는데, 물질의 운동에너지가 감소하면 충돌 횟수가 줄어 압력이 작아진다. 전자-양전자 쌍의 생성은, 결과적으로 계의 압력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쌍불안정성 단계에서 별 내부가 수축하고 이에 따라 산소와 실리콘이 폭발적으로 연소할 때 내놓는 에너지는 별 전체를 폭발시키기에 충분하다. 그 결과 별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폭발하게 된다. 이때 수반되는 초신성 폭발에너지는 기존에 알려진 초신성 폭발에너지의 100배에 이른다. 이 폭발은 최근까지 이론적으로만 예측됐지만 2009년 12월 드디어 그 존재가 최초로 확인된 셈이다.


초기 우주에 비하면 금속 함량 여전히 많아

지난 수십 년 동안 빅뱅우주진화이론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쌍불안정성 초신성의 존재가 관측에 의해 최초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갈-얌 박사팀이 초신성 2007bi의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폭발 직전 핵의 질량이 태양의 100여 배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수소까지 포함한 별의 초기 질량은 태양질량의 200여 배로 추정된다. 이 관측성과는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그 존재가 예측됐던, 빅뱅 직후 존재했을 것으로 기대되는, 질량이 매우 큰 별들의 존재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업적이다.

물론 초신성 2007bi 폭발이 우주초기 별의 최후는 아니다. 16억 년 전 사건이지만 그 모성은 태양보다도 늦게 태어났을 것이다. 별의 질량이 클수록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한편 2007bi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별의 금속비율은 태양의 약 30%다.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서 형성된 별의 금속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따라서 금속비가 좀 더 낮은 먼 은하 내부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쌍불안정성 초신성’의 발견을 기대해 본다.
 
별의 질량에 따른 운명과 초신성 폭발

별은 질량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별의 진화는 여전히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별의 질량뿐 아니라 금속비율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따라서 별의 진화 경로를 구분하는 별의 질량 수치는 대략적인 값을 뜻한다.
태양질량의 8배보다 작은 별


현재 태양처럼 중심에서 핵융합반응으로 수소를 태우다 중심부 수소가 거의 바닥나면, 바깥층 수소가 타며 이때 나오는 열에 의해 별의 외곽이 팽창해 적색거성이 된다. 그 뒤 중심에 백색왜성을 남기고 나머지 물질은 우주로 날려버린다. 이때 수소는 대부분 우주로 날아가고,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만 백색왜성에 남는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따르면 백색왜성의 최대 질량은 태양 질량의 1.4배를 넘을 수가 없다. 이를 찬드라세카르 한계라고 한다.

질량이 찬드라세카르 한계에 가까운 백색왜성에 외부 질량이 유입돼 한계에 다다르면, 백색왜성 전체가 불안정해져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서 백색왜성 전체를 우주로 날려버린다. 이때 폭발을 일으키는 백색왜성의 질량은 찬드라세카르 한계로 일정하므로 폭발에너지도 일정하다. 따라서 이 유형의 초신성을 관측해 빛의 세기를 알면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추정할 수 있다.

태양질량의 8~25배인 별


핵반응을 거쳐 중심에 철로 이뤄진 핵이 만들어진다. 철은 우주에서 가장 안정한 원소이므로, 일단 철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쌓인다. 중심부에 쌓인 철이 태양 질량의 1.5배 정도가 되면 몇 분 안에 급격히 붕괴해 중성자별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방출된 중성미자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과 충돌하면서 충격파가 만들어져 폭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폭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태양질량의 25~100배인 별


핵반응을 거쳐 중심에 철로 이뤄진 핵이 만들어진 뒤 붕괴한다. 이때 질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심에 블랙홀이 생긴다. 그 뒤 블랙홀로 외부 물질이 유입된다. 블랙홀이 회전하지 않을 경우 외부 물질이 유입되면서 블랙홀 질량이 늘어날 뿐 폭발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반면 아주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인 경우 블랙홀 주위로 떨어지는 물질이 원반을 형성하는데, 블랙홀의 회전에너지 때문에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고 중심의 블랙홀만 남는다.

태양질량의 100~140배인 별


핵반응의 과정을 거쳐 별의 중심에서 탄소가 만들어진다. 이때 중심부 온도가 10억℃가 넘으면 질량이 없는 빛이 전자와 양전자 쌍으로 바뀌면서 압력이 줄어드는 쌍불안정성 단계에 이르고 그 결과 별 내부가 급격히 수축한다. 이 수축으로 내부 온도가 더 높아지면서 다음 단계의 핵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물질을 외부로 방출하지만 별 전체를 폭발시키기에는 부족해 다시 수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철로 이뤄진 핵이 만들어지고, 핵이 붕괴해 블랙홀이 남는다.

태양질량의 140~260배인 별


초기에는 태양질량의 100~140배인 별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쌍불안정성에 따른 수축과 그 결과 일어나는 핵반응 에너지가 별 전체를 폭발시키기에 충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별 전체를 폭발시킨다. 이때 수반되는 초신성 폭발에너지는 기존에 알려진 초신성 폭발에너지의 100배에 이른다. 이 폭발은 최근까지 이론적으로만 예측됐다가 2009년 12월 드디어 그 존재가 최초로 확인됐다.

태양질량의 260배 이상인 별


초기진화 과정은 태양질량의 100~260배인 별과 비슷하다. 그러나 쌍불안정성에 따른 폭발적인 산소와 실리콘 핵반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압력이 바깥쪽에 있는 물질이 받는 중력을 이길 만큼 크지 못하다. 그 결과 핵반응으로 만들어진 금속원소 전체를 흡수해 폭발 없이 블랙홀로 진화한다.

201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창환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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